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02화
소프리아 내부, 왕녀 후보 수련장.
쿠쿠쿵!
쿠쿵!
수련장 건물 전체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난한 가운데, 오늘의 업무 당번이었던 왕녀 후보 4명은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난리통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꺄아아악!”
두 갈래 머리의 왕녀 후보가 실성한 듯 비명을 내질렀다. 옆의 단발머리 후보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썼다.
“시끄러! 귀에서 피 나겠다!”
“그치만! 그치만!”
두 갈래 머리 소녀가 울먹울먹한 얼굴로 소리쳤다.
“무서운 걸 어떡하라고! 나 몬스터 태어나서 처음 봐 다비!”
“당연하지! 나도 처음 보는…….”
“다들 멈춰!”
쿠쿵!
커다란 지붕 덮개가 그녀들의 앞으로 떨어졌다. 왕녀 후보들은 감전된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절로 마른침이 목구멍을 넘어갔다. 제때 못 멈췄다가 저 밑에 깔린 본인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지만, 생존 본능이 온몸의 피를 펌프질한다. 그녀들은 다시 흰 소복이 바람에 나풀대도록 달렸다.
“왜 소프리아에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거지?”
단발머리의 왕녀 후보, 다비가 인상을 팍 썼다.
“누가 몬스터를 몰래 숨겨왔다가 여기 터뜨렸다는 것밖엔 설명이 안 돼!”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고 뛰어!”
사방에 불이 솟구치고 거대한 중대형 몬스터들이 무차별적으로 주위를 파괴하고 있었다.
저 큰 몬스터의 눈에 띄면 큰일이다. 네 명의 왕녀 후보들이 잔뜩 어깨를 움츠린 채 커다란 집 담벼락 옆에 붙어 걸어갔다.
쿠쿵!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주위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바로 옆 건물이 위태롭게 덜컹거리더니, 이내 건물이 통째로 기우뚱하기 시작했다.
“뛰어!”
“아!”
급하게 도망치려던 양 갈래 머리 소녀가 실수로 제 소복 치마를 밟고 넘어졌다. 다른 세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비넬라!”
양 갈래 소녀는 발목을 다친 듯 쉽사리 일어나지 못했다. 그사이 무너지는 건물은 점점 더 가속이 붙어 네 사람을 깔아뭉갤 기세로 기울어졌다.
‘큰일……!’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모두 늦었다. 터져 나오는 굉음이 주위를 뒤덮었다.
머리를 감싸고 쪼그려 있거나 바닥에 엎드린 소녀들이, 이내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걸 느끼고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
죽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니 무너지는 집을 끝에서 받치고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해골 갑주를 입었고 망토가 휘날리고 있었다.
[다친 곳은?]남자가 물었다. 그녀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어, 없어요! 고마워요!”
“……집을 맨몸으로 들어 올리고 있어?”
끄드드드득!
무너지는 집을 지탱하고는 있었지만 벽에 점점 균열이 생기며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녀들의 비명소리가 어지럽게 울려 퍼졌다.
[이쪽으로 도망치기엔 늦다.]남자가 말했다.
[너희들, 왕녀 후보겠지? 혼령화로 집을 통과해서 지나가라! 빨리!]“가, 갑자기요?”
“……자신 없는데.”
쿠쿠쿵!
집에 달려 있던 철문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패닉 상태인 왕녀 후보들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파편으로 인한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르며 어느새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빨리!]흙먼지 속에서 그의 다급한 목소리만 들렸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죽는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정신이 필요한 때. 네 왕녀 후보들이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을 맞잡고 금방이라도 무너지려는 집을 향해 섰다.
그리고 동시에.
“혼령화!”
주문을 외치듯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무너지는 집을 향해 뛰어들었다.
우웅!
우우우우웅!
제일 먼저 다비의 몸이 집을 통과했다. 박살 나고 있는 집 내부가 보인다. 화분이고 가구고 시계고 모조리 박살 나서 깨져 나가는 모습. 뒤이어 그녀의 동기 셋이 벽을 통과해 들어왔다.
‘계속 혼령화 상태 유지해! 이대로 끝까지 나가야 해!’
목소리는 내지 못하니 입으로 뻐끔거리며 이야기한 다비가 팔을 힘차게 휘두르며 앞장섰다. 이내 그녀가 두 팔을 앞으로 교차하듯 세운 채 반대편 벽을 향해 뛰어들었다.
우웅!
밖이다.
마침내 집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다비가 바닥에 쓰러지며 혼령화 상태를 풀었다. 다른 동기들도 하나둘 빠져나와 바닥에 쓰러지거나 주저앉았다.
그녀들이 멍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쿠쿠쿠쿠쿵!
콰콰쾅!
정말 간발의 차이로 집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며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올랐다.
“사, 살았다.”
누군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다들 얼이 빠진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나마 움직일 정신이 있던 다비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사람! 살아 있겠지?”
“다, 당연하지! 집을 손으로 받치는 걸 보니 당연히 살아 계실 거야!”
그러나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일렀다.
-크르르르!
건물 너머에는 몬스터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막 집을 통과한 그녀들을 본 늑대 형상의 몬스터들이 컹컹거리며 고개를 돌리더니, 하나둘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기 봤어! 어떡해!”
척.
무방비 상태인 동기들을 뒤로한 채 다비가 앞으로 나왔다. 그녀가 두 팔을 세우자 스피릿이 모여들었다.
“나는 장차 유령왕녀가 될 몸이야.”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억울해서라도 이런 곳에서 죽을 수는 없……!”
쩌엉!
그런데 다가오던 늑대 몬스터 하나가 반으로 갈라졌다.
쩌정!
쩡!
콰득!
콰드드드드득!
동시에 허공에 무수한 금이 그어지며 몰려들던 몬스터들이 모조리 피를 뿜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이내 잔상과 함께 다비의 앞으로 무형의 망토를 휘날리는 남자가 나타났다. 젓가락처럼 가볍게 휘두른 대검을 척 하고 어깨에 얹는 뒷모습은 퍽 화려했다.
“당신……!”
[조심해.]남자가 텅 빈 반대쪽 손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
손바닥 위로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그 안에서 유령들이 물고기 떼처럼 와르르르 쏘아져 나가 달려들던 다른 몬스터들까지 덮쳐서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쉬며 팔을 늘어뜨린 남자가 서서히 투구를 밀어 올려 얼굴을 드러냈다. 다비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오예, 미소년!’
“설명은 나중에 할게.”
시몬이 재차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몬스터를 베어내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메리다! 여기 왕녀 후보들 찾았어!”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에 떠 있는 이불에 올라탄 민트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나타났다.
“빨리 찾았네.”
“구원자가 있을지도 몰라. 바로 여기서 이탈시켜 줘.”
끄덕.
고개를 끄덕인 메리다가 눈을 감았다.
철컹! 철컹!
갑자기 후보들의 발밑으로 장난감 철도 같은 게 생겨났다.
“우왓!”
“꺅?”
그러더니 순식간에 의자가 생기고, 안전대가 생겨 그녀들의 몸을 강제로 앉히더니 그대로 형태가 빈틈없이 완성되며 장난감 열차와도 같은 형태로 변모했다.
“출발.”
칙칙칙.
유아틱한 얼굴이 달린 열차가 연기를 뿜으며 후보들을 태운 채 철길을 따라 나아갔다. 다비가 창밖을 보고 외쳤다.
“자, 잠깐만! 거기 구해주신 분! 제 이름은 다비예요! 장차 유령왕녀가 될 몸이니 기억하……!”
쌔애애애애앵!
장난감 열차는 보기보다 빨랐다. 순식간에 그녀들이 저만치 멀어지는 모습을 확인한 시몬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뮬리아는?”
[다른 곳으로 갔어.]메리다는 잠들어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창고에 갇혀 있는 왕녀 후보가 있다는 제보를 받아서 그쪽으로.]시몬이 음 하고 작게 신음을 흘리며 눈을 감았다.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 * *
저벅 저벅.
뮬리아는 무너진 수련장 깊은 곳까지 홀로 들어가고 있었다. 근처까지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는 있었지만, 이쪽은 화제가 심할 뿐 몬스터는 딱히 보이지 않았다.
“계십니까!”
그녀가 불붙은 벽을 발로 걷어차 부수며 걸어갔다
“누구라도 있다면 대답하……!”
“여기예요!”
콜록 콜록!
폐허 속에서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들린다. 뮬리아는 즉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다.
“아!”
저 멀리 몸을 웅크리고 있는 백색 소복 차림의 왕녀 후보가 보인다.
이 근방 일대가 온통 불이 붙어서 빠져나가지 못했던 모양. 그녀도 뮬리아를 발견했는지 손을 흔들었다.
“여, 여기……! 콜록 콜록 콜록!”
“곧 가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었다. 뮬리아가 불붙은 장애물을 헤치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는데.
“!”
후보에게 다가가고 있는 건 뮬리아뿐만이 아니었다.
이질적인 흰 코트를 차려입은,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남자도 그쪽으로 가고 있었다.
‘누구?’
뮬리아가 불에 타는 벽을 부수거나 돌아서 나오는 사이, 남자는 불 속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와 겁먹은 왕녀 후보앞에 섰다.
빙긋.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후보가 덜덜 떨며 그 손을 잡으려고 팔을 들었다.
“안 돼!”
뮬리아가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퍽!
왕녀 후보의 몸이 저만치 날아가 벽면에 강하게 부딪혔다. 이내 고개를 떨구고 주르륵 쓰러졌다. 벽면에 피가 흥건히 남아 있었다.
뮬리아가 허탈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화르륵.
타닥. 탁.
불이 타는 소리만 고즈넉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흰 코트를 입은 남자가 뒷목을 긁다가 고개를 돌려 뮬리아를 바라보았다.
“!!!”
눈이 마주치는 순간 뮬리아는 온몸에 소름이 쫘아악 돋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4위계 네크로맨서로 활동하며 수많은 적들을 만났지만.
이런 격이 다른 괴물은 처음이었다.
‘다, 다리가……!’
다리가 뇌의 통제를 벗어나 움직이지 않았다. 온몸의 세포 한 알 한 알이 경고하고 있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맞서지 말라고.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고.
‘대체 저자는……!’
스윽.
그때 흰 코트를 입은 남자가 손 끝으로 왕녀 후보가 있는 쪽을 가리켰다.
“저거 아직 숨 붙어 있어.”
그가 히죽 웃었다.
“데려가야지. 털갈이의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뮬리아가 입술을 강하게 짓씹었다.
저 남자가 털갈이를 방해하려는, 그리고 몬스터를 이 도시에 풀어놓은 장본인이 틀림없었다.
“당신은 정체가 뭐지?”
“나?”
그가 목을 긁던 손을 내리고 코트 속 주머니에 손을 가볍게 넣었다.
“구원자 킬로바니안. 이쪽 사람들은 소개해도 모르겠지만.”
“알고 있어. 바깥세상에서 활보하는 파괴적인 테러 집단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우두머리급.”
그녀의 손끝에 스피릿이 거칠게 모였다.
“왕녀 후보를 건드린 이상, 살려둘 수 없어.”
갑자기 바닥이 쩍쩍 갈라지더니 유령 깃든 넝쿨이 무서운 속도로 킬로바니안을 향해 쇄도했다.
킬로바니안은 여전히 손을 주머니 넣은 채 움직였다. 유령 넝쿨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창격처럼 촉수를 내질렀지만 그는 고개를 흔드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고 있었다.
“이게 다인가?”
“그럴 리가!”
뮬리아가 두 손을 쫙 펼쳤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넝쿨을 중심으로 회색꽃들이 주위에 무섭게 피어났다. 그녀가 양손으로 꾹 주먹을 쥐는 것으로.
굉음과 함께 스피릿 폭발이 주위를 뒤덮었다.
“후우!”
그녀가 숨을 내뱉으며 앞을 응시했다.
‘이겼다. 확실히 들어갔……!’
그러나.
휘오오오오오오오!
스피릿 폭발 속에서 멀쩡하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지루한 듯 서 있는 남자가 있었다.
“실력은 알 만하네. 그럼, 죽이기 전에 딱 하나만 물어볼게.”
그가 턱을 당기며 미소 지었다.
“키젠의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가 이곳에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