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9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99화(1199/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99화
중립지대, 시작의 동굴.
“자! 기대해 주십시오, 여러분! 가장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습니다!”
흥분한 룬 리그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두 세력의 관중들도 거의 5일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응원했지만 지금 이 순간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각성한 시그문드와 쥴의 대결.
룬 리그 첫째 날을 재구성한 듯한 아렌디아와 워턴, 그리고 카미바레즈의 대결.
여러 전투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지만 지금 마나 스크린에 비치는 건 역시나 시몬과 레테의 대결이었다.
모두가 기대하고 있고, 가장 파급력이 크며, 룬 리그의 승리와 직결되어 있는 전투였다.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승부의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벤트레스 경!”
늘 덤덤하던 벤트레스도 이번에는 긴장한 듯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이번만큼은 질문에 답하지 않도록 하죠. 승패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팽팽한 전투가 되리라 예상합니다.”
“아, 그렇군요! 여러분도 룬 리그 내내 보셨다시피 실전에서 칠흑과 신성의 상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강한 자가 강한 법! 시몬 대표와 레테 대표의 전투는 그 우열을 가릴 수가 없겠군요!”
그런 사회자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각 관중에서 응원의 함성과 기도가 끊이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함성과 기도 속에서 룬 리그 협회장 벤트레스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이번 룬 리그는 대성공이다. 어느 쪽이 이기든 역대 최대의 흥행을 기록하며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
전쟁도 그 시기만큼 중단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중립지대 번영의 역사에 자신의 활약이 조금은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드디어 두 사람이 만났습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렇게 시몬과 레테의 전투를 앞두고 시작의 동굴의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고 있는 그때.
시작의 동굴 한쪽.
“언제까지 발뺌할 생각이야?”
질겅질겅 나뭇가지를 씹고 있는 한 남자가 누군가를 추궁하고 있었다.
키젠 본부의 까마귀 요원 퀸터.
동굴 벽면 곳곳에 칼로 베인 듯한 자국이 나 있고, 이내 벽 끝으로 밀어붙여진 갈색 피부의 무희가 어깨를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퀸터에게 당한 듯한 상처가 어깨에 길게 난 채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딱 묻는 말에만 대답해. 미리 경고하지만 너는 내 저주의 반경 거리 안이고, 손끝 하나 움직이면 목을 날릴 거야.”
그렇게 말한 퀸터가 피곤한 표정으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일개 무희가 무슨 이유로 개최 본부의 핵심 자료를 훔쳤는지 들어볼까? 그리고.”
그가 안주머니에서 꺼내 든 것은 유리 가루 같은 파편이 든 투명한 비닐이었다.
“왜 상관을 죽였는지도.”
“…….”
그녀가 눈꺼풀을 내리깔며 조금 어눌한 발음의 대륙어로 답했다.
“협회장의 명령으로 자료를 찾았다. 사람이 죽은 것, 나와는 관계없다.”
퀸터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났다.
질정질겅 씹고 있던 나뭇가지를 한 차례 강하게 어금니로 깨물자, 그녀의 목에 붉은 선이 그어지며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대륙어 어눌한 척 그만하고 똑바로 불어. 너도 결사의 끄나풀이냐?”
“…….”
가만히 퀸터를 응시하던 그녀가 일순 한숨을 푹 쉬더니, 본색을 드러내듯 짜증스러운 눈동자로 말했다.
“그대들의 구원자 앞에 말을 가려 하라. 천한 것.”
“뭐, 역시.”
퀸터는 눈 한번 꿈쩍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다른 구원자는 더 없어? 혼자서 이 인원을 상대할 생각은 아닐 테고, 얼렁얼렁 불라고.”
“거래를 하지.”
구원자 시엘이 입을 열었다.
“본신은 룬 리그를 무너뜨릴 생각이 없느니라. 오히려 그 반대지. 너희가 본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준다면, 너희를 공격하려는 구원자가 어떤 속셈인지 알려주겠다.”
푸핫!
퀸터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구원자와 거래? 개가 웃겠군. 당연히 둘 다-”
그가 서서히 입안의 나뭇가지를 꾸욱 물었다.
“죽…….”
터어어어엉!
그 순간 시엘이 보이지 않는 속도로 퀸터의 복부를 밀어냈다. 퀸터가 뒤로 날아가며 참격의 저주가 그녀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째애애애앵!
마치 허공이 아니라 거울에 부딪힌 것처럼, 퀸터의 등 뒤에 허공이 깨지며 그 안의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퀸터의 당황한 듯한 동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리석은 것.”
시엘이 피가 흐르는 제 목을 부여잡으며 지혈했다.
“저기 소리가 들렸다!”
“퀸터 님! 퀸터 님이 당했다!”
그러나 소리가 너무 컸는지, 키젠본부의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시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시엘이 혀를 차며 천장을 향해 손짓했다.
째애애앵!
동굴의 천장이 유리처럼 변하며 박살 나더니, 그 파편들이 무수히 쏟아졌다.
그러나 네크로맨서 요원들도 유능했다. 각자의 주특기로 파편을 막아내며 거리를 좁혀나갔다.
“저쪽이다!”
“결사의 구원자를 발견했다! 해당 위치로 지원 바란다!”
시엘이 이를 갈았다.
“번거롭게 구는구나.”
그녀가 손가락을 흐느적거리자, 허공에 째앵! 쨍!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리더니 모래로 이루어진 괴물들이 복도로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 * *
저벅 저벅.
타박 타박.
호수숲 두 군데에서 격전이 일어나는 가운데, 마침내 시몬과 레테가 4지역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비로소 몸에서 일으키고 있던 방대한 칠흑과 신성을 꺼뜨린 채, 거리를 두고 서로를 응시했다.
스윽.
시몬이 손끝을 살짝 움직여 수신호를 보냈고.
사락-
레테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는 척 수신호를 받았다.
시몬이 보낸 신호는 호수숲 전체에서 결사의 흔적을 발견한 적이 있는지 물은 것이고.
레테는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
아무래도 이번 5일 차에 결사의 공세는 없어 보인다. 이제야 마음 놓고 싸울 수 있게 됐다.
큭.
풋.
수신호를 멈춘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작게 웃음을 흘리고는 이내 조금 진지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눈빛은 진중했지만,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쏴아아아-
바람이 한차례 불어오며 레테의 하얀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그녀는 시몬을 경계하듯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머리끈을 꺼냈다.
“이런 날이 오네요.”
마찬가지로 피어의 투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시몬이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한 차례 흔들고는 천연덕스럽게 물었다.
“무슨 뜻이지?”
“대표 1번 간의 결전.”
그녀가 긴 머리를 손끝으로 잘 빚어서 한데 모은 뒤, 입에 문 머리끈으로 마무리해서 포니테일을 만들었다.
하얀 목덜미와 머릿밑이 그대로 드러나며 묶은 머리가 흔들렸다.
“소문은 익히 들었어요. 제7군단장 시몬 폴렌티아. 3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구해낸 도시만 열 곳이 넘고, 처치한 결사의 구원자의 수만 무려 셋.”
그 말을 들은 시몬이 고개를 기울이며 태연히 답했다.
“알아낸 건 그게 다야? 성녀의 정보력도 대단치는 않은데.”
레테가 미간을 좁힌 채 예쁜 눈웃음을 흘렸다. ‘이 새끼가’ 하는 표정이다.
시몬도 레테의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그러는 당신의 소문도 들었어. 레테 샤르데나. 세한드 지방에서 구원자를 척결한 영웅이자, 빛의 경연의 최고 공헌자. 그리고…….”
시몬이 잠시 생각하다가 딕의 말을 떠올리고 말했다.
“사람을 날려서 저 하늘의 별로 만들어 버린다던가.”
예쁘장하게 웃고 있는 레테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살짝 가려진 한쪽 손을 주먹 쥔 채 파르르 떨고 있는 거 보니까 ‘너 나중에 보자’ 하는 느낌이 강했다.
차악.
착.
두 사람이 동시에 걸음을 멈추었다.
레테는 경건하게 숨을 들이마셨고, 시몬은 긴장감을 풀듯 숨을 내쉬었다.
“신성연방의 승리를 위해, 저는 끝까지 싸울검다.”
“마찬가지. 이쪽도 걸려 있는 게 많아.”
허울뿐인 도발은 여기까지.
승부는 반드시 내야 했다.
“야.”
쓰윽.
레테가 손끝을 세워 들더니, 장난기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한판 붙자.”
시몬은 속으로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끝나고 밖으로 나와. 한판 붙자.
분명 예전에 그녀와 처음 레스힐에서 만났을 때 그런 말을 했었던가.
시몬이 천천히 피어의 투구를 내려 얼굴을 덮으며 그 말에 응답했다.
[그 혈기를 꺾으면 좀 고분고분해지려나.]보이지 않는 터질 듯한 힘의 흐름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감돈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땅이 흔들리고 대기의 흐름이 준동한다.
“우리끼리 이런저런 자잘한 전초전은 필요 없지 않겠슴까.”
처억.
레테가 오른팔을 세워 들었다. 호수가 출렁이는 천장이 별과 은하수가 반짝이는 밤하늘로 뒤덮였다.
그동안 레테가 사용한 밤하늘 중에서도 가장 많은 별이 뜬 밤하늘이었다. 이 별들이 시몬을 압박하듯 서슬 퍼런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동감이다.]시몬도 팔을 옆으로 휘둘렀다. 그 방향으로 허공이 입을 쩌억 벌리듯 초대형 아공간이 일어났다. 그 시커먼 어둠 속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눈동자들이 번뜩이며 별빛을 응시했다.
[나와라.]시몬이 팔을 앞세웠다.
[군단이여.]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초대형 아공간이 최대치로 벌어지며 시몬의 에이션트 언데드들과 7군단의 망자들이 검은 파도처럼 쏟아져 내렸다.
“노바(Nova)-”
레테도 머리 위로 세워 든 손끝을 천천히 내렸다.
“아르카나(Arcana).”
밤하늘에서 일순 가장 큰 별이 번쩍이더니, 그대로 시몬과 레테가 있는 전장 한복판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별을 감싸던 불이 걷히고, 흙과 나무뿌리가 삐쳐 나온 거대한 육지 행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지면에 닿기 전에 멈추고.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행성이 벌어지며 흙과 들판, 나무 등의 대자연이 이 4지역에 펼쳐진다.
평평한 사막과도 같은 4지역에 온통 꽃이 자라나고 새소리가 울려 퍼지며 샘물이 솟아오른다.
‘넓네.’
시몬은 속으로 감탄했다.
노바 아르카나에 대한 건 암흑연합 측 정보로 들었지만, 들었던 범위보다 훨씬 넓었다. 4지역의 절반 조금 덜 되는 광범위한 영역이 대자연으로 뒤덮였다.
차박 차박.
레테가 무성한 꽃밭에서 걸어와 모습을 드러낸다. 이내 두 발에 신성을 모아 가볍게 하늘로 도약하여 두 팔을 벌렸다.
촤아아아아아아!
수풀과 꽃밭에 숨어 있던 무수한 신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오른다. 나무와 바위 뒤로는 다람쥐나 말, 코끼리 따위의 동물형 신수들이 등장한다.
쿠구구구구!
그리고 마치 유적처럼 숲에 파묻혀 있던 사원이 들썩거린다. 사원에 살고 있던 원숭이 신수들이 줄지어 내려오고, 이내 사원의 중심에 눈이 번뜩이더니 거대한 덩치가 몸을 일으켰다.
노바 아르카나의 천축골렘.
우우우우웅!
그 옆으로는 자연의 샘물이 모여 휘몰아치더니, 온몸이 투명한 여성형 신수가 형성되어 두 팔을 기도하듯 모았다.
노바 아르카나의 라그란디스였다.
처억.
쿵!
거대한 천축골렘이 레테의 오른쪽, 라그란디스가 왼쪽에 섰으며 중앙에는 백룡 란이 올라와 레테의 몸을 가볍게 휘감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숲 곳곳에서 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한 신성을 뿜어낸다. 이를 감싸듯 밤하늘이 출렁이며 별빛 또한 그들을 비춘다.
‘대단해, 레테.’
시몬이 감탄했다.
‘이렇게나 강해졌구나.’
그때 시몬의 옆구리를 툭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
[도전할 맛 나겠는데! 안 그래? 시몬!]왕관을 쓴 좀비소년, 프린스가 흥분감 넘치는 얼굴로 주먹을 허공에 휙휙 내질렀다.
[그렇다 한들 짝퉁, 진짜 군단의 상대는 아니와요.]에르제베트가 훗 하고 분홍색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두 사람의 뒤로 각 에이션트 언데드들과 무수한 언데드 군단이 돌격 준비를 마쳤다.
저쪽이 숲과 평원이라면, 이쪽은 늪과 바다 같다. 망자의 분노와도 같은 검은 파도가 넘실거린다.
[좋아. 제대로 싸워보자.]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들어 올린 채 눈을 감았다.
모제와의 전투로 살짝 상기된 감각이 남아 있다.
모든 것을 승리를 위해.
망자의 본능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분석한다.
[나를 따르라.]-케에에에에에!
-끼이이이이!
-캬르르르륵!
암흑연합의 제7군단이, 신성 군단의 한복판을 향해 돌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