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7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75화(1175/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75화
허억. 헉.
전신에 칼자국이 생겨나며 피범벅이 된 테르곤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꿀꺽.
그 모습을 지켜보던 클라우디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어떤 원리로 저렇게 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이젤 선배님이 테르곤의 약점을 공략한 건 확실해.’
터업.
그때 지면을 짚은 테르곤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억지로 일어났다.
피를 줄줄 흘리는 앞머리 너머로 한 쌍의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타아!
일순 땅을 걷어차며 테르곤이 달려든다.
의도는 분명했다. 여기서 아웃당하더라도 눈앞에 보이는 클라우디아를 함께 데려갈 생각이었다.
[방어 명령.]주위에 있던 알라제의 어보미네이션들이 달려들어 테르곤을 붙잡았지만, 테르곤은 가공할 만한 힘으로 그들을 밀어서 던져 버리고는 함성을 토해냈다.
구오오오오오!
숲의 새들이 깜짝 놀라 하늘로 달아날 만큼 우렁찬 괴성.
테르곤이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펼치며 클라우디아를 붙잡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를 노리고 있는 건 클라우디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허리춤에 매단 포션병 하나를 머리 위로 들더니.
콰창!
그대로 제 머리에 대고 깨뜨렸다. 유리 조각들이 머리에 작게 박혔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 액체가 클라우디아의 연두색 머리카락을 흥건하게 뒤덮었다.
탓!
준비를 마친 클라우디아도 역으로 상대를 향해 돌진했다. 가공할 만한 속도로 내질러진 테르곤의 팔을 고개를 틀어 감각적으로 피해냈지만.
덥석!
테르곤이 클라우디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그대로 클라우디아를 끌어당기려 했지만 갑자기 그녀의 머리카락 자체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머리카락이 역으로 길어지며 테르곤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 것이다.
“!!”
테르곤이 머리카락에 속박당하고, 그대로 머리카락이 끈적거리며 초콜릿 케이크처럼 녹아내렸다. 그의 피부 곳곳에 치이익 하고 살갖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끔찍한 냄새가 났다.
<멘지스 가문 고유기 – 퀸 고르고네스>
바로 그 액체가 된 머리카락이 솟구치며 다섯 머리가 달린 커다란 코브라로 변했다. 테르곤이 몸부림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투콰아아악!
코브라들이 일제히 맹독 브레스를 다시 한번 테르곤의 몸에 쏟아냈다. 주위로 온통 맹독의 강이 범람하며 퍼져 나갔다.
“흐욱! 하아!”
온몸이 독투성이가 된 클라우디아가 몇 걸음을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맹독의 파도가 정신없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푸확!
그때 그 파도의 겉면을 뚫고 테르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 클라우디아의 목을 움켜쥐더니 그대로 나무에 밀어붙였다.
“커흑!”
클라우디아가 버둥거리며 테르곤의 팔을 붙잡고 괴로워했다.
‘대체 이 사람의 맷집은 어떻게 된 거야?’
숨을 쉬기 어렵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서서히 몸에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절체절명의 순간.
<신성연방 대표팀 3번, 테르곤 코룸 사마르칸드가 탈락했습니다.>
우웅!
마침내 테르곤의 몸이 파란색 페인트를 끼얹은 것처럼 시퍼렇게 변했다.
그의 다리 밑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
잠시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테르곤이 큭. 하고 체념한 듯 웃었다.
이내 클라우디아를 붙잡은 손에 힘을 풀고 그녀를 풀어주었다.
콜록! 콜록!
바닥에 떨어진 클라우디아가 제 목을 붙잡은 채 힘겹게 잔기침을 하며 테르곤을 올려다보았다. 테르곤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 패배를 인정하겠네. 자네들의 승리일세.”
화악!
그의 몸이 완전히 호수숲에서 사라졌다.
‘아.’
클라우디아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깜빡이며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가, 비로소 툭 나무 뒤에 뒤통수를 대고 슬라임처럼 늘어졌다.
하하. 하.
켈록거리며 기침이 나왔지만 어쩐지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드디어 우리가.
‘신성연방의 3번을 잡았다.’
터벅 터벅.
마침 고블린 시몬의 모습을 한 에이션트 언데드 알라제가 클라우디아에게 다가왔다.
[부상 정도 확인 요청.]“아, 응. 이 정도는 괜찮아.”
클라우디아가 쉰 목소리로 답했다.
그보다 시몬과 닮은 고블린이라니, 좀처럼 적응이 안 되는 외형이었다.
[정밀 진단 및 치료 필요.]촤르르륵!
알라제의 몸이 꿀렁거리더니 촉수들이 튀어나와 클라우디아의 몸에 꽂히려고 했다. 클라우디아가 질색팔색하며 무릎을 가슴에 딱 붙이고는 두 팔을 마구 휘저었다.
“나, 난 괜찮아! 내 몸은 알아서 치료할게! 포션도 많아!”
알라제가 다시 촉수들을 거두어들이자 클라우디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용무 완료. 본래 임무로 복귀.]“수, 수고해.”
고블린 시몬의 형태였던 알라제가 꿀렁거리더니 살점의 공 형태로 변했다. 그것이 통통 튀어 나가며 빠르게 숲에서 사라졌다.
잠시 평화가 찾아왔다.
클라우디아는 포션을 몇 병 더 꺼내 입안으로 힘껏 들이켠 뒤 몸을 일으켰다. 저기 깨진 유리병에 똑 단발이 된 본인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실연당한 것도 아니고 이게 뭐야.’
이런 상황에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한 차례 쿡쿡 헛웃음을 흘린 그녀가 걸음을 옮겼다. 머리카락은 금방 자라니까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건 힘겹게 지켜낸 점령지 <2-A>.
<2-A>의 금속 기둥은 테르곤의 신성이 다량 투여되어 신성연방 측이 거의 다 점령해 가는 상태였다. 클라우디아가 손을 얹고 칠흑을 부여하자 아주 미세하게 칠흑이 흘러 들어가는 게 보인다.
클라우디아가 힘겨운 신음을 흘리며 결국 기둥에서 손을 뗐다.
‘지금 남은 내 칠흑으로는 점령은 불가능하겠네.’
이 몸상태로는 소량의 칠흑도 못 짜낼 것 같았다.
여기서 다른 프리스트들로부터 점령지를 지키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
털썩.
지면에 엉덩이를 붙인 그녀가 두 다리를 곱게 모아 양팔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멍한 표정으로 제 무릎에 고개를 얹은 채 하늘을 바라보았다.
쿠쿵-
쿵-
아주 멀리서 들리는 폭음과 소음.
아직도 전투가 계속되는 모양이다.
몇 시간 동안 바짝 긴장했다가 몸에 한번 힘이 빠져나가니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큭큭 웃었다.
‘룬 리그에 오길 잘했어. 에프넬 프리스트들과 10:10 대결이라니, 진짜 평생 못 해볼 경험이야.’
지금쯤 학교 사람들이나 후배들도 전부 마나 스크린으로 보고 있으리라.
돌아가면 할 말이 산더미처럼 생기지 않을까.
별야 교수님도 기뻐해 주실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피잉!
갑자기 극렬한 두통이 느껴지며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가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뭐야? 이거.’
클라우디아가 느끼는 두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맹독에 너무 오래 노출되어 있었거나 면역이 만들어지지 않은 독 때문에 일어나는 두통.
그리고 최근에 개화한 그녀의 야성적 감각이 무언가를 감지했을 때 느껴지는 두통이다.
무언가를 감지했지만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확실히 모를 때, 그녀의 머리는 극도의 두통을 호소했다.
‘설마……!’
스윽.
그때 그녀의 어깨에 누군가의 손이 올라왔다.
“괜찮아?”
전신의 털이란 털이 쭈우욱 솟구치는 감각과 함께 등허리를 타고 소름이 한 차례 지나갔다.
아무리 지쳐 있었다지만 누가 오는지 감지하지도 못하다니!
급히 뒤를 돌아본 클라우디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신성연방의 2번!’
소매가 긴 목자 옷을 입은 소년, 모제 델 베아투스가 서 있었다.
펑!
클라우디아의 몸이 페인트를 끼얹은 것처럼 시퍼런 색으로 변했다.
<암흑연합 대표팀 9번, 클라우디아 멘지스가 탈락했습니다.>
‘어째서?’
그녀가 경악하며 입을 벌렸다.
단지 손이 닿았을 뿐인데 왜?
그녀가 답을 갈구하듯 모제를 바라보았지만, 모제는 제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안 죽네.”
파앙!
클라우디아의 몸이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되며 언더링의 호수숲에서 사라져 버렸다.
모제는 별 감흥도 없는 듯 제 손을 쥐었다 폈다 하더니 팔을 축 늘어뜨렸다.
“시체는 남기려다가 너무 약하게 조절했나. 다음은 더 강하게 해야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그가 점령지 기둥에 손을 얹었다.
테르곤의 신성으로 가득 차 있던 기둥이 빠르게 신성으로 차오르더니 마침내.
<신성연방이 2-A점령지를 점령했습니다.>
화아아아악!
신성이 퍼져 나가며 주위의 나무와 꽃잎의 색상이 하얗게 피어났다. 지면이 꿈틀거리며 신성 언더링들이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모제가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전투의 흔적이 가득했다. 킁킁 냄새를 한번 맡은 그가 손짓하자, 주변에 흥건하던 독들이 일제히 증발하듯 사라졌다.
“테르곤이 여기서 당했네.”
암흑연합의 시선을 끄는 소정의 임무는 완수해 냈지만, 테르곤이 둘째 날에 당한 건 의외였다.
테르곤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신성연방 측 본진과 가까운 7지역의 더미를 찾아내 제거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테르곤의 기술을 간파할만한 사람.
난전 중인 지금 7지역으로 바로 날아갈 수 있는 사람.
모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찾았다.”
* * *
같은 시각.
7지역.
휘오오오오오!
아직 테르곤이 아웃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에이젤은 테르곤이 설치한 눈사람들을 제거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그는 슬슬 힘에 겨운 듯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
눈사람이 끝도 없었다.
처음 눈사람을 한가득 발견해 제거한 건 좋았지만, 그 외에 다른 눈사람은 숲에 꼭꼭 숨겨져 있어서 일일이 돌아다니며 찾아내야 했다.
‘꼭 눈사람을 전부 제거해야 테르곤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걸까?’
한 차례 숨을 헐떡인 에이젤이 팔을 휘둘러 저 멀리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있는 눈사람을 베어버렸다.
그래도 티끌만 한 확률이라도 테르곤이 살아 돌아가면 위험하다.
이번 둘째 날에 신성연방이 무모한 공세를 퍼부어서 아군 측 점령지를 다수 확보한 만큼, 그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하지 않으면 곤란했다.
‘애매하게 그만두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정리하고 가는 게 나아.’
타악.
숲을 한바탕 뒤진 에이젤이 하늘로 떠올랐다.
첫째 날에 이 모든 눈사람을 설치하려면 시간이 촉박했을 터, 테르곤은 눈사람을 아주 신중하게 배치해 두지는 못했다. 눈을 크게 뜨면 보면 근처에 여러 개 보인다.
졸졸졸-
작은 개울물을 따라 눈사람들이 일정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에이젤은 팔을 휙휙 휘둘러 그것들을 바람으로 베어버리며 걸었다.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 거야?’
언덕과 개울을 계속해서 지나.
마침내.
쏴아아아아아아!
커다란 폭포가 흐르고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에이젤은 고개를 들었다. 저 높은 천장에 있는 호수에서 흐르는 물이 이쪽으로 흐르는 것 같았다.
‘신기한 생태계라니까.’
에이젤이 두 다리에 바람을 휘감고 날아올랐다. 폭포 곳곳에 설치된 눈사람을 계속 베어나갔다.
그러다 꼭대기에도 하나가 보였다.
‘이게 마지막인가.’
에이젤이 폭포의 꼭대기 쪽에 도착해서 팔을 휘두르려는 순간.
“!!!”
끔찍한 기운이 몸을 타고 흘렀다.
어느새 폭포의 꼭대기. 바위 위에 누워 있는 펑퍼짐한 목자복의 소년이 보였다.
“네가 오길 기다렸어.”
모제가 뒷머리를 받친 채 태연히 말했다.
“암흑연합의 3번 에이젤 브링어.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