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7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73화
에르제베트의 말에 따르자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마히할라’라는 이름의 마을이었다.
에르제베트의 송장거미들은 1군단의 영역에 직접 들어갈 수 없었지만, 영역 근방에 광범위하게 흩어져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독 마히할라 마을에 파견된 송장거미들만 연락이 끊겼다.
그나마 살아남은 송장거미들은 ‘정체불명의 무리들이 알 수 없는 물체를 1군단의 영역으로 옮기고 있다’라는 실질적인 정보까지 얻어냈다.
“수고했어, 에르제는 출전 준비를 해둬.”
[후후훗, 알겠사와요 군단장님!]에르제베트가 떠나고,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히할라? 마히할라…… 처음 들어보는 곳이에요.”
“나는 알지.”
딕이 콧대를 세우며 어깨를 으쓱했다.
“거기 토마토 산지로 유명하잖아. 다들 할라 토마토 들어봤어?”
“아! 나 알아!”
메이린이 벌떡 일어났다.
“거기 토마토소스가 엄청 맛있고 유명해! 마히할라라는 마을이 원산지구나!”
“저도 할라 토마토는 들어봤어요!”
“음.”
시몬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
뭔가 고개가 갸우뚱하게 되는 조합이다. 1군단과 토마토 산지의 시골 마을이라.
물론 그 마을은 지리적으로 1군단의 영역과 인접해 있으니, 1군단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다른 곳보단 높긴 했다.
시몬이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 언제 시간이 날지 모르니까. 여유가 있는 지금 조사하러 가봐야겠어.”
“하지만 시몬이 직접 가려면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카미바레즈가 총명하게 눈을 뜨며 말했다.
“1군단에 대한 조사 임무는 내려오지 않기도 했고, 키젠은 그 마히할라라는 곳을 조사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뭔가 좋은 게 없을까요?”
역시 행정 업무를 많이 보는 학생회 서기다운 안목이었다.
현재 키젠 본부는 결사 사태를 막느라 전력이 대륙 전역에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으니, 당장 1군단과의 분쟁은 피하자는 주의다.
카미바레즈의 말대로 시몬이 1군단을 조사하러 간다는 명목을 내세우면 허가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거.”
살짝 시몬 쪽을 한 차례 바라본 메이린이 작게 한숨을 쉬며 검지를 세웠다.
“딱 맞는 명분이 있어.”
“진짜?”
메이린의 말에 따르면, 키젠에서는 현재 1학년들의 2학기 단체시험 장소를 선정하는 중이라고 한다.
학생회도 한 곳을 정해서 조사해야 하는데, 그 마히할라라는 곳을 조사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사실 학생회의 조사 지역은 어디를 고르든 상관없었다. 단체시험 장소는 본부에서 찾은 곳으로 정할 확률이 99%가 넘었고, 학생회에 조사를 맡기는 이유는 학생들에게도 권한을 나누어준다는 일종의 행정적 명분. 그걸 이용하면 된다는 게 메이린의 결론이었다.
“좋네요!”
“역시 메이린!”
멤버들이 동의하자, 메이린이 새초롬하게 콧방귀를 뀌었다.
“요즘 학생회 일이 밀렸으니까 이럴 때 뭐라도 하라는 의미에서 말한 거거든!”
“알았어. 그걸로 하자.”
바로 계획을 짜기로 했다. 시몬은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혹시 같이 마히할라에 갈 사람 있어?”
“앗, 아! ……너무 같이 가고 싶지만, 저는 다음 주에 정해진 다음 임무가 있어서요.”
카미바레즈가 진심으로 아쉬운 듯 날개를 축 늘어뜨렸다.
메이린 또한 그늘진 얼굴로 이마를 덮었다.
“시몬, 네가 가면 나라도 남아서 학생회 일을 해야 해.”
시몬도 그 말에 납득했다. 아직 학기 초니 메이린이나 시몬 둘 중 하나는 학교를 지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이 몸이 가드리지!”
딕이 시시덕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아직 맡기로 한 임무도 없고, 시몬이랑 같이 있으면 늘 뭔가 대박 성과로 돌아오잖아! 나도 한번 꿀 빨아보자!”
“그렇게 쉽게 말할 건 아냐. 위험할 수 있어, 딕.”
시몬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조사 임무라고 해도 정말로 1군단이 엮여 있다면 위험성은 높아.”
“나도 이젠 키젠 3학년이야! 알아서 잘 살아남을 테니 걱정 마셔.”
사실 딕이 같이 가준다면 큰 걱정은 없었다. 외딴 사막에 던져놔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 돌아올 녀석이니까.
이내 조금 더 구체적으로 1군단의 마수가 뻗쳐 있는 마히할라에 들어갈 계획을 잡았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가운데.
“…….”
조금 떨어진 곳에서 나무 뒤에 숨어 있던 치엘라가 그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선배님들, 다음 비품창고 점검 준비 다 됐습니다.”
“그래. 가자.”
“알려줘서 고마워 치엘라!”
시몬과 멤버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앞서 걸어갔고, 조금 뒤에서 따라오던 치엘라가 ‘흠’ 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한 사람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1군단 조사를 위한 마히할라 여행은 학생회의 도움이 컸다.
메이린은 똑 부러지게 보고서를 작성해 제인의 허가를 받아냈다. 제인은 ‘다른 곳도 많은데 굳이 여기는 왜?’ 하는 반응이었지만, 결국 한 지역을 조사하는 건 학생회의 권한이기도 하고, 시몬 학생회는 지금까지 유능하게 일 처리를 해온 덕분에 그 신뢰로 따낸 허가였다.
카미바레즈는 마히할라로 가기 위한 텔레포트 마법진의 사용 허가를 받아내고 이동 루트를 짰다.
딕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조금 더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했다.
“내가 마히할라에 들어갈 껀덕지가 뭐가 있는지 살펴보니까 말야. 이번에 그 마을에서 홍보용으로 토마토 수확절 행사를 벌이는데, 내가 아는 언론사가 특집기사를 쓰려는 것 같더라고. 우리도 그 언론사 기자로 분장해서 가자!”
그의 제안에 시몬도 흔쾌히 동의했다.
키젠 본부에는 시험 지역 조사를 명목으로 보고하긴 했지만, 결국은 1군단의 계획을 조사하는 게 목적이다. ‘시몬 폴렌티아가 왔다’는 소문이 1군단에 흘러들어 가면 좋을 게 없으니 가짜 신분이 필요했고, 그중에서도 기자라는 직업이라면 유용했다.
기본적으로 마을을 홍보하는 사람이니 주민들의 환대도 받을 수 있을 테고, 마을에 대한 질문을 던져도 의심받지 않으리라.
“대신 우리가 기자로 가는 거니까 진짜 취재도 하긴 해야겠지. 토마토 축제는 이런 느낌이야.”
딕이 다른 해에 했던 마히할라 토마토 행사 포스터를 준비해서 벽에 붙여놓았다. 멤버들이 눈을 빛내며 감탄했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토마토를 들고 미소 짓는 모습, 관광객들이 토마토 더미에 빠져서 나뒹굴고 즐겁게 아이처럼 웃는 모습까지.
상당히 즐거운 이색 체험으로 보인다.
“정말 재밌어 보여요!”
“……응, 재밌겠네.”
그렇게 답하는 메이린의 목소리에 아쉬운 감정이 묻어 나왔다. 딕이 시시덕거리며 말했다.
“부러우면 네가 시몬이랑 같이 가든가?”
“돼, 됐거든 밥팅아! 부회장까지 빠지면 누가 학교를 지키는데!”
얼굴을 붉힌 메이린이 빼액 소리 질렀다. 딕이 키득거리며 귀를 막는 시늉을 했다.
“안 가면 안 가는 거지 왜 언성을 높이고 그러시나.”
“네 목젖을 턱밑까지 높일 순 없잖아.”
짝.
또 둘이 싸우기 전에 시몬이 손뼉을 쳤다.
“좋아. 그럼 내일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자.”
황좌(皇座).
이 세상에 오로지 단 한 사람, 한때 대륙을 지배하던 황제에게만 허락된 자리.
현재 빛바랜 황좌는 금칠이 벗겨지고 그 허연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고고학적 가치가 있을 뿐, 이 시대에는 황제가 없는 이상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스스스스스스스-
텅 비어 있는 황좌에 칠흑이 일렁이며 검게 물들어갔다. 허연 뼈대가 검게 뒤덮이고, 이내 황좌 전체가 일그러지며 웅장한 자태를 드러냈다.
스스스-
그리고 황좌를 향해 걸어가는 누군가가 있었다.
그것은 검은 로브를 입은 언데드였다.
철컹.
철컹.
좌우에 기립한 갑주 차림의 기사들이 경계하듯 검을 들어 올린 채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로브를 입은 자는 발을 닿지 않고 호화스러운 카펫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의외로다.]그때 황좌에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무것도 없는 황좌의 자리에, 일순 번뜩이며 공간이 좌우로 벌어지더니 시커먼 눈동자가 일어났다. 그것은 다가오는 검은 로브의 망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제 발로 짐을 찾아왔는가. 7군단의 대장 뮤르.]검은 로브를 입은 뮤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 허공의 갈라진 눈을 바라보았다.
[7군단은 이제 나와 상관없습니다. 그런 것보다, 저와 거래를 하지 않겠습니까. 제1군단장. 아니-]뮤르의 음산한 목소리가 펼쳐졌다.
[전 시대의 황제여.]다음 날.
시몬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언덕에 올라왔다. 하수인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학생회장님. 조사 임무 잘 부탁드립니다.”
“네.”
시몬은 정장을 입은 키젠 본부 직원과 악수를 나누고 있었다. 그가 시험 장소에 대한 체크리스트를 시몬에게 건네며 간단한 사항을 이야기했다.
“출몰하는 몬스터의 종류, 그리고 공격성을 체크해 주시면 됩니다.”
“어렵지 않네요.”
“이 지도에는 실제 주민들이 사는 범위를 표시해 주었으면 합니다. 학생들의 시험 동안 피해를 입으면 안 되니까요.”
마중 나온 메이린과 카미바레즈, 그리고 치엘라는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한 명이 결석이었다.
“평민! 얘는 또 왜 이렇게 안 와!”
메이린이 손목시계를 손끝으로 두들기며 버럭 화를 냈다. 모두가 준비를 다 마쳤는데, 갑자기 딕이 학생회관으로 오는 도중 배가 아프다며 다시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이후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딕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카미바레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도 같은 동아리의 맹독학과 친구에게 들었는데, 뭔가 잘못 먹었는지 밤새 끙끙 앓았다고 해요.”
“임무를 앞두고 컨디션 관리하는 것도 실력이거든! 3학년이 됐으면서 하나도 성장한 게 없어!”
메이린이 왁왁 화를 내고 있는 가운데,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갸웃하며 치엘라를 바라보았다.
“그 가방은 뭐야? 치엘라.”
치엘라는 배낭 하나를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녀가 별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냥 짐입니다.”
“??”
그러는 사이 출발 시간이 다 됐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고정 수식으로 작동하기에, 시간이 지나면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딕이 시간 맞춰 오지 않은 건 대형사고였다. 메이린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다음 텔레포트 마법진, 출발하겠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제어하고 있던 관리원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그리고!”
그가 서류를 읽으며 말했다.
“메이린 빌렌느 학생!”
“??”
메이린이 입을 딱 벌리며 자신을 가리켰다.
“뭐, 뭐? 내가 왜?”
그 순간 치엘라가 기다렸다는 듯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메이린에게 내밀었다.
“가시죠. 평소 임무 때 쓰시던 것들 다 챙겨 왔습니다.”
치엘라가 메이린에게 가방을 안기더니 그녀의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먼저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라가 있던 시몬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메이린이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마안! 왜 내가……!”
“딕 헤이워드 선배님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여서 제가 명단을 바꿨습니다. 시몬 선배님 혼자 보낼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학생회 일은 걱정 마십시오. 저 혼자도 할 수 있으니까요.”
“그, 그렇지만!”
“기회.”
치엘라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다시 친해질 좋은 기회 아닙니까.”
“……아, 그!”
타앗!
어느새 떠밀린 메이린이 배낭을 안은 채 시몬의 옆에 나란히 섰다. 얼굴이 완전히 시뻘게져 있었다.
“작동하겠습니다!”
우웅!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하며 룬어가 빛나고 있었다.
“괜찮아 메이린?”
시몬이 물었다.
“무리할 필요 없어. 여차하면 나 혼자 가도 괜찮아.”
“아, 아냐! 나도…….”
메이린이 잘 익은 얼굴을 푹 숙이며 말했다.
“……사실 가고 싶었어.”
“!”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시몬이 이내야 안심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해.”
이내 텔레포트 마법진이 발동하며 두 사람의 발밑이 서서히 떠올랐다.
“잘 다녀오세요! 시몬! 메이린!”
어떻게 된 건지 치엘라에게 들은 카미바레즈가 휙휙 손을 흔들었다.
“일은 저희에게 맡겨주시고 무사히 돌아오십시오.”
치엘라가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이내 두 사람의 몸이 완전히 사라졌다.
같은 시각.
“요옵.”
맹독학과 화장실에 앉아 있던 딕이 통신 수정구를 들어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어? 치엘라.”
-두 분 무사히 마히할라로 이동했습니다.
“어, 잘됐네.”
-…….
잠시 답이 없던 통신 수정구에서 치엘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음흐흐!”
딕이 턱을 스르륵 쓸었다.
“그 둘이 어색해하는 게 하루 이틀이어야지! 이렇게 계속 가면 나랑 카미만 숨 막힌다고. 메이린도 딱 봐도 가고 싶어 하던 눈치기도 하고.”
-그렇습니까.
“무엇보다.”
딕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 1군단 무섭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서 제 감동을 박살 내는 것도 능력입니다.
큭큭.
딕이 웃으며 통신 수정구를 끄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뭔 일이 일어나도 나보단 엘리멘탈 마스터가 더 도움이 되겠지. 잘 다녀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