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0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09화
‘일이 이렇게 되다니!’
라우라가 이를 악물었다.
그녀가 보기에 상황은 명료했다. 시몬 폴렌티아가 검에 가두어둔 유령왕녀의 힘을 풀어버렸고, 유령궁은 자신이 아니라 메리다 휴 이켈을 유령왕녀로 선택했다.
언제부터 심어놓았는지 모르겠지만 가슴에 세르네의 깃털까지 박히는 바람에 힘이 순간적으로 약해진 것도 컸다.
“메리다 휴 이켈!”
라우라가 부릅뜬 눈으로 메리다를 노려보았다.
틀림없이 메리다의 부상도 심각했다. 다 죽어가던 것이 유령왕녀의 힘으로 서 있을 뿐,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너를 죽이고 왕녀의 자리를 되찾겠다!”
라우라는 입고 있던 상의 일부를 손으로 찢어냈다. 몸에는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금지된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심지어 결사의 기계 장비까지 육체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녀는 복부 옆에 달려 있는 지퍼 같은 것을 손에 쥐더니.
드드드드득!
거칠게 붙잡아 강제로 위로 들어 올렸다.
지퍼를 위로 당기면 당길수록, 그것에 몸의 장기나 뼈가 연결되어 있는지 몸 내부가 마구 헤집어지듯 움직이며 한 방향으로 쏠렸다. 육신의 형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너무나 끔찍한 광경에 메리다는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라우라의 몸에 새겨진 금술 중 최악의 흑마법 발동했다. 몸의 형태가 무너져 내리며 인간의 살점과 뼈에서 탈피한 그녀가 웅크린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육신의 일부가 허물처럼 벗겨져 바닥에 떨어지고, 그 안에서 시커먼 폐수와 밤하늘을 뭉쳐놓은 듯한 몸뚱이가 일어난다.
마치 망령이 육체를 얻은 것과도 같은 광경.
인간으로서의 육신과 주어진 수명을 포기하고, 단시간 강제로 초월적인 육체를 손에 넣는 금기.
라우라가 눈을 번뜩였다. 그나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얼굴의 윤곽 또한 희미해지고, 두피에 달린 뿔이 더더욱 커져 나갔다.
[이제 유령궁에서 나를 막을 수 있는 건 없다.]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 밑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넓게 확장되며 유령궁의 망령이나 위습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였다.
[왕녀의 자리는 내 것이다!]예상치 못한 전개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 유령왕녀가 된 메리다가 살짝 얼어붙어 있는 그때.
까가가가각!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댄 채 이끌고 저벅 저벅 걸어와 메리다의 옆에 섰다.
“계속 싸울 수 있겠어? 후배.”
태연하게 툭 던지는 듯한 물음. 메리다가 놀란 듯 토끼 눈을 떴다가 이내 희미하게 웃었다.
“……벌써 선배 노릇?”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
긴장이 부드럽게 풀린다.
메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눈앞의 강대한 적을 바라보며 칠흑과 스피릿을 일으켰다.
반짝!
왕관 위 티아라의 세 개의 뿔이 반짝이며 빛을 일으킨다.
스릉!
시몬도 파멸의 대검을 세운 채 경건하게 호흡했다. 대부분은 메리다에게 넘어갔지만, 아직 검에 남아 있는 유령왕녀의 잔재가 칼끝을 타고 일렁거리며 피어오르고 있다.
두말할 것 없다.
지금은 저것을 제거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가자, 메리다.”
“응.”
타앗!
탓!
시몬과 메리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동시에 칠흑을 밟고 뛰어올랐다. 라우라가 두 팔을 벌렸다.
[내 힘은 유령궁 그 자체다!]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우라의 몸 앞으로 대형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무수한 금붕어들이 쏟아졌다. 저것들 모두 소환수가 아니라 망령의 변환체다.
“그럼 이쪽은 던전주의 힘으로!”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붙인 채 달렸다.
파멸의 대검이 긁고 간 바닥이 서서히 성벽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내 시몬이 힘차게 대검을 옆으로 휘두르자, 검흔을 따라 일어난 던전의 바닥이 완전히 넓게 펼쳐졌다.
팡!
그리고 메리다가 앞으로 뛰어와 벽에 두 손을 짚었다. 성벽이 장난감 집처럼 변하더니, 알록달록한 창문이 생겨나고 문틈에서는 태엽인형이나 솜인형 따위의 장난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라우라가 비웃었다.
[왕녀의 힘으로 뭘 하나 했더니 결국 그 똑같은 ‘무아몽중’이냐!]“아니.”
메리다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달라.”
쏴아아아아아아아아!
갑자기 유령궁의 천장에서 망령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려왔다.
그 망령들이 인형에 깃들기 시작했다. 영혼 없이 움직이던 인형들의 눈에 하나같이 생기가 일어나더니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점프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악!
촤아아아아악!
장난감과 인형들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금붕어들을 짓이기고 부수며 돌파하기 시작했다. 라우라가 눈을 부릅떴다.
[이건!]메리다의 힘과 유령왕녀의 힘의 결합.
유령궁 자체가 메리다의 꿈을 뒤집어쓴 것처럼 변모했다. 그리고 꿈속의 세상이 되어버린 유령궁에서 가장 강력한 건 꿈의 주인인 메리다다.
꽈드드드득!
영혼을 얻은 인형들이 살벌한 기세로 들이닥쳐 거대해진 라우라의 몸을 강타했다.
[소용없다! 내 몸은 생물의 한계를 넘어섰다!]그녀가 입을 벌리며 악귀처럼 웃었다. 이 육체엔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터엉!
텅!
터어어엉!
곰인형의 공격에 녹색 발자국처럼 선명하게 자국이 남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라우라의 몸에 다른 장난감들의 무수한 공격의 흔적이 새겨졌다.
“물리력이 아니야.”
메리다가 오른팔을 세웠다.
“내 모든 소환수의 공격은 슬립으로 환산돼.”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터어어어어엉!
[!!]일순 라우라의 눈앞이 극도로 흐려졌다.
꽃밭이 나타났다.
꽃밭에서 서로 꺄르륵거리며 꽃을 엮어 화관을 서로의 머리 위에 씌워주는 어린 시절의 라우라와 테네리페가 보인다.
꽈드드득!
라우라가 제 몸에 스스로 타격을 가해 졸음에서 깨어났다.
유령궁 한정 초월체가 된 자신의 몸에 잠이라는 개념을 억지로 부여하는 정도의 강력한 슬립.
[키젠의 네크로맨서들은 끝까지 혐오스럽구나!]그녀가 손끝을 세우자 허공에 떠오른 금붕어들이 서로 뭉치더니, 문어 다리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이 다리들이 인형과 장난감들을 닥치는 대로 쳐내기 시작했다.
타닷!
바로 그곳을 향해 시몬이 달려들고 있었다. 파멸의 대검으로 문어 다리를 자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킥!
라우라가 흑마법을 사용하자 모든 문어 다리의 형체가 혼령화되며 물리력이 사라졌다. 문어 다리들이 시몬을 지나쳐 메리다를 노리려는 순간.
서걱! 서걱! 서걱!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채썰기 하듯 베어버렸다. 라우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떻게 혼령체를!]“대검에 주어진 새로운 힘.”
문어 다리를 모조리 베어버린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고쳐 잡고 휘둘렀다.
“이제 혼령화 상태인 적도 전부 벨 수 있어.”
쩌어어어어엉!
방심한 라우라의 어깨에 거대한 검상이 남겨졌다. 그녀가 고통을 받고 비틀거렸다.
“잘했어, 시몬.”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메리다가 새로운 흑마법을 사용했다. 주위의 벽면이 모조리 문으로 바뀌며 장난감들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영혼이 들어간 장난감들이었다.
이내 라우라의 거대해진 몸을 장난감들이 뒤덮더니, 해체와 조립을 반복하며 라우라를 가두는 커다란 장난감 탑을 조립해 나가기 시작했다.
[슬립은-]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허공에서 생성된 금붕어들이 일제히 폭발하며 라우라를 뒤덮은 장난감들을 벗겨냈다. 이내 라우라가 멀쩡한 모습으로 기어 나와 메리다를 향해 팔을 뻗었다.
[안 통한다고 했을 텐데!]딱.
손아귀에 잡히기 직전에 메리다가 손가락을 튕겼고.
라우라의 몸에 묻어 있던 곰 발바닥과 인형들이 입힌 흔적들이 터지며 라우라의 몸이 꾸득 꾸득 소리를 내며 비틀렸다. 라우라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유령궁은 내 세상이야.”
메리다가 태연히 말했다.
“슬립이 안 통한다면, 이 세상에 새로운 룰을 적용하겠어.”
무아몽중을 넘어선 몽유도원도는 꿈속의 세상에 룰을 더하는 기술이다.
그리고 이번에 적용된 룰은 다음과 같다.
유령왕녀가 일으키는 모든 종류의 공격은 ‘슬립’으로 환산되며, 슬립으로도 잠을 자지 않은 적은 슬립을 해제할 때 그 분량만큼의 정신 및 물리 타격으로 환산된다.
[웃기지 마라!]라우라가 두 팔로 강하게 바닥을 딛더니 입에서 거대한 금붕어의 살덩어리를 끄집어내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짝!
시몬이 박수를 치자 그녀의 몸에 그려진 커다란 검상이 사라지며 그녀의 전신이 뿌드득 소리와 함께 비틀렸다.
[어째서 네놈도……!]“유령왕녀의 공격이라고 했잖아?”
시몬이 태연하게 바닥에 잠시 내려둔 파멸의 대검을 붙잡고는 자세를 취했다.
“파멸의 대검에 깃든 힘 또한 유령왕녀의 힘이야.”
[이것들이!]현재 초월체가 된 라우라의 몸은 찰나의 시간마다 육체의 상처가 끊임없이 수복된다.
그러나 시몬과 메리다는 계속해서 체력이 차오르는 것보다 더 빠르게 체력을 깎아내려 가고 있었다.
라우라가 모든 방향으로 금붕어를 소환해 쏟아냈지만.
메리다는 바닥에 뚫린 터널로 들어가더니 한참을 멀리 떨어진 장난감 문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고는 영혼 깃든 장난감 군단을 쏟아보내 라우라를 공격했고.
촤아아아아악!
촤아아아아아아아악!
영혼을 베는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는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는 두말할 것 없이 압도적으로 막강했다.
게다가 이 몽유도원도의 세계에서 시몬의 검격은 ‘유령왕녀’의 공격 취급.
짜악!
한바탕 대검을 휘두른 시몬이 손잡이를 어깨에 끼고 손뼉을 치는 순간 라우라의 고개가 크게 젖혀지며 요란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라우라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따악!
이번에는 메리다가 스택을 해제하며 타격을 입혔다.
너무나 절묘한 호흡이었다.
‘이대로는!’
라우라는 위협을 느꼈다. 유령궁에서 소울링 메타모포시스를 사용한 순간 승리는 확정되었어야 했을 터.
그런데도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는 건 라우라였다.
테네리페도 아닌, 저딴 신출내기들에게.
[아아아아아아!]그녀가 공격의 범위를 큰 폭으로 늘렸다. 금붕어들을 뭉쳐 자신의 팔에 매단 다음, 그것을 휘둘렀다.
메리다. 메리다만 잡아 죽이면 된다.
그러면 자신이 유령왕녀가 되고, 모든 전세는 역전된다. 반드시 목숨을 잃는 소울링 메타모포시스의 리스크도 어떻게든 무마할 수 있다.
쏙!
하지만 그건 라우라의 이상일 뿐, 메리다는 자신의 새로운 능력에 일 분 일 초가 다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메리다는 허공에 떠 있는 동화책을 징검다리처럼 건너거나, 이불을 타고 날아다니기도 하는 등 라우라의 공격을 모두 피해냈다.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마술사 모자를 들어 올리고, 그 안에서 거대한 장난감 대포들을 꺼내 라우라를 포격했다.
하늘에는 트럼프 카드들이 춤추며 휘몰아치다가 라우라의 어깨와 팔뚝에 틀어박힌다.
그 모든 공격은 ‘슬립 1스택’으로 환산되고.
따악!
메리다가 슬립을 푸는 순간 강력한 타격으로 들어왔다. 라우라가 입에서 칠흑을 피를 토하듯 쏟으며 비틀거렸다.
하지만 가장 까다로운 건.
콰르르릉!
콰르르르르르릉!
천적, 제7군단장.
자줏빛 벼락을 손끝에서 만들어낸 시몬이 미친 듯이 카오스 스피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메리다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트럼프 카드들을 카오스 스피어의 모양으로 바꾸어 혼동을 주었다.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 공격. 자줏빛 폭우가 쏟아지며 정신없이 꽂혔다.
[크윽!]끝없는 체력이라지만 라우라는 자신의 힘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는 것을 느꼈다.
‘생각을 바꾼다.’
메리다를 공격하는 건 절대로 시몬 폴렌티아가 허용하지 않는다.
강적은 이제 막 유령왕녀가 된 풋내기가 아니라, 2년간 결사를 한 올 한 올 척살해 온 진짜 군단장 시몬 폴렌티아.
저자가 문제다.
그녀가 손바닥을 짚자, 바닥이 호수처럼 변하며 황금색 금붕어들이 수면 위로 튀어 올라 시몬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시몬은 가만히 돌을 움켜쥐더니 중얼거렸다.
“와라.”
어느새 시몬의 등 뒤에 거대한 낫을 듯 사신이 버티고 섰다.
‘강력한 기술이지만, 이제 이걸론 성에 안 차.’
시몬이 눈을 감았다.
경험은 나의 힘. 유령궁에 와서 테네리페에게 배운 것들을 떠올리며 마법진의 구성을 더해 나갔다. 그러자 사신의 형상이 바뀌었다. 형상이 더더욱 커져 나갔다.
로브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사라지고 어둠이 펼쳐진다. 탈만이 어둠에 고정된 채 남았으며, 그 일렁이는 어둠에서 더 커다란 팔뚝이 나타나 낫을 쥐었다.
새로운 신기술.
거대한 사신이 하나 남은 팔로 낫을 들어 올리는 광경은, 마치 어둠이 직접 낫을 드는 것과도 같은 광경이었다.
사방에 꽂혀 있던 카오스 스피어들이 모조리 들고일어나 낫에 모여들며, 낫의 형태도 더더욱 복잡하고 거대해졌다.
시몬이 가볍게 허공에 손을 긋는 것으로.
촤아아아아악!
사신이 낫을 휘둘러 공간을 절단했다. 주위의 모든 금붕어들이 파괴되는 동시에 라우라의 몸에 거대한 검상이 그어졌다.
‘이건!’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우라의 초월적인 육체가, 목에서 어깨를 타고 허리까지 옆으로 크게 갈라지며 내부의 망령을 토하듯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