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0화
“저부터 하겠습니다.”
먼저 면접을 시작한 건 피츠제럴드였다. 그가 아공간에서 꺼낸 언데드는 시몬이 그간 본적이 없는 종류의 괴물이었다.
다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생체 바퀴가 달려 있고, 마차를 연상케 하는 직사각형 몸체에, 가슴 위부터는 제대로 사람의 형태를 이루었다.
커다란 눈동자는 불안정한 듯 초점이 사방으로 흔들렸고, 여섯 개의 팔이 각기 이상한 손동작을 취하고 있었다.
‘……이게 언데드라고?’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무척이나 난해한 외형. 겉보기에는 고대 유적지에나 있을 법한 오래된 동상처럼 보였다.
시몬은 어리둥절했지만 2학년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디오는 고개를 쭉 내밀며 호기심 어린 반응을 보였고, 벤야는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거 키메라구나! 맞지?”
“예, 그렇습니다.”
키메라는 언데드 연구의 걸작이라고 불렸다.
생명체는 태어난 원래 형태에서 조금이라도 변조와 변이를 가하면 생리적 밸런스가 무너지고 수명도 떨어져 단명하는 경우가 많다. 샴쌍둥이나 돌연변이 개체가 그런 예다.
하지만 생명체의 상식에서 아득히 벗어나 있는 언데드는 다소 파격적인 생체 연구가 가능하고, 그 결과 네크로맨서들이 각기 다른 유형의 언데드 세포를 배합해 정교하게 만들어낸 괴물이 바로 이 키메라다.
“이거, 메인으로 들어간 몬스터는?”
디오가 물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메인’이란, 키메라의 가장 핵심 개체를 뜻하는 말이었다.
피츠제럴드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세이렌(Seiren)입니다.”
벤야와 디오가 동시에 작게 탄성을 흘렸다.
세이렌은 반은 인간, 반은 바다새의 형상을 한 희귀 몬스터다.
“1학년 주제에 벌써 마법형 언데드라.”
“세이렌의 사념은 극도로 복잡해서 사람이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미쳐버린다고 들었어!”
“예. 저도 5분을 유지하는 게 한계입니다.”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했다.
“그리고, 미치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그 말에 수긍하고 말았다.
벤야는 연신 눈을 빛내며 다양한 각도에서 키메라를 관찰하다가 마지막으로 피츠제럴드를 보며 물었다.
“제군! 혹시 시범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 물론 부담되면…….”
“하겠습니다.”
피츠제럴드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눈을 감고 있던 키메라가 번쩍 눈을 떴다.
여섯 개의 팔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꺾이며 각기 상이한 자세를 취하는 모습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우웅!
팔의 개수만큼 생성되는 마법진들. 그 안에서 칠흑으로 이루어진 화염이나 얼음 등이 마구 쏘아져 나가 벽면에 부딪혔다.
‘대단해. 여섯 개의 흑마법을 동시 발동할 수 있는 소환수라니!’
시몬도 이번만큼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 키메라만 잘 다뤄도 키젠 상위권은 무난하게 유지할 것 같았다.
“……여기까지입니다.”
피츠제럴드가 비틀거리며 키메라와의 접속을 해제했다.
“대단해!”
두 팔을 번쩍 들고 깡충깡충 뛰어다니던 벤야가 손가락을 척 뻗어 피츠제럴드를 가리켰다.
“제군은 합격! 무조건 합격!”
“감사합니다.”
“네 생각은 어때?”
벤야가 디오를 힐긋 바라보며 물었다. 디오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아리 컨셉에 딱 맞는 스타일이네. 괜찮아.”
“그럼 한 명은 합격 확정이고! 다음 차례.”
다음은 토토의 차례였다.
‘토토의 특수 언데드라…….’
시몬은 토토가 어떤 언데드를 꺼낼지 무척 궁금했다.
그동안은 계속 스켈레톤만 썼었는데, 과연 짧은 시간 동안 어떤 특수 언데드를 손에 넣은 걸까.
“시, 시작하겠습니다!”
벤야의 기대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잔뜩 긴장한 듯한 토토가 아공간을 열었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다음 아닌.
“……개?”
풍성한 털을 자랑하는 복슬복슬한 중형견 세 마리였다. 덩치도 있고 이빨도 날카로워서 늑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근데 이건 아무리 봐도 언데드가 아니지 않나?’
시몬이 생각하기엔 ‘소환학’의 언데드라기보다는, 흑마법으로 몬스터를 길들여 소환수로 삼는 ‘테이밍’에 가까운 기술이었다.
“흥미롭네. 꼬마 제군.”
하지만 벤야의 생각은 달랐다.
“이 개들, 전부 죽은 아이들이지?”
“네.”
“……!”
언데드가 맞다고?
하지만 시체라고 생각하기엔 털도 많고 활발한 게 무척 건강해 보였다.
“……그거구나.”
디오도 감을 잡은 듯 쪼그려 앉았다. 벤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기생 언데드 패러사이트(Parasite).”
패러사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언데드 중 하나다.
특정 동물의 몸에 들어가서 기생하며 사는데, 최면, 마비, 환각 등 여러 과정을 거치다가 마지막에는 심장을 파먹고 그 자리에 자신의 몸을 분해해 ‘코어’를 형성한다.
숙주가 된 동물은 자신이 죽었는지도, 언데드가 되었는지 모르게 되지만 서서히 패러사이트에 의해 정신까지 잠식당하게 된다.
이런 패러사이트만의 특이성 때문에 불로불사에 관심이 있는 네크로맨서들에 의해 활발하게 연구되는 재료이기도 했다.
“제법이네. 패러사이트를 다루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텐데.”
벤야가 허리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칭찬에 토토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날아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번 솜씨를 볼 수 있을까?”
“네, 네!”
“……내 스켈레톤을 상대로 싸워봐.”
디오가 아공간에서 스켈레톤들을 꺼내 덤비도록 했다. 토토도 즉각 패러사이트에 감염된 개들에게 공격 명령을 보냈다.
타다다다닷!
개들은 스켈레톤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우월한 속도로 거리를 좁혀가다가, 한 번의 도약으로 스켈레톤의 목뼈를 물어뜯어 바닥에 눕혔다. 발과 이빨이 검게 물들어 있었는데, 언데드라 그런지 제대로 칠흑이 적용되는 모습이다.
그렇게 몇 분 안에 스켈레톤들은 개들에게 찢어 발겨져 바닥을 나뒹구는 꼴이 됐다.
“돌아와!”
스켈레톤을 개껌처럼 물어뜯던 개들이 다시 토토에게 다가왔다. 토토가 한쪽 무릎을 꿇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개들도 꼬리를 흔들며 토토의 얼굴을 핥았다.
“아주 좋아! 꼬마 제군도 합격!”
“감사합니다! 선배님!”
토토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럼 마지막으로…….”
벤야가 크림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시몬을 바라보았다.
“제군은 어떤 언데드를 보여줄 거지?”
이제 시몬의 차례가 왔다. 시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디오를 보고 말했다.
“선배님, 다시 저 스켈레톤 일으켜주실 수 있을까요?”
“……어? 어어.”
디오가 손짓하자 스켈레톤이 복원되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몬은 자세를 잡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뭘 보여주려는 걸까. 갑자기 지하실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가운데, 시몬은 가상의 레버를 잡아당기며 아공간을 열었다.
‘공격해.’
시몬의 명령에도 여전히 그것은 잠잠했다. 물론 한 번에 될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다.
시몬이 연달아 반복해서 명령을 내리자.
촤르르르르르르륵!
금속과 뼈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칼날 촉수가 아공간에서 튀어나와 스켈레톤을 일격에 박살 내며 지나갔다.
“와아아아!”
“뭐야 뭐야?”
사방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시몬이 다시 손짓하자 촉수가 그대로 아공간에 들어갔다.
“……노, 놀랐네.”
“저게 언데드라고?”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벤야는 멍한 얼굴로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언데드야.”
벤야는 충격받은 얼굴이었다.
급발진하며 달려온 그녀가 시몬의 어깨를 붙잡고 정신없이 휙휙 흔들어댔다.
“제군! 방금 그거 뭔데! 사람 안달 나게 하지 말고 빨리 보여줘!”
“……아, 넵. 보여드릴게요.”
시몬은 아공간을 열고 조심스럽게 오버로드를 꺼냈다. 모두가 다시 한번 놀란 소리를 냈다.
“이게 대체 뭐야?”
“연체동물의 언데드라니, 이런 게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
다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시몬을 바라보았고, 시몬은 천천히 이야기를 풀었다.
언데드 전시회가 열리는 블루하버에 갔다가 의뢰자에게 임무완수 보상으로 받아왔다는 사실과 크라켄이 바탕이 된 언데드라는 것까지.
“블루하버 언데드 전시회!”
벤야가 짝! 소리가 나게 손뼉을 쳤다.
“나 거기 진짜 가고 싶었어! 혹시나 관련 의뢰가 오지 않을까 해서 계속 기다렸는데!”
“운이 좋았어요. 저도 지명의뢰로 다녀온 거라서요.”
“거기에 전시됐던 언데드란 거지? 이제야 좀 이해가 되네.”
벤야는 가까이 다가가서 직접 만져 보고 싶은 눈치였지만, 오버로드가 연신 경계하며 긴 촉수를 위협적으로 흔들고 있었기에 아쉬운 입맛만 다셨다.
그 모습을 본 시몬이 오버로드의 사념에 접속했다. 그러곤 촉수 하나를 움직여 자신의 앞으로 보내고는 손바닥으로 슥슥 쓸었다.
“한번 만져보실래요?”
“응! 응!”
벤야가 엄청난 속도로 시몬의 바로 옆에 도착했다.
“날카로우니까 손가락 베이지 않게 조심하세요.”
그녀는 한결 진지해진 얼굴로 오버로드의 칼날을 만져보았다.
“뼈에 미스릴을 섞었네. 맞지?”
“정확해요. 선배님.”
“이 밸런스는 환상적이야.”
팅.
그녀가 오버로드의 다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튕기자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 제작자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뼈와 미스릴이 이 정도로 황금비율을 이룬 건 우연과 우연이 겹친 기적의 산물이야! 이렇게 정교한 크라켄 언데드는 아마 또 나오기 힘들 거라고 봐.”
“……아.”
“그러니까, 앞으로 잘 관리하란 소리야.”
오버로드에게서 손을 뗀 그녀가 시몬을 등을 팍팍 때리며 활짝 웃었다.
“조오아! 가입을 축하한다. 제군!”
시몬은 고통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인사는 잊지 않았다.
이것으로 세 사람 모두 동아리 ‘돌연변이’의 일원이 되었다.
“기분이다! 동아리에 대해서든 키젠생활이나 언데드에 대해서든 뭐든 다 물어봐!”
그들은 소파에 앉아 다과를 쌓아놓고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같은 화제를 진지하게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일 줄은 몰랐다. 시몬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다시 오버로드에 대한 화제로 돌아왔을 때, 벤야는 말했다.
“오버로드의 자체 스펙은 확실히 좋은데, 그래도 몸체를 아공간 밖에 빼놓고 쓰는 건 힘들다고 봐.”
그녀의 지적은 정확했고, 피어가 말한 부분과 동일했다.
“소환수가 파괴당하는 일을 겪는 건 소환학 전공자들의 숙명이라지만, 오버로드는 자체적으로 너무 연약해.”
“네. 그래서 저도 아공간에 오버로드를 넣고 긴 다리를 이용해서 공격하는 방법을 연습해 보고 있어요.”
“하지만 쉽지 않지?”
“네, 아무래도 사념의 링크 문제가…….”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제군! 혹시 아공간 장인을 만나볼 생각 있어?”
“네?”
“해결법을 아공간에서 찾는 거야. 내 생각엔 오버로드는 아공간 운용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 같고, 그렇다면 오버로드 전용 아공간을 만들어 쓰는 거지!”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그런 게 가능할까요? 학기 중엔 로크섬 밖으로 나갈 수 없잖아요.”
“마침 로크섬에 그 사람이 와 있어서 하는 소리야. 혹시 겔런 이클립스라고 들어봤어? 우리 바닐라와 계약관계거든.”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시몬은 머리를 굴려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시중에는 아직 공개되지도 않은 제품입니다. 차세대 젊은 명장으로 손꼽히는 겔런 이클립스의 최신작!
시몬은 손가락에 낀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랬다. 겔런 이클립스는 지금 그가 쓰고 있는 아공간의 제작자였다!
흥분한 시몬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가르쳐 주세요. 선배님! 어떻게 하면 그 사람과 만날 수 있죠?”
드디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