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7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72화
“걔도 참, 은근히 덜렁대는 구석이 있다니까.”
기숙사로 향하던 메이린은 투덜거리며 다시 학생회관 건물로 돌아오고 있었다.
원인은 치엘라였다.
-아, 제인 교수님께 보고해야 할 서류, 깜빡하고 안 가져왔습니다.
치엘라는 갑자기 불쑥 서류를 깜빡했다고 고백하더니, 저녁에 급한 보충수업이 있으니 서류를 대신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도망치듯 떠나 버렸다.
학생회의 실수로 하수인에게 부탁하는 것도 미안하고, 결국 메이린이 직접 서류를 챙기러 왔다.
“저녁 공부 시간이 늦어지겠네.”
메이린이 작게 한숨을 쉬며 학생회관 문을 열어젖혔고.
“아.”
“아.”
그곳에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과 눈을 딱 마주쳤다.
예상치 못한 시점에, 기습적인 단둘이서의 만남이었다.
“안녕, 메이린.”
“아, 안녕! 시몬.”
시몬과 메이린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회의 끝나고 기숙사에 돌아간 줄 알았는데, 어쩐 일이야?”
“아, 아! 깜빡하고 두고 온 게 있어서…….”
“그렇구나. 별일 아니여서 다행이네.”
“응응, 내친김에 나도 내일 업무만 조금 더 봐야겠다! 내일은 바빠서 학생회에 못 들를 것 같거든!”
“좋은 생각이야.”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학생회 일을 시작했다.
날은 어두워지고 창가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공간에서, 사각거리는 깃펜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어색하다.’
시몬이 슬쩍 고개를 들어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쓰윽 귀밑머리를 넘기며 집중한 얼굴로 문서에 X표를 그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피온의 정체가 나라는 걸 밝힌 이후로는 계속 어색해.’
얼핏 보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이지만, 현재 시몬과 메이린의 사이는 1, 2학년 시절의 그 친밀하고 허물없던 느낌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세워진 느낌.
그래서 시몬은 평소에 메이린과 친하던 제이미, 신디, 클라우디아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는데, 그녀들은 ‘시간이 해결할 문제’라고만 답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풀리지 않으니 시몬은 초조해졌다. 이렇게 남은 시간 내내 서먹서먹한 사이로 있다가 키젠을 졸업하게 되면 어쩌지? 그런 건 생각만 해도 두려웠다.
“…….”
이번엔 시몬이 눈을 내리깔고 있는 사이 메이린이 힐긋 고개를 들었다. 검지로 제 이마를 슥슥 문지르며 고뇌에 빠진 시몬의 모습이 보인다.
메이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말해! 쿠폰이 있으니까 주말에 같이 로체스트에 가자고 한마디만 해!’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용기가 있었더라면 시몬과의 사이가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으리라.
그리고 정확히 같은 시점에, 시몬도 주머니에서 메이린에게 보이지 않도록 쿠폰 한 장을 꺼내고 있었다. 거기에는 치엘라가 남긴 쪽지도 함께 붙어있었다.
시몬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알지, 치엘라. 나도 아는데.’
메이린이 아직도 자신에게 화가 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쉽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까지 숱하게 말을 붙여봤지만, 대화가 몇 마디 이상 길어진 적이 없었다.
차라리 전장에서 아락무라드나 비브론 같은 강자들과 목숨 걸고 싸우는 게 마음은 편했다. 인간관계란 그만큼 어려웠다.
‘아니야, 이젠 풀어야 해. 잘못한 건 나니까 내가 먼저 다가가자.’
시몬이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일으켰다.
‘시몬한테 말할 거야! 주말에 같이, 주말에 같이, 주말에 같이!’
동시에 메이린도 일순 근거 없는 용기로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시몬!”
“메이린!”
두 사람의 외침이.
완벽히 동시에 학생회실에 메아리쳤다.
서로를 바라보며 전투를 앞둔 결연한 전사처럼 외치던 메이린과 시몬의 얼굴이 동시에 붉어졌다.
“머, 먼저 말해!”
“아, 그!”
얼굴이 시뻘게진 메이린이 허둥지둥하다가 갑자기 책상에 있던 서류판을 들어 올렸다.
“이, 이번 수도 공사 건에 대해 회장의 생각을 듣고 싶어!”
“아! 수도 공사 중요하지! 학생들이 며칠간 물을 못 쓸 수도 있으니까!”
두 사람은 언제 어색했냐는 듯 옆에 나란히 콕 붙어서 수도 공사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조금 떨어진 거리.
열린 학생회실 문틈으로 지켜보는 두 쌍의 눈동자가 있었다.
“따라오면 좋은 볼거리가 있을 거라고 하지 않았어?”
용병왕 아서가 머리를 긁적였다.
“평소처럼 일하시는 모습인데.”
“……네.”
그 아래에서 지켜보던 치엘라가 맥이 빠졌다는 듯 눈을 감았다.
“정말로 평소처럼 일하시는 모습이네요.”
과장된 표정, 높은 톤, 그러면서도 어색함에 삐걱거리는 움직임과 붉어진 얼굴. 두 3학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며 치엘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대단하다는 키젠 3학년이라고 해도, 이런 부분에서는 엄청 서투르네요.”
“아니지.”
아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꽤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329기의 소문은 들어봤지? 저 두 분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수많은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며 저 자리에 있는 거야. 서로를 동료로서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하니까, 매사에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지.”
“…….”
잠시 침묵을 지키던 치엘라가 몸을 돌려 걸어갔다.
“용병 출신치고는 말 잘하시네요.”
“하하하! 내가 좀 그렇지?”
“칭찬 아니거든요.”
“졸업하기 전까지 네 용병에 대한 편견을 모조리 깨줄 테니 각오하라고!”
암흑연합.
이름 모를 숲.
타닥. 타닥.
모닥불이 피어오른다. 말끔하게 절단된 나뭇가지들이 연기를 내며 타들어 가고 있다.
어두운 밤.
각자 자리에 앉아 로브를 뒤집어쓴 자들이 모닥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뒤엉키고, 뒤틀리고, 불안한 요소들이여.]후드 안의 시커먼 심연 속에서 안광이 빛났다.
[뒤엉킨 것은 풀리고, 뒤틀린 것은 평탄해질지어니.]절그럭.
금속 장갑을 낀 손이 움직여 지면에 꽂힌 검의 손잡이를 붙잡는다. 손가락이 차례대로 손잡이를 어루만지듯 달라붙은 다음, 모든 손가락에 힘이 꽈악 들어가며 검을 들어 올린다.
[시대는 돌아오리라.]후드 속의 안광이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 하나 없는 시커먼 하늘 속에서 달이 반짝이고 있다.
[황제의 이름으로…….]부스럭.
풀밭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검을 잡은 나그네가 고개를 돌려 풀밭을 바라본다. 가만히 그쪽을 응시하던 나그네가 팔을 들어 올려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낸다.
스윽.
슥.
동료들도 모두 하나같이 손끝에서 칼날을 일으킨다.
이어서 나그네는 천천히 검을 두 손을 맞잡고는.
스응!
깔끔하게 검을 휘둘렀다. 동시에 전방의 나무들이 천천히 쓰러지며, 풀밭 한가운데에 녹색 핏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 정체는 커다란 언데드 거미였다.
[전부 잡아라.]촤아아아!
촤아아아아아!
사냥이 시작된다. 후드를 입은 자들이 마치 유령 같은 발걸음으로 뛰어나가며 거미들을 베기 시작한다.
온통 녹색 핏물이 쏟아져 나온다. 기척을 들키고 만 송장거미들은 빠르게 흩어져 도망친다.
-키리리!
송장거미 하나가 나무에 철썩 붙더니, 그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로브를 입은 자들이 나무를 지나쳐 나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송장거미가 돌처럼 굳은 채 덜덜 떨며 숨어 있는 그때.
[보고 있는가.]두웅.
처음의 그 나그네가 불쑥 튀어나와 송장거미의 눈을 바라보았다.
[과거에 그랬듯, 그 무엇도 시대를 막을 수 없다.]이어지는 내려오는 검에, 거미의 몸통이 갈라졌다.
소환학과 학생들을 비롯하여, 첫 임무에 나간 3학년들이 속속 로크섬에 복귀했다.
학기 초라 여러 행사들이 많은 시점이기 때문이었다. 동아리 시즌을 위시하여 편입생 입학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예정되어 있었다.
더욱이 DMAT라는 최고 네크로맨서 시험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3학년들은 학업에도 소홀할 수 없었다.
그나마 첫날부터 임무를 나간 시몬은 일정이 널널한 편이었다. 이제는 본 수업 진도를 따라잡은 상태. 현재의 진도를 유지하며 다음 임무를 고르면 되었다.
“우리도 언제 한번 같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쿵!
그렇게 말한 딕이 커다란 파이프를 내려놓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오랜만에 모두 모인 3학년에 학생회 멤버들은 다 함께 창고의 비품 점검을 하러 와 있었다.
시몬은 난로의 뚜껑을 열고 남은 마정석을 확인했고, 카미바레즈는 먼지가 쌓인 비품을 가볍게 닦고 있었다. 메이린은 서류판을 들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기왕이면 결사가 엮인 큰 건이면 더 좋고!”
“맞아요! 저도 다 같이 합을 맞춰보고 싶어요!”
카미바레즈가 날개를 파닥거렸다. 메이린은 고개를 흔들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아직은 안 돼. 우리가 없을 때 일을 대신할 아서와 치엘라가 완전히 학생회 업무에 적응한 게 아니니까. 최소한 한 명은 학교에 붙어 있는 게 좋아. 나중에 그 둘이 안심할 정도의 실력이 되면 넷이서 나가자.”
“그것도 좋지.”
저벅 저벅.
그때 저 멀리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가 온 거지? 멤버들이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는 이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뻣뻣하게 기립했다.
“제인 교수님!”
키젠의 부총장, 말끔한 정장 차림의 제인이 팔짱을 낀 채 다가왔다.
“맡긴 일은 잘하고 있는지 보러 왔습니다.”
딕이 얼른 앞으로 가서 손바닥을 샥샥 비볐다.
“시몬 학생회의 일 처리는 깔끔하기로 정평이 나 있습죠! 하하! 그런데 제인 교수님이 직접 보러 오실 정도의 일은 아닌데요!”
“가끔 마음이 혹할 때도 있는 법입니다.”
제인은 앞으로 걸어 나가며 딕의 이마에 탁 하고 꿀밤을 먹였다. 딕이 ‘앗’ 하고 이마를 감쌌다.
“좋아요,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볼까요?”
“체크리스트 여기 있습니다!”
메이린이 얼른 뛰어와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체크리스트를 건넸다. 제인이 팔랑팔랑 서류를 넘기며 리스트를 살펴보고 있는 사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기다리던 메이린이 고개를 돌렸다.
제인이 직접 왔는데도, 시몬은 여전히 자리에 태연히 앉아 있었다. 메이린이 당황하며 소리 죽여 말했다.
“시몬! 너 미쳤어? 얼른 일어나!”
“시, 시몬?”
시몬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미소 지었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 에르제.”
“?”
메이린과 카미바레즈, 딕이 잽싸게 고개를 돌렸다.
제인이 히죽 웃더니, 손으로 제 이마 끝을 붙잡고 주우욱 뜯어냈다. 얼굴과 정장이 온통 하얀 거미줄처럼 변하며 뜯겨 나가고, 분홍색 머리카락의 여성이 웃는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우후훗, 장난 좀 쳐봤사와요!]아-
학생회 멤버들이 그제야 놀란 가슴을 부여잡으며 제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7군단의 에르제베트에 대해서는 다들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아, 사실 알았지. 속아준 척한 거야. 속아준 척.”
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다리 한쪽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에르제.”
[군단장님께 보고할 사항이 있사와요.]그렇게 말한 그녀가 빤히 멤버들을 돌아보았다. 시몬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 세 명은 같이 들어도 괜찮아.”
[그런가요? 그렇다면…….]에르제베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시몬의 앞선 명령이었던 1군단에 대한 정찰.
비명의 정글에서 1군단의 공격을 받은 뒤로, 7군단의 거미부대는 1군단의 영지 근방을 샅샅이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특정 장소에 간 송장거미들의 연락이 끊겼다.
[안 그래도 주시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나왔사와요.]그녀가 말했다.
[황제. 그리고 새로운 시대.]“…….”
시몬이 천천히 찌뿌둥한 몸을 일으켰다.
“역시 1군단, 뭔가 일을 꾸미고 있는 건 확실한 것 같네.”
더 이상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다음 임무가 정해졌어.”
“…….”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메이린의 걱정스러운 시선이 시몬에게 닿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