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8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83화
1군단이 파헤치고 있던 공동 무덤.
그곳의 비밀문을 통과한 시몬과 메이린, 쥴은 빠르게 문 너머의 공간을 달리고 있었다.
일자로 이어지는 지하터널이었는데, 또 다른 장소로 연결되는 통로 같은 곳으로 보였다. 일단 마누스와 마검은 당장 보이지 않았다.
“저기!”
긴 머리를 휘날리며, 메이린이 반대편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갈 길이 바쁜데 통로가 무언가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마치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 같은 광경이지만, 다시 보니 사람이 아니었다.
시몬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언데드!’
세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전투를 준비했다. 통로를 가득 메운 채 줄을 서 있던 망자들이 하나둘 고개를 돌려 시몬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 망자들은 ‘캬악!’ 하는 흔한 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몸을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일반적인 증세도 없었다.
사람 같았다.
무표정한 얼굴, 감정 없는 눈, 비명을 지르지도 않고 달려들지도 않는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시몬은 전신에 살짝 소름이 끼쳤다.
‘뭐야 저게.’
생자에 대한 분노가 거세된 언데드들.
그들은 그저 시몬을 일행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1군단은 대체 여기서 뭘 만들고 있는 걸까.
“어쩌지?”
메이린의 얼굴에도 당혹감이 서렸다. 쥴이 앞으로 걸어 나와 마검의 손잡이를 붙잡았다.
“경고하겠소. 거기서 비키시오.”
스릉!
마검의 검격이 좀비들을 한 차례 그으며 몸에 작은 상처를 냈다. 단지 위협을 가했을 뿐이지만 곧바로 반응이 있었다. 뭔가를 떠올린 듯 언데드들이 하나둘 뒤를 돌아보더니, 손톱을 늘이거나 이빨을 번뜩이며 걸어오기 시작했다.
공격성은 생겨났으나 여전히 분노는 없다.
그냥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마치 세상 어디에나 있는 사람 같은 모습이었다.
“그냥 보내줄 생각은 없어 보이네. 돌파하자.”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앞세웠다. 메이린과 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뒤에서 화력으로 엄호할게!”
메이린이 준비해 둔 마법진을 연달아 펼쳐냈다. 마법진에서 오색찬란한 오로라들이 선녀의 날개옷처럼 나풀거리며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형형색색 오로라가 그녀의 손안으로 들어와 지팡이의 형상을 이루었다. 지팡이를 허공에 띄우고 그 위에 사뿐히 엉덩이를 붙인 그녀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머리 위로는 오로라들이 엮이며 커다란 마녀 모자의 형상을 이루어냈다.
그녀가 모자챙을 붙잡아 내려서 한쪽 눈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연산.”
우웅!
우우우우웅!
쓰고 있는 마녀 모자는 ‘대리 연산’을 위한 장치. 오로라가 회전하며 수천 가지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포착.”
그녀의 전면에 무수한 마법진들이 꽃봉오리 열리듯 펼쳐졌다.
“포격 개시.”
뒤이어지는 굉음에 귀가 먹먹해졌다.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대화력. 화염, 얼음, 대지, 바람까지. 4원소의 마법이 다가오는 언데드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훌륭해 메이린!”
시몬의 입가에 감탄의 미소가 번져 나갔다. 메이린은 찡긋 윙크하고는 다시 주문 영창에 집중했다.
“그럼 우리가 앞장서서 길을 열자 쥴.”
시몬이 무릎을 굽히며 말했다.
“옆을 맡겨도 될까?”
“당연한 이야기를.”
쥴 또한 시몬처럼 마검의 손잡이에 가볍게 손을 얹은 채 돌진 자세를 취했다.
“마검을 휘두르다 보면 템포가 거칠 수 있소. 그대야말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거요.”
“기대되는데.”
시몬이 씩 웃으며 피어의 투구를 완전히 눌러썼다.
[가자.]타앗!
타아앗!
두 소년이 동시에 지면을 박차고 쏟아지며 검을 휘둘렀다. 흰색과 흑색의 검격이 전면으로 정신없이 그어졌다.
지팡이에 탄 메이린이 그들을 뒤따르며 포격을 최대한 멀고 넓은 범위에 쏟아부어서 언데드들의 숫자를 큰 폭으로 줄이고, 시몬과 쥴이 앞다투어 덤벼드는 언데드들을 정리했다.
길이 빠르게 열리고 있었다.
‘아마 언데드인 마누스는 여길 그냥 통과한 것 같은데.’
시몬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어쩌려는 거야? 마누스!’
드래고니안 슈트를 차지한 마누스는 입구를 틀어막은 좀비 무리를 지나 한 장소에 도착했다.
텅 빈 그곳은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동굴 곳곳에 박혀 있는 은은한 빛을 내는 발광광물로 주위가 흐릿하게나마 보이는 공간. 마누스는 홀린 듯이 앞으로 걸어갔다.
[…….]텅 빈 장소에는 커다란 관이 놓여 있었다.
마누스는 이것을 보고 ‘슬픔’이란 감정을 느꼈다.
슬픔.
정신이 아득해지고, 코어가 울린다. 생각들이 어떤 감정을 계속해서 떠올린다.
[네 앞에 있는 그것은 황제의 무덤이다.]제3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누스는 자신의 몸뚱이를 움직여 그 목소리가 들린 곳을 응시했다. 어두운 곳에 있어서 몸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어둠 밖으로 빠져나온 거인의 다리가 보인다.
금속의 갑주로 뒤덮인 다리였다. 자리에 앉아 있는 듯 보였으며 다리 앞에는 두 손을 깍지 껴서 내려두었다. 갑옷의 이음새 사이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칠흑은 그것이 ‘생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듯했다.
[오랜만이로다. 나의 전우여.]스윽.
마누스가 손에 든 검에 칠흑을 끌어올렸다. 마누스의 공격 태세를 본 어둠 속 상대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검을 겨눌 방향이 잘못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한때 제국의 소드마스터로서 황실에 충성을 다했지.] […….] [네가 검을 겨누어야 할 상대는 그대의 가짜 주인, 바로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다.]스릉!
마누스가 검을 휘둘러 검격을 날려 보내자, 어둠 속에서 까앙! 하고 불똥이 튀었다. 금속끼리 부딪힌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고, 튀어오른 불똥에 주위가 일순 환해졌다가 다시 어둠으로 물들었다.
어둠에 감춰진 모습을 본 마누스의 고동이 더더욱 심해졌다.
[이제 내가 누군지 알았겠지.]쿠쿵.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기사가 다가왔다. 어둠이 걷히고 비로소 거대한 은빛 갑주로 몸을 감싼 거인 망자가 걸어 나왔다.
갑주의 전면은 1군단 특유의 말끔하고 화려한 갑주처럼 되어 있었으나 등 뒤의 갑주는 벗겨진 채 썩어 문드러진 맨살이 훤히 드러났으며, 거대한 화살과 검이 등에 고슴도치처럼 박힌 모습이었다.
[나는 전 태양의 기사, 헥터. 이 모습은 내 생애를 뜻한다.]투구 너머의 어둠 속에는 단 하나뿐인 눈이 가로로 길게 찢어져 안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제국은 배신으로 몰락했고, 나 또한 아끼던 부하들에게 등을 당했다. 충성의 가장 큰 적은 언제나 배신이지. 하지만 나는 이 육체를 손에 넣었고, 비로소 온전한 충성으로 주인을 섬길 수 있게 되었다.]그가 마누스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 볼품없는 육체를 버리고 나와 함께하지 않겠나.]타악!
마누스가 그 손을 뿌리치고는 검을 내세웠다.
그와 동시에.
주르르륵.
눈 구덩이에서 칠흑이 물처럼 주르륵 흘러나오고 있었다.
[……슬픔.]소멸한 마누스의 두개골에서 피어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이성이 완전히 개화했다.
[……슬픔을, 이해한다.] [너는.]헥터의 안광이 일그러졌다.
[마누스가 아니로군. 하지만 상관없다. 그대가 마누스의 의지를 물려받았다면 내 주인을 섬기기에 합당하지.]그러나 마누스는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칠흑을 줄줄 흘리고 있을 뿐이다.
[슬프다. 견딜 수 없다.]파직!
파직! 파직! 파직!
마누스가 장악한 드레고니안 슈트에서 연신 혼돈의 자줏빛 스파크가 튀어나왔다.
[그대는 무덤. 무덤. 무덤으로. 그것이 안식.] [밑바닥의 잔류사념들이 이상한 이성을 만들었군.]헥터가 마누스를 내려다보며 검을 들어 올렸다.
[하는 수 없지. 힘으로라도 그 머리를 가져가는 수밖에.] [슬프다.]검을 치켜든 마누스가 바닥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헥터도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까아아아아아아아아앙!
어둠 속 무덤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끝도 없이 늘어진 언데드들을 돌파한 시몬 일행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만큼 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동굴이 아니라 어떤 유적을 연상케 하는 곳에 와 있었다. 벽면 곳곳에 마나가 흘렀던 흔적이나 글자가 가득했다.
피어의 안광이 정신없이 움직이며 벽면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
[크흐흐! 흥미롭군!]‘뭐 좀 알아냈어요? 피어!’
[그래, 소년! 이곳은 황제의 무덤이었던 것 같다.]제국의 정점, 황제.
제국을 다스리던 여러 황제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어떤 황제인지는 당장 알 수 없다고 피어는 말했다.
[나도 황제의 무덤은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군! 제국의 네크로맨서에 대한 거부감이 극에 달했던 시절, 황제가 죽으면 그를 섬기던 가신과 기사들도 모두 거대한 무덤에 함께 묻혔다 들었다. 네크로맨서들에게 조종당하는 것을 막고, 죽어서도 황제를 지키겠다는 충정의 의미라고 했던가.]‘그 무덤이 이곳 마히할라 마을의 지하에 있던 거군요!’
아무래도 1군단은 이 무덤에 묻혔던 기사나 병사들을 발굴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특별한 언데드를 만드는 1군단의 방법과, 그들이 입은 특수한 갑옷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낸 바가 없지만, 조금 더 1군단의 비밀에 성큼 다가선 것 같았다.
‘이쯤 되면 1군단과 탈헤른 제국은 어떤 관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네요. 원래부터 그랬나요?’
[크흐흐! 그럴 리가! 1군단과 사라진 제국과는 별다른 연관 관계가 없었다. 있었다면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겠지. 이건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일에 가깝겠군!]까아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울려 퍼지는 소리에 시몬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다.
‘이 소리는!’
그리 멀지 않는 거리다.
시몬이 더 빠르게 두 다리에 칠흑을 불어넣으며 소리쳤다.
“먼저 갈게!”
“자, 잠깐만! 시몬 위험해!”
시몬이 전신에 칠흑을 뿜어내며 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렸다. 주변 경관이 쌩쌩 지나간다. 주위가 제대로 분간이 안 될 정도의 고속.
쩌어어어엉!
다시 한번 검끼리 부딪힌 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목표물이 있었다. 마누스와 누군가가 싸우고 있었다.
[조심해라 소년! 최소 에이션트급이다!]터엉!
전 태양의 기사였던 헥터가 힘주어 클레이모어를 휘둘렀다. 완력에서 밀린 마누스가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헥터가 마무리를 위해 검을 들어 올렸다.
[끝이다.]그 순간.
시몬이 그의 머리 위에서 번뜩이며 나타나 몸을 빙글 회전시켰다. 마누스를 마무리하려던 헥터가 하는 수 없이 몸을 젖히며 대검을 머리 위로 들어 그 공격을 받아냈다.
꾸우우우우웅!
피어의 힘이 실린 공격이었지만, 헥터는 너무나 태평하게 막아내며 고개를 돌렸다.
[누구냐.] [날 신경 쓸 때가 아닐 텐데.]시몬이 그렇게 중얼거리며 팔을 뻗었다. 시몬의 손에 뻗어 나간 혼돈이 마누스의 몸에 깃들었고, 그 순간 힘이 충전된 마누스가 자세를 잡았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마누스의 검격이 헥터의 가슴을 크게 가르며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