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8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82화
과연 악명과 명성 두 가지 모두 드높은 7군단의 기세는 어마어마했다.
초대형 아공간에서 쏟아져 나온 망자들이 1군단의 언데드 병사들에게 맹공을 퍼부어댔다. 알라제가 여전히 1군단의 저 특수한 언데드를 분석하는 중이라 당장은 이렇다 할 공략법이 없지만, 지금 당장 통용 가능한 방법은 한 가지.
-갑옷을 뚫는 건 비효율적. 투구의 안면을 덮은 투명한 보호대를 집중 공격해서 깨뜨린 뒤, 발톱을 집어넣어 헤집는 게 효율적.
이에 시몬도 절대명령을 내렸다.
[머리를 노려라.]모든 언데드들이 힘을 합쳐 1군단을 공략해 나가고 있었다. 주위의 무덤은 모두 미르미즈의 검푸른 브레스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조금 까다로운 개체들은 시몬이 직접 걸어가서 파멸의 대검을 쓱싹 휘두르니 모조리 베어져 나가고 있었다.
[조오아! 여길 노리라 이거지?]좀비부대의 대장 프린스가 갑주로 무장한 1군단의 언데드 하나를 붙잡고 주먹을 날렸다.
안면의 보호대 부분이 깨져 나가고, 형체가 일그러진 징그러운 언데드 얼굴에서 혓바닥이 튀어나오며 괴성을 내질렀다.
[시끄러워!]쾅! 콰앙!
프린스가 주먹으로 다짐질했다. 에르제베트도 단번에 여러 기사형 언데드들을 거미줄로 엮어 올린 뒤, 거미줄로 내려오는 송장거미들을 얼굴 위로 내려오게 해 마무리했다. 그녀가 오호호 웃었다.
[복수는 달콤한 법이네요. 한 놈도 남기지 않겠사와요!]상황이 정리가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메이린은 멍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
군단.
말이야 많이 들어봤고 활약상도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병력으로 찍어 누르는 걸 보니 역시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런 많은 언데드들은 어디서 온 걸까. 시몬은 그동안 이 병력을 모으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을까.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메이린, 위험해.]시몬의 말에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 멀리서 기사형 언데드들이 한 무더기의 좀비 부대를 뚫고 창끝을 세운 채 돌진하고 있었다.
그녀는 물러섬 없이 두 팔을 세워 들었고, 시몬도 돕기 위해 다가와 파멸의 대검을 앞세웠다.
“늦어서 미안하오.”
처억.
그때 눈에 붕대를 두른 소년이 로브 자락을 휘날리며 두 사람 앞에 도착했다. 그의 손이 허리에 찬 마검의 손잡이를 가볍게 붙잡았다.
촤라라라라라락!
허공에 붉은 궤적이 연달아 그어지고, 전진하던 기사형 언데드들의 머리 부분이 일제히 깨져 나가며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시몬이 ‘나이스’ 하고 중얼거리며 피어의 투구를 밀어 올렸다.
“딱 적절할 때 와줬어. 쥴.”
속속 등장하는 조력자들로 한숨 돌린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에르제, 상황은?”
[내부에 있는 적들은 거의 다 제거한 것 같사와요. 하지만 지상에서 후속 병력이 오고 있네요.]“에르제와 헤르세바가 각기 부대를 이끌고 입구를 틀어막은 채 버텨줘. 프린스는 밖으로 나가서 일행들의 안위를 확보해. 라미아를 두고 오긴 했는데 그쪽도 걱정이야.”
[알았어! 시몬!] [군단장의 명을 따르옵니다.]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단을 보며 메이린이 탄성을 흘렸다.
‘멋있어! 멋있어! 멋있어!’
쥴도 잠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저게 그 마검인 모양이오.”
다닥.
다다다다다닥.
검집에 들어간 쥴의 마검이 파르르 떨리며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무척이나 격렬한 반응.
“마검이 확실해! 나도 칼을 살짝 손에 쥐었을 뿐인데 이성을 빼앗길 뻔했어.”
메이린도 자신의 경험을 제보했다.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곧 1군단의 본대가 마검을 되찾으러 올지도 몰라. 어떻게 해야 마검을 봉인한 채 옮길 수 있지?”
“우선 검집이 있어야 하오. 본래의 검집에 들어가 있다면 마검의 힘을 억누르는 게 가능하오.”
“처음부터 검집 같은 건 없었는데?”
“흠, 그렇다면 내가 봐보겠소.”
쥴이 다가갔고, 시몬은 메이린과 옆으로 비켜섰다.
마검은 저주의 왕이라고도 불리는 물건이다.
쥴같이 특수한 케이스가 아니라면 백해무익하다. 군단장인 시몬이라면 정신을 잃지 않고 잠시간 버틸 수는 있겠으나, 시력 등을 버리면서까지 쓰고 싶진 않았다.
스윽.
마검에 한해서는 쥴이 키젠 최고의 전문가다. 그가 마검의 손잡이를 향해 손을 뻗으려는데.
퍽!
갑자기 마검이 스스로 바닥에서 뽑혀 나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이런!”
마검이 스스로 휘둘러져 적갈색의 참격을 쏘아 보냈고, 쥴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자신의 마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두 검기가 공중에서 부딪히며 쩌엉! 하는 굉음을 토해냈다. 충격파로 바닥이 온통 박살 나며 광풍이 몰아쳤다.
“왓!”
시몬이 얼른 메이린에게 다가와 망토로 덮어 보호해 주었다. 두 어둠의 힘이 충돌하는 사이, 1군단의 마검은 쌩! 하고 하늘을 날아 도망쳤다.
쥴이 외쳤다.
“쫓아야 하오!”
시몬과 메이린, 쥴이 즉각 다리에 칠흑을 일으키며 마검을 추격했다.
마검은 계속해서 검기를 흩뿌리며 일행들을 방해하더니, 이내 이 장소 끝에 위치한 거대한 ‘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마치 투명한 유령처럼 문을 통과한 것이다.
“문?”
속도를 줄인 시몬이 다가가서 문을 만져보았다.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단단해 보였다. 문에는 날붙이 따위로 벤 자국들이 깊게 패여 있었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혹시 혼령화 쓸 수 있는 사람?”
“혼령화도 안 돼, 시몬.”
메이린이 사령마법을 비롯해 몇 가지 마법을 문에 걸어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강력한 차단 마법이 걸려 있어.”
시몬이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이 거대한 검은 문을 응시했다. 주위의 벽을 무너뜨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그랬다간 이 지하 공간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었다.
“…….”
한편 쥴은 진지하게 문에 난 흠집들을 더듬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그러다 눈을 가린 붕대를 내리고, 마안으로 문을 직접 확인한 뒤 말했다.
“이 자국, 문을 설계한 처음부터 나 있던 거요.”
“뭐?”
“직접 만져보시오. 움푹 파여 있는 부분이 무척 매끄럽소.”
메이린이 바로 다가와 만져보았다. 정말이었다. 생긴 자국이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제작자의 의도대로 움푹 파인 느낌이다.
그리고 움푹 파인 곳 안에는 누군가가 선을 따라 벤 듯한 흠집이 아주 미약하게 그려져 있었다.
“이게 어쨌단 건데?”
메이린이 뒤를 돌아보며 묻자, 시몬과 쥴이 동시에 답했다.
“검술.”
이건 오래된 고서에서나 나올 법한 유물이었다.
시몬도 어디서 주워들어 본 적은 있었다. 검술을 재현해야 들어갈 수 있는 문일지도 몰랐다.
“이건…… 이런 느낌인가.”
진지하게 자국을 살펴본 쥴이 뒤로 물러났다. 이내 허리에 끼고 있던 마검을 검집째로 들어 올려 배 앞에 두고는, 진지한 얼굴로 마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촤아아아아아아악!
벽면에 흠집이 난 방향으로 연달아 검격이 그어졌다. 놀랍게도 검격이 자국에 닿을 때마다 팅- 팅- 하고 청아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몇 번의 검격은 자국에서 살짝 빗나가 벽을 그었는데, 불협화음 같은 ‘쨍!’ 하는 소리가 들렸다.
쥴이 확신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특정 검술을 재현해야 열리는 문인 것 같소. 과거 기사의 시대, 가문의 비밀스러운 재보에는 이런 식으로 해당 가문의 검을 익힌 자만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있다고 들었소.”
“흔한 거야?”
메이린의 물음에 쥴이 고개를 내저었다.
“흔할 리가. 황실에서나 사용할 법한 물건이오.”
쥴이 다시 한번 마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검술을 일으켰다.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이번에도 실패. 메이린이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야! 잘 좀 해봐! 명색이 마투학과 총대표잖아!”
“……좀 봐주시오. 흔적만으로 검의 동작과 순서를 완전히 알 수는 없소.”
Top10들끼리 티격태격하는 가운데, 시몬만 갑자기 조용했다.
그는 곰곰이 이 흔적을 만지고 훑어보다가 말했다.
“이거, 내가 아는 검술이야.”
“?!”
쥴과 메이린이 입을 벌렸다.
“네크로맨서의 시대 이전의 검술을 그대가 어떻게……!”
“보여줄게.”
시몬이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들이 쓰던 장검을 한 자루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검술 자세를 취했다.
스으으읍.
후우우.
호흡법으로 마음의 긴장을 풀고, 근육은 팽팽하게 잡아당긴다. 쥴이 턱에 손을 올렸다.
“흐흠! 자세는 그럴듯하오.”
이내.
시몬의 검이 움직인다.
다리를 앞으로 내디디며 한 번, 뒤로 빙글 돌며 두 번.
마치 검무를 추는 것처럼 경쾌하고 화려하다. 놀라운 건, 검격이 정확히 벽면의 흠에 부딪히고 있다는 거다.
팅- 팅- 티잉- 챙! 팅-!
마치 실로폰을 두들긴 것처럼 문에서의 충돌음이 선율처럼 들린다. 이내 마지막 초식을 가하며 시몬의 눈이 번뜩였다.
촤아아아아아악!
경쾌한 비껴베기를 끝으로 검술이 모두 끝났다.
시몬이 자세를 고쳐 쥔 뒤 후욱 하고 숨을 내뱉었다. 메이린과 쥴이 기대 어린 눈으로 문을 바라보았으나.
…….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와! 진짜 열리는 줄 알았는데!”
“아쉽네. 몇 군데 실수했어.”
시몬이 태연한 얼굴로 인정했다.
“그리고 중간에 검술의 속도에 가속이 붙지 않으면 휘두르지 못하는 구간도 있었어. 지금의 속도에서 10배는 빨라져야 해.”
“뭐어?”
시몬이 고개를 돌려 쥴을 바라보았다.
“일단 4배까지는 올려볼게. 쥴, 네가 중간부터 검술을 이어가 줄 수 있을까? 혼자 구현하기는 벅찬데.”
“무리요.”
쥴이 냉정히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마검사로서 네크로맨서의 검을 익힌 몸이오. 이제 와서 기사의 검을 익히기에는 몸이 너무 틀어졌소. 내가 배워봐야 초심자보다 못할 거요. 차라리…….”
쥴이 말끝을 흐리며 메이린을 바라보았다. 메이린이 ‘나?’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이내 얼굴에 벌게지며 빽 소리 질렀다.
“되겠냐!”
“명색이 키젠의 부회장이라면 금방 배울 거라고 생각했소만.”
“……그때 말 담아두고 있었구나. 은근히 속 좁네.”
하는 수 없이 시몬이 홀로 다시 검술 자세를 취했다. 메이린과 쥴은 얼른 뒤로 물러났다. 문을 노려보며 진지한 얼굴로 마음을 다스리던 시몬이 이내 픽 웃음을 흘렸다.
“왜 그래?”
“아니, 아까부터 계속 보채는 녀석이 있어서.”
시몬이 아공간을 열었다.
“어쩔 수 없네.”
캬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주위를 쩌렁쩌렁 울릴듯한 괴성이 아공간 밖으로 터져 나왔다. 메이린과 쥴이 얼른 귀를 틀어막았다.
소리를 지르는 그것은 새하얀 두개골이었다.
“알았어, 알았어.”
이 마을에 오는 그 순간부터, 마누스의 두개골은 시몬에게 무서운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특히 이 장소에 들어왔을 때, 아공간에서부터 마누스의 사념이 뿜어져 나올 정도였다.
시몬이 흑마법을 준비하며 마누스에 마법진을 입혔다. 그리고 새로운 언데드를 꺼냈다.
“폭주하지만 마.”
봉마결계를 펼칠 수 있는 드래고니안 슈트를 꺼내 들었다. 그 위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마누스의 두개골을 놓았다.
파직!
파지지직!
자줏빛 전격을 연신 튀어 올리며 마누스의 두개골이 드래고니안 슈트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시몬은 위험하다며 메이린과 쥴을 더 뒤로 물러나도록 했다.
혼돈의 힘을 뿜어내며 마침내 몸을 다시 쟁취한 마누스가 서서히 검술 자세를 취했다. 일순 폭주 증상이 모조리 멈추고 마누스가 검에 집중했다.
팅- 팅- 티잉- 챙! 티잉-! 티잉!
아까 시몬이 펼친 검술의 속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검법을 펼쳐 나갔다.
벽에 울려 퍼지는 소리는 정말로 하나의 노랫말과도 같았다.
마지막으로 빙글 돌며 내리긋는 동작을 취하자.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구!
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내 순식간에 문이 좌우로 열리고, 어둠으로 덮인 공간이 드러났다. 시몬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잘했어 마누……!”
타앗!
그러나 뭐라 말하기가 무섭게 마누스가 드래고니안 슈트를 이끌고 어둠 속으로 제일 먼저 몸을 던져 넣었다.
“마누스!”
“안에서 마검의 기운이 느껴지오! 우리도 가야 하오!”
시몬과 메이린, 쥴도 급히 뒤따랐다.
그리고 마누스와 세 사람이 들어간 뒤.
쿠구구구구구!
문이 다시 좌우에서 뒤덮이며 닫혔다.
[물론. 내가 알아서 하지.]어둠 속의 한 갑주 차림의 통신 수정구를 든 채 저벅 저벅 걸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은빛 갑주 차림에 투구 속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그 주위로는 데스 오러블레이드를 뿜어낸 채 기다리고 있는 데스나이트들이 가득했다. 숫자는 스물이 넘어갔다. 거의 대영지 하나를 순식간에 전복시킬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때 은빛 기사의 고개가 돌아갔다.
-무슨 일이지?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이리로 접근하고 있었다. 기사의 입에서 즐거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오래된 옛 친우의 기척이 느껴진다. 이리로 오고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