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04화
침입자가 유령궁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들은 시몬과 메리다는 서둘러 1층 메인홀로 돌아왔다.
이미 이곳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유령궁 소속 네크로맨서들은 더없이 심각한 표정으로 원을 그린 채 모여 있었다.
“실례합니다.”
시몬은 메리다의 손목을 이끌고 인파를 헤쳐서 들어왔다. 이내 주위 사람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시체였다.
바닥에 고스룩 차림의 여성이 싸늘한 시체로 누워 있었다. 명찰에는 ‘티엘리스’라는 이름이 박혀 있었고, 옷이 찢어져 복부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는데 복부 중간에 피로 꽃이 그려져 있었다.
시몬이 당혹감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요?”
“딱 맞춰 오셨소. 제7군단장.”
궁의 여러 네크로맨서들 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흰머리의 노인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유령궁에 침입자가 있소.”
“침입자요?”
“그렇소. 유령궁의 관리관 티엘리스 경이 유령궁에 들어왔다는 출입 명부 기록이 버젓이 있었소. 그런데-”
그가 침음을 흘리며 아래 시체를 보았다.
“보시는 것처럼, 오늘 티엘리스 경의 시체가 ‘유령궁 밖’ 소프리아에서 발견되었소.”
“그 말씀은…….”
“누군가 유령궁 밖에서 티엘리스 경을 죽인 뒤, 그녀로 위장하고 유령궁에 들어왔단 소리요. 티엘리스 경을 궁에서 봤다는 목격자도 있소.”
당연히 사람들이 봤다는 티엘리스는, 진짜 티엘리스가 아니라 그녀로 변신한 ‘침입자’일 것이다.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커졌다.
“지금 이 유령궁 어딘가에 결사의 일원이 있단 건가요? 끔찍해요!”
“티엘리스 경을 죽인 뒤, 아티팩트 등으로 그녀의 칠흑과 스피릿을 담아 들어왔을지도 모르겠군.”
곳곳에서 여러 추측과 소문이 흘러나왔다. 시몬이 다시 손을 들었다.
“그럼 테네리페 왕녀님은요?”
“그게…….”
이번엔 등에 검을 찬 젊은 네크로맨서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티엘리스를 죽인 침입자가 유령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보고를 듣고 크게 놀라시더니, 서둘러 메인홀을 떠나셨습니다. 아무래도 본체가 있는 3층으로 들어가시려는 게 아닌지…….”
시몬이 턱을 짚고 곰곰이 고민하는 사이, 이번에는 책임 소재 다툼이 이어졌다.
“이게 다 유령궁 입구에서 똑바로 검증 절차를 수행하지 않고 사람들을 급하게 들여서 생긴 일이지 않소!”
“그럴 리가요! 긴급사태라 평소보다 절차를 간략화하긴 했지만, 필수적인 칠흑과 스피릿 검사는 제대로 수행했습니다!”
분열되어 가는 유령궁 사람들을 보며 시몬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싸울 시간이 없다.
시몬이 손을 들고 발언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외부인은 기다리시오! 말 나온 김에 꺼내보자면 스피릿 검사를 하지 않은 건 그대와 메리다 학생 둘뿐이오! 두 분도 충분히 수상한데!”
사태가 위험하게 흘러가다 보니 사람들도 극도로 예민해진 모습이다. 처음에 케이크를 주면서 환영해 주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겠지.
빙긋 웃은 시몬은 조용히 아공간을 열었다. 그의 몸에 피어의 뼈들이 착착 달라붙었고, 마지막으로 피어의 투구를 눌러쓴 시몬이 싸늘하게 말했다.
[주목.]에이션트 언데드 특유의 강렬한 칠흑이 뻗어 나가자 네크로맨서들은 말을 멈추고 흠칫햇다.
“흡!”
“배, 배신의 군단장……!”
겁에 질린 자들, 경계하는 자들, 반사적으로 칠흑을 일으키는 자들이 보인다.
지금 여기에 누가 있는지.
내가 누군지.
이들에게 제대로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머리가 있다면 생각해라.]단숨에 좌중을 휘어잡은 시몬이 주위를 쭉 둘러보았다.
검을 찬 네크로맨서가 물음에 답했다.
“왕녀님의 털갈이를 방해하고 유령궁을 흔들려는 거요.”
[그럼 궁에 침입한 침입자의 목적은?]모두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당연히 침입자의 목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털갈이를 방해하고 유령궁을 흔들려는 것.”
[나는 ‘놈들’을 이 대륙의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정적 속에서, 시몬이 저벅저벅 원을 그리듯 걸어갔다.
[놈들이 소프리아에 몬스터를 푼 이유는 털갈이를 방해하려는 것도 있겠지만, 진짜 목적은 유령궁을 패닉에 빠뜨려 침입자를 궁 내부로 들여보내기 위함이다. 그러니 놈들은 ‘둘’이다.]“두, 둘이라면……!”
[도시에서 소란을 피운 자와, 기다렸다가 궁으로 침입한 자.]피어의 안광이 번뜩였다.
[티엘리스는 강한 네크로맨서인가?]“……왕녀님 다음으로 우리 중에 가장 뛰어난 네크로맨서요.”
[그럼 지금 유령궁에 들어와 있는 쪽도 결사의 구원자다. 처음부터 구원자 두 명이 이곳에 온 거다.]시몬이 폭탄을 떨어뜨린 것처럼 곳곳에서 아우성과 놀라움이 번져 나갔다.
시몬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런데 언제까지 입으로만 싸우고 있을 거지? 유령왕녀는 침입자가 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3층의 본체를 노린다고 판단하고 움직였다.]“그, 그 말이 맞소!”
“어서 갑시다! 3층으로 가야 하오! 왕녀님을 지켜야 합니다!”
“이제는 이판사판이오! 바로 털갈이를 할 수 있도록 왕녀 후보들도 데려가야 하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령궁의 네크로맨서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 중 몇몇은 왕녀 후보를 데리러 갔고, 몇몇은 바로 오픈키를 타고 1층 방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시몬은 자리를 비켜주었다. 이내 피어의 투구를 들어 올리고 주머니에서 깃털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이 깃털에 대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말한 세르네의 깃털이었다. 시몬은 메리다 외에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말했다.
“세르네, 혹시 네가 티엘리스를 죽인 거야?”
깃털 끝이 부정을 표하듯 좌우로 휙휙 흔들렸다.
“결사의 구원자가 그리로 갔고, 사람들도 구원자를 찾으려 움직였어. 어디 있는진 모르겠지만 조심해.”
이번엔 긍정을 표하듯 깃털이 위아래로 휙휙 움직인 뒤 축 늘어졌다.
시몬은 소중히 깃털을 보관한 뒤 메리다를 바라보았다.
“우리도 출발하자, 메리다. 구원자보다 더 빨리 테네리페 님의 본체를 찾아내야 해.”
“응.”
메리다는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네리페 본체의 광경을 비춰주는 거울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왜 그래 메리다?”
“증상이 더 심해졌어.”
메리다가 말했다.
“저거, 몇 주 치료받고 쉰다고 낫는 거 맞아?”
“…….”
테네리페가 걸린 병.
만약 호문쿨루스에 있는 그녀의 영혼이 본체로 돌아가 휴식을 취해도 몸이 낫지 않는다면-
“그건 그것대로 최악이겠네.”
* * *
유령궁 4층.
차박 차박.
냉기가 싸늘하게 흐르는 한 공간을,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여자가 거닐고 있었다. 그녀는 차분한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놀랍네요. 유령궁에서 이런 곳을 숨겨두고 있었다니.”
망령이 나타나지 않는 숨겨진 안전지대.
이곳은 역대 유령왕녀들, 그리고 현 유령왕녀 테네리페의 비밀이 수록된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숨겨진 서재’라고 불렀다.
유령궁 사람들에게도 전설 취급되는 곳이었지만 이렇게 실존했다. 이곳을 세르네가 알고 있는 이유는 하나. 그녀에게 이번 임무를 맡긴 의뢰자가 이 방의 위치를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달그락.
그녀는 자신을 이곳으로 안내해 준 나침반을 주머니에 넣고는 걸었다.
이곳에 있는 건 낡아빠진 책상 하나, 그 옆의 책장에는 오래된 책들이 꽂혀 있다. 책들에 손가락을 대고 스르륵 훑어가며 걸어가던 그녀가 마침내 한 책의 위에서 손끝을 멈추었다.
손수건을 꺼내 가볍게 먼지를 털어내고는 조심스럽게 그 책을 책장에서 꺼내 펼쳤다.
“의무와 자유.”
세르네가 책의 문장을 읽었다.
“첫 번째 왕녀는 의무의 중함을 알았다.”
사라락-
첫 장에 초대 유령왕녀가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세르네도 흠- 하고 웃으며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다른 세대로 이어지는 동안 의무는 퇴색하게 마련. 누군가에게는 의무란 원치 않는 속박일 수 있다. 사람은 결여된 것을 갈망하는 본능이 있으며 이들은 자연히 자유를 원하리라.”
팔랑 팔랑.
빠르게 책장을 넘기던 세르네가 갑자기 책장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드디어 한 생체 인형이 보인다.
영혼을 담는 호문쿨루스의 시작이다.
“……테네리페 에체베리아. 의무에 종속된 자신의 육신을 부정하고, 가짜에 불과한 인형이 누리는 자유가 ‘진짜’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 내용은 흥미롭네요.”
스스스스스-
“?”
세르네가 책장을 덮고 앞을 응시했다. 불길한 붉은 연기가 서재 쪽으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지독한 이야기지.”
차박. 차박.
발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백옥처럼 새하얀 피부, 머리털 없는 두피를 뚫고 자라난 끔찍한 외형의 뿔.
얼핏 보면 테네리페와 닮은 얼굴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피처럼 붉은 입술이 열리며 싸늘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럼, 이런 이야기는 관심 있을까? 누구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구속이지만, 누구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꿈일 수도 있다는 것.”
세르네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은 뒤 웃었다.
“어머나, 유령궁 소속 네크로맨서가 아니라면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요.”
“그렇게 말하는 그쪽도 마찬가지 아닐까? 차기 상아탑주.”
“나를 아네요. 나도 당신을 알아요.”
세르네가 태연히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패역(悖逆)의 네크로맨서, 아니, 이제는 변절의 네크로맨서라고 불러야 하나요? 저번에 흰 문어 주점에서도 봤죠.”
세르네가 삐딱하게 웃었다.
“암흑연합을 배신한 결사의 구원자, 라우라.”
“놀라워.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찰팍.
뭔가 젖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에 세르네가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서재의 바닥에 시뻘건 금붕어 한 마리가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몸에는 혹이 가득하고, 병에 걸린 듯 특정 신체 부위가 징그럽게 부풀어 오른 형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을 테네리페에게 알려주었단다. 지금쯤 바쁘게 본체를 향해 가고 있겠지.”
찰팍. 찰팍.
어느새 물도 없는 서재의 바닥에 붉은 금붕어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다. 세르네가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군요. 평소라면 이야기를 들을 인내심을 발휘하겠지만, 요즘 결사라고 하면 머리에 열부터 뻗쳐요. 상아탑도 큰 피해를 받았거든요.”
그녀가 천천히 손바닥을 펼친 뒤 후 하고 바람을 불었다.
그러자 깃털 한 장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쌩! 소리를 내며 라우라의 이마를 향해 날아갔다.
퍼어억!
그러나 라우라에게 맞지 않았다.
가만히 서 있는 라우라의 앞으로 금붕어 하나가 허공에 튀어나왔고, 그것이 대신 맞은 것이다.
깃털을 맞은 흑색 금붕어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펄떡거리다 축 늘어졌다.
“미안하게 됐네. 우리가 그쪽에도 피해를 입혔던가? 같은 구원자라도 생각하는 바와 방향성이 전혀 달라서 말야.”
라우라가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촤아아아아아아!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온갖 크고 작은 금붕어들이 갑자기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튀어나와 세르네를 향해 날아갔다.
세르네 또한 지지 않고 손을 휘저었다.
화르르르르륵!
이번에는 시꺼먼 불꽃이 그녀를 휘감았다. 날아가던 금붕어들이 모조리 불에 휘말리더니 얼어붙은 채로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겉모습은 화염인데, 얼음 속성이라니. 놀라운 경지에 이르렀구나.”
라우라가 저벅 저벅 앞으로 걸어왔다.
곳곳에 바닥에 떨어진 금붕어들이 통통 튀었다.
“하지만 나를 이길 수는 없어.”
“그건 해봐야 알겠죠?”
화아아아악!
쏴아아아아아아!
두 여성이 서로를 향해 손끝을 겨누는 것으로.
화염과 금붕어가 허공에서 만나 휘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