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3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31화
함내 함장실.
“메도우 함장님! 이제 세 시간 뒤면 신성연방의 영해에 진입합니다!”
“그래.”
넓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수정의 네크로맨서 메도우는 깊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네프티스 님께서 너무나 어려운 일을 내게 맡기셨구나.’
룬 리그 감독관으로서, 암흑연합의 어린 대표들을 이끌고 에프넬로부터 승리를 따내야 하는 일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 이들을 결사나 신성연방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
현재 배에 타 있는 사람들의 수와 전력은 한정되어 있다.
당연한 이유였다. 너무 강한 외국 전력이 영토 깊숙하게 들어오는 걸 반길 지휘부는 없으니까. 신성연방에서는 간신히 자기 방호를 할 만한 전력만 허가했다.
함내 정원의 대부분이 배를 움직이기 위한 선원들이고,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학생들과 이들을 훈련시킬 교관, 그리고 메도우 자신뿐이었다.
‘네프티스 님은 무슨 일이 있다면 제7군단장과 논하라 하셨지만…….’
메도우가 보기엔 그도 아직은 경험이 조금 많을 뿐일 학생일 뿐.
메도우의 어깨가 무거웠다.
“메도우 함장님!”
그때 한 선원이 조타실로 뛰어 들어왔다.
“학생 대표 세 명이 찾아왔습니다! 함장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표들이? 어서 들어오시라 하게.”
선원이 고개를 숙이며 나갔고, 잠시 후 세 명의 학생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3대 네크로맨서 학교인 알란드, 시에라, 모이란의 학생회장들이었다. 메도우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의외의 얼굴들이군요!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하셨습니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평소 학생들을 대하는 것처럼 밝게 웃으며 반긴 메도우였지만, 금방 이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나같이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저희 세 사람.”
모두를 대표하여 시에라의 학생회장이 너덜너덜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룬 리그 대표직을 사퇴할까 합니다.”
“!”
메도우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뒤에서 귀를 쫑긋한 채 듣고 있던 다른 선원들도 놀란 반응이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합숙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이들의 표정을 살핀 메도우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지요? 말해보십시오!”
“별일 아닙니다.”
시에라의 학생회장의 시선이 메도우를 지나 투명한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저 먼바다를 응시했다.
“그저 너무 큰…….”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벽을 느껴서요.”
메도우는 그 말에 탄식하듯 눈을 감았다.
알 만했다.
자신이 봐도 이들의 실력은 다른 17명보다 현저히 떨어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암흑연합의 대표들을 이끄는 책임자로서, 고작 그 정도 일로 이탈을 허가할 수는 없었다.
“여러분은 암흑연합의 20인에 든 대표로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누가 레귤러 멤버가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모교와 암흑연합 주민들의 기대가……!”
“저.”
시에라의 학생회장이 메도우의 말을 끊으며 쓰게 웃었다.
“어제 시험 때 저주를 써서 키젠 학생들을 방해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메도우가 속으로 탄식했다.
이곳을 이끄는 자로서 가만히 넘어갈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들은 진심으로 여기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니 보내주십시오. 이대로 신성연방까지 넘어가서 합숙을 계속해 봤자 다른 대표들의 발목을 잡을 뿐입니다.”
“저도.”
이번엔 알란드의 학생회장이 분한 듯 눈가를 비비더니 이내 후우 하고 긴 숨을 토해냈다.
“이제 정신 차리고 원래의 위치에서 정진하고 싶습니다.”
메도우가 힘겨운 소리를 내며 눈을 감았다. 이들의 결심이 굳건해 보였다.
* * *
지글지글지글!
오늘은 마지막 주말.
학생들은 갑판 위로 올라와 햇빛을 받으며 합숙훈련의 피로를 풀고 있었다.
선베드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굳은 몸을 푸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시몬은 갑판 위에 올라와 뜨거운 불판에 새우들을 굽고 있었다.
‘이번 합숙, 먹을 거 하난 정말 잘 나오네.’
엄청나게 비싼 새우라는 건 크기와 빛깔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집게로 이리저리 새우를 뒤집던 시몬이 슬쩍 옆을 바라보았다.
‘그건 그렇고 어색해.’
반대쪽 불판에서 새우를 뒤집고 있는 건 헥토르였다. 뽑기 게임에서 딱 걸린 덕분에 나란히 새우를 굽게 된 두 사람이었다. 헥토르는 인상을 바짝 쓰고 한 손은 허리를 짚으면서도 나름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시몬이 몇 번 가벼운 일상 화제를 몇 번 던져보았지만, 헥토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새우를 굽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데.
“유령궁.”
헥토르의 입이 열렸다.
“거기서 새로운 에이션트 언데드를 얻었다지.”
시몬은 속으로 움찔했다.
‘역시 알고 있었구나.’
헥토르는 늘 에이션트 언데드 없는 반쪽짜리 군단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었다. 괜히 그를 자극할까 봐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소문이 흘러들어 간 모양이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어.”
“그런가.”
“…….”
지글지글지글!
다시 침묵이 맴돌았다. 시몬은 껍데기가 타기 전에 새우를 뒤집으며 헥토르를 힐긋 보았다.
의외로 무덤덤했다. 예전처럼 ‘시몬 폴렌티아!’ 하고 외치면서 본인 화를 못 이겨 주위를 다 뒤집어엎거나 하지는 않았다.
‘뭔가 있나?’
그동안 헥토르가 로크섬에서 비밀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가끔 군단학 수업을 담당하는 진 아르스칼트가 몇 가지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는데 정확한 경과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룬 리그를 앞둔 지금, 군단장 헥토르란 존재는 든든하다. 그가 빠진 전력은 상상할 수 없으니 어떤 식으로든 활약해 주길 바랄 뿐이다.
“시몬!”
그때 카미바레즈가 박쥐 날개를 파닥파닥 흔들며 뛰어왔다.
그녀의 등장에 어색한 공기가 단번에 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괜히 더 기뻤던 시몬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카미! 이제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
“큰일 났어요! 저기 보세요!”
“?”
시몬과 헥토르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느새 수영을 하던 사람들도, 선베드에 누워 있던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웅성거리고 있었다.
“누군가 나간다!”
“누구야?”
세 명의 학생이 크리스탈호에서 작은 배에 옮겨 타고 있었다. 누군지는 바로 보였다.
“쟤 시에라 학생회장이잖아!”
“알란드랑 모이란 학생회장도 같이 있어! 나가는 거야?”
모두가 웅성거리는 가운데, 세 사람은 작은 배에 옮겨 타는 중에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선원 한 명이 같이 올라타 배를 출발시켰다.
작은 배가 모두가 타고 있는 크리스탈호로부터 빠르게 멀어졌다. 작별 인사 한마디 남기지 않고 서둘러 떠나는 모습이다.
“세 사람은 본인 의사로 합숙 훈련에서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때 수정의 네크로맨서, 메도우가 갑판으로 걸어 나왔다.
“그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나는 그들이 떠나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경쟁자가 줄었군요. 남은 17명 중에서 10명의 레귤러 멤버를 선정하겠습니다. 주말간 편히 쉬시지요.”
메도우는 설명을 마친 뒤 떠났다.
선베드에 앉아 있던 크레이그가 비웃음을 흘렸다.
“무능한 쓰레기들! 기껏 쓸모를 만들어줬더니 저딴 식으로 포기해?”
“본인들이 떠난다는데 어쩌겠어.”
아이비 골드빈이 어깨를 으쓱했다. 헨릭 왕자는 묵묵히 손에 든 과일주를 마시며 말이 없었다.
“왜 저런데?”
“나도 몰라.”
메이린과 클라우디아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작은 배의 뒷모습은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버러지들이 켕기긴 했나 보군.”
타악.
집개를 내려놓은 헥토르가 다 구운 새우를 접시에 옮겨 담았다.
“저놈들이 수작을 부렸다는 건 네놈도 알고 있었겠지?”
시몬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다음 시험에 떨어뜨릴 생각이었다만, 알아서 꺼진다면 그걸로 됐다.”
헥토르는 그 말만 남기고 수영장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 떠났다. 시몬이 복잡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회장.”
제츠가 조용히 걸어왔다.
“잠깐 시간 좀 될까?”
* * *
달그락.
딸칵!
마력 촬영기가 기계음을 내며 작동한다. 어둠뿐이던 촬영 렌즈의 시야에 비로소 빛이 들어왔다.
촬영기 렌즈에 대뜸 보이는 건 오뚝한 코 하나였다. 이내 입술이 보이고, 입이 씰룩거리다 벌어지며 새하얀 이빨을 드러냈다.
“오케이, 오케이. 다 됐다.”
장난꾸러기 같은 소년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시야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이내 시야는 서서히 암흑연합 대표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수영장 근처를 비추었다.
여러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대로 휴식을 취고 있었다. 그중에 렌즈의 시야가 가장 가까운 학생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뭐?”
마력 촬영기의 렌즈가 움직이며, 선베드에 수영복 차림으로 우아하게 누워 있는 엘리사를 비추었다.
“3대 학교 애들이 합숙을 포기한 걸 어떻게 생각하냐고? 뜬금없이 뭐야!”
‘지금 촬영 중이야.’
딕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그렇게 입 모양으로 말하자, 엘리사가 쩝 하고 혀를 차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이유가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암흑연합 전체가 지켜보고 있는 이런 스타 탄생의 기회를 제 발로 차는 건 멍청한 짓이지! 나라면 온갖 오물을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붙어 있었을 거야. 그거야말로 정치인의 숙명이니까!”
이번엔 시야가 움직이며, 그 옆에 훈련중인 말콤을 비추었다.
마찬가지로 수영복 차림의 말콤은 자리에 앉아 아령을 들어 올리며 육체를 단련하는 중이었다. 단추를 풀어둔 수영복 상의 너머로 빨래판같이 탄탄한 복부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딕의 요청에 말콤은 흔쾌히 답했다.
“나도 예비 1번에 불과하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는 된다. 타인의 생각은 직접 타인이 돼보지 않는 이상 함부로 헤아려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야겠지.”
딕이 이번엔 셔츠 사이로 촬영구를 숨기고는 걸어갔다. 그의 다음 목표는 놀리기 좋은 메이린이었다.
“아, 또 뭐!”
보자마자 짜증스럽게 툭 내뱉고 보는 메이린이었다. 딕이 슬쩍 촬영구를 보여주자 메이린이 급하게 표정과 동작을 바꾸더니 생긋 웃었다.
“오호호! 안녕하세요, 기자님!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촬영구의 렌즈 겉부분에 차가운 서리가 끼고 있었다. 촬영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아, 그 애들 나간 거요? 부정행위가 적발된 거겠죠. 저는 2년간 카미랑 클라라가 그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분명 그들이 저주를 썼을 거예요.”
촬영구 너머로 ‘살려줘’ 하고 중얼거리는 딕의 목소리가 들렸다. 메이린이 ‘흥’ 하고 콧방귀를 뀐 채 손가락을 휘젓자 촬영구의 서리가 비로소 걷혔다.
달칵!
딕이 촬영을 종료하고 한숨을 쉬었다.
“아니, 장난 좀 쳤다고 사람을 갑자기 얼리면 어떻게 하냐고. 죽을 뻔했잖아.”
“딕!”
투덜거리던 딕이 고개를 들었다.
마침 시몬이 걸어오고 있었다.
“어, 시몬!”
“방금 제츠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두 사람은 가볍게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츠는 시몬을 찾아가서 사실대로 말했고, 학생회장도 아니고 직원으로 일하는 중인 자신이 멋대로 나서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시몬은 물론 괜찮다고 말했다. 카미바레즈와 클라우디아에게도 사실대로 이야기해 줄 생각이었다. 저번 임무에서 꽤 상심했을 테니 말이다.
“음흐흐! 결과적으로 제츠를 데려온 보람이 있었네. 요리 자격증 있다길래 데려온 건데 이런 활약을 할 줄이야.”
딕이 으스대며 팔짱을 꼈다. 시몬이 옆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제츠가 그렇게 강했던가? 203위인데 3대 학생회장 세 명을 상대로 이길 줄은 몰랐어.”
“그건 3학년 초 석차 이야기고. 제츠 그 자식, 풀고르를 습득하더니 포텐 제대로 터졌어. 지금은 100위권 초반대 정도는 될걸?”
“……어쩐지.”
키젠 3학년까지 버틸 정도면 잠재력은 하나같이 확실한 네크로맨서들이다. 데스나이트를 만들고 날아오른 토토 아모리도 그렇고, 누가 언제 어디서 포텐셜이 터져서 상위권으로 올라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키젠에서는 성적이 높다고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이제 다음은-”
딕이 고개를 돌렸다.
“저 네 명이 떨어져 주면 완벽하겠는데!”
딕은 하운드 키즈 네 명이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당장 극단적인 일을 벌인 것 같진 않으니까 지켜보자.”
시몬이 타이르듯 말했다. 그때 방송음이 들렸다.
-대표 여러분, 전파하겠습니다. 원래 복장으로 갈아입고 모여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10분 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성연방의 해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드디어.
시몬과 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어, 저기!”
그때 옆에 있던 한 학생이 하늘을 가리켰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고개를 들었다.
화아아아악!
눈부신 빛과 함께, 한 무리의 프리스트들이 하늘에서 강림하듯 그들이 있는 배로 내려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