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4화
후드가 벗겨지고 드러난 얼굴에, 시몬의 동공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시몬이 이미 알고 있는, 아니,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루에 한 번 이상 보는 사이였으니까.
‘카쟌 에드발트……!’
빛바랜 회색 머리카락에 오른쪽 눈에 보이는 긴 흉터. 특유의 쭉 찢어진 날카로운 눈매까지.
카쟌이 확실했다.
시몬은 충격으로 정신을 차리는 것도 힘들었지만 힘겹게 냉정을 유지하며 물었다.
[대답해. 당신이 프리스트인가?]카쟌이 나른한 표정을 지었다.
“반대로 묻지. 넌 내가 프리스트로 보이나?”
시몬이 입술을 깨물었다.
[농담할 기분 아니야.]“내게서 나올 수 있는 대답은 당연히 ‘아니다’다. 결국은 전부 네 판단에 달린 일이지.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해라.”
시몬은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방금 있었던 카쟌과의 전투를 떠올렸다.
동시에 카미바레즈와 있었을 때 싸웠던 프리스트와의 전투도 떠올려 보았다.
두 사람의 전투 스타일은 완전히 달랐다. 카쟌은 철저한 마투, 그때 만난 프리스트는 칠흑 마법 위주였다.
물론, 시몬을 기만하기 위해 상이한 방법으로 싸운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쟌이 처음부터 칠흑마법까지 수준급으로 다뤘다면 애초에 지금 시몬에게 붙잡히는 상황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기만이 목표라기엔 카쟌은 진심으로 싸웠다.
게다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 걸음걸이, 태도나 습관까지. 그 둘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분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몬은 아직 그의 목을 겨눈 대검을 내리지 않았다.
[대답해. 금지된 숲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카쟌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키젠에 잠입한 프리스트를 찾고 있었다.”
시몬이 입을 일자로 다물었다. 자신과 완전히 같은 목적이다.
“프리스트의 흔적을 따라 금지된 숲을 수색하다가, 자신을 프리스트라고 밝힌 이상한 여자가 말을 걸어왔고 나는 그녀를 심문하기 위해 싸움을 걸었다. 대답이 됐나?”
[마지막으로.]시몬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을 이었다.
[왜 그 프리스트를 뒤쫓는 거지?]“의뢰를 받았다. 원래 의뢰자의 이름을 밝히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카쟌이 시몬의 목에 걸린 아티팩트 목걸이를 보았다.
“너라면 괜찮겠지. 의뢰자는 네프티스 아크볼트 님이다.”
스릉.
비로소, 시몬의 대검이 내려갔다.
-일단은 믿을 만한 심복들에게 수사 의뢰를 해놨어. 조금씩 단서도 찾아가고 있고.
로레인의 집에서 네프티스와 만났을 때 그녀에게 들은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게다가 카쟌은 직접 아공간에서 네프티스의 인장이 찍힌 의뢰서를 보여주었다.
더 의심할 부분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카쟌이 오른쪽 눈에 난 상처를 긁적였다.
“언제 그런 멋진 해골 투구를 손에 넣었지? 시몬 폴렌티아.”
[…….]시몬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피어의 두개골을 벗어서 목 뒤로 넘겼다.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어요?”
“어렴풋이는.”
카쟌이 슬쩍 웃었다.
“처음에 ‘에르제’라고 외칠 때, 네 목소리라는 걸 알고 도우러 가려 했다. 하지만 금방 너와 저 에르제라는 여자가 한패라는 걸 깨달았지.”
“…….”
마침 에르제베트가 팔짱을 끼며 카쟌 쪽을 사납게 째려보고 있었다.
“네가 에프넬의 협력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교전했지만, 아마도 아닌 것 같군. 네가 정말로 에프넬이라면 목격자인 내 목을 깔끔하게 날렸을 테니까. 그리고.”
카쟌의 시선이 다시 한번 시몬의 아티팩트로 쪽으로 향했다.
“네프티스 님의 힘이 깃든 진품. 그건 프리스트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물건이지.”
“이게 대체 뭔데요?”
시몬이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카쟌이 털썩 풀밭에 앉아 아공간에서 포션을 꺼냈다.
“네가 정말로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에 알게 될 거다. 일단 그렇게만 알아둬라.”
그러곤 옷을 벗고 포션을 마구 몸에 끼얹기 시작했다.
[소년. 놈을 죽이려면 기회는 지금뿐이다.]피어가 시몬의 머릿속으로 경고했다. 시몬의 시선 또한 카쟌의 등으로 향해 있었다.
[놈은 군단을 봤다. 키젠 측에 그 사실을 나불거리면 곤란해.]‘……저한테 맡겨주세요, 피어. 아무래도 카쟌도 네프티스 님의 사람인 것 같으니까요.’
시몬은 카쟌의 옆에 쪼그려 앉아 포션을 바르는 것을 도와주었다.
‘어우, 아프겠다.’
카쟌이 사용하고 있는 새까만 포션은, 상처 부위에 닿는 즉시 부글거리며 엄청난 양의 연기가 흘렀다. 피가 멈추고 상처가 강제적인 힘으로 봉합되는 게 보였다.
실제로도 아주 아픈 듯,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카쟌의 등은 연신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카쟌.”
“싸우다 보면 흔한 일이야.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어.”
급하게 상처 부위는 봉합됐지만, 몸에 여러 흉터가 남았다. 아마 온몸에 나 있는 저런 흉터들도 비슷한 이유로 생겼으리라.
두 사람은 붕대를 감고 상처를 치료하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건.
“제가 아는 그 도둑길드…… 맞죠?”
“맞다.”
카쟌은 도둑길드 총협회장의 아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카쟌은 이미 ‘완성된 인물’이었다. 고작 18살인 지금 어지간한 프로 네크로맨서들도 맨손으로 때려잡을 정도로 무패의 괴물이었다.
물론 군단장인 시몬을 만나 1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건 상대가 지나치게 나빴을 뿐이었다.
하지만 카쟌은 자기 자신을 천재라고 하지 않고 ‘만들어진 괴물’이라고 했다. 태생적 비밀이 있다고 했지만 그게 뭔지는 밝히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누군가에게 뭘 배울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학생의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은 카쟌이, 굳이 키젠에 들어오게 된 건 네프티스의 의뢰 때문이었다.
-키젠 내부에 에프넬의 스파이가 있는 것 같아.
네프티스의 의뢰는 잠입 수사였다.
카쟌은 키젠에 정식으로 입학한 뒤 수업보다는 수사에 집중했다.
그래서 매번 밤이나 주말마다 기숙사 밖으로 나가는 거였고, 낮에 시몬이 볼 때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거였다.
그 프리스트도 낮에는 키젠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듯했지만 ‘예배’ 등을 드리기 위해 주로 밤에 움직였고, 카쟌도 프리스트를 잡기 위해 밤에 밖으로 나가 로크섬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잠깐만요! 카쟌은 유급생이라 작년에도 키젠에 있었잖아요?”
“그래. 네프티스 님에게 의뢰를 받은 시점도 작년이다.”
시몬이 턱을 쓸었다.
그렇다는 건 네프티스는 작년부터 프리스트 스파이가 키젠에 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된다.
“이 정도로 정보를 제공했으면 목숨을 살려준 대가는 치렀겠지.”
카쟌이 몸을 일으키고는 시몬을 돌아보았다.
“시몬.”
“네.”
“이번 사건은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해결하겠다. 네프티스 님께 말해둘 테니 너는 이번 일에서 손 떼. 네겐 너무 위험해.”
시몬이 빙그레 웃었다.
“괜찮아요. 제가 카쟌보다 더 세잖아요?”
“…….”
그 말에 카쟌의 얼굴이 굳어졌다. 순간 카쟌이 짓는 이 표정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몬은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건 인정하지. 하지만 누가 더 강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안전의 문제야. 너는 네 친구들과 함께 키젠 생활에 집중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마음껏 누려라.”
“싫습니다.”
시몬도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카쟌과 눈을 마주했다.
“그 프리스트는 제 목숨을 원하고 있고, 실제로 몇 번이고 죽을 뻔했어요. 무엇보다 프리스트는 제 친구를 다치게 했고, 다른 조원들까지 휘말리게 했습니다. 저에게도 그자를 쫓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
카쟌이 길게 한숨을 쉬며 머리를 쓸어올렸다. 말없이 제자리에 못이 박힌 채 서서 고민하던 그가 이내 시몬을 바라보았다.
“……말릴 생각이었으면 네프티스 님이 말리셨겠지.”
“네?”
“좋아. 우리는 명확한 공동의 목표가 있다. 공동전선을 펼치자.”
이쪽이 바로 시몬이 듣고 싶은 대답이었다.
“네가 다루는 언데드들은 퍽 쓸 만해 보이던데, 지금처럼 계속 금지된 숲을 커버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그 ‘시끄러운 놈’이 없을 때 각자 알아낸 정보를 공유하면서 프리스트의 용의자들을 줄여나갈 것을 제안하마.”
시끄러운 놈이라면 아마 딕을 말하는 것이리라. 시몬이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밤이 깊어지고 있다.
더 키젠 복귀가 늦어지면 좋을 게 없었기에 두 사람은 키젠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흠, 흠.”
시몬이 조그맣게 헛기침을 하며 카쟌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데 저에 대해선…… 안 물어보시네요.”
차라리 속 시원하게 ‘너 그거 뭐였냐’ 하고 물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카쟌은 여전히 앞만 보면서 말했다.
“정보길드의 요원이 가지는 가장 큰 리스크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 글쎄요.”
카쟌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건드리면서 대답했다
“아는 것이다.”
시몬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지. 정보길드에 몸담은 사람은 필연적으로 위험한 정보를 알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밀이란 건 남이 알고 있을수록 불안해지고, 사람들은 불안함의 요소를 제거하고 싶어지지.”
카쟌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보를 사고파는 우리는 많이 알고 있을수록 많은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 몰라도 될 정보를 굳이 알 필요는 없어. 나는 ‘몰라도 될 권리’를 행사하겠다.”
“카쟌…….”
시몬은 조금은 감격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크하하하하하하하!]갑자기 시몬의 머릿속으로 피어의 쩌렁쩌렁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뭐! 그래도 자기 분별은 제대로 하는 놈이군! 알아서 해라!]피어조차도 이제는 더 카쟌을 죽이자고 하지 않았다.
* * *
409호의 홀로 남은 딕은 괜히 가슴 졸이고 있었다.
‘파수꾼들이 돌아다니는 날은 피하라니까 참.’
시몬이 로체스트에 내려갔다. 그리고 오늘은 카쟌도 보이지 않는다.
“아- 몰라. 난 분명히 말했어.”
딕이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는 그때였다.
벌컥!
막 목욕탕에 들렸는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감싼 시몬과 카쟌이 나란히 기숙사 방에 들어오고 있었다.
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왜 두 사람이 같이……?”
뜬금없다. 전혀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피차 없는 사람처럼 여기지 않았나? 왜 같이 들어온 거지?
카쟌은 언제나처럼 2층 침대로 올라가 이불을 덮을 준비를 했고, 시몬은 옷을 챙겼다.
“카쟌. 이것도 같이 세탁실에 맡기고 올게요.”
“……부탁한다.”
카쟌이 그렇게 대꾸하곤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었다. 시몬은 슬쩍 웃으며 방을 나섰다.
달칵.
방문이 닫히고, 소외감에 멍하니 있던 딕이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뭐, 뭐야? 왜 두 사람만 갑자기 친해진 거야?!”
딕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깐만 시몬! 이게 무슨 일인……!”
파악!
베개가 날아와 딕의 얼굴에 거칠게 부딪혔다. 딕이 ‘우풉!’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잠들기 전까진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이불 속에서 보이는 소름 끼치는 눈동자에, 딕은 급히 베개를 원상 복귀시켰다.
카쟌은 다시 베개를 가지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고, 몇 분 만에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크흡! 왜 나만 이전이랑 똑같은 취급인데!’
딕 특유의 넉살과 친화력으로도 닿을 수 없는 유일한 인물.
사실 은근히 카쟌과 친해지고 싶은 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