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8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80화
시몬은 메이린, 쥴과 함께 마을 회관으로 향하며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이야기했다.
“관중들 중에, 메이린이 든 검에 마법을 거는 사람이 있었어.”
“진짜?”
메이린이 펄쩍 뛰었다.
“난 전혀 못 느꼈는데?”
“인챈트의 일종이야. 네가 검을 뽑을 때는 마법이 꺼졌으니까 인지하지 못했겠지. 내가 그 장면을 몰래 마력촬영구에 담아뒀어. 이건 중요한 증거가 될 거야.”
“즉.”
쥴이 눈에 두른 붕대를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누군가의 의도로 메이린이 그 검을 뽑게 됐단 말이겠구려.”
“맞아. 원리는 둘째 치고 그게 핵심이야.”
메이린이 살짝 얼어붙은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럼 마을 쪽에서 내게 ‘검주’로서 저녁 의식에 참여하라고 제안한 건…….”
“그대로 따라갔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단 거지.”
“…….”
메이린은 겁에 질렸다기보다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사이 쥴이 말했다.
“알아낸 건 그게 전부요?”
“이번에 마을 사람들이 저녁 식사 준비할 때, 에르제베트를 보내서 다시 한번 나랑 메이린이 들어간 그 집을 조사해 보도록 했어.”
시몬이 품을 뒤적거리다가 쪽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해석이 불가능하니까 그대로 외워서 재현한 게 이거거든? 피어가 이 글을 읽어줬어.”
“무슨 내용이었소?”
시몬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황제는 돌아온다.”
쥴과 메이린이 동시에 흠칫하며 어깨를 떨었다.
시몬은 눈을 감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긴데, 그 벽에 있던 피 묻은 갑옷이랑 검. 전부 사라졌더라.”
“무! 서! 워!”
메이린이 발을 동동 굴렀다.
“역시 이 마을 사람들, 1군단에 협력하고 있었잖아! 뭔가 싸하다고 생각했어! 빨리 키젠에 연락해서 네크로맨서들을 데려와 다 체포하자!”
“아직이오.”
스윽.
쥴이 팔을 들어 올렸다.
“이들을 체포하기엔 아직 정보가 부족하오.”
“부족해? 충분해 보이는데.”
“벽면에 적힌 글자와 마법을 부렸다는 증거만으로는, 그 여자를 비롯한 특정 인원이 1군단에 가담했는지 아니면 마을 전체가 가담했는지 알 수 없소. 무엇보다 그 글귀만으로는 우상숭배죄 정도로 끝날 수 있소. 우리가 밝혀내야 할 핵심은 사람의 죄가 아니라 1군단의 계획이오.”
합당한 지적에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결국 근본에 이르진 못했으니까.”
그래서 결국 1군단이 이 마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같이 온 외부인 일행들이 왜 사라졌는가.
마히할라 주민들은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아직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메이린이 다시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말했다.
“우리가 수사권을 발동하고 제대로 찾아보는 건 어때?”
“너무 위험해. 여긴 1군단의 영역 바로 옆이야.”
시몬이 고개를 저었다.
“키젠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1군단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잖아. 수사권을 발동하는 순간 전면전을 각오해야 해.”
메이린이 쓰게 웃으며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찌할 생각이오? 시몬.”
“일단은-”
시몬이 잠시 고민하던 사이 어느새 마을 회관 앞까지 도착했다. 안에서 일행들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 밤을 무사히 보내면서 생각해 보자. 오늘 밤만큼은 누구도 사라지게 두지 않을 거야.”
시몬과 메이린이 식사거리를 들고 마을 회관에 도착해 일행들과 합류했다.
그러나 마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인문학자, 여기자, 새신부는 자기들끼리 가져온 재료로 간단히 음식을 해 먹었다. 그 마을 사람들이 주는 음식에 뭐가 들었을 줄 아냐며 식사는 완강히 거절했다.
그리고 부장 기자, 주정쟁이, 용병은 먹기 싫으면 말라며 대수롭지 않게 식사를 이어나갔다. 시몬과 메이린도 이쪽에 합류했다. 음식이야 찜찜했지만, 두 사람은 네크로맨서였고 명예로운 별야의 맹독학 수업 수료자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독은 두렵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 갈라져 식사를 하는 도중, 인문학자가 손을 들며 제안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거실에서 자도록 하고, 불침번을 섭시다. 또 밤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 줄 어떻게 압니까?”
그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으니까.
일행들의 논의 끝에 불침번 순서가 정해졌고, 시몬은 중간 순서에 일어나기로 했다. 그렇게 일행들은 불안감과 걱정으로 뒤척이며 잠을 청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스윽.
눈을 감고 있던 시몬이 천천히 눈을 떴다. 시몬의 전 순서였던 주정뱅이가 그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거, 기자 양반 차례요.”
“네. 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정뱅이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는 듯 그대로 맨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시몬은 자리에 앉아서 머리를 쓸어 올렸다.
‘처음부터 잠은 안 자고 있었지만.’
오늘은 밤을 꼬박 새우면서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다. 8명 모두 멀쩡히 잘 자고 있었다.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아니면 악몽을 꾸는지 메이린이 몸을 뒤척이며 이불을 내팽개치곤 했다. 시몬이 다가와 그녀의 이불을 덮어주고 돌아왔다.
불침번이었던 한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이제 다음 사람을 깨워볼까.’
다음 차례는 용병이었다. 시몬이 그에게 천천히 다가가 몸에 손을 올리려는 순간.
벌떡!
갑자기 뒤에서 잘 자고 있던 인문학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러세요? 아직 학자님 차례가 오려면 멀었어요.”
그러나 인문학자는 시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휘청휘청 금방이라도 넘어질 듯 위태롭게 걸으며 현관문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었다.
단순한 잠버릇 같은 건 아닌 것 같다.
“학자님!”
시몬이 다가가서 그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았지만, 인문학자가 강하게 뿌리치며 신발도 신지 않고 문밖으로 향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 이번엔 제대로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정신 차리……!”
와아아아아악!
인문학자가 입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달려들었다. 난데없이 목을 물려고 하기에 시몬은 얼른 목을 젖혀 피해냈다.
그는 위험하게 주먹까지 휘두르며 몸부림쳤다.
‘이 사람! 비실비실하고 완력도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런 힘이?’
시몬이 잽싸게 한쪽 팔을 뒤로 빼서 마법진을 펼친 뒤 그의 몸에 닿게 했다.
역시 판타서스류 슬립의 효과는 대단했다. 저주 한 방에 인문학자의 몸이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깊게 잠들었다.
소란을 들은 주위 일행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방금 무슨 소리야?”
“꺄아악! 누구……!”
이번엔 시몬이 거실 전체에 광범위 슬립을 흩뿌려서 모두를 잠재웠다. 지금 일어나 봐야 패닉 상태가 되며 길길이 날뛸 것이기 때문에 차라리 편하게 자는 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덜컥!
“시몬!”
마침 로브 차림의 쥴이 마을 회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무슨 일이오?”
“으으음.”
현역 키젠 부회장답게, 저주에 저항한 메이린도 눈을 비비적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시몬은 그녀에 걸린 슬립 효과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방금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저 학자가 밖으로 이끌리듯 나가려 했고, 평소와는 다른 힘을 발휘했단 거요?”
“맞아, 쥴.”
쥴이 턱을 짚었다.
“마검의 부름일 가능성도 있겠군. 마검이 새로운 주인을 찾을 때 일어나는 전형적인 증상이오.”
그런데 메이린이 유독 말이 없었다.
무척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중이었다.
“왜 그래 메이린?”
“나.”
그녀가 결심한 듯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이었다.
“그 마검의 부름이란 거, 내가 당한 것 같아.”
메이린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꿈에서 계속 마검이 자신을 부르고 불러댔다.
이리로 오라고.
다가오라고.
나를 쥐고 세상을 네 발아래에 두라고.
물론 메이린은 저주학 성적도 뛰어난 엘리트 네크로맨서였기에 그런 유혹에 저항했고, 잠버릇이 나쁜 정도에서 그쳤지만 다른 일반인들이라면 버티지 못했으리라.
“사건이 일어난 시간을 고려하면, 마검은 처음에 나를 먼저 부르려고 했고 이에 실패하자 학자님을 부른 것 같아.”
“그런 모양이네. 다행이야 메이린.”
“시몬.”
그녀가 눈을 똑바로 뜨고 시몬을 바라보았다.
“내가 마검에 홀린 척 가볼게. 아직 마검의 목소리가 흐릿하게나마 들려.”
“?!”
눈이 휘둥그레진 시몬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건 절대 안 돼. 너무 위험해!”
“나도 동의하오.”
두 소년이 말렸지만 메이린의 표정은 결연했다.
“우린 아직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했어. 마검의 행방도 모르고, 1군단이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도 몰라. 이대로는 계속 휘둘리기만 할 거고, 우리 중 아무도 마검에 홀리지 않았으니 마을 사람들도 의심하겠지.”
그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홀린 척 적의 본거지로 들어갈게. 너희들은 내게 흑마법을 걸고 나를 추적하면 돼.”
“하지만……!”
“괜찮아.”
메이린이 눈을 찡긋했다.
“나 나름 엄청 강한걸. 네가 뽑은 부회장이잖아?”
시몬은 끝까지 반대했지만, 메이린이 내린 결단은 확고했다.
결국 시몬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메이린은 홀로 마검에 홀린 것처럼 터덜터덜 밤길을 걷고 있었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마검의 목소리는 여전히 흐릿하게 남아 있었고, 그 목소리가 점점 더 가깝게 들리는 방향으로 걸으면 됐으니까. 눈을 살짝 졸린 것처럼 뜨고 다리에 힘을 뺀 채 걸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무서워!’
밤길을 홀로 걷는 게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
뒤늦게 후회가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애써 억눌렀다.
‘시몬에게 도움이 될 기회야. 내 안위 때문에 이런 결정적인 찬스를 놓칠 순 없어.’
그보다 이제 1군단이든 마검이든 마을 사람이든 슬슬 누구라도 나타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가 걷고 있는 가운데.
펄럭!
어둠 속에서 커다란 천이 펼쳐지며 메이린을 감쌌다.
어둠 속에서 여러 장면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름!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부탁드릴게요!
키젠 1학년 시절, 데스랜드에서 적에게 붙잡혔을 때 그 남자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상대를 짓밟아 버리던 그 무지막지한 폭군과도 같은 남자.
그와의 첫 대면.
남자는 고개를 돌리며 이름을 대라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피온.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그 첫 만남을.
그 뒤로도 여러 번 만났다.
-피온 님! 맞죠? 당신은 누구죠? 왜 항상 우리가 있는 현장에 나타나는 거예요? 무슨 말이라도……!
그러나 그는 답하지 않았다.
-구,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에도 오셨네요. 처음 만난 데스랜드 때도, 성녀 사태 때도, 중립지대에서도. 당신은 대체 누군가요?
누구일까.
대체 누굴까.
사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짐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둔 건 시몬의 알리바이가 완벽했기 때문에, 그리고 무엇보다 피온 특유의 그 무지막지하고 폭군 같은 모습이 온화한 시몬과 쉽게 겹쳐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 짐작은 맞았다.
시몬의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는 그 편지를 본 순간 든 감정.
그건 놀라움, 그리고 또 하나의 감정은-
‘아,’
정신이 돌아오며 눈이 떠졌다. 퍼뜩 정신을 차린 메이린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두 팔은 뒤로 돌려진 채 밧줄로 꽁꽁 묶여 있었고 자신은 수레에 실려 있었다. 이상한 갑옷을 입은 자들 넷이 호위하듯 자신을 실은 수레를 끌고 가고 있었다.
‘여긴 어딘데? 마히할라 마을이 아냐!’
축축한 공기, 무거운 냄새.
여긴 지하였다. 어두운 동굴 같은 곳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마히할라 마을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놀라웠다. 아무리 찾아봐도 이런 곳으로 통하는 길은 없었다.
‘윽, 머리야.’
아까 붙잡혔을 때 수면제 같은 걸 먹인 것 같다.
메이린은 눈을 감고 천천히 체내의 칠흑을 조금만 일깨워 저항계를 펼쳐 나갔다. 몸을 옥죄는 기운을 서서히 몰아내며 몸의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감사해요. 별야 교수님.’
당시에는 정말로 싫은 수업이었고 별야를 원망했지만, 아마 학교에서 배운 이 맹독학 수업은 평생의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로 유용했다.
다시 한번 뒤로 묶인 팔을 확인했다. 칠흑 화염계를 일으켜서 태워 버리면 금방 풀려날 수 있고, 주위의 경비들쯤이야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다.
‘좋아 이렇게 된 거.’
그녀가 다시 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흔들어놓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