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9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95화
마을 전체에 가득하던 장난감 건물이 하나둘 사라지거나 벗겨지기 시작하며 마을은 본래의 모습으로 빠르게 되돌아가고 있었다.
한편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메리다는 여전히 잠이 덜 깼는지 몽롱한 얼굴이었다.
“그런 것보다 메리다, 임무 기한 3일이나 지났어.”
시몬이 작게 한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과, 저 멀리 무장한 남자들이 기절한 채 널브러진 모습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전투.”
그녀의 입에서 졸음 섞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강적이었어.”
그러고 보니.
무아몽중이 벗겨지자 마을 곳곳에 온통 그을리거나 박살 난 건물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키젠의 전체 2위가 고전한 흔적이라니, 결사의 구원자가 이곳에 있던 건가?
“계속 마을 사람 목숨으로 날 협박했어. 전부 신경 쓸 수 없어서-”
하으암.
그녀가 작은 입을 벌려 와닥 하품을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무아몽중을 썼어. 조금 깊게.”
“……그래. 이해는 되네.”
시몬이 이마를 덮었다.
“하지만 나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런 대기술을 사용하는 건 주의했을 거야. 그 강적은 어디 있어?”
메리다가 옆을 가리켰다.
저기 무너진 집 잔해 너머로 두 다리가 불쑥 솟아오른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시몬이 살펴보니 머리가 터져 있었다.
메리다의 짓은 아니다. 결사들이 조직원들에게 자주 사용하는 저주의 일종. 정보를 내뱉거나 그럴 의도를 보이기만 해도 저렇게 된다.
“나머지 부하들도 정보가 필요해서 꿈속에 가뒀는데, 소용없었어.”
어깨가 찌뿌둥한 듯 가볍게 목을 돌린 메리다가 시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스윽.
이내 두 팔을 시몬을 향해 들어 보였다.
“?”
“업어줘.”
부상도 없으면서 갑자기 업어달라니, 시몬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리광 받아줄 기분 아니야 메리다. 이거 다 수습하려면…… 그보다 마을 사람들이 잠든 지 얼마나 지났어?”
“5일.”
그 말을 들은 시몬은 심장이 철렁했다.
“잠깐만! 그러면 5일 동안 이 마을 사람들 전체가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고 방치되어 있었단 거야?”
임무 중 사망자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 사실에 시몬의 시야가 하얗게 변했다.
하지만 메리다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렸다.
“같은 판타서스 슬립 사용자면서 잘 모르네. 슬립에 걸린 상대는 일종의 겨울잠 같은 상태가 돼.”
“응?”
“체내의 양분이 최대한 보존돼. 며칠 안 먹어도 괜찮아.”
마치 ‘잘했지?’라고 말하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녀가 다시 시몬을 향해 두 팔을 들었다.
“사태 수습하고, 마을 사람한테 사과하러 가자.”
하는 수 없이 시몬이 그녀의 두 손을 맞잡고 ‘웃차’ 하고 몸을 일으켰다. 주저앉아 있던 그녀가 강제로 제자리에 섰다.
제 손바닥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볼을 부풀리더니 다시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거 아니야.”
“메리다!”
전체 2위 메리다 휴 이켈.
자기 오빠를 능가하는 새로운 힘을 각성했다더니, 오랜만에 시몬이 본 바로는 더 응석받이가 된 느낌이었다.
* * *
결국 사태 수습은 학생회장의 몫이었다.
메리다가 붙잡은 결사의 일원이나 조력자들은 단단히 결박해서 ‘본 프리즌’에 가두어놓았다.
동시에 텔레포트 유도 마법을 펼친 뒤, 통신 수정구로 근방의 키젠 하수인들에게 연락했다. 범죄자들을 체포한 뒤 사태를 수사해 달라고 지시해 두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메리다를 데리고 갔다. 결사의 인질극 도중 부상자는 있었지만 기적적으로 무아몽중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시몬이 마을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에 선 메리다가 팔짱을 낀 채 뻣뻣하게 서 있자, 시몬은 그녀가 뒤집어쓴 후드를 누르며 강제로 사과시켰다.
“메리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교전 도중 인질들의 생명을 우선시한 판단이었습니다. 혹시 흑마법에 휘말려 상해를 입으신 분이 있다면 키젠 측에서 책임지고…….”
“하하하! 무슨 말씀을!”
그런데.
마을 사람들은 무척 개운한 표정이었다.
“불면증이 심했는데 피로가 싹 날아갔어!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꿈속에서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 뵈었어요. 간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행복했답니다! 좋은 추억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해요!”
“나 문관 시험 포기했었는데, 다시 준비해 보려고.”
5일 동안의 강제 숙면으로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아무도 메리다를 탓하지 않았다.
그녀가 ‘봤지?’ 하는 표정으로 시몬을 흘겨보았다.
판타서스류 슬립의 진가는 저주가 아닌 것 같은 저주.
달콤하고 안락한 잠을 부여할수록 더 좋은 슬립 마법이다. 메리다는 이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독보적인 능력을 보유했다.
메리다가 마을 사람들 앞으로 걸어 나와 손바닥을 펼쳤다.
“그럼 말로만 좋다고 하지 말고 돈…….”
덥석!
시몬이 식겁하며 메리다의 입을 틀어막은 뒤 ‘아하하’ 웃었다.
“네! 돈 중요하죠! 곧 키젠 측 하수인이 이리로 올 거예요! 수리나 재산 피해에 따른 비용은 저희가 전액 부담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흑연합과 키젠의 비호가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지다니!”
시몬은 마을 사람들에게 한 차례 인사한 뒤 움직이는 시한폭탄 같은 메리다를 데리고 걸어갔다.
손바닥으로 입이 막힌 메리다가 ‘우읍, 읍. 으으읍!’ 하며 항의하는 소리를 냈다. 시몬은 하는 수 없이 손바닥을 치워주었다.
“판타서스 오빠가 훌륭한 가치에는 비용이 따른다고 했어.”
“……그게 이럴 때 돈을 요구하라고 하신 말씀은 아닌 것 같은데.”
시몬이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로브를 걸친 한 무리의 키젠 하수인들이 유령마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돌아가자, 학교로.”
* * *
시몬과 메리다는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로크섬으로 복귀한 뒤, 부총장 제인의 연구실에 보고를 위해 들렀다.
그리고.
“^&@!!”
메리다는 제인에게 엄청나게 혼났다.
혼나는 당사자가 아니었지만 시몬은 벽에 찰싹 붙은 채 시선을 돌렸다. 사실 내가 혼나지 않고 남이 혼나는 것만 봐도 죄지은 기분이 들게 마련이었다.
‘제인 교수님이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건 처음 봐.’
제인은 직위에서 오는 위압감은 물론 사람 본연의 카리스마가 엄청났기에, 학생에게 크게 화를 내거나 훈계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학생도 그녀의 앞에 서면 기에 눌려 찍소리도 못 냈으니까.
하지만 저 정도로 화를 내는 건, 아마도 메리다의 기를 초장에 잡아놓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강력한 네크로맨서일수록 힘에 심취해서 타락할 확률이 높고, 그 위험성도 크다. 이제 메리다도 졸업해서 세상에 나가기까지 얼마 안 남았다. 이렇게 자리에 딱 앉혀놓고 교육할 수 있는 시기도 얼마 없는 셈이다.
“마을 전체를 휘말리게 하다니! 대체 저를 몇 번이나 실망시킬 겁니까? 메리다 휴 이켈!”
세상 달관한 것처럼 구는 메리다도 제인은 무서웠는지 뻣뻣한 낯으로 꾸중을 들었다.
그렇게 메리다의 얼굴에 햐얗게 질려갈 즈음, 제인은 잔소리를 멈추고 다시 본래의 차분한 분위기로 돌아왔다.
“예상보다 시간이 지체됐습니다. 두 사람은 바로 다음 임무에 투입될 준비를 하길 바랍니다.”
그녀가 힐긋 메리다를 노려보았다.
“가능하겠죠? 메리다 학생.”
끄덕 끄덕 끄덕.
메리다가 잽싸게 세 차례나 고개를 끄덕였다.
“소리 내어 대답을 하세요.”
“네, 교수님!”
“좋습니다.”
제인이 자리에 앉아 깍지를 꼈다.
“두 사람은 지금 바로 유령궁으로 가도록 하세요. 목적은 유령왕녀 테네리페 경의 ‘털갈이’ 지원. 그녀의 지시나 요구를 따르면서 최대한 그녀가 안전하게 털갈이 기간을 보낼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협조해 주길 바랍니다.”
“네! 교수님!”
시몬과 메리다가 동시에 대답했다.
“두 사람도 알고 있겠지만, 왕녀의 털갈이 기간은 왕녀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때이며, 유령궁이 특히 위험한 때이기도 합니다. 만약 대륙을 위험에 빠뜨리려는 자가 있다면 이때를 노리겠죠. 유령궁이 뚫리면 대륙은 씻을 수 없는 피해를 입을 겁니다.”
그녀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래서 우리 키젠도 가장 믿을 수 있는 두 사람을 보내는 겁니다. 키젠 최고학년 1위와 2위를 보내는 무게감, 인지해 주었으면 합니다.”
두 사람이 다시 한번 힘차게 대답했다.
후우.
제인이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촤르르륵!
촤르륵!
커튼이 저절로 움직여 창문을 가리고 온갖 방음을 비롯한 특수 결계들이 연구실 전체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시몬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기밀 사항입니다.”
제인이 책상 아래로 손을 내뻗더니, 빨간색 서류 가방을 꺼내 들어 두 사람을 향해 스윽 내밀었다. 시몬이 꿀꺽 침을 삼켰다.
‘역시 키젠의 1급 기밀이구나.’
시몬과 메리다가 조심스럽게 그것을 가져가서 가방을 열고, 빨강 봉투에 담긴 내용을 확인했다. 제인이 부연 설명을 시작했다.
“그럴 이유가 없고,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제4군단장, 유령왕녀 테네리페 에체베리아가 최근 요주의 인물인 제1군단장과 접촉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
시몬과 메리다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이것은 서브 미션입니다. 유령왕녀의 일을 도우면서 그녀의 곁에서 지켜보고 조사하십시오. 만약 그녀가 1군단과 손을 잡고 어떤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게 밝혀진다면.”
제인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털갈이 지원 임무는 취소, 그 자리에서 체포하길 바랍니다. 생포가 불가능하다면 사살도 허용하겠습니다. 유령궁의 수습은 그다음에 생각하도록 하죠.”
시몬은 머리가 살짝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어마어마한 이야기를 들어버렸다.
* * *
최강이라 불리는 1군단이 제4 유령군단에 접촉했다는 첩보.
제인도 ‘그럴 이유가 없고, 그럴 리가 없다고 믿고 싶다’라고 밝힌 만큼 확률은 떨어지는 일이었다.
유령궁에 막대한 지원금을 지불하는 건 암흑연합이다. 또한 1군단의 영역과 4군단의 유령궁은 지리적 거리가 멀다.
여러 상황이 둘의 동맹을 부정하지만, 만약 여섯 군단장 중 그 둘이 암흑연합에 반기를 들었다면 네프티스의 모든 계획이 뿌리째로 뒤흔들리는 중대 사안이다.
그래서 키젠에서도 조사 지시를 내린 것 같았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시몬은 메리다와 헤어진 뒤 짐을 정리하고 새 교복으로 갈아입고는 동료들이나 동기들에게 다음 임무를 나간다며 미리 이야기해 두었다.
행선지는 비공개였기에 말할 수 없었지만, 동기들이나 후배들은 다들 격려와 응원을 해주었다.
그렇게 남쪽 언덕 위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메리다와 합류, 두 사람은 함께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 섰다.
“그럼 텔레포트 마법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우웅!
두 사람의 발밑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시몬은 눈을 감고 텔레포트 마법진의 감각을 느꼈다.
그렇게 잠시 후.
타악.
발밑에 바닥에 닿는 감각을 느낀 시몬이 조심스레 눈을 떴다.
고고고고고고고!
드디어 소문으로만 듣던 거대한 유령궁.
“……?”
이 아닌 다른 장소가 나왔다.
시몬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뭔가 이상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