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09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97화
새 아침이 밝았다.
세르네와 헤어지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든 시몬은 해가 뜨자마자 눈이 번쩍 떠지는 걸 느꼈다.
‘드디어 오늘이구나!’
본격적인 유령궁 출근의 첫날이다.
키젠 교복을 챙겨입고 학생회장 코트를 어깨에 두른 시몬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일찍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늦네.’
메리다가 나오질 않는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하나둘 계단을 내려와 유령궁으로 출근하고 있는데, 메리다만 오질 않으니 조금씩 초조해졌다.
‘메리다의 성향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늦잠을 자고 있으리라. 그런 생각이 든 시몬은 직접 그녀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똑똑똑.
방문을 노크했지만 응답이 없었다.
“미안, 메리다. 실례할게.”
시몬이 열려 있는 문을 밀면서 들어갔다.
침대에 이불이 높게 덮여 있었다. 키젠 학생이 정규 출근 첫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었기에 시몬은 그녀의 이불을 붙잡았다.
“일어나!”
이내 이불을 힘차게 잡아당겼지만 그 안에 메리다는 없었다.
시몬의 고개가 자연히 하늘로 향했고.
고고고고고고고!
천장 위에 두 팔과 다리를 시체처럼 늘어뜨린 채 두둥실 떠다니는 잠옷 차림의 메리다가 보인다.
살짝 졸린 듯 감긴 눈, 그리고 주위의 대기를 요동치게 하는 어마어마한 마력의 흐름이 보인다. 곳곳에 인형이나 장난감들이 떠다니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숙소를 관리하는 하인이 슬쩍 와서 한마디 했다.
“깨우고 싶었지만 도저히…….”
“괜찮아요. 제가 어떻게든 할게요.”
시몬이 빠르게 마법진을 펼쳤다. 판타서스류 슬립 사용자의 잠은 오로지 판타서스 슬립 사용자만 깨울 수 있다.
이내 벽을 딛고 허공에 가볍게 뛰어올라 메리다의 등을 연달아 터치해서 슬립을 걸었다.
가뿐한 동작으로 바닥에 내려온 시몬이 두 팔을 좌우로 벌리고는 힘껏 손바닥을 맞부딪혔다.
짝!
그러자 메리다가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뜨더니 고공에서 낙하했다. 시몬은 익숙한 동작으로 떨어지는 그녀를 받아주었다.
그녀의 몽롱한 눈동자가 시몬의 얼굴로 향했다.
“시몬?”
“출근 시간까지 10분도 안 남았어. 일단 이부터 닦자.”
각성한 이후로 더더욱 만성 졸음에 시달리는 메리다는 손이 많이 가는 타입이었다. 이런 상황을 예상한 부총장 제인으로부터 ‘메리다 사용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배워뒀다.
욕실 의자에 앉혀놓고 칫솔을 입에 물려준 뒤, 양동이에 물을 빠르게 받아놓았다.
그래도 칫솔을 물려주니 손을 움직이기는 한다. 각종 용품을 착착 준비해 놓고 머리에 물을 적셨다. 마치 여동생을 챙기는 기분이었다.
으음.
양치질을 하던 그녀가 원망스럽게 시몬을 노려보았지만 소용없다.
그렇게 빠르게 씻긴 뒤, 빨랫감 짊어지듯 그녀를 들고 하인에게 데려갔다. 하인은 메리다의 교복을 입히고 머리카락 정리를 마무리했다. 시몬은 방 밖으로 나와 복도에 등을 기댄 채 손목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며 초조하게 기다렸다.
“졸려.”
마침내 준비를 마치고 키젠 교복으로 갈아입은 메리다가 총총 앞으로 나왔다. 까치집 같던 민트색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했다. 하인도 무척 흡족한 표정이었다.
“그럼 바로 가자. 늦었어. 테네리페 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응.”
그렇게 대답한 그녀가 두 팔을 휙 들어 올린 채 멀뚱히 섰다.
시몬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네 발로 걸으면 안 될까?”
“판타서스 오빠는 늘 이렇게 해줬어.”
“난 판타서스 선배님이 아니야, 메리다.”
그녀가 칫 하고 손을 내리더니, 침대 쪽으로 팔을 뻗었다. 이불보가 휘리릭 날아와 그녀의 앞에 펼쳐지고, 그녀는 그 이불에 누워 버리더니 화가 난 듯 먼저 날아갔다.
지켜보던 하인이 말했다.
“동료분이 화난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괜찮아요. 아마 몇 분 뒤면 풀릴 거예요.”
“고생 많으시네요.”
고질병이었던 친오빠 집착증은 조금 해소된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한 부분에서 어리광이 심해졌다고 생각하는 시몬이었다.
그렇게 숙소를 나서서 유령궁 앞에 도착했다. 다시 봐도 눈이 번쩍 뜨이는 거대한 규모였다.
먼저 기다리고 있던 메리다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
“키젠 학생이 첫날 지각이라니, 반성해.”
“너 때문이잖아.”
그렇게 말한 시몬이 픽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메리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옆에 붙었다.
가는 길에 어제 만난 세르네에 대해 이야기했다.
메리다도 예전에 같이 임무를 했던 경험이 있던지라 세르네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지 협동임무에 흔쾌히 동의했다.
일단은 둘이서 유령궁을 탐험해 보고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해야 했다. 그 뒤에 세르네를 몰래 유령궁에 데려오든 할 생각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람 많네.’
주위에는 별궁에서 나와 유령궁으로 출근하는 테네리페 휘하 네크로맨서들이 많았다. 전부 새까만 고스룩을 유니폼으로 통일한 모습이다.
그렇게 또 꾸벅꾸벅 조는 메리다를 깨워가며 줄을 선 채 기다리다 보니 두 사람이 입장할 차례가 되었다.
유령궁의 입장 절차는 상당히 복잡했다. 신분증, 칠흑과 스피릿 확인, 사람마다 다른 암구호, 검증 마법진 통과 등 철저하게 신분을 대조하는 모습이다. 세르네가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이내 모든 절차가 끝나면 유령궁의 벽에서 사람의 손이 튀어나온다. 그 손을 붙잡고 벽 안으로 쑥 빨려 들어가니.
웅성 웅성 웅성!
화려하고 반짝이는 유령궁의 내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고스룩을 입은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사령술사가 대부분인지 곳곳에 거대한 유령들이나 스피릿 소환수들이 뒤따르는 모습도 흔치 않게 보였다.
‘여기가 유령궁의 유일한 안전지대인 1층 중앙홀.’
드디어 제대로 4군단의 본진을 견학하는 것이었기에 시몬의 눈이 반짝였다.
“어서 와-!”
또각 또각.
그때 중앙홀의 계단 위에서 구두굽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2미터는 되는 큰 키에 회색빛 피부, 곳곳에 꿰맨 흔적이 가득한 여성이 방긋 웃는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긴 드레스를 걸쳤으며 강렬한 스피릿이 주위로 피어오른다.
유령왕녀, 테네리페 에체베리아다.
그녀가 방실방실 웃었다.
“첫날부터 레이디를 기다리게 하다니, 예티켓에 어긋나는 게 아닐까?”
그 말을 들은 시몬이 예절에 맞게 가슴에 손을 올렸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
“제가-”
그때 메리다가 시몬의 앞으로 나왔다.
“제가 늦은 거예요. 시몬은 잘못 없어요.”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테네리페가 후훗 웃었다.
“알아~ 거기 이켈 학생이 경각심을 가지라고 폴렌티아 후배를 혼낸 거니까 말야.”
그렇게 말한 그녀가 두 팔을 펼쳤다.
“다시 한번 최전선 중의 최전선, 유령궁에 온 걸 환영해!”
그러자 주위의 고스룩을 입은 사람들이 손뼉을 치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영해 주었다. 시몬도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사실상 오늘이 제대로 된 임무 첫날.
현역 유령왕녀 테네리페가 직접 유령궁을 안내해 주기로 했다. 시몬과 메리다는 그녀를 따라 걸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곧 털갈이 시즌이 시작될 거야! 도시에서 차출한 새로운 왕녀 후보들도 순조롭게 훈련을 진행 중이지.”
“왕녀 후보라면…….”
“털갈이 기간 동안만 유령궁을 억제하는 일을 대신해 줄 아이들이야. 너희들은 내가 자릴 비운 동안 유령궁이 안정화되도록 직접 망령들을 제거해 줬으면 해.”
그녀가 말했다.
“원래 외부 인력을 쓰지는 않지만, 이번엔 조금 특별한 경우니까. 아! 혹시 너희들, 던전에 가본 적 있니? 있을까?”
시몬과 메리다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교내에서 시험을 던전으로 치른 적도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몇 번 가본 적 있습니다.”
“훌륭해! 던전의 제1 철칙이 뭐라고 생각해?”
가만히 듣고 있던 메리다가 불쑥 답했다.
“던전은 별개의 세계고, 모든 상식을 리셋해서 생각해야 한다.”
테네리페가 손뼉을 쳤다.
“역시 대륙 최고의 똑똑이들이네! 아주 좋아아악!”
유령궁은 과거, 왕국의 궁전에 덧씌워진 일종의 던전이다.
형태만 옛날 궁전의 모습을 이루고 있을뿐, 궁이 아니다. 이제부터 보이는 건 다른 차원의 일들이라 생각하는 게 편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유령궁은 1층부터 5층까지 있어! 우리가 지금 있는 곳은 1층!”
테네리페가 신나서 설명했다.
“위험 지대로 넘어가 보면 알겠지만, 비상식적이고 특이한 일들이 벌어질 거야. 망령들도 끊임없이 튀어나오지. 이것들을 제때 제거하지 못하고 방치해 버리면.”
그녀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 방은 망령으로 포화상태가 돼. 우리는 ‘빨간방’이라고 불러.”
“그렇군요.”
“빨간방은 이제 곧 망령을 쏟아내는 폭탄 같은 게 된 거야. 방에 꽉 들어찬 망령들은 결국 이상현상을 타고 유령궁 밖에 나오게 돼. 당연히 대륙에 많은 피해를 발생시키지! 그걸 막는 게 우리 역할이야!”
“이해했습니다.”
또각.
앞서 걷던 테네리페가 걸음을 멈췄다.
앞에 스피릿으로 이루어진 괴이한 외형의 거울이 보인다.
“…….”
테네리페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시몬과 메리다도 걸음을 멈추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누구지?’
거울 너머에는 한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저 거울 속 여성은 아름답긴 했으나, 어쩐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이게 내 진짜 본체야.”
“아……!”
“이 거울로 본체가 잘 있는지 확인해. 내 몸은 유령궁 3층에 있구, 온 힘을 다해서 유령궁의 힘을 억제하고 있어. 나는 이렇게 껍데기에 영혼만 담아서 돌아다니구, 내 육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일하는 중이야.”
시몬이 거울 속 여성을 자세히 살폈다.
동화 속 공주처럼 잠든 그녀의 팔 곳곳에는 관 같은 것들이 꽂혀 있고, 입에도 영양분을 넣어주는 듯한 파이프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 상태는 척 봐도 그리 좋지 않아보였다. 팔 곳곳에 모세혈관이 확장된 것처럼 벌건 것들이 있고, 몸도 야위었다.
당연했다. 저기 내내 앉아서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고 스피릿을 뽑아내고 있었으니까. 어쩐지 숙연해지는 광경이었다.
“몸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본래 몸으로 돌아가야 해.”
테네리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체와 영혼은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어. 지금 본체는 손가락 발가락 몇 개가 마비되어 있는데, 이 호문쿨루스도 손가락 몇 군데는 못 움직여. 신기하지?”
그녀가 손으로 주먹을 쥐는 시늉을 했는데 몇 개 손가락은 여전히 펴진 채 있었다.
시몬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누군가 왕녀님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침입할 수 있나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3층에 있는 내 방에 갈 수 있는 건 나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전부 궁에서 길을 잃고 헤매게 되지. 내 몸은 3층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있어. 안심해.”
“다행이네요.”
“자,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가보는 게 낫겠지? 이제 시작해 볼까?”
그녀가 앞의 문을 가리켰다.
“유령궁 모험을!”
* * *
같은 시각.
유령궁 외곽 지역.
[나만 믿으라고 했지? 이쪽 지리는 빠삭해.]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 그렇게 말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여기서는 각자의 구원에 대한 가치관은 내려놓고 협력하자고.]뒤에는 이질적인 분위기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새햐안 머리카락.
백색 로브.
그리고 눈동자가 번들거리는 남자가 한 차례 하품을 했다.
[내 말 동의하지? 구원자 킬로바니안.]“……그래.”
코를 킁킁거리던 킬로바니안이 인상을 썼다.
“익숙한 냄새가 나는데. 내가 알고 있는 누군가가 이곳에 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