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1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16화
시몬과 일행들은 테네리페 측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메리다를 데리고 유령궁을 빠져나왔다.
“다-행-이야!”
제이미가 눈물을 글썽이며 메리다를 와락 끌어안았다.
“앞으로 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메리다!”
제이미가 감격하건 말건, 메리다는 특유의 졸린 표정으로 품에 안긴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앞으로도 우리 계속 친구인 거지?”
끄덕.
메리다가 고개를 움직이자 감동한 제이미가 ‘메리다아!’ 하고 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반면 옆에 걷고 있는 한 명.
“크윽.”
엘리사는 키젠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배를 잡고 있었다.
“메리다 너, 아무리 유령왕녀가 됐다고 해서 말이야! 학교에서 너무 으스대고 다니지 말아줬음 해!”
“아 참! 그러고 보니.”
신디가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 학교에 유령왕녀가 생겼으니까 이제 사령학과 총과대를 교체해야 하는 거 아냐? 엘리사에서 메리다로.”
“뭐? 아, 안 돼!”
나라라도 잃은 듯 털썩 주저앉는 엘리사의 반응에 모두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피곤한 표정의 메리다만이 ‘난 별로 관심 없어’ 하고 대꾸했다.
“그건 그렇고 텔레포트 마법진은 어디에 설치했대?”
“왕녀의 정원 중앙에, 여기서 조금 걸어야 한대.”
자연스레 걸음이 빠른 세 사람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메리다는 잠시 주위가 조용해지자 뒤를 돌아 유령궁을 바라보았다.
“의외네, 메리다.”
시몬이 그녀와 걸음을 맞추며 말했다.
“아무리 유령궁이 널 선택했다고 해도 왕녀가 되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이렇게 빨리 결단을 내릴 줄 몰랐어.”
“응.”
“강요받거나 그런 건 아니지? 정말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맞아?”
시몬의 그 말을 들은 메리다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여전히 기억에 선명했다.
어린 시절 그녀의 자아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시기.
오빠인 판타서스와 함께 단둘이서 호수 앞에 걸터앉아 놀았다. 판타서스만이 그녀의 말벗이었고, 판타서스만이 그녀의 놀이 상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판타서스가 한 동화책을 읽어주었다.
-그래서 왕녀님은 왕자님이 돌아올 때까지 궁에서 오래오래 기다렸습니다. 끝!
-진짜? 그게 끝이야?
대륙민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보았던 유령왕녀의 가슴 아픈 로맨스 이야기.
처음에 메리다는 사랑이 직접 맺어지지 않는 마무리여서 이 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판타서스가 웃으며 말했다.
-이 뒤는 우리 몫이야.
-우리 몫?
-우리가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가 끝나는 게 이 책의 좋은 점이지! 왕자님이 왕녀님을 만나러 유령궁에 돌아올 때의 장면을 한번 상상해 봐!
-응! 상상!
메리다는 낮잠을 잘 때도, 판타서스가 마을에서 일하느라 그녀 혼자 집에 남겨졌을 때도, 그 상상을 하며 기다렸다.
궁에 갇힌 왕녀, 하지만 결국 왕자님이 찾아오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회상을 마친 메리다가 서서히 눈을 떴다.
“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맞아.”
대답을 들은 시몬이 씩 웃었다.
하긴 처음에 유령궁 임무를 제안했을 때도 ‘거기, 한 번쯤 가보고 싶었어’ 하고 대답한 게 메리다였으니까.
“시몬.”
“응?”
하아아암-
길게 하품을 한 그녀가 고개를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내가 궁에 있으면 가끔 놀러 올 거야?”
시몬이 부드럽게 웃었다.
“당연하지.”
“…….”
그렇게 앞서 걷는 메리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앞에서 신디가 손을 흔들었다.
“시몬! 메리다! 텔레포트 마법진 찾았어!”
“응, 금방 갈게.”
* * *
그렇게 다섯 명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키젠으로 돌아왔다.
로크섬에 돌아온 시몬은 우선 피어의 유적에 들러서 고생한 군단 언데드들을 풀어놓은 뒤, 마코에게 이런저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알려주었다.
관리자인 피어나 고참 격인 에르제베트가 로크섬과 유적에서의 규칙에 대해 잘 알려줄 테니 큰 걱정은 없었다.
그 후에는 유적을 빠져나와 학생회실부터 들르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할 업무가 쌓여 있으리라. 시몬은 날듯이 빠른 걸음으로 학생회실에 도착했다.
“얘들아 안녕!”
덜컹!
시몬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학생회실에는 오늘 아무도 없었다.
쌓인 일도 거의 없었다.
서류 몇 장에 간단히 서명을 마친 시몬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기숙사로 향했다.
키젠 2학년, 3학년 캠퍼스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건물에 불은 다 켜져 있었는데 분위기가 뭔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소환학과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
‘다들 어디 간 거야?’
늘 만남의 장소였던 기숙사 1층 로비가 텅 비어 있었다. 시몬이 얼떨떨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 그때.
“어, 회장. 임무 복귀했냐?”
같은 3학년 소환학과 동기 한 명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해왔다. 시몬도 반갑게 그와 인사했다.
“방금 왔어. 근데 학교가 왜 이렇게 조용해?”
그런 질문 자체가 황당하다는 듯, 동기가 작게 웃음을 흘리곤 말했다.
“중간고사 시즌이잖아.”
덜컹.
시몬의 심장이 저 아래 무저갱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교내 도서관은 새벽까지 개방 중이야. 임무 갔던 애들도 다 돌아와서 빈 강의실 빌리는 것도 빡세더라. 기숙사 내 자습실도 꽉 찼어.”
‘어쩐지!’
시몬이 이마를 텁 소리 나게 짚었다.
키젠 3학년이라면 편입 시즌과 동아리 시즌이 끝난 뒤에 중간고사가 온다는 것쯤은 당연히 계산했어야 했는데.
“이번 중간고사는 DMAT로 치르는 거 기억하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지옥이랜다. 다들 눈이 뽑힐 지경이야.”
동기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도 공부하러 간다며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를 배웅하는 시몬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
‘내일부터 메이린한테 스터디 껴달라고 해야겠다.’
시몬도 우선 본인의 트리하우스 방으로 올라갔다. 지금 달려간다고 해봐야 학생회 멤버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니, 방에 들어가서 휴식 후에 시험공부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트리하우스 문 앞에 도착하니 기숙사 측에서 전달해 준 여러 신문기사들이 문 앞에 쌓여 있었다.
시몬은 신문들을 챙겨 안으로 들어온 뒤, 겉옷을 벗고 의자에 앉아 가장 최근 신문부터 확인했다.
“분명 유령궁 사태가 1면이겠지.”
시몬은 또 괜히 자신의 얼굴이 찍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첫 번째 신문을 펼쳤다.
그런데.
“응?”
다른 사건이 1면에 놓여 있었다. 시몬이 갔던 유령궁 사태는 2면으로 밀려 있었다.
뜻밖이었다.
무려 유령궁의 위기, 고스트스트림이 벌어질 뻔한 사태 이상으로 더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고? 시몬은 얼른 신문 첫 장을 확인했다.
“아!”
암흑연합과 신성연방의 경계 근방.
정확히는 신성연방 최전방 내에 던전이 열렸고, 주변 사람들이 넝쿨 더미로 변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이 현상은 두 세력의 사람들을 동시에 병들게 하고 있었고, 놀랍게도 암흑연합과 신성연방의 합동작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왜 유령궁이 2면으로 밀렸는지 바로 깨달았다. 사진이 너무나 자극적이었다.
그도 그럴 게 암흑연합의 까마귀 요원과 신성연방의 아크 팔라딘이 손을 맞잡고 있는 광경이었으니까.
중간고사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놀라운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좋은 스탠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프티스는 현재 철저하게 결사만을 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주적인 신성연방과 새로운 중립지대 협약을 맺었고, 평시였다면 ‘황제’를 자칭하는 1군단을 철저하게 응징했겠지만 그 또한 공략을 미루면서까지 결사 척결에 온 힘을 쓰고 있다.
아마 그 성과가 이번 일에 나타났을 것이다.
물론 암흑연합 사람들에게 있어서 신성연방에 대한 인식이 이번 일 하나로 크게 바뀌진 않겠지만, 여론을 보니 합동작전에서 암흑연합이 신성연방보다 더 뛰어나다! 하며 두 세력 간의 전력을 비교하는 자극적인 내용들이 많이 실려 있었다.
정신없이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시몬은 한숨 돌릴 겸 신문을 책상에 내려놓고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응?”
그때 뒤늦게 창문에 편지 하나가 끼어 있는 게 보였다.
시몬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편지를 챙겼다. 편지 밑에 뭔가 꾸러미 같은 것도 달려 있었다. 시몬은 일단 편지부터 살폈다.
‘레테!’
이름과 주소는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지만 그녀가 보낸 편지였다.
신성을 사용해야 열 수 있는 편지. 시몬은 잽싸게 프리스트 쪽으로 변한 뒤 신성을 일으켜 편지의 봉인을 풀고 내용을 읽었다.
레테는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첫마디부터 잔소리를 퍼부었다. 시몬은 쓰게 웃으며 다음 내용을 읽었다.
이런저런 자신의 일상 이야기나, 저번에 하늘섬에서 만난 선발생들과 성녀가 된 리사라의 이야기 등을 해주었다. 바쁘지만 다들 잘 지내는 것 같다.
그러다 본론으로 들어왔다.
시몬은 집중하며 눈으로 내용을 훑어갔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놀랍게도 이번 성과에 교황이 만족했으며, 온건파이자 전쟁 반대파인 이스라필이 조금 더 발언에 힘을 얻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게 뭔데?’
시몬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설명을 더 해줬으면 했지만 아쉽게도 추가 설명은 없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시몬이 편지에 달려 있는 꾸러미를 열어보았다. 조금 탄내가 나는 쿠키가 들어 있었다.
시몬이 큭큭 웃으며 끝부분이 살짝 탄 쿠키를 입에 넣었다.
유령궁에서 질리도록 먹은 호화로운 디저트에 비하면 평범한 외형이었지만, 어쩐지 이쪽이 더 맛있었다.
그렇게 편지는 끝났다.
시몬은 자리에 앉아 쿠키를 하나 더 입에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또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 * *
중립지대.
비밀 회의장.
한쪽에는 순백의 사제복과 갑주를 입은 프리스트들과 팔라딘들이 도열해 있었다.
반대편에는 검은 로브나 망토를 두른 네크로맨서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양쪽에서 동시에 마차가 도착하고 있었다.
“음-”
마차가 멈추고, 이내 긴 다리가 지면을 디디며 바다색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딱 맞춰 왔네요.”
신해의 성녀, 이스라필이었다.
이내 반대편 검은 마차도 문이 열린다.
“히히!”
작은 발이 똑 하고 떨어지며 이내 겉보기로는 어린 소녀로 보이는 인물이 기지개를 쭉 켰다.
“오랜만이네! 신해의 성녀!”
“오랜만입니다. 죽음의 마녀.”
눈빛으로 약간의 신경전이 이어진 뒤, 이스라필이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가실까요? 회의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