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9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96화
유령궁과는 또 다른 장소가 시몬과 메리다의 눈앞에 펼쳐졌다.
나무나 식생들이 꼬부랑꼬부랑 휘어져 있는 이상한 숲이었다. 하늘은 전체적으로 어두운데, 붉은 노을이 접시에 금이 간 것처럼 쭉쭉 그어져 있다.
“여기가…… 유령궁은 아니겠지?”
시몬이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에 메리다는 별생각이 없는지 흐아암- 하고 하품을 하다가 말했다.
“숲이야.”
“……그건 나도 보면 알아.”
“텔레포트 마법진의 좌표가 잘못된 건 아니었어.”
계속 가보자는 이야기였다.
두 사람은 자욱한 안개를 뚫고 신중히 걸음을 옮겼다.
저벅 저벅.
타닥 타박.
걷다 보니 걸음이 느린 메리다가 조금씩 뒤처지더니, 이내 시몬의 등 뒤에 살짝 몸을 기대어 붙였다.
‘어두운 숲이라서 무서워하는 건가?’
그런 이유라면야. 시몬은 굳이 제지하진 않았지만, 알고 보니 메리다는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냥 기댈 사람이 필요했던 모양.
그렇게 한동안 계속 길을 따라 걸었다.
“메리다, 이것 봐.”
시몬이 걸음을 멈추자 메리다가 졸린 표정으로 고개를 내밀어 앞을 살폈다. 숲 한복판에 촛불 하나가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었다. 심지가 타들어 가지 않았고, 불꽃의 색상도 초록색이다. 그 뒤에는 죽은 사람의 이름도 적히지 않은 말끔하고 반듯한 비석이 놓여 있다.
“대체 여긴 무슨…….”
스스스-
그때 비석에서 뭔가가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탄력 있는 액체 같아 보이는 그것이 스멀스멀 비석에서 일어나더니 이내 눈코입이 달린 괴물로 변해갔다.
시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망령 언데드!’
-게게게게게!
신경 거슬리는 웃음소리를 내뱉은 망령이 일순 팔을 확 휘둘러 왔다. 그것은 휘두르는 동시에 크기가 커졌고, 순식간에 망령의 몸통보다 더 비대해졌다.
시몬과 메리다는 뒤로 훌쩍 물러나며 피했다. 두 사람이 방금 있는 자리의 지면에 크게 손톱자국이 일어나며 파였다.
-게게게게!
숲 곳곳에서 이런 망령 언데드가 하나둘 나타나 시몬과 메리다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시몬이 콧등을 쓸어내렸다.
‘시작됐네. 까다로운 스피릿 계열 언데드와의 교전.’
대륙에서 유령이란, 육체 없이 칠흑과 스피릿으로 구성된 언데드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인간에게 공격적이고 해를 끼치는 몬스터 개체들을 ‘망령’이라고 부른다. 이 망령들은 물리 공격에 면역인 경우가 많으니, 같은 스피릿으로 맞서 싸우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시몬은 사령학이나 스피릿만큼은 크게 재능이 없었다.
‘스피릿 없이도 확실한 피해를 입히는 방법.’
언데드를 물리치는 신성. 그리고 신성과 칠흑을 섞은 혼돈은 망령에게 먹힌다.
여기는 암흑연합이니 혼돈을 쓰는 게 좋으리라는 판단을 내린 시몬이 즉각 등 뒤에 손을 붙이고 혼돈 마법진을 준비했다.
“메리다! 일단은 도망 다니다가……!”
타박 타박.
그러나 메리다는 그 말을 채 듣지도 않고 교복 스커트를 휘날리며 앞으로 뛰어나갔다. 악령 언데드가 끔찍한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판타서스 오빠의 슬립은 무적이야.”
그녀가 손바닥을 펼쳤다.
“어떤 생물도 잠을 재우고, 잠을 자지 않는 생물이라면 기능을 정지시켜. 망령 언데드도 마찬가지.”
그녀의 손바닥이 망령 언데드의 몸에 닿았으나.
“어?”
망령 언데드는 기능이 정지하지 않았다. 즉시 스피릿으로 이루어진 제 몸으로 그녀를 집어삼키더니 마치 어항처럼 그녀를 가두었다.
물방울 안에 들어간 것처럼 그녀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메리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여간 저 바보는 가끔 저렇게 무방비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메리다 휴 이켈이 저렇게 쉽게 당할 줄이야. 이곳의 망령 언데드는 유난히 강력하다고 생각하며 시몬도 긴장했다. 사방에서 망령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스피릿 기반의 언데드와 싸우는 두 번째 철칙.
촤아악!
망령이 시몬을 공격하려 팔을 휘둘렀고, 시몬은 몸을 낮춰 피하는 동시에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퍼어어어어엉!
맞닿은 중지와 엄지가 떨어지며, 그 중심으로부터 충격파가 쏘아졌다. 머리 부분이 크게 깨져 나가고, 망령 언데드가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
‘된다.’
형체 없는 망령들은 인간을 공격할 때만큼은 스피릿보다 칠흑의 비율을 높여 물리력을 가진다. 이때 정확한 타이밍으로 공격하면 망령의 몸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나와!”
시몬은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을 연달아 꺼낸 뒤, 손바닥을 펼치고 주먹 쥔 손을 내려치는 시늉을 했다.
하늘에서 에메랄드빛 벼락이 떨어지며 친위대 몇 마리가 만들어졌다.
-게게게게!
시몬은 몰려드는 망령들의 틈바구니로 스스로 몸을 던져 넣었다. 망령들이 자신의 몸을 물리화해서 공격을 시도하는 타이밍에, 친위대를 움직여서 등 뒤를 찌르도록 했다.
칼에 맞아 당황한 망령들이 다급히 다시 ‘혼령화’ 상태로 넘어갔으나 몸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시몬은 요리조리 공격을 피하며 손끝을 뻗었다.
스피릿 기반인 상대에게도 적용되는, 사령술사를 상대하기 위한 저주. 망령들이 몸을 뒤틀며 강제로 물리력이 부여되고 친위대가 검을 휘둘러 마무리했다.
‘유령궁에 온다니까 예습 복습은 철저히 해뒀지!’
촤아아악!
마투, 친위대, 저주 인카네이트까지.
세 가지 기술을 골고루 사용하며 망령 언데들을 차례차례 쓰러뜨리던 시몬이 마침내 등 뒤에서 비장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콰르르르르릉!
자줏빛 벼락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며 남아 있는 망령들을 모조리 마무리했다. 후욱 하고 가볍게 숨을 내뱉은 시몬이 고개를 휙 돌렸다.
“메리다! 지금 가…… 응?”
어느새 메리다는 이불을 깔고 그 위에 누워 눈을 반쯤 감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전부 잠을 자는 것처럼 미동도 없는 망령형 언데드들이 가득했다.
“느려, 시몬.”
그녀가 누운 채로 교복 주머니를 주섬주섬하다가 뭔가를 꺼내 하늘로 던졌다.
대 망령 언데드 전투를 위한 말뚝형 아티팩트.
말뚝의 모양을 한 그것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누워 있는 망령 언데드들의 머리를 푹푹 꿰뚫었다.
망령들이 전부 가루처럼 흩어져 사라졌다.
하암-
그녀가 작은 입을 벌려서 크게 하품을 한 뒤 음냐음냐 소리를 냈다.
“방금 망령에게도 통하는 슬립 구성을 새로 짰어.”
시몬이 안도하듯 웃었다.
“잘했어, 메리다.”
“그럼 조금 잘게.”
“안 돼.”
시몬이 다가와 등껍질에 숨으려는 달팽이처럼 행동하는 그녀를 이불 속에서 끄집어냈다.
겨드랑이 사이로 팔을 넣고 들어 올려 강제로 서게 했지만, 그녀는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시 일으켜 세우니 주저앉기를 반복했다.
시몬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쥴이나 메이린이나 다들 3학년이 된 뒤로 성장했는데 얘는 왜 더 퇴화한 것 같지?’
바닥에 생떼를 부리듯 주저앉아 있던 메리다가 시몬을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그러다 두 팔을 슥 들었다.
“업어줘.”
“…….”
하는 수 없었다.
시몬이 뒤를 돌아보며 몸을 낮춰주자, 메리다가 기다렸다는 듯 넓은 시몬의 등 뒤로 힘차게 다이빙하듯 찰싹 달라붙었다.
“헤헤.”
좋은 자세를 찾듯 등 뒤에서 몇 차례 꿈틀거리더니, 이내 상기된 얼굴로 만족하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시몬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어둠 속에서 시커먼 고스룩 복장을 한 여성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머리가 극단적인 롤빵머리처럼 휘휘 휘감겨 있었다.
“훌륭합니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 메리다 휴 이켈 총학과대표.”
“누구시죠?”
시몬은 바로 경계했다.
첫눈에 봐도 그녀는 강력한 네크로맨서라는 게 느껴진다.
“저는 테네리페 왕녀님의 시종, 뮬리아입니다.”
뮬리아라고 스스로를 밝힌 여성이 고개 숙여 인사했다.
“두 분의 활약이 기대되는군요. 유령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유령궁이요? 여기가요?”
“네.”
그녀가 뒤를 돌아보며 손짓했다.
샤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숲에 낀 자욱한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며 마침내 거대한 궁의 경관이 드러났다.
시몬은 물론 메리다도 놀랐다.
상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거대했기 때문이었다.
‘궁이 아니라, 도시 하나가 궁으로 덮인 느낌인데.’
시몬이 그 스케일에 전율하고 있을 때, 뮬리아가 손끝으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첫날부터 유령궁에는 가지 않을 겁니다. 저를 따라 오시죠.”
* * *
놀랍게도 이 숲 같은 곳은 사실 ‘왕녀의 정원’이라고 부르는 이름의 정원에 불과했다.
공포스럽고 위협적인 식물들은 왕녀의 취향일 뿐이라고. 가끔 유령궁에서 빠져나온 망령들이 떠돌아다니는 곳이라 일반인들이 다니기에는 조금 위험한 정원이 됐을 뿐이다.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촛불이나 전등 등은 모두 유령궁에서 빠져나온 망령들을 잡기 위한 ‘트랩’의 일종이었다.
“망령들은 따뜻하고 깃들기 좋아 보이는 물건에 들어가려는 성향이 있죠. 그러다 저렇게 트랩에 걸리는 거예요.”
놓여 있는 촛불 앞에 그물이 설치되어 있었고, 그 안에 망령들이 흉포한 동작으로 버둥거리고 있었다.
뮬리아는 손짓만으로 스피릿을 끌어모아 창의 형태를 만들곤 망령들을 파괴했다.
“안내를 도와드리는 겸, 겸사겸사 일도 조금 하겠습니다.”
“넵, 편하게 하세요. 하하.”
“유령궁에서의 본격적인 일과는 내일 아침에 시작됩니다.”
뮬리아가 입을 열었다.
“오늘 밤은 별궁에서 묵으시고, 내일 아침부터 유령궁에 입장해서 테네리페 왕녀님을 뵈시지요.”
“별궁이요?”
“유령궁 밖에 위치한 숙소 건물을 그렇게 부릅니다.”
그녀가 덤덤하게 말했다.
“유령궁에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위한 숙박 시설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령궁에서 하루를 다 보내는 건 힘겨운 일이니까요. 유령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예민해서 단 1분 1초라도 유령궁 밖에서 지내고 싶어 합니다.”
“아하.”
그렇게 정원을 조금 더 걸으니 거대한 유령궁의 크기에 비해, 적당히 큰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가 보였다.
키젠의 1학년 시절 기숙사를 연상케 하는 건물, 낡았지만 꽤 깔끔한 외관이었다.
“들어오시죠.”
시몬은 메리다를 업고 안으로 들어왔다. 나무진액 냄새와 함께 코코아 냄새가 풍기는 따뜻한 장소였다. 곳곳에서 뮬리아와 같은 고스룩 차림의 네크로맨서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로비에는 두 명의 남자가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일종의 여관 같은 분위기다.
“…….”
시몬은 걸음을 멈춘 채 남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 사람들.’
투명하긴 하지만 목덜미에 ‘깃털’이 꽂혀 있었다.
뮬리아가 옆으로 휙 다가왔다.
“왜 그러시죠?”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시몬이 애써 웃었다.
뮬리아가 흠흠 헛기침을 했다.
“두 분은 앞으로 유령궁에서의 일과를 마친 뒤 이곳으로 돌아와 지내시게 될 겁니다. 특별히 생활 규칙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자고 있는 공간이니 너무 큰 소리를 내지 않을 것. 혼령화로 벽을 통과하지 않고 반드시 정문으로 출입해 주실 것. 이 두 가지 정도입니다.”
“알겠습니다.”
“방으로 안내해 드리죠.”
두 사람은 바로 방으로 향했다. 삐걱 삐걱 소리를 내며 좁은 통로와 계단을 올라갔다. 층은 10층까지 있었는데 일일이 올라가는 게 고생이었다.
그렇게 시몬은 9층, 메리다는 3층을 배정받았다.
“메리다 휴 이켈 학생은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로히트?”
“아, 예. 선배님.”
눈썹이 없는 남자가 하품을 하며 다가왔다.
“테네리페 왕녀님의 손님이십니다. 915호 방으로 안내해 주세요.”
“예입. 이쪽입니다.”
9층은 남자들이 지내는 방이었다. 복도가 좁고 방이 많았는데 온통 코 고는 소리가 가득했다. 시몬은 거의 끝에 있는 방을 배정받았다.
“이 방입니다.”
“좋네요.”
침대에 테이블 하나.
내부에 화장실.
나름 있을 건 다 있는 방이었다.
“그럼 편히 쉬시죠.”
안내해 준 남자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문을 닫았다. 그때 시몬이 그의 어깨를 덥석 붙잡으며 문이 닫히기 전에 말했다.
“맞지?”
“예, 예?”
“네가 왜 여기 있어.”
시몬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세르네.”
“어머나.”
남자의 입에서 보드라운 여성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이내 남자가 히죽 웃으며 머리의 뭔가를 떼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모습이 단번에 바뀌었다.
“박력 있네요 시몬?”
상앗빛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산뜻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연두색 눈동자, 여왕 같은 카리스마와 요염한 동작.
진짜 세르네 아인다르크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시몬은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끼며 말했다.
“……분명 키젠에서 나와 메리다에게 맡긴 임무일 텐데, 세르네가 유령궁에는 어쩐 일이야?”
“후후.”
세르네가 빙글빙글 웃으며 시몬의 침대에 가볍게 걸터앉아 다리를 꼬았다.
“나도 의뢰를 하나 받고 와서요. 몰래 잠입해서 조사하는 중이에요.”
“키젠에서 맡긴 일이야?”
“그건 비. 밀.”
키젠 3학년 간의 의뢰 이슈.
다시 밝히지만 3학년들 간의 의뢰가 부딪히거나 교전이 일어나는 경우도 숱하게 일어난다. 시몬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타지까지 와서 우리끼리 부딪히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동감이에요. 그러니 먼저 정체를 드러냈잖아요? 로비에서 ‘깃털’까지 일부러 보여주면서.”
세르네가 살랑살랑 웃으며 입을 열었다.
“키젠에서는 시몬에게 유령왕녀를 도와 털갈이를 지원하라 했겠죠?”
“미안하지만 임무 내용은 밝힐 수 없어.”
“나는 그 반대예요.”
그녀가 기지개를 쭉 켠 다음 말을 이었다.
“1군단장에 협력하는 유령왕녀를 체포하고 무력화할 것. 무력화한 뒤에는 유령궁에서 망령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지연시킬 것.”
“……!”
놀랍게도 시몬의 1급 기밀 임무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명확히 다른 건, 마치 당연하다는 듯 유령왕녀를 배신자로 몬다는 사실이었다.
“세르네, 아직 1군단장과 유령왕녀의 협력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어.”
“물론이죠. 그러니까 일단 유령궁에 와서 조사하는 중이에요. 내가 시몬보다 2주는 더 빨리 왔을걸요?”
그녀가 손바닥을 펼쳤다.
“나는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도, 깃털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할 수도 있지만, 유령궁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더라구요. 워낙 경비가 삼엄해서요.”
“…….”
“하지만 시몬과 메리다는 정식으로 유령왕녀의 초청을 받고 초대되었죠.”
그녀가 시몬을 가리켰다.
“그러니 협조해 주겠어요?”
쥴과의 합동임무 이후, 이번엔 세르네와의 합동임무라.
세르네는 단순히 교내의 점수나 성적 때문에 움직이는 인물은 아니다. 철저하게 자신이나 상아탑에 이득이 되는 임무만 맡아서 수행하는 편.
그런 그녀가 왜 이 임무를 맡았을까.
“두 가지만 물어볼게.”
시몬이 말했다.
“만약 유령왕녀가 암흑연합의 배신자라고 밝혀지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테네리페의 본체를 찾아서 본체의 목덜미에 깃털을 꽂은 뒤, 그녀의 호문쿨루스를 무력화할 거예요. 그 뒤에는 본체를 혹사시키면서 다음 유령왕녀를 찾아야겠죠.”
“혹시 네가 유령왕녀가 되려는 건…….”
“그건 두 가지 질문 중 하나에 들어가는 건가요?”
시몬이 아. 하고 소리를 낸 뒤 고개를 내저었다.
“그건 아니야. 두 번째 질문.”
“네.”
“테네리페 님이 배신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세르네가 생긋 웃었다.
“전부 없던 일로 하고 내게 거짓 정보를 제공한 의뢰자를 찾아내 묵사발로 만들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