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3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33화
촤아아아아!
크레이그가 머리 위로 마법진을 펼쳤다.
허공에 커다란 오망성이 펼쳐지고, 크레이그의 몸과 얼굴에 달라붙었던 시뻘건 저주들이 하나둘 떨어져 마법진을 향해 빨려들어 갔다.
모든 저주를 자석처럼 빨아들인 오망성이 음침한 빛을 뿜어냈다. 크레이그의 눈깔이 회까닥 돌아갔다.
“내게 수모를 준 대가는 치러야겠지? 에이션트 언데드.”
좀비집사는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 태연히 서 있었다.
스으.
그때 좀비집사의 어깨에 손이 올라가더니, 이번엔 메이드복 차림의 언데드가 걸어 나왔다.
[집사님을 공격하는 건 용납할 수 없습니다.]마코가 다른 한 손에 든 밀대 걸레를 창처럼 세워 들며 말했다. 좀비집사도 옆으로 물러나 그녀와 어깨를 맞추고 밀대 걸레를 들어 올렸다. 두 밀대 걸레가 차캉! 소리가 나며 X자로 교차했다.
“용납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지-”
크레이그가 두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저주가 담긴 오망성의 마법진이 살벌한 빛을 내뿜었다.
“알아볼까!”
크레이그가 그대로 저주를 좀비집사와 마코에게 쏟아부으려는 순간, 크레이그의 얼굴 앞을 가로막는 커다란 손이 보였다.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동상의 손이었다.
“크레이그.”
크레이그가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저기 뒤에서 지켜보던 헨릭 왕자가 손끝을 세워든 모습이 보였다.
“옳은 말이다. 너 ‘혼자’서는 군단을 이길 수 없다.”
“……왕자님.”
크레이그는 갈등하는 듯하더니 이내 짜증스럽게 팔을 내리며 방금 모아둔 저주 마법진을 해체해 버렸다.
그러고는 홧김에 애꿎은 갑판만 걷어차며 저벅저벅 걸어갔다. 좀비집사와 마코도 밀대 걸레를 내렸다.
“…….”
크레이그의 살벌한 눈빛이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시몬 폴렌티아에게로 향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잘난 군단만 믿고 그렇게 뻗대는 것도 오래가진 못할 거다.’
크레이그의 이빨이 빠드득 갈렸다.
* * *
암흑연합의 대표들을 태운 배는 이제 국경을 지나, 본격적으로 신성연방의 바다로 들어왔다.
늘 보던 바다였지만, 학생들은 이것도 신기한지 꺄륵거리며 갑판 위를 돌아다녔다.
반장 제이미가 제안했다.
“애들아! 모처럼 신성연방의 바다까지 왔는데 기념 촬영은 해야 하지 않을까?”
“좋지! 야, 평민! 우리 찍어줘!”
메이린, 카미바레즈, 클라우디아, 제이미까지. 1학년 A반 시절부터 각별한 사이였던 여학생들끼리 모여서 다리를 들고, 두 손바닥을 서로 맞부딪히는 등 발랄한 포즈를 취했다.
마력 촬영기를 들고 다니던 딕이 오만상을 썼다.
“뭐냐, 밥맛 떨어지게. 그리고 이게 무슨 개인 촬영기인 줄 아냐? 마나 아깝다.”
“야, 혹시 모르잖아!”
메이린이 외쳤다.
“나중에 미녀 사총사로 리그 컵 표지에 쓰일 수도 있고!”
“암흑연합에 미녀들이 다 죽으셨나 봅니다.”
“…….”
메이린이 잠시 동작을 멈추고 주먹을 쥔 채 저벅저벅 걸어오자 다급해진 딕이 얼른 마력 촬영기를 들고 찍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메이린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와 웃는 얼굴로 카미바레즈와 손을 맞잡았다.
“찍는다 하나 둘!”
그렇게 갑판 위에 10대 여학생들의 청춘이 펼쳐지고 있는 때에, 육체파인 말콤과 헥토르는 아령과 덤벨을 들고 체력을 단련하고 있었고, 고위귀족 출신인 엘리사와 피츠제럴드는 국제 정세에 대해 침을 튀기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멤버들을 안정시키고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시몬은 쥴과 상담을 하고 있었다.
“마검이 예전처럼 힘을 완전히 빌려주지 않는다고?”
“……그렇소.”
스릉!
쥴이 마검을 뽑아 들었다. 쥴의 칠흑이 실리자 어두운 검신이 더더욱 검게 물들었다.
“마검과 동등한 관계를 맺은 뒤에는 이 정도가 최선이오. 예전의 그 발검술은 쓸 수 없게 됐소.”
“음.”
“마검이 왜 내게 모든 힘을 내어주지 않는 건지 모르겠소.”
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말했다.
“과거를 한번 돌이켜 보면, 네가 마검을 휘두르는 게 아니라 마검이 너를 휘둘렀다고 생각해.”
“부끄럽지만 맞는 말이오.”
쥴이 사용하는 발검술의 경우, 검집에 꽂힌 마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방향을 정하면 마검이 알아서 뽑혀 나와 참격을 그어버리는 방식이다.
그건 사용자가 무기를 휘두른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 생각엔 마검이 네게 힘을 빌려주지 않는 게 아니라고 봐. 이제 네 비중이 더 커졌을 뿐이지.”
“…….”
시몬의 그 말에 뭔가 힌트를 얻은 걸까. 마검을 다시 검집에 돌려놓은 쥴이 잠시 고민에 빠져 있다가 말했다.
“고맙소. 아발론을 켜고 훈련장에서 몇 가지 해보고 싶은 게 있소.”
“열심히 해. 아 참! 아발론 가는 길 휴게실에 에이젤 선배님이 숨어 계실 텐데, 시몬이 찾는다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
“그러겠소.”
시몬은 대표 멤버들 한 명 한 명 살뜰히 챙기며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항해와 합숙 훈련, 수업은 계속되어 갔다. 키젠의 대표 멤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안면을 트면서 친해져 갔다.
하운드 키즈는 여전히 뻔뻔하게 굴었지만, 그 사건 이후 툭하면 키젠을 도발해 오던 크레이그가 조용해졌기에 지내기도 훨씬 편했다.
다만 신성연방의 해안 기후는 도저히 종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 갑자기 여름처럼 후끈 더워졌다가, 한겨울처럼 칼바람이 불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곧 첫 번째 목적지에 도착하겠습니다.
드디어 신성연방의 영토가 눈에 들어왔다. 배는 무사히 해안가에 정박했고, 학생들은 긴장한 얼굴로 신성연방의 육지에 발을 디뎠다.
바다를 지나 커다란 강이 굽이굽이 흐르는 장소였다. 이곳은 진흙이나 자갈이 가득했지만, 조금만 더 가면 숲이 무성했다.
이 지역은 어떤 곳인지,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먼 항해 고생하셨습니다.”
수정의 네크로맨서, 메도우가 브리핑을 시작했다. 키젠 학생들과 하운드 키즈는 도열해서 섰다.
“배에 정비가 필요해서 며칠 이곳에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은 이 지역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하며 신성연방에서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레귤러 멤버 10인을 뽑기 위한 평가 고과가 진행되는 점을 인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네!”
“이곳은 암흑연합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식생과 몬스터들이 사는 곳입니다. 옆을 봐주시죠.”
학생들이 고개를 돌렸다.
“크흡!”
“천천히! 천천히!”
메도우의 선원들이 커다란 멧돼지 같은 몬스터를 흑마법으로 포획한 채 데리고 오고 있었다. 기후가 온난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털은 하얗고, 뿔이 옆으로 길게 일어난 몬스터였다. 학생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 보는 몬스터인데.”
“토착종 아닐까?”
다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선원들이 몬스터의 사슬과 입을 가린 마개를 풀고 빠르게 물러났다.
“토착종이 맞습니다. 드넓은 신성연방에서도 이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몬스터죠. 자, 그럼 이 몬스터가 암흑연합의 몬스터들과 어떤 점이 다른지 볼까요?”
메도우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 앞으로 마법진이 펼쳐지더니, 기본적인 ‘칠흑 화살’이 만들어진 채로 날아갔다.
투콱!
콰악!
칠흑 화살이 몬스터의 앞 흙바닥에 연달아 꽂혔다. 적의 도발이라고 생각한 몬스터가 메도우를 보며 흥분하듯 콧김을 뿜어냈다.
“눈 크게 뜨고 잘 보시죠!”
이번에는 메도우가 조금 더 큰 칠흑화살을 만들어 날렸다. 정면에서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건지 멧돼지 몬스터가 자세를 낮추었다.
우우우웅!
드문드문 갈색이었던 털이 완전히 하얗게 변하며 몬스터의 몸에 백색의 빛이 일렁였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기겁했다. 이건 바로…….
“신성?”
콰창!
신성을 몸에 휘감은 멧돼지 몬스터가 칠흑화살을 그대로 들이받아 없애 버린 뒤, 콧김을 뿜으며 메도우에게 달려들었다.
메도우가 연달아 작은 칠흑 화살을 날려보냈지만, 신성으로 둘러싼 털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 심지어.
‘상처가……!’
처음에 선원들이 사로잡아 데려왔을 때 났던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틀림없는 신성이었다.
“보시다시피 이곳의 몬스터들은 신성을 사용할 줄 압니다. 칠흑 물리공격이나 저주 등에도 어렵지 않게 버텨내지요!”
메도우는 저주나 맹독마법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했지만, 저 신성 몬스터를 쉽게 저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메도우가 한번에 강한 흑마법을 사용했다.
멧돼지 몬스터의 발밑에서 수정이 솟구쳐 올라 단숨에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두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하늘에서 송곳 형태의 수정을 떨어뜨려 심장을 꿰뚫는 것으로 마무리.
시범을 보여준 메도우를 위해 모두가 박수를 쳤다.
“신성에 상성이 좋은 흑마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을 겁니다. 그밖에도 이 지역에는 신성을 사용하는 몬스터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메도우는 선원들이 잡아온 몬스터들을 차례대로 선보였다. 커다란 식물이 변이한 듯한 몬스터가 보였는데 입이 쩍 벌어지며 신성을 내뱉기도 했고, 이번에는 스컹크처럼 생긴 몬스터가 항문으로 신성폭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학생들은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곳 로하론 지방은 신성 농법으로 경작되는 포도밭이 가득합니다! 신성이 있는 포도를 먹던 몬스터들이 이렇게 신성 적응력을 가지는 식으로 진화한 거죠! 개중에는 엄청나게 강한 신성 몬스터들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대프리스트 훈련에 딱 적절한 상대가 되어줄 겁니다!”
학생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대프리스트전 훈련을 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을 정도로, 훈련 환경만큼은 완벽에 가까운 천혜의 장소였다.
마침 아발론 시스템도 신성 탱크에 신성이 다 떨어지는 바람에 훈련을 못 하고 있던 상황. 실전이 필요했던 학생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질문 있습니다.”
신성연방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뛰어난 시몬이 손을 들어 올렸다.
“신성을 사용하는 몬스터라면…… 신수 아닌가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신수와 신성 몬스터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수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영험한 생물이다. 태어날 때부터 신성에 적합한 개체들이고, 위에서부터 새끼를 낳고 번식한다. 인간과 우호적이며 ‘신수학’으로써 다스릴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저들은 다릅니다.”
메도우가 손을 뻗어 수정에 갇혀 죽은 멧돼지 몬스터를 가리켰다.
“비교적 근래에, 로하론에 살았을 뿐인 몬스터들이 로하론의 환경에 적응하여 신성을 일으키게 된 겁니다. 아까도 말했듯, 신성 포도를 먹는 게 가능한 몬스터들이 오래 살아남고 번식하여, 신성 적합률이 높은 개체들이 늘어나게 된 거죠. 일종의 돌연변이 몬스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몬스터인 만큼 인간을 공격하고 인간에 해를 끼치죠.”
가만히 듣고 있던 크레이그 슈텔츠헨이 삐딱하게 짝다리를 짚었다.
“아니, 뭐. 결국 신수란 거잖아.”
“맞습니다. 사실 신수나 신성 몬스터나 그 근본은 동일하죠. 실제로 신성연방에서는 신수는 ‘신성을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정의합니다. 즉.”
그가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방금 저 몬스터들도 전부 ‘신수’로 취급합니다. 신성연방에서는 절대로 신수를 공격하거나 사살해서는 안 되는 게 율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저 신성을 쓸 뿐인 몬스터가 주민들을 공격해도,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거죠. 영험한 존재니까요. 신성연방의 인간들은 지엄한 율법에 의거하여 신수를 공격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탄성을 흘렸다. 이런 문제가 있었을 줄이야.
“그래서 신성연방에서 우리에게 임무를 주었습니다. 이번 레드컵 대표들은 상대 영역으로 넘어가 서로가 하지 못하는 일을 수행할 겁니다. 레테 성녀가 이끄는 신성연방 대표들도 지금쯤 암흑연합에 가 있겠군요.”
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레테가……!’
“그리고 반대로 연방에 온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
그가 손을 휘두르자, 수정에 갇힌 채 죽은 멧돼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로하론 지방에 산더미처럼 많은 신성 몬스터를 제거하는 겁니다.”
아이비가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너무 신성연방만 좋은 일 시켜주는 거 아닌가요?”
메도우가 태연하게 웃었다.
“그건 아닙니다. 우리도 그 정도의 대가는 받아낼 테니 안심하시길.”
* * *
펜타모니엄 인근.
오염된 호수.
우우웅!
우웅!
배를 타고 넘어온 프리스트들이 신성을 일으켜 오염된 곳을 정화하고 있었다. 온통 썩어빠지고 더러운 물체들이 가득했다.
“성녀님, 이게 진짜 훈련 맞습니까?”
팍!
자연형 언데드를 발로 걷어차 박살 낸 프리스트가 심술궂은 얼굴로 신성을 일으켰다. 오염된 늪이 걷히고 주위가 다시 환한 바닥이 드러났다.
“암흑연합에서 언데드를 사냥해야 실력이 빨리 붙는다길래 왔는데, 이건 그냥 자연 정화 임무지 않습니까.”
10명의 프리스트들이 반으로 갈라져 행동했다.
반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늪의 언데드들을 신성마법으로 제거하고 있었고, 나머지 반의 프리스트들은 정화마법으로 주위를 깨끗하게 만들고 있었다.
“투덜거리지 마십쇼. 이스라필 님의 명령이니까.”
레테가 그렇게 말하며 기도하던 두 손을 떼어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쿠구구구구구구구!
하늘에서 무수한 신성의 별똥별들이 주위의 늪에 떨어졌다.
공격 기능이 없는 기술이지만, 별똥별이 닿은 곳에 신성이 퍼져 나가고 깨끗한 자연으로 변했다.
어느새 그들이 걸어간 절반의 지역이 깨끗해지고 있었다.
“아마 키젠의 네크로맨서 측들도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을 검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결계로 보호받고 있는 펜타모니엄의 유리탑이 저 멀리서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