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7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79화
다음 날도 태양은 밝았다.
결국 새신랑은 찾지 못했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마히할라 마을 사람들은 하루를 시작했다. 1년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수확철이니 일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다만 외부인 일행들은 더 이상 협조하지 않기로 했다.
-이 마을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나도 동의해요.
자꾸만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다. 심지어 같은 방에서 자던 새신부는 눈앞에서 자기 남편을 잃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무슨 수확철 행사란 말인가.
일행들은 갑자기 이 평화롭고 작은 시골 마을이 공포스럽게 느껴졌고, 온화하고 친절하던 마을 사람들이 두려워졌다. 모든 것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제 남편! 남편을 돌려주세요! 부탁이에요! 제발! 어디로 갔는지만이라도 알려주세요!
새신부는 걱정과 공포로 반쯤 미쳐 버렸다.
그녀는 토마토를 수확하는 마을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붙잡고 남편을 돌려달라며 애원하거나, 왕국에 이 사실을 알리고 네크로맨서들을 부르겠다며 협박하기도 했다.
이야기를 들은 촌장은 펄쩍 뛰며 온 얼굴에 억울함을 드러냈다.
-저희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입니다! 1년 농사와 매출을 책임지는 수확철에 이런 뒤숭숭한 일들이 벌어지면 누가 손해겠습니까?
다른 마을 사람들도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마을 전역은 물론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근방의 숲까지 싹 뒤져봤지만 실종자들의 흔적은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불신은 팽배해졌다. 몇몇 일행들은 남은 일정을 거부하고 마을 회관에 남아 있기로 했다.
가장 불안해하는 건 인문학자와 여기자 선배였다. 그들은 그나마 싸움에 능해 보이는 용병에게 이 마을에서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런 끔찍한 곳에 한시라도 있기 싫습니다! 밤이 되면 또 누가 사라질지도 몰라요!
-저희끼리라도 돌아가요!
그 말에 용병은 난색을 표했다.
-댁들도 알지 않소? 마차 없이 발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오. 근방에 몬스터들도 바글거릴 텐데, 놈들의 눈에 지쳐서 산을 오르는 인간은 한낱 도시락으로 보이지 않겠소? 좋든 싫든 이틀 뒤에는 마차가 오니 그때까지만 좀 참아보시오.
-여기 있는 것보단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게 나아요!
기자 선배가 그렇게 말하자, 용병이 마지못해 손바닥을 쫙 펼쳤다.
-1천 골드. 나도 생고생하면서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그 정도는 받아야겠소.
-가, 갑자기 그런 큰돈을 어디서 구해요!
-싫으면 마시오. 이틀 뒤에 마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지. 둘이서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사람을 모아보시든가.
그 말을 들은 두 사람은 흩어졌다. 인문학자는 주정뱅이를 찾아가 설득했다.
-하하하하! 나? 돈도 없어! 뭣보다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놔두고 왜 여기서 나가야 하지?
주정뱅이는 마을에 남겠다고 했다.
이어서 여기자는 부장 기자를 찾아갔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부장은 택도 없다는 듯 분노하며 버럭 소리 질렀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 특집기사는 어떻게 하고? 이건 우리 본업이고 계약 내용이야!
-목숨이 위태로운데 일이 중요해요? 이 마을은 위험하다구요 선배!
-이건 특종의 기회야! 단순한 지역 행사로 얼마나 독자들을 끌어올 수 있겠나! 독자들은 바로 이런 걸 원해!
-돈 때문에 목숨까지 내던질 생각이세요? 미쳤어!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었다.
물론 부장의 말이 맞는 부분은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촬영과 취재는 해야 했고 그게 본업이자 계약 내용이었다.
그렇게 부장과 시몬, 메이린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촬영을 계속하기로 했다. 기자 선배는 차라리 짤리는 쪽을 택하겠다며 마을 회관에 남았다.
“으음…….”
메이린이 마력촬영구를 들어 올린 채 마을 주민들이 토마토 분류 작업을 하는 장면을 찍었다. 이내 마력촬영구를 뒤집고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확인했다.
“마을 사람들 표정이 굳어서 그런지 첫날 같은 화기애애한 그림이 안 나오네.”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을 사람들도 외부인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 같았다. 어지간해선 말도 잘 걸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 시몬?”
메이린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정말로 이 마을 사람들이 일행들의 실종과 연관이 있을까?”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냐. 정말로 마검이 이 마을에 있다면, 마검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고.”
시몬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마력촬영구를 내렸다.
“오늘 밤에 한 번 더 확인해 보자.”
“아, 시몬! 온다 온다!”
메이린의 말에 시몬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았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마을의 노파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십니다, 기자님들.”
“마을 주민분들이 더 고생하시죠. 저희는 여러분의 모습을 담을 뿐인걸요.”
메이린은 싹싹한 태도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파가 한숨을 푹 쉬었다.
“저희도 결백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 이야기를 나누면 불신만 커질 것 같군요. 주민들에게 식사 시간 외에는 마을 회관에 접근하지 말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아,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갑자기 들리는 요란한 외침에 두 사람은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듯한 새신부가 남편을 돌려달라며 고래고래 악을 질러대며 토마토가 든 바구니를 발로 차는 등 소란을 피우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그녀에게 손을 대지 못한 채 쩔쩔맸다. 결국 보다 못한 부장이 말리러 갔다.
“아, 그리고 분류 작업이 끝난 뒤에는 다음에는 마을에서 조금 특별한 의식이 시작됩니다. 꼭 기자분들이 와서 촬영해 주십사…….”
“아! 당연하죠! 저희 일인걸요!”
이야기를 듣던 시몬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특별한 의식?’
시몬과 메이린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어젯밤 두 사람이 몰래 들어왔던 가정집에서는 한 여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집 앞에 서 있었다.
벽면을 열고 손수건으로 갑주에 묻은 핏자국을 닦고 있던 그녀의 표정이 더없이 싸늘해졌다.
긴 머리카락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심지어 대륙에 흔치 않은 희귀한 하늘색 머리카락.
그녀는 흑색 단발이었다.
더불어 마을 주민들 중에 이런 색상의 머리카락을 가진 사람은 없을 터, 그것을 들고 가만히 고민하던 그녀의 눈이 부릅떠졌다.
한 명 있다.
이 마을 사람은 아니지만.
“……그 여자.”
그녀의 입꼬리가 괴물처럼 길게 쭉 찢어졌다.
마히할라 마을의 수확철 전통 의식이 시작되었다.
곳곳에서 피리와 북소리가 울려 퍼지고, 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춤을 추었다. 종교를 금지하는 암흑연합의 특성상 신에게 지내는 건 아니다. 촌장의 말에 따르면 성공적인 수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이라고.
이러나저러나 평범하게 토마토를 수확하는 과정 이후 볼거리가 가장 많은 행사였다. 부장이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촬영했고, 시몬과 메이린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이곳은 마을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위치한 높은 절벽이었다. 조금 더 가면 낭떠러지. 마을 주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고 활기찬 표정으로 손뼉을 치고 환호하며 의식을 진행했다.
“올 한 해의 작물을 무사히 수확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다음 한 해의 농사도 성공적이길 기원합니다.”
촌장이 앞으로 걸어 나와 말했다. 그는 중간에 놓인 흰 천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검주’를 뽑기 위한 의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펄럭!
그가 천을 걷는 순간 시몬의 눈이 커졌다.
절벽의 틈에 깊게 꽂혀 있는 검 한 자루가 보였다. 과거 시대의 유물인 듯, 무척 오래되어 보이는 검이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시몬만큼은 삐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러니 의심을 안 할 수가 있나.’
검의 제례.
과거 제국의 유명한 소드마스터가 전설의 검을 뽑아 든 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바위나 지면의 틈에 꽂힌 검을 뽑아 드는 행위를 말한다.
사실 기사의 시대가 끝난 지는 아직 3~400년 정도밖에 안 됐다. 암흑연합의 젊은이들은 과거 시대의 잔재를 보고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오래되고 폐쇄된 시골 마을에서는 드문드문 이런 과거의 잔재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았다.
이 마을도 그냥 전통이라면 넘어갈 수 있겠지만, 하필이면 1군단과 엮여 있는 곳이라 시몬은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기골이 장대한 마을 사내들이 기다렸다는 듯 하나둘 일어나 손바닥을 비비거나 어깨를 풀며 줄을 섰다. 전부 자신이 오늘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게 표정에서 드러났다.
“시몬, 저거.”
메이린이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저게 쥴이 찾고 있는 그 마검 아닐까?”
“글쎄.”
시몬도 눈에 힘을 주고 바위에 꽂혀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마검이라고 하기에는 평범하게 생겼고, 불길한 기운이 티끌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어떻게 생각해?”
시몬은 품속에 숨겨둔 통신 수정구로 그렇게 말했다. 잠시 후 어딘가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을 쥴의 답변이 돌아왔다.
-마검이 반응하지 않소. 저건 평범한 의례용 검인 것 같소.
쥴의 말이라면 확실할 터. 시몬은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마을의 사내들이 나와 한 번씩 검을 붙잡고 뽑으려 낑낑댔다. 목 끝까지 시뻘게진 채 어떻게든 뽑아보려고 온몸을 들썩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련이 많은 성격인지 계속 들었다 놨다 여러 번 시도하는 사람도 있었다. 포기하는 이들 모두 표정에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힘깨나 쓴다는 남자들이 실패하고, 노인들이나 여성들도 가서 한 번씩 시도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늘 한 해에 뽑는 사람이 한 명은 나왔는데.”
“올해는 유독 심상치 않은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 아까 말을 걸었던 노파가 시몬과 메이린에게 다가왔다.
“두 기자분도 한번 체험해 보시겠습니까?”
“아! 그래도 돼요?”
“물론입니다. 외부인들도 못 할 건 없지요.”
메이린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팔꿈치로 시몬의 팔을 툭 쳤다.
“네가 뽑을 거지?”
“그럴까 생각 중이야.”
이건 기회다. 어차피 조사는 해봐야 한다.
직접 가서 검을 잡아보면 저게 속임수인지, 그리고 정말로 마검인지 아닌지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시몬은 검이 들리지 않아도 바위째로 뽑을 생각이었다.
“그럼 가시죠! 린 기자님부터!”
지목받은 메이린이 훗 하고 웃으며 시몬을 돌아보았다.
“어차피 네가 뽑을 거니까, 내가 가서 살짝 건드려 보고 올게!”
“알았어, 조심해.”
메이린이 손을 번쩍 들며 ‘갑니다!’ 하고 앞으로 나섰다. 마을 사람들은 다들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손뼉을 쳐주었다. 그녀의 가녀린 외관만 보고 전혀 기대하지 않는 표정.
이내 메이린이 두 손을 비비며 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얍!”
툭.
그런데, 힘도 주지 않았는데 너무 쉽게 검이 뽑혀 버렸다.
잠시 정적이 일어났고 메이린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사방에서 격렬한 환호성이 쏟아졌다. 한 마을 주민의 말에 메이린은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애써 어정쩡한 포즈로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흠.’
스윽.
시몬의 시선은 관중들에게로 향했다.
메이린 차례에서 검이 뽑힌 건 의외의 상황이었지만, 그녀 덕분에 중요한 힌트를 얻은 것 같았다.
어쨌거나 검을 뽑은 메이린은 올해 행사의 주인공이 되어 망토를 두른 채 가마에 들려져서 주위를 한 바퀴 빙 돌았다. 메이린이 두 팔을 흔들며 주위로 인사했고, 부장은 열심히 마력촬영기를 작동시키며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그렇게 모든 행사가 끝났다.
“린 기자님.”
노파가 굽신거리며 다가왔다.
“올해 검주가 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다! 조금 얼떨떨하네요.”
“다른 게 아니라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혹시 불편하시다면 얼마든 말씀해 주십시오.”
노파의 말은 오늘 저녁 행사까지 그녀가 ‘검주’로서 의식에 참여하길 바란다는 이야기였다. 메이린이 힐긋 시몬을 바라보았고 시몬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선을 넘는 일이야. 너무 위험해.’
메이린도 알아들었는지 미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어, 죄송해요.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이기도 해서 조금…….”
잘 거절했다.
시몬은 노파의 표정을 살폈다. 강요할까? 아니면 협박?
“아이구, 아닙니다! 저희가 너무 무리한 부탁을 드렸나 보군요. 죄송합니다. 푹 쉬시지요.”
의외로 쉽게 물러났다. 다른 사람들도 메이린이 검주가 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뭔가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의 셋째 날 밤이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제 곧 밤이다.
저녁 식사 시간을 앞두고, 시몬은 촬영 정리를 핑계로 빠져나온 뒤 메이린과 쥴을 다시 한번 불렀다.
“자.”
시몬이 진지한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증거는 어느 정도 모았어. 내일부터 뒤집어엎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