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01화
유령궁에서의 생활도 꽤 익숙해졌다.
시몬과 메리다는 매일매일 별궁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유령궁으로 출근했다. 1층과 2층 위주로 움직였는데, 시몬의 경우 망령 언데드와의 전투가 익숙해지자 테네리페가 털갈이에 들어갈 때를 대비해 본격적으로 군단을 운용했다.
에르제베트의 거미부대, 프린스의 좀비부대, 헤르세바의 미라부대, 라미아의 나가부대까지.
군단의 대장들이 이끄는 언데드 부대가 각각 유령궁의 한 방을 맡아서 망령들을 청소하기로 했다.
물론 망령들이 혼령화가 됐을 때 공격할 수단이 많지는 않았지만, 망령 언데드들의 흉포한 공격성을 이용해 물리화했을 때 반격하는 노하우를 시몬이 직접 알려주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함께 호흡을 맞춰온 7군단은 다들 시몬의 지시를 잘 따라왔다. 지능이 높은 에르제베트가 가장 잘했고, 프린스는 급한 성격 때문에 답답해했다.
-아악! 때리질 못하니 짜증나!
-참아, 프린스. 진정한 히어로는 악당이 먼저 공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당히 반격하는 거야. 이렇게!
그런데 의외로 7군단에 이번 유령궁에서 가장 활약한 쪽은 에르제베트도, 프린스도 아닌 증식 및 분열하는 에이션트 언데드, ‘브루트’였다.
-브루트! 이번 본체 쟁탈전은 유령궁에서 벌인다!
-브루트! 싸운다!
브루트들을 방 세 개에 자유롭게 풀어놓고, 망령을 가장 많이 잡는 브루트를 본체로 삼겠다고 명령하니 아주 망령들이 씨가 마를 정도로 잘 싸웠다.
특히 여러 브루트들 중에서 망령을 잘 사냥하는 성질의 브루트들 위주로 남게 되었으니 놀라운 전과를 기록했다. 피어는 매우 흡족해했다.
-크흐흐! 이 정도면 본체를 정하는 게 손해가 아닐까 싶다. 소년!
-네, 당분간은 확실한 본체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요.
그렇게 브루트들의 대활약으로 유령궁의 방들을 하나하나 정리했는데, 그 속도는 빨간방을 전문으로 정리하는 4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부대 못지않았다.
물론 군단의 일과는 별개로, 시몬과 메리다도 둘이서 함께 다니면서 망령을 상대하는 기술들을 익혀갔다. 점점 빠르게 실력이 붙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특이점이 찾아왔다.
“조령계 흑마법, 성공이네.”
시몬이 드디어 망령 언데드를 조종하는 능력을 깨우친 것. 테네리페가 가르쳐 준 방법으로 망령 언데드들을 7군단에 끌어들인 뒤 세를 점점 더 불려갔다.
시몬은 7군단에 지금부터 제대로 ‘망령부대’를 만들기로 하고 전투를 벌였다. 정신없이 싸우고 끌어들이다 보니 어느새 한 방에서 시몬의 망령부대가 궁의 망령들보다 수가 많아질 때도 있었다.
이런 시몬의 대활약에 유령궁 소속의 네크로맨서들은 상당히 만족해했다.
“덕분에 일이 크게 줄었습니다! 동료들이 이제야 휴식을 취하네요!”
“역시 군단장이십니다.”
“키젠에 그렇게 애원해서 모셔오길 잘했구만!”
곳곳에서 감사 인사가 쏟아졌다.
새로 들어온 신참들의 대활약에 테네리페도 마음 놓고 본격적인 ‘털갈이’ 준비에 들어갔다. 조금씩 그녀가 유령궁을 통제하는 힘을 빼기 시작하자 망령들도 더 많이 나왔지만, 시몬과 메리다의 활약으로 크게 문제는 없었다.
왕녀 대타의 교육 쪽도 순조롭다.
이들은 바로 유령궁에 투입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니 밖에서 교육을 받는 중이었는데, 나름대로 재능 있는 자들이 5~6명 정도는 되는 모양이었다. 이들이 테네리페가 자리를 비운 사이 유령궁을 억제할 것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유령궁은 무사히 털갈이를 마친 뒤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 시몬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사건은, 평범하게 흘러가던 일주일의 마지막 날에 발생했다.
* * *
시몬과 메리다는 오늘 궁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뮬리아와 함께 유령마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뮬리아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통신 수정구를 들고 어딘가로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시몬이 얼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작스러운 비상사태에 일찍 일어난 메리다는 꾸벅꾸벅 마차에서 졸고 있었다.
“저도…… 지금 이 보고가 제대로 된 건지 의심스럽습니다.”
뮬리아의 목소리는 드물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선 우리가 현장으로 직접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왕녀님도 곧 오실 겁니다.”
마차 안에 심상치 않은 전운이 흘렀다. 뭔가 일이 터지긴 터진 것 같다.
잠시 후 시몬 일행은 부속 도시 소프리아에 위치한 현장에 도착했고, 마차가 멈춰 섰다.
시몬은 마차에서 내리는 즉시 얼어붙었다.
하얀 대리석 기둥에는 피로 적힌 글씨가 커다랗게 휘갈겨진 채 써져 있었고.
끼익.
끼익.
열댓 명의 흰 소복을 입은 왕녀 후보들이 목을 맨 채 매달려 있었다. 뮬리아는 물론, 유령궁의 직원들도 완전히 굳어버렸다.
“……우웅, 무슨 일.”
메리다가 눈을 비비며 설렁설렁 마차에서 기어 나오자 시몬은 조용히 그녀의 눈을 가려주었다.
“? 시몬?”
“굳이 볼 필요 없어.”
시몬이 침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왕녀 후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소프리아 특유의 온통 흰 건물에 붉은 혈흔이 가득하고, 어린 소녀들이 매달려 있는 모습은 극도로 기괴했다.
메리다는 시몬의 손을 붙잡았다.
“괜찮아. 각오했어.”
메리다도 결국 한 명의 네크로맨서 요원이다.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렸고, 그녀는 그 광경을 보더니 길게 한숨을 쉬었다.
잠깐 진정할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그리고 모두가 얼어붙어 있는 가운데, 시몬이 성큼성큼 현장으로 진입해서 적극적으로 혈흔을 살폈다.
‘……이건.’
혈흔이 퍼지듯 튀어 있다. 단순히 저 글씨를 쓰기 위해 피를 짜서 생긴 게 아니다. 엄연히 공격당해서 피가 튄 흔적이 확실하다.
시몬은 이번엔 대담하게 뛰어 올라가 직접 죽은 시체를 살폈다.
‘사인은 교살이 아니네.’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뒤에 이렇게 됐다. 몇몇은 스스로 목을 맨 것 같아 보이나 세밀하게 조작됐을 뿐이다. 타인의 칠흑이 느껴진다.
[크흐흐! 애초에 타살이란 걸 숨길 생각도 없었군!]‘그러게 말이에요. 피어.’
시몬이 다시 바닥에 내려와 뮬리아에게 보고했다.
“뮬리아. 이건 집단 자살 현장이 아닙니다. 어떤 살인마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현장이에요.”
“……그거야 저도 보면 압니다.”
뮬리아가 후들거리는 다리를 쪼그려 앉으며 숨을 한 번 내뱉었다.
“하지만 누가 이런 짓을……!”
“뻔해.”
두 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새 평정을 되찾은 메리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털갈이를 방해하려는 사람.”
“대체 왜 털갈이를 방해한단 말입니까! 대륙의 운명이 걸린 일입니다! 잘못되면 대륙 전체가 위험해지는데 그걸 누가……!”
그 말을 들은 시몬과 메리다가 동시에 말했다.
“결사.”
결사가 테네리페의 영역인 이 도시 어딘가에 들어와 있다.
소름 끼치는 이야기였다.
“다들 안녕!”
그때 세 사람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마차에서 내린 테네리페가 주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뮬리아가 다급한 표정으로 뛰어갔다.
“왕녀님! 보시면 안 됩니다!”
“다들 무슨 일이길래 그래? 총책임자인 내가 현장을 보지 않으면 누가 보는…….”
우뚝.
현장으로 다가온 테네리페의 걸음이 멈췄다.
“…….”
“왕녀님! 이건 조작된 현장입니다! 정말로 그녀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닙니다!”
뮬리아가 다급히 말했다.
“누군가 털갈이를 방해하려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결사가 이 도시에 들어와 있는……!”
아…… 아하…….
그때 그녀의 입에서 바람 빠진 듯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하하! 하! 끼히힉!
그녀가 몸을 들썩이며 웃기 시작하더니.
꺄하하하하하하하학!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변하여 주위에 울려 퍼졌다.
가까이 있는 뮬리아나 시몬과 메리다는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귀를 틀어막았다. 그녀의 광분에 찬 웃음소리가 계속되었다.
저 멀리 떨어진 건물의 유리창들이 모조리 깨져 나갔다. 그리고 시몬은 보았다.
“!”
그녀의 몸이 금방이라도 증발할 거처럼 위태롭게 흐릿해지는 것을.
뮬리아도 그 모습을 봤는지 다급히 테네리페에게 달려들었다.
“왕녀님! 궁으로 모시겠습니다!”
뮬리아와 네크로맨서들이 그녀를 부축해 마차로 데려갔다.
몰려든 마을 주민들은 굳은 얼굴로 웅성거렸다.
“억지로 남의 집 귀한 딸들을 데려가다 이 사달을 내다니.”
“분명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타살이고, 조작된 현장이라고 발표하겠죠. 뻔해요.”
세상에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불만이 가득한 때에 이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 그 자체.
이내 테네리페가 떠나고, 유령궁 소속의 네크로맨서들이 현장을 결계로 덮은 뒤, 몰려드는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물론 소문은 파다하게 퍼질 것이다.
“결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뮬리아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감히 유령궁을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하겠습니다.”
“…….”
시몬은 잠시 턱을 짚고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혹시 지금 다른 왕녀 후보분들은 어디 계시죠?”
“코어 개방과 필수 훈련은 거의 다 마쳤을 겁니다. 어제부터 순차적으로 유령궁으로 이동하는 중입니다.”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아직 왕녀 후보들이 전부 유령궁에 들어간 게 아니라면.
“지금 복귀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마차는 방향을 돌리죠!”
* * *
마차를 타고 시몬과 메리다, 그리고 뮬리아와 몇몇 네크로맨서는 바로 왕녀 후보들의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은 유령궁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고, 경비가 삼엄한 곳이라 걱정 없을 거라고 뮬리아는 말했지만.
화르르륵!
수련장 쪽에 불이 나 있었다. 이미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덜컹!
시몬은 달리는 마차 문을 열고, 몸을 쭉 밖으로 뺀 채 수련장 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결사가 온 거야!’
그들의 의도는 뻔했다. 왕녀 후보의 수를 줄여서 털갈이를 실패하게 만드려는 수작이었다.
“이럴 수가! 통신이 모두 끊겨 있어요!”
뮬리아가 가지고 있던 통신 수정구를 작동시키고 있었지만 전부 먹통이었다.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시몬은 더 참지 못하고 즉시 아공간에서 피어를 꺼내 본 아머를 착착 입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달라진 모습에 뮬리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뮬리아와 메리다는 왕녀 후보 구출에 집중해 주세요! 절대로 결사의 구원자와 단독으로 싸우면 안 됩니다!”
꾸욱.
시몬이 피어의 투구를 꾹 눌러썼다. 이제 7군단이 나설 차례다.
“자, 잠시만요! 시…….”
터어어어어어어엉!
시몬이 힘차게 마차에서 뛰어내리더니, 그대로 마차의 속도를 훨씬 웃도는 속도로 공중에 날아올랐다. 뮬리아가 강렬한 맞바람에 고개를 숙였고 메리다는 ‘빠빠이’ 하고 손을 흔들어주었다.
순식간에 근처 새하얀 건물 지붕에 발을 디딘 시몬이 이내 지붕을 걷어차며 빠른 속도로 주파했다. 주위의 경관이 쌩쌩 뒤로 밀려나며 맞바람에 머리카락이 정신없이 흔들린다.
고속으로 이동한 시몬의 눈에 마침내 온통 불에 탄 수련장의 모습이 보인다. 화제뿐만이 아니었다. 곳곳에 생겨난 몬스터들이 날뛰며 왕녀 후보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소복을 입은 소녀들이 울먹거리며 도망치고 있었고, 궁 소속의 네크로맨서들이 저주와 흑마법을 쏟아내며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중이었다.
피어가 그 모습을 보고는 한마디 했다.
[크흐흐! 유령궁과 인근 도시 소프리아는 몬스터가 없는 지역이다만!]‘네, 피어. 이건 누군가 몬스터를 반입해서 뿌렸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네요.’
그 와중에 몇몇 직원들은 유령마가 이끄는 마차에 후보들을 태우고 유령궁으로 도주하고 있었다. 차라리 저게 좋은 판단이었다.
시몬이 피어의 목소리를 빌려 입을 열었다.
[전원! 왕녀 후보의 탈출에 집중해라! 습격자의 섬멸은 내가 맡는다!]피어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고스룩 차림의 네크로맨서들이 고개를 들더니, 이내 하늘에서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며 등장한 시몬을 보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배신의 군단장이 왔다!”
“왕녀님이 시몬님을 보내주셨어!”
시몬이 다시 한번 지붕을 박차고 공중으로 치솟았다. 곳곳에 오우거 형상의 대형 몬스터들이 건물을 마구 무너뜨리고 있었다.
체공 중인 시몬이 힘껏 파멸의 대검을 뒤로 당겼다. 허공에 긴 가상의 선을 그린 뒤.
“후읍!”
힘껏 대검으로 그 선을 향해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새하얀 검격이 그어지며 그 까다로운 고위험군의 대형 오우거 두 마리가 상체와 하체가 갈라진 채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이내 시몬이 두 발을 아래로 내렸다.
촤아아아아아아!
흰 대리석 바닥에 신발로 긴 자국을 남기며 나아가던 시몬이 재차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선이 그어질때마다 곳곳에 몬스터들의 팔다리가 댕강 댕강 잘려 나가며 피를 뿌린다.
엎드려서 머리를 감싼 채 떨고 있던 왕녀 후보들과, 팔을 잃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네크로맨서들이 보인다.
[물러나라!]“네, 네!”
시몬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헐레벌떡 도망쳤다.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꽂고 가볍게 손목을 빙빙 돌렸다.
‘느껴져.’
지금 이곳에.
결사의 구원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