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9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90화
시몬은 키젠의 학생회장으로서 한동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선 올해도 ‘편입 시즌’을 맞아 3대 네크로맨서 학교라고 불리는 알란드, 시에라, 모이란에 방문했다.
포에타 대삼림의 방대한 숲으로 둘러싸인 알란드의 교정.
붉고 높은 암석산 위에 위치한 시에라의 교정.
넓은 호수 한복판에 떠 있는 모이란의 교정까지.
2학년 시절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는데, 3대 네크로맨서 학교 학생들 모두 열렬하게 시몬을 반겨주었다. 인지도가 작년보다 높아졌다는 걸 시몬은 다른 학교에서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당연히 ‘편입평가전’도 이루어졌는데, 결과는 뻔했다.
-키젠의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 승리!
-압도적입니다! 단 한 번도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의 완전한 승리입니다!
2학년 시절 임시 학생회장으로 왔을 때는, 특이한 경기장 환경과 학교의 지원을 몰빵받은 상대 학생의 오리지널 흑마법에 고전했지만 3학년이 된 뒤로는 손짓 몇 번에 승부가 결정났다.
원래는 상대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낸 뒤 쓰러뜨리려고 했지만, 제인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네크로맨서 간의 결투에서, 그것도 편입평가전에서 손속을 두는 건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그래서 압도적으로 쓰러뜨렸다.
스켈레톤 몇 개를 꺼내서 본 아머나 본 프리즌 컨트롤을 선보였는데 상대는 손도 쓰지 못했다. 시몬을 상대로 데스나이트는커녕, 혼돈이나 친위대 정도를 이끌어내는 학생도 없었다.
조금 긴가민가했던 시몬이 넌지시 제인에게 물었다.
-올해 편입생들이 작년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는 걸까요?
-제가 보기엔 평이합니다. 학생회장이 너무 강해진 거겠죠.
그렇게 마지막 학교인 모이란에 갔을 때는 제인의 허락을 받은 뒤, 견학 차원에서 같이 데려온 학생회 멤버 용병왕 아서를 내보냈다.
아서는 너무나 기뻐하며 씩씩하게 데뷔전을 치렀다.
물을 다루는 네크로맨서가 많은 모이란에서, 상대 학생이 강화된 파도를 끊임없이 날려댔지만 아서는 주먹으로 파도를 모조리 박살 내며 우다다 뛰어갔다.
이어지는 이마에 박치기 한 방에 배리어 게이지가 0%.
그 뒤에 승리를 확정 지은 아서가 쓰지도 않은 검을 꺼내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퍽 뻔뻔했던지, 제인의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녀는 두 소년의 활약에 흡족해하며 말했다.
-최근 3대 학교들이 기어오르는 일이 잦았는데, 적어도 내년까지는 키젠의 자리를 넘볼 엄두도 내지 못 하겠군요.
그렇게 교류보다는 나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만 깨달은 채, 학생회장으로서 편입평가전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후에는 ‘동아리 시즌’도 진행되었다.
키젠 1학년 캠퍼스 앞에 온갖 풍선과 파티 플래그가 달리고, 다양한 부스와 현수막이 펼쳐졌다. 동아리 시즌 특유의 이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는 세 번이나 겪어도 꽤 즐거웠다.
그리고 총괄을 맡은 부회장 메이린은 ‘동아리비’를 철저한 실적과 인원 위주로 분담하겠다고 다시 한번 천명했다. 2학년들은 신입생들을 꼬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섰다.
-던전 연구 동아리에 들어오세요!
-비행 경주 동아리에서 수상의 영광까지!
시몬이 소속된 돌연변이 동아리도 열심히 준비했다.
작년 부장이었던 피츠제럴드는 동아리 부장 자리를 몰리 공주에게 물려주었다. 속된 말로, 3학년들은 이제 동아리 관리를 할 짬이 아니었다. 그렇게 몰리를 중심으로 동아리 시즌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러다 오늘 토토가 제안했다.
“시몬, 피츠, 2학년들이 알아서 잘하겠지만 우리도 한번은 가서 봐야 하지 않을까?”
“좋지.”
안 그래도 후배들에게 전부 맡겨놓은 게 마음에 걸리던 차, 이제는 터줏대감이 된 3학년 돌연변이 동아리 삼총사는 느긋하게 걸어서 돌연변이 동아리 부스로 향했다.
“와……!”
“여기가 우리 부스야?”
돌연변이 동아리 부스는 놀라운 인기를 보이고 있었다. 소환학과 성향이 짙은 동아리고, 그중에서도 괴짜 동아리였지만 지원자가 바글바글했다.
“아! 선배님들!”
“선배님들 오셨다!”
돌연변이 2학년 멤버들은 바쁜 와중에도 시몬 일행을 보고 환하게 미소 짓거나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어슬렁어슬렁 걸어온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잘하고 있나 보러 왔다.”
“다들 안녕!”
피츠제럴드는 현수막에 대해 이것저것 훈수를 두었고, 토토는 2학년들과 수다를 떨며 웃었다.
시몬은 전단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 만들었네.’
대문짝만하게 시몬 폴렌티아 소속 동아리라고 적혀 있는 게 조금 민망하긴 했지만 말이다. 나중에 졸업한 벤야에게 보여줄 생각으로 한 장 챙겼다.
“동아리 전단지 받아 가세요!”
한 여학생이 시몬 쪽으로 다가와 전단지를 내밀었다. 뒤를 돌아본 시몬이 ‘응?’ 하는 표정을 지었다.
“몰리!”
누군가 했더니, 전단지가 든 가방을 둘러맨 새로운 동아리 부장이 된 몰리 드레스덴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가렸다.
“시몬 학생회장 선배님! 와주셨군요! 정말 큰 힘이 돼요!”
“안녕 몰리. 그런데…….”
시몬이 땀을 삐질 흘리며 시선을 돌렸다.
“복장이…….”
복장이 행사용 복식이었다. 교복보다 더 짧은 치마에 어깨가 드러나는 상의. 뺨에는 반짝이는 스티커 같은 걸 붙였다. 머리에는 삐뚤빼뚤한 못생긴 슬라임 인형 모자 같은 걸 썼는데, 저게 돌연변이를 상징하는 모양이었다.
그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공주님에게 이런 옷을 입혀도 되는 건가. 밖이라면 동아리 전원이 왕족 모욕죄로 처형당할 일이다. 키젠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작년 선배님들의 열정을 본받아 올해도 철저하게 준비해 봤어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하는 몰리의 텐션은 상당히 높았다. 시몬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힘들지 않아?”
“힘들긴요! 저 너무 행복해요! 늘 왕궁에서 고리타분한 예법만 갈고닦았는데 이런 해방감은 처음이에요! 아, 1학년이니? 전단지 받아 갈래? 고마워! 꼭 면접 보러 와!”
‘하하.’
아무래도 몰리는 학교생활이 체질인 것 같았다.
“시몬 오빠아!”
그때 몰리와 똑같은 괴팍한 슬라임 모자를 쓴 사샤가 타다닷 달려와서 허리를 끌어안았다. 시몬이 웃는 얼굴로 돌아보았다.
“여기 있었구나, 사샤! 몸은 이제 괜찮아?”
“응!”
지켜보고 있던 몰리의 이마에 빠직하고 힘줄이 섰다.
“사샤! 학생회장 선배님을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하니? 부장 명령이야!”
“내 맘이지롱!”
베에 하고 혀를 내민 그녀가 보란 듯이 시몬을 끌어안았다. 몰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그러나 1학년들이 점점 더 부스로 몰려들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싸움도 곧 끝났다. 그녀들은 바로 전단지를 들고 부스 앞으로 나왔다.
“1학년이지? 전단지 받아 가줄래? 고마워! 응!”
“쓰읍. 눈 마주쳤으면 갖고 가라. 2학년이 우스워?”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미래의 키젠을 대표하는 두 소녀들이 앞장서서 전단지를 내밀며 홍보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시몬을 비롯한 3학년 터줏대감들은 할 게 없었고,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부스 뒤쪽에 멀찍이 앉아 있었다. 시몬은 조금 몸이 근질거렸다.
“우리만 쉬고 있으니 뭔가 미안하네.”
“그러게.”
뭐라도 돕고 싶었다. 시몬과 토토가 도와줄 생각으로 전단지 뭉치에서 몇 장을 집어서 나누어주려고 하자, 2학년들이 식겁한 표정으로 뛰쳐나와 만류했다.
“앉아 계십시오! 앉아 계세요!”
“선배님들이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저희가 하겠습니다!”
2학년들은 거의 몸을 배배 꼬며 진심으로 송구해했다.
“저희가 미덥지 않으신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야! 뛰어! 뛰면서 하라고! 선배님들이 나서려 하시잖아!”
“아, 아니. 우리는 그냥 도우려고 한 건데.”
시몬과 토토는 시선을 마주했다.
‘비켜주는 게 돕는 것 같은데.’
‘그러게.’
피츠제럴드가 픽 웃으며 한마디 했다.
“2학년 일을 빼앗아 할 필요는 없지. 조금만 기다리면 우리가 나설 차례가 온다.”
피츠제럴드의 말대로, 정말로 3학년들이 동아리 시즌 때 하는 일이 있기는 했다.
동아리 시즌의 신입생 유치 경쟁은 격렬해서 부스 근처에서 숱하게 싸움이 일어났는데, 특히 근처 부스인 노블레스 학생들과 언성이 높아졌다.
“왜 자꾸 우리 쪽 오냐고!”
“학교 캠퍼스에 우리 쪽 너희 쪽이 어디 있니?”
그렇게 싸우다가 돌연변이 측의 기세가 밀리는 것 같으면, 그늘에서 쉬고 있던 피츠제럴드가 슬쩍 일어나 다가갔다.
금색 배지를 찬 학생은 이곳 캠퍼스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학년 석차 1위인 사샤에게도 따지던 억척스러운 학생들이 피츠제럴드의 등장에 바로 두 손 모으고 공손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이대로 당한 채로 꼬리를 말고 돌아가긴 그랬는지 그들도 3학년을 불러왔다.
“이 부스 책임자 나와!”
3학년은 3학년으로 막는다. 무려 2년 연속 Top10에 빛나는 유령함대의 엘리사가 직접 나타났다. 뒤에서 그녀를 불러온 2학년들은 의기양양했으나.
“엘리사, 무슨 일이야?”
돌연변이 부스에 앉아 있던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어주었다.
엘리사는 시뻘게진 얼굴로 ‘아,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외치며 도주했다. 중간에 ‘시몬 폴렌티아가 있다는 말은 안 했잖아!’ 하고 후배들에게 따끔하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렇게 2학년과 3학년의 합동으로 돌연변이 동아리는 설립 이래 최대의 지원자를 손에 넣게 되었다.
* * *
동아리 시즌도 무사히 끝나간다. 오늘의 일과를 마친 시몬이 소환학과 기숙사에 돌아가기 무섭게, 새로운 방송음이 들려왔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은 지금 바로 제인 교수님의 연구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제인의 호출.
역시 학생회장에게 쉬는 시간이란 없었다. 얼른 검은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날듯이 제인의 연구실로 향했다.
10분 만에 그녀의 연구실 앞에 도착한 시몬이 손등으로 문을 두들겼다.
“제인 교수님, 시몬입니다.”
들어오라는 답이 돌아오자 시몬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평소와 같은 자리에 제인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새로운 인물이 보였다. 시몬은 그녀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다.
‘설마……!’
“학생회장, 인사하십시오.”
제인이 손바닥을 펼치며 옆을 가리켰다.
“제4군단장, 테네리페 에체베리아님이십니다.”
그녀가 시몬을 돌아보았다.
무척이나 큰 키, 창백한 피부 위로 곳곳에 꿰맨 듯한 상처들이 보인다. 스피릿으로 이루어진 치렁치렁한 드레스, 그리고 고개를 들면 보이는 안개를 뭉쳐서 흩어놓은 것 같은 머리카락과 진주 같은 눈동자가 인상적이다.
경애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인물.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이상적인 여성 군단장의 이미지였다.
“안녕-”
그녀의 입이 열렸다. 쇠가 긁히는 듯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뒤이어 나온 건 꿀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음성이다.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 배신의 군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