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2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28화
신성연방.
쏴아아아-
쏴아아-
구름처럼 펼쳐진 백색의 호수 위로 나룻배가 떠다니고 있었다. 괴이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고개를 내밀었다가 다시 수면 아래로 숨었다.
나룻배에는 늙은 뱃사공이 노를 젓고 있었다. 그 옆으로 단아하게 앉은 하얀 머리카락의 여성이 손바닥을 내밀어 호수에 손을 가볍게 담갔다. 괴이한 생김새의 물고기들이 모여들었다.
그녀는 물고기들이 몰려든 모습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타악.
호수를 지나 나룻배가 육지에 당도했다.
뱃사공은 깊이 고개를 숙였고, 여성은 고개를 끄덕인 뒤 나긋한 걸음걸이로 걸었다.
짙은 안개가 가득한 이곳, 전방에 우뚝 솟은 나무가 한 그루 보였다. 그것은 희미한 빛을 일으키고 있었다.
스으-
여성이 가볍게 두 손을 목 뒤로 가져가서 머리카락을 정돈했다. 하얀 머리카락이 눈발처럼 나부끼며 어깨를 타고 자리 잡았다.
이내 그녀가 다소곳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두 손을 모았다.
화아아아아아악-!
나무가 그녀와의 만남을 기뻐하듯 환하게 빛나고, 하늘에는 별빛이 반짝였다. 두 손 모아 기도를 마친 그녀가 천천히 손을 떼서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하아.
한겨울과도 같은 뽀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킨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다들 모이셨슴까.”
쿠쿵!
그 뒤에는 온갖 무기와 고문 도구 따위로 무장한 아홉 명의 프리스트들이 서 있었다. 손에 든 병장기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온통 떡져 있었다. 입가에는 힘겨운 입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리더, 모두를 대신하여 기도를 올린 에프넬의 학생회장이자 성녀, 레테 샤르데나가 태연히 말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슴다. 다들 알 만큼 알 테니까 자기소개 같은 건 생략하고.”
나무에 등을 기댄 그녀가 팔짱을 꼈다.
“각오라도 한번 들어볼까요?”
그러자 제일 앞.
거대한 기둥을 등에 짊어진 남자 프리스트가 굵직한 목소리를 내뿜었다.
“어둠에 영혼을 팔아넘긴 사악한 네크로맨서 놈들, 철저히 분쇄해야 합니다! 만나는 족족 철퇴로 때려죽이겠습니다!”
뿌드득!
그의 주먹에 힘줄이 솟아났다.
“열이라면 다섯 정도는 피떡으로 만든 뒤 성녀님과 위대한 데바 여신께 바치겠습니다.”
레테가 인상을 썼다.
“상대를 죽이면 안 된다니까요. 아까 내 설명을 뭘로 들은-”
“피떡으로 만드는 정도는 부족하옵니다.”
그때 한 여학생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엔 나긋한 모습이었지만 양손을 감싸쥐고 기도를 올리는 두 눈에는 피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제가 친히 칼을 들고 살을 한 점 한 점 떠서 여신께 진상하겠나이다.”
다른 학생들도 한마디씩 했다.
“아아-! 위대한 데바께서 심판을 속삭이신다!”
“최대한 고통스러운 죽음을!”
제대로 미친놈들이었다. 레테가 콧잔등을 붙잡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협력은커녕, 이대로는 우리가 전쟁의 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시몬.’
별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도 반짝였다.
‘그쪽은 잘하고 있어요?’
* * *
쿵!
“왕국의 적, 프리스트 놈들은 산 채로 찢어 죽여야 한다!”
배 위에서 진행하는 프리스트전 대비 이론 수업.
칼로스 왕국의 하운드 키즈, 크레이그가 시작부터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동의해.”
드레스덴 왕국의 하운드 키즈, 아이비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10명이면 적어도 그 절반은 죽이고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앞으로의 전쟁도 편해지지.”
수업 도중 모두들 갑자기 버튼이 눌린 것처럼 프리스트들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강의 중이던 교관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멍청한 사냥개들도 한 가지는 아는군.”
헥토르가 턱을 괸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박살 내자! 에프넬!”
엘리사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시몬은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
‘……음,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키젠 학생들, 3대 학교 학생들, 하운드 키즈까지.
다들 서로를 견제하기 바빴지만 그래도 에프넬 이야기만 나오면 하나가 되어 살벌한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건 전쟁이 아니라 룬 리그이고, 상대를 죽이면 외교 문제가 발생한다는 상식적인 이야기도, 젊은 혈기와 뿌리 깊은 증오심 때문에 말이 잘 통하질 않았다.
“그, 그래도-”
카미바레즈가 소심하게 눈치를 보며 말했다.
“가능하다면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을까요?”
‘카미!’
시몬이 감격한 눈으로 카미바레즈 쪽을 바라보았지만.
“그런 마음가짐으로 여기 왔다면 얼른 합숙에서 빠지는 게 좋을 걸?”
하운드 키즈인 아이비가 한마디 했다.
카미바레즈 옆에 있던 메이린이 ‘뭐래!’ 하고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카미바레즈에게만 들릴 만큼 조용히 말했다.
“무슨 말인진 알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카미.”
메이린도 이때는 냉정한 모습이었다.
“에프넬의 프리스트들은 우릴 죽일 기세로 달려들 거야. 상대와 맞서 죽이겠다는 각오가 없으면 위험할지도 몰라.”
“여차하면 진짜로 죽여야지.”
클라우디아도 한마디 했다.
“솔직히, 아직도 나는 우리가 1학년 때 겪은 성녀 사태를 생각하면 이가 갈려.”
“…….”
카미바레즈가 폭 고개를 숙였고, 시몬은 이마를 쓸어내렸다.
‘네프티스 님.’
이번에 맡기신 임무는 너무 어렵다고, 시몬은 생각했다.
시몬은 리더로서 20명 일원들이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으며, 무사히 룬 리그를 끝내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신성연방과의 화해 무드는 불과 몇 주 전에 일어난 ‘협력 작전 사건’ 하나뿐, 여전히 뿌리 깊은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연방 대표인 레테와 연합 대표인 시몬은 서로 아는 사이고, 심각한 일은 사전에 차단하려고 눈치껏 노력하겠지만 세력 간의 갈등이 심해서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았다.
‘80년 만의 룬 리그라.’
룬 리그는 서로를 죽이지 않는 교류전 성향이 강했지만, 그것도 벌써 80년이 지난 일이다.
앞선 룬 리그가 있었다면 명분이 확실했겠지만, 지금은 룬 리그라는 의미가 흐릿해진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열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당장은 외교나 결사 문제 같은 이야기를 해봐야 반감만 살 뿐이야.’
시몬이 턱을 짚으며 눈을 감았다.
‘다행히 당장 룬 리그로 쾅 붙는 건 아니야. 합숙 기간 동안 시간을 들여 지켜보면서 어떻게든 대책을 찾자.’
흠흠!
앞에서 신성연방에 대해 강의하던 교관이 헛기침을 하고는 웃어 보였다.
“잡담은 다 끝났죠? 다시 수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합숙 훈련은 배 위에서도 계속된다. 첫 번째 목적지로 이동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로부터 다양한 수업을 듣는다.
특히 상대가 신성연방인 만큼 에프넬과 프리스트를 상대하기 위한 수업이 많았다. 거기에 가상의 몬스터를 부여하는 실전 훈련 시스템, ‘아발론’도 로크섬에서 이 배로 가져왔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암흑연합의 룬 리그 승률은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이번 훈련 수업을 맡은 교관이 말했다.
“현재 승률은…….”
그때 제이미가 번쩍 손을 들었다.
“제이미 빅토리아입니다! 암흑연합의 승률은 4할 초반에서 3할 후반 사이입니다!”
“……예? 아, 예. 맞습니다. 훌륭하군요.”
살짝 당황한 듯한 교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린과 클라우디아가 제이미에게 슬쩍 눈치를 주었다.
‘여긴 학교 아니거든!’
뒤늦게 너무 평소대로 했다고 생각한 제이미의 얼굴이 벌게졌다. 하운드 키즈인 아이비가 풋 하고 비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그럼 손을 드신 김에 제이미 빅토리아 학생, 승률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상성입니다.”
제이미가 다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했다.
“같은 양의 칠흑과 신성이 정면으로 부딪힐 경우, 당연히 칠흑이 밀리니까요.”
“그렇습니다.”
교관이 한 차례 손뼉을 쳤다.
“프리스트와의 전투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현역 네크로맨서들도 많습니다. 프리스트들은 하던 그대로 해오면 되겠지만, 우리는 아니죠. 그래서 합숙 인원을 20명이나 차출한 것이기도 하구요.”
그가 손끝을 펼쳤다.
“프리스트와 가장 잘 싸우는 10명을 선발하기 위함입니다. 본래의 역량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이번 룬 리그에서는 프리스트와 잘 싸우는 능력이 곧 실력입니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떨어지는 네크로맨서도, 이런 상성전에서는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저 멀리 떨어져 앉아 있던 3대 네크로맨서 학교 학생회장들이 자세를 고쳐 앉는 모습이 보였다. 확실히 그들에게도 기회는 있는 셈이다.
“그럼 간단히 훈련장에서 테스트해 보도록 하죠.”
20명의 후보생들은 함께 배의 계단을 내려가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함내에 운동장 하나만 한 거대한 공간이 있었는데, 정말로 키젠에서 봤던 아발론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기에, 프리스트들과의 전투에서 가장 효과적인 중급 기술을 꺼내주십시오. 그에 맞는 신성마법을 맞부딪혀 보겠습니다.”
이번 아발론에는 다량의 신성이 함유된 신성 탱크가 준비되어 있고, 가상전투의 대상으로 신성을 일으키는 신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교관이 아발론을 작동시키자 주위가 울창한 숲처럼 변했고, 그 앞에 신수 하나가 튀어나왔다.
메이린부터 시작했다.
“하아아아압!”
꽈드드드드드!
그녀가 강력한 칠흑빙결계 마법을 광범위하게 쏟아냈지만, 신수는 똑같은 신성으로 이루어진 얼음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백마법이 메이린의 흑마법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
메이린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교관이 고개를 내저었다.
“방금 그 흑마법은 프리스트와의 전투에서는 적절하지 않을 수 있겠군요.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 밖에도 여러 학생들이 차례대로 나와 실력을 보였다.
클라우디아의 머리카락이 움직여 뱀의 형상으로 변했고, 뱀이 입을 쩍 벌리며 맹독을 쏟아냈지만 신수가 일으킨 정화마법에 막히면서 독성이 모조리 정화되고 말았다.
반장 제이미가 연속 저주를 쏘아냈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축복에 모조리 집어삼켜졌다.
“프리스트의 신성에 대항하는 걸 넘어서, 능가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여러 학생들이 실패하는 가운데, 떡하니 확실한 신성대응책을 준비해 온 두 사람이 있었다.
촤아아아앙!
바로 시몬과 헥토르였다.
이전 아론의 수업 때 완성한 신성에 저항하는 데스나이트들은 신수가 발사한 신성을 몸으로 받아내며 달려가 신수를 베어내는 데 성공했다.
교관이 손뼉을 쳤다.
“역시 두 분 군단장님은 다르시군요.”
-키잉!
시몬의 데스나이트가 달려와 연신 머리를 시몬의 이마에 맞닿게 했다. 시몬이 쓰게 웃으며 둥글둥글한 안광의 데스나이트를 쓰다듬어 주었다.
반면 헥토르의 데스나이트는 시크하게 옆으로 길쭉한 안광을 뿌리며 삐딱하게 서 있었다. 헥토르도 삐딱하게 등지고 서 있어서 마치 거울을 두고 갈라진 것 같은 모습이다. 같은 데스나이트라도 성격이 전혀 달랐다.
“하지만 전투 내내 데스나이트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으실 겁니다. 중급 마법 정도 선에서, 프리스트의 신성보다 우위이거나 혹은 상대할 만한 기술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그러네요.”
시몬의 고민도 길어졌다.
사실 시몬이야 원하는 때에 프리스트로 변할 수 있으니 딱히 신경을 쓰지는 않았는데, 이번 룬 리그는 철저히 네크로맨서로서 싸워야 했고, 배리어 아티팩트를 착용한다.
배리어가 깎이면 패배하니 룬 리그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단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프리스트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성을 쓰는 결사의 구원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어떤 기술을 준비해 볼까.’
시몬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
헨릭 왕자의 눈빛은 여전히 시몬에게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원한다면.”
“?”
시몬에게 다가온 헨릭 왕자의 목소리가 내려갔다.
“내가 왕가의 기술을 전수해 줄 수도 있네만. 시몬 폴렌티아.”
시몬이 쓰게 웃었다.
‘……그렇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