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2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20화
다음 날 아침.
간만에 중간고사가 끝나고 학생들은 한가한 주말 아침을 맞이했다. 그러나 아침 댓바람부터 모든 기숙사와 캠퍼스에 방송이 울려 퍼졌다.
-교내에 전파합니다. 룬 리그에 차출되는 학생들은 모두 제인 교수님의 연구실로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드디어 떴다.
기숙사 식당에서 아침을 먹으며 떠들던 소환학과 학생들이 왁자지껄 환호했다.
“잘 다녀와 조장!”
옆에 앉은 에슈가 손뼉을 쳤다.
“아니, 이제는 암흑연합의 대표님이지?”
“임시 대표인데 뭘.”
시몬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곳곳에서 3학년 동기들이 다가와 손바닥을 펼쳤다.
“잘 싸우고 와!”
“믿는다 회장!”
짝!
짜악!
주위 학생들과 하이파이브를 착착 해나가던 시몬이, 엉거주춤 눈치를 보고 있던 토토를 보고는 빙긋 웃으며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토토가 그제야 활짝 웃으며 까치발을 들고 짝! 하고 하이파이브했다.
“잘 다녀와 시몬. 아마 오늘 출발하는 건 아닐 거야.”
로레인이 태연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엄마가 날 보내주지 않은 게 조금 아쉽네.”
“……네가 나가면 큰일이지.”
로레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암흑연합의 미래가 뿌리째 흔들리는 일이다. 미래의 키젠 총수는 로크섬에 있어야 한다.
레테가 저쪽의 대표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프리스트들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니까.
“우후훗, 잘 다녀와요.”
언제 방에서 내려온 건지, 세르네 또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시몬이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룬 리그 명단에 네 이름이 없더라. 이번 일에는 관심 없어?”
최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세르네는 프리스트 관련 일이니 당연히 나설 거라고 생각했다.
로레인이나 세르네나 성적에 큰 관심이 없어서 최선을 다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만 먹는다면 그 누구보다 룬 리그에 참전할 능력이 되는 인물들이었다.
“실제로 차출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했죠.”
세르네가 생글생글 웃었다.
“내게는 좀 다른 계획이 있어서요.”
“…….”
로레인이 무척 수상하다는 눈으로 세르네를 바라보았지만 세르네는 무시하며 시몬을 향해 웃어주기 바빴다.
* * *
제인의 연구실이 이렇게 사람으로 붐비는 건 시몬도 처음 보는 일이었다.
3학년 1학기가 시작하고 본격적인 임무 시즌 동안 보기 힘들었던 Top10들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왔어?”
“안녕하세요! 시몬!”
시몬은 같은 학생회인 메이린과 카미바레즈와 정답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중에 카미바레즈는 긴장한 게 역력한 듯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딱 봐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 메이린이 안쓰러운 얼굴로 카미바레즈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왔나, 시몬.”
“어서 와.”
예비 1번인 선도부의 말콤과, 예비 3번인 피츠제럴드도 인사를 해왔다. 시몬도 웃는 얼굴로 그들과 목례했다.
그 외에도 마검 사용자 쥴과 유령함대의 엘리사가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고, 거인 혼혈 샤텔은 소파에 앉아 으적으적 과자를 씹어 먹고 있었다.
이제 맹독학 대표가 된 클라우디아는 반장 제이미와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감을 토로하고 있었고, 헥토르는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다들 위압감 같은 게 느껴지는 모습.
새삼 329기는 황금세대라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최고들 중에서도 최고가 모였으니 이런 분위기를 풍기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키젠을 2년 넘게 다니며 익숙한 얼굴들끼리 함께 싸운다는 점이 든든했다. 팀워크도 나쁘지 않으리라.
‘물론 한 사람만 빼면.’
시몬의 고개가 슬쩍 돌아갔다.
창가 끝에 앉아서 멍하니 있는 혈류학과 대표, 일라이저 크로비스가 보인다. 바가지 머리처럼 긴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는 헤어스타일은 여전했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녀석이다.
휘이이이잉!
“다들 안녕!”
그때 창문이 열리고 바람을 타고 들어온 에이젤이 시몬의 옆자리에 착지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선배님!”
에이젤의 등장에 329기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인사했다.
에이젤이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 그러지 말아줘! 나도 이제 너희들과 같은 학년이라니까!”
시몬도 웃는 얼굴로 그에게 인사했다.
“오셨네요, 에이젤 선배님. 조금 피곤해 보이시네요.”
다들 에이젤을 어려워하거나 경계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한마디 얹어주는 건 시몬뿐이었다.
에이젤도 그런 시몬이 고마운지 헤헤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응, 유령궁에서 피로가 쌓이는 바람에 한동안 계속 잤어.”
“그땐 신세 많이 졌습니다. 나중에 킬로바니안에 대해 여쭤볼 게 있어서 그런데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학생회장 부탁이라면 없는 시간도 내야지!”
오랜만에 만나 할 이야기가 많은 Top10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칠흑역학과 수석조교가 고개를 내밀었다.
“학생 여러분, 제인 교수님께서 오십니다.”
처억.
그 말에 학생들이 일제히 정렬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했다. 다른 저학년들이 봤다면 ‘오’ 하고 감탄할 만큼 군더더기 없는 동작이었다.
이내 연구실 안으로 제인이 들어왔다.
또각 또각.
차가운 구둣발 소리를 내며 등장한 그녀가 자리에 앉아 깍지를 꼈다.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제자들을 응시한다.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싸움이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룬 리그.”
제인의 입에서 직접 나온 단어에 학생들의 눈에도 긴장감이 서렸다.
“여러분은 암흑연합의 대표로서 신성연방의 대표들과 싸울 명예를 갖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무겁고 진중한 마음으로 임하길 바랍니다.”
“네!”
학생들이 힘차게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
“물론 워낙 중요안 사안인 만큼, 바로 가서 싸우진 않을 겁니다. 약 한 달여간 여러분은 합숙 훈련을 진행할 겁니다. 지금까지 결사나 몬스터들, 연합의 타락한 네크로맨서들과 싸워왔지만 이번 상대는 다름 아닌 에프넬의 프리스트들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제대로 배워야겠죠.”
그녀가 잠시 서류를 살폈다가 말했다.
“합숙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개인훈련 시간을 가졌다가 합숙 장소로 출발하겠습니다. 합숙에는 일곱 명의 인원이 더 추가될 겁니다.”
학생들이 얼른 시선을 교환했다.
‘여기서 일곱 명 더?’
‘우리끼리 가는 거 아니었어?’
룬 리그에 출전하는 인원은 늘 10명으로 고정되어 있는 걸 생각한다면, 합숙에 참가할 인원은 많은 편이었다.
“놀랄 건 없습니다. 다른 멤버들도 여러분과 같은 학생이나 훈련생 신분이니까요. 드레스덴 왕국, 볼드윈 왕국, 칼로스 왕국, 샤헤드 왕국. 각 왕국마다 한 명씩 인원이 차출되어 총 4인이 추가로 합숙에 참가합니다. 흔히 ‘하운드 키즈’라 불리는 이들은 상당히 저력 있는 자들이고 왕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인의 말대로 참가자가 키젠 학생만 있는 건 아니다. 4왕국 측에서도 룬 리그의 대표를 보내고 싶다는 요구를 해왔다.
사실 암흑연합 전역의 인재는 키젠이 싹쓸이하고,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키젠에서 배출한다. 이들은 직장에 충성을 맹세한다고는 하지만, 키젠 출신이라는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각 왕국에서는 순수하게 왕국에 충실할 인재를 원하고, 아주 어린 나이의 재능 있는 자들을 모아다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 소수 정예로 키우게 되는데 이들이 바로 그 4인이었다.
그렇게 키젠 레귤러 10명, 키젠 예비 3명, 왕국 직속 4명. 총 17명이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그럼 남은 세 명은 누군지 궁금합니다!”
제이미가 바로 손을 들고 물음을 던졌다. 바로 답하려던 제인은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흔히 부르는 3대 네크로맨서 학교. 알란드, 모이란, 시에라의 3학년들 중에서 한 명씩 차출하기로 했습니다.”
시몬은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헥토르를 비롯한 몇몇 Top10 학생들의 입가에 가소롭다는 웃음이 걸렸다.
그들의 입장에서 3대 학교 3학년들은 키젠 편입도 못 한 떨거지들이란 인식이 강했다. 엘리사는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정치 문제지. 각 왕국에서 난리 쳤나 보네.”
“여러분이 반드시 룬 리그에 나가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제인이 다시금 목소리를 높였다.
“룬 리그에 출전할 레귤러 10인과 예비 10인의 명단은 합숙 훈련 기간에 정해집니다. 상대는 엄연히 우리와 똑같은 네크로맨서. 절대로 방심은 금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제인이 손에 깍지를 꼈다.
“당연히 키젠 학생만으로 레귤러 멤버 자리가 다 채워졌으면 합니다. 여러분은 그럴 저력이 있으니까요.”
목소리에서 개인적인 바람을 넘어선 명령이나 선포와도 가까운 감정이 느껴졌다. 학생들은 그 기대에 답하듯 ‘네!’ 하고 힘차게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님,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피츠제럴드가 손을 들었다.
“룬 리그 예비 멤버로 차출되는 건 영광이지만, 합숙 훈련을 나가면 한 달 동안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겁니다. 그에 따른 교내 성적이 걱정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인이 미소 지었다.
“합숙 훈련을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극비 임무를 시행할 겁니다. 어지간한 일반 학생들이 맡는 것 보다 더 위험하고 배점이 높은 임무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겠죠.”
암흑연합 대표들을 위한 더 위험한 임무라.
연구실에는 다시 한번 긴장감이 흘렀다.
* * *
키젠 캠퍼스에 폭탄이 떨어졌다.
룬 리그에 나가는 레귤러 멤버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합숙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학생회 멤버들은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에 학생회실에 모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딕이 말했다.
“3대 네크로맨서 학교는 뭐 별거 없겠지만, 걔들은 좀 맘에 걸리네. 왕국에서 키운 4명.”
흔히 사람들에게는 ‘하운드 키즈’, 혹은 ‘로열 키즈’라고 불리는 이들은 극강의 힘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키젠 출신이 아닌 순수한 왕국의 검을 원하는 4대 왕국들의 모든 자원과 시간을 몰빵받아 탄생한 자들이니, 키젠 학생과 어느 정도 경쟁이 될 지는 직접 붙어봐야 한다는 게 딕의 의견이었다.
“레귤러 멤버가 정확히 어떤 기준으로 뽑히는지가 문제야. 에프넬과의 대결이니까 전투력이 부족해도 ‘대프리스트전’에서 유리한 학생들이 뽑힐 수도 있고. 아니면 멤버 조합을 볼 수도 있지.”
그렇게 말한 딕이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지금 우리 Top10에서 저주술사가 없는 게 너무 커. 프리스트와의 전투에서 저주 전담이 있고 없고 차이가 진짜 크거든.”
“그래?”
“어어, 뭣보다 단순 대결이면 프리스트가 상성상 유리하기도 하고.”
딕의 말에 따르면, 놀랍게도 룬 리그에서 암흑연합의 승률은 40%가 조금 안 되는 정도라고 한다.
프리스트의 신성은 암흑연합의 칠흑과 싸울 때 상성상 유리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네크로맨서들은 이를 머릿수와 언데드라는 소환수, 그리고 다양한 전술과 약점을 후벼 파는 계략을 통해 커버하는데 사실상 룬 리그에서 정면으로 쾅 붙는 게 네크로맨서에게 너무 불리하다는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그렇게 승리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암흑연합이 신성연방에 이겼을 때는 파급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러니까 다들 더더욱 조심해.”
딕이 시시덕거리며 말하는 사이, 다른 세 명의 분위기가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 딕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다들 왜 그래?”
“아, 그…… 죄송해요. 우리 중에서 딕만 못 나가는 것 같아서.”
“크크크! 카미가 죄송할 건 없지만 나도 생각이 있단 말씀. 조만간 알게 될 거야!”
딕의 눈빛은 뭔가 생각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서로 시선을 마주한 세 사람의 눈에 불안함이 싹 텄다.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