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0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06화(1206/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06화
시몬과 레테는 이 세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세상은 ‘화이트랜드’라고 불리는데, 사시사철 겨울에 극한의 한기가 몰아치기에 인간은 도저히 생존이 불가능한 곳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에도 유일한 생존처가 있었다.
그 이름은 ‘더 시티’.
이쪽 세계에서 사실상 인간이 살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자, 유일한 도시다.
다행히도 이 세상의 지하에서는 ‘퍼틸리움’이라는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데, 이 광물에 여러 조정을 가한 뒤 가열하면 넓고 방대한 범위에 열기가 퍼져 나간다고 한다. 더 시티는 하루에 퍼틸리움 수톤을 태워서 그 온기로 도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더 시티를 다스리는 자가 바로 구원자 ‘히에로미르’.
그는 인간이 생존 가능한 공간인 ‘더 시티’를 세우고, 각 영역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모아 살게 했다. 건물 내부 등에서는 곡식을 심거나 짐승의 젖이나 달걀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시티는 지옥입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남자, 헨리는 굳은 얼굴로 손에 깍지를 낀 채 말했다.
“휴식 없이 수십 시간 이어지는 가혹한 노동은 당연하고, 수면은 하루에 몇 시간쯤 눈을 붙일 수 있을까 말까입니다. 식량 배급은 쥐꼬리만 한 채소나 빵 조각인데 그조차 받기도 힘들고, 사람들이 병에 걸리거나 기운이 다해 하루에도 수십 명씩 픽픽 쓰러져 나갑니다.”
레테의 표정이 아득해졌다.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이네요.”
“노예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우리 생활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합니다.”
헨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사실 노동이나 허기 정도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더 시티의 진짜 끔찍한 점은 다른 부분에 있습니다.”
“?”
4주에 한 번, 더 시티에 사는 모든 주민들은 투표를 해야 한다.
그 투표는 도시의 ‘변절자’를 가려내기 위한 투표인데, 기권은 없고 반드시 변절자로 추측되는 사람의 이름을 하얀 종이에 써서 내야 한다.
이 투표에서 가장 많은 이름이 나온 자는.
“사형입니다.”
시몬과 레테가 서로를 마주 보며 입을 벌렸다.
“더 시티는 일종의 생활권인 ‘블록’이 정해져 있습니다. 히에로미르는 4주에 한 번 반드시 체제에 대한 반역을 역모하는 변절자를 블록에서 찾아내 배출할 것을 명령하고, 각 블록의 주민들은 변절자가 없으면 만들어내서라도 투표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예.”
헨리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하시겠지요.”
서로가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된다.
힘겨운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같은 처지의 사람들 간에 치열한 암습과 분투가 이어지고, 불신이 팽배해진다.
친구도, 배우자도, 심지어 가족도 믿을 수 없다. 더 시티의 사람들은 투표일이 올 때마다 온몸을 쥐어짜는 듯한 공포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만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투표일 전에, 블록에서 누군가가 변절자라는 증거를 찾아내 히에로미르에게 고발하면, 히에로미르는 그 또한 ‘배출되었다’고 판단하고 해당 블록은 그 투표를 제해준다.
이에 사람들은 서로를 증오하고 불신하며 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심하네.”
레테는 진심으로 분노했는지 주먹을 꾹 쥐고 있었다.
시몬도 지옥이라는 헨리의 말에 공감하며 말했다.
“히에로미르의 권력을 지탱하는 건 주민과 주민 간의 분노겠네요.”
“그렇습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히에로미르에게 복종하는 자들이나 그에게 공헌을 한 자들은 대우가 좋은 편이다.
변절자를 자주 찾아낸 더 시티의 주민은 상을 받게 된다. 가장 좋은 건 도시의 상류층이자 히에로미르의 심복임을 증명하는 ‘화이트 블록’에 들어가는 건데, 화이트 블록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자는 비로소 죽음의 투표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들 중에서는 판관을 자처하며 무고한 사람을 변절자로 지목해 사형장에 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이 세계에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은 ‘더 시티’뿐입니다. 누가 변절을 생각하겠습니까! 하지만 변절자는 반드시 지목되어야 하고, 사람들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지요.”
“하지만…….”
레테가 천막 내부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긴 더 시티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요.”
“맞습니다. 저희들은 단순한 부랑자들입니다.”
부랑자는 고작 2개월 전, 즉 더 시티에서는 최근에 생긴 개념이었다.
부랑자들은 더 시티의 투표에 이름이 적혔거나, 변절자로 고발당해 사형이 내려지기 전에 도망친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들로 이루어져 있다.
본래는 더 시티 밖에 나가면 며칠도 버틸 수 없다는 게 이 세계의 상식이지만.
“보시다시피.”
헨리가 천막을 걷었다. 천막 너머에 화로 같은 기계에 잔잔한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 화로에서 나오는 열기 덕분에 간신히 사람이 견딜 만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더 시티의 상층부에 위인이 한 명 있습니다. 저희는 ‘혁명가’라고 부르고 있지요. 그자가 우리에게 타고 남은 퍼틸리움 껍데기를 회수해 몰래 보내주고 있습니다. 다들 ‘더 시티’ 밖에서는 살 수 없다고 강하게 믿고 있었는데, 그분 덕분에 우리가 나와서 어떻게든 살 수 있는 겁니다.”
“……혁명가.”
레테가 턱을 짚고 그 이름을 되새기고 있는데 시몬이 입을 열었다.
“이 세계에 대해서는 잘 알겠습니다. 몇 가지 궁금한 게 더 있는데요.”
“예, 저희 목숨을 구해주셨으니 뭐든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저희는 다른 세계에서 왔어요.”
헨리는 그다지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그런데 화이트랜드에 사는 여러분이 어떻게 저희 세계의 언어를 알고 계시죠? 밖에 폐허나 건축물들은 다 뭐죠? 강도 높은 노동과 투표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갈 텐데 어떻게 도시를 유지할 만큼 인적자원이 계속 생기는 거죠?”
시몬이 질문을 연달아 던진 이유.
짐작은 하고 있지만, 이 세 가지 모두 하나의 이유로 엮였기 때문이었다.
“아,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걸 설명하지 않았군요.”
헨리가 흠 하고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화이트랜드는 종착점. 수많은 세계나 문명권이 난파되어 이곳으로 들어옵니다.”
“!”
“저도 자세한 원리는 모릅니다. 문제는 다른 세계에 있다가 이쪽 세계로 넘어온 사람들은 모두 생존을 위해 모두 따뜻한 ‘더 시티’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지요. 사실 그들이 가기도 전에, 더 시티의 수색꾼들이 가서 이방인들을 체포해 오죠. 그들은 이방인들이 전이된 위치를 아는 것 같습니다.”
헨리가 핼쑥한 표정으로 앞머리를 쓱쓱 쓸어 넘겼다.
“그리고 이방인들에게 묻는 겁니다. 여기서 얼어 죽을 건지, 더 시티의 시민이 될 건지. 그렇게 후자를 선택한 자들은 더 시티의 히에로미르 앞에 끌려가고, 이전 세계의 ‘기억’이 지워지게 됩니다.”
시몬과 레테의 눈이 커졌다.
“기억을 지운다고요?”
“예. 자세한 병명은 모르지만 이쪽 세계로 넘어오는 사람들의 절반은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게 되는데,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히에로미르는 전원에게 영구적인 기억 제거를 명하죠.”
“그럼 헨리 씨도요?”
“저도 마찬가지고 이 세계에 사는 사람들 모두 기억이 지워진 채 더 시티에서 생활합니다.”
배니쉬로 차원을 넘어온 사람들의 절반은 ‘기억’을 잃는데, 공간병이라고 하는 일시적인 증세라고 한다.
그리고 남은 절반은 이전 세계의 기억이 난다고 해도, 더 시티에 들어오려면 모두 이전 세계에 대한 기억을 지워야만 한다.
“상층부는 ‘적응’이니, ‘공간의 법칙’이니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지만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헨리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기억이 지워진 온갖 이계인들이 모인 곳이 ‘더 시티’입니다. 제가 이렇게 이쪽 언어가 유창한 것도, 아마 여러분과 저는 같은 세계에서 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몬과 레테의 표정이 멍해졌다.
그때 헨리의 시선이 레테가 하고 있는 십자가 목걸이로 향했다.
“그 목걸이.”
“?”
“어딘가 그리운 느낌의 문양이군요.”
그 말을 들은 레테의 눈이 일순 수많은 감정으로 차올랐다.
아마도 헨리는 ‘배니쉬’에 휩쓸린 신성연방의 주민일 터.
시몬도 눈을 꾹 감고 구원자에 대한 분노를 한 차례 누른 뒤 말했다.
“이전 세계의 기억이 남아 있어서 다행이네요. 저희는 히에로미르가 다스리는 이 세계를 무너뜨릴 겁니다.”
“!”
그 말을 들은 헨리의 눈이 커졌다.
“히, 히에로미르를 말입니까?”
“저희뿐만이 아니라 저희가 있던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히에로미르가 데려간 사람들을 돌려받기 위해 전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헨리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두 손을 휘저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할지 짐작도 할 수 없지만……! 불가능합니다! 히에로미르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 강력한 존재입니다!”
그때 레테가 훗 하고 웃어 보이며 시몬의 어깨를 툭 때렸다.
“걱정 마세요, 헨리. 이 녀석, 보기엔 이래도 무지막지하게 강하니까요.”
“……하하.”
보기엔 이래도는 무슨 의미야.
“우리가 히에로미르를 쓰러뜨리고, 헨리가 원래 살던 따뜻한 곳으로 데려다 드릴게요.”
헨리의 표정에 일순 희망으로 보이는 작은 불빛이 떠올랐으나, 금방 그것은 가라앉았다.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더 시티에서도 많은 반란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느낀 건 극도의 절망이었습니다.”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는가.
힘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더 시티로 가고 싶습니다.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 * *
더 시티, 최상층 건물.
“…….”
휘황찬란한 의자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부진 어깨, 의자가 작아 보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의 남자. 반대편 그늘에 가려져 얼굴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 존재감이 이 거대한 방을 꽉 차 보이게 했다.
그리고 검은색 잠수복 차림에 마스크를 쓴 수색꾼이 방으로 들어왔다.
“히에로미르 님, 이방인을 붙잡아 데리고 왔습니다.”
까닥.
히에로미르가 손짓을 하자, 한 여성이 수색꾼 두 명에게 양팔이 붙들린 채 끌려왔다.
눈에는 안대가 씌워졌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었으며, 두 손목은 특수한 장치에 구속되어 있었다.
우읍! 읍!
여성이 고개를 바둥거리고 침을 줄줄 흘리며 격렬히 몸부림쳤다. 두 팔을 붙잡고 있는 수색꾼들도 영 곤란한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슥.
히에로미르가 손짓했다.
그러자 안대와 재갈, 구속구가 일제히 풀리며 철커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자 여성이 아쉬운 듯 말했다.
“아깝게 왜……!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감사합니다.”
이상한 헛소릴 중얼거리는 그녀는 다름 아닌 룬 리그 신성연방 대표팀의 일원.
7번 고통의 심문관, 워턴 슈프랭거였다.
“…….”
그늘 너머로 안광을 번뜩이고 있는 히에로미르의 눈동자가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보아하니 기억이 남아 있나 보군. 어째서 시몬 폴렌티아나 레테 샤르데나가 아니라 이런 잔챙이들만 잡히는 거지?]그의 분노 섞인 고성에 수색꾼들이 즉시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전이된 위치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아무것도…….”
[이 여자는 어디서 발견했나?]“북쪽 설산에서 발견했습니다.”
히에로미르가 턱을 쓸었다.
룬 리그 5일 차에 호수숲째로 전이시켰으니 몇몇 잔쟁이들도 섞여 있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그런데 이들은 호수숲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견되고 있었다.
[설명해라.]히에로미르가 살벌한 음성으로 말했다.
워턴이 흠칫하더니 얼른 답했다.
“저, 저는 룬 리그에서 네크로맨서와 싸우고 있었을 뿐인데 그…… 갑자기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까 눈 내리는 사, 산맥에 떨어져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히에로미르가 고개를 들더니 반대쪽 팔로 턱을 괴었다.
[기억을 지울 테니 최하층민으로 살게 해라.]“예.”
수색꾼들이 다가와 그녀의 두 팔을 붙잡았다.
절체절명의 순간, 워턴의 머리가 번뜩였다. 그녀가 수색꾼들을 뿌리치며 달려가 히에로미르의 발밑에 납작 엎드렸다.
“저, 저를 거둬주십시오! 당신께 영원한 복종을 맹세하겠습니다!”
[……?]히에로미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녀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시몬 폴렌티아와 레테 샤르데나도 이곳에 있는 거겠죠? 그 외에 다른 자들도? 제가 전부 잡아 오겠습니다! 저는 그들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어요! 기, 기억을 지우지 말아주신다면 제가 어떻게든 그들을 붙잡아 바치겠습니다!”
[너는 대륙 신성연방의 프리스트다.]히에로미르가 인상을 찌푸렸다.
[배신할 위험이 있는 자의 기억을 남겨둘 필요는 없지.]“저는 신성연방에 돌아가면 살해당합니다!”
워턴이 울먹이며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룬 리그에서 최악의 실책을 저질렀고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대로 돌아가면 심문관 자리에서 잘리는 건 물론 거리에서 돌팔매질을 받고, 분노에 눈이 먼 사람들에 살해당할 게 뻔해요! 그러니 제발! 여기서 살게 해주세요! 충성을 증명하겠습니다!”
흠.
호오.
그녀를 데려온 수색꾼들도 뭔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턱을 쓸었다. 하지만 히에로미르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네 실력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너는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하, 하지만 제게는 비장의 기술이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시몬 폴렌티아라면!”
시몬 폴렌티아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히에로미르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제가 무조건 도움이 될 겁니다!”
워턴은 떠벌떠벌 자신의 주특기인 ‘발라 모르티페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를 마법진 안으로 들어오게 한 뒤 자신을 찌르면 제아무리 시몬 폴렌티아라도 일격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참모로 보이는 자가 슬쩍 다가와 히에로미르에게 귓속말을 했다.
“대륙의 프리스트 출신이라면 인재는 맞습니다. 그 능력을 테스트해 본 뒤, 정말이라면 시몬 폴렌티아나 다른 네크로맨서들을 잡는 데 쓰시지요.”
[…….]가만히 워턴을 바라보던 히에로미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역시 세 치 혀로 나불거리는 정도로는 믿을 수 없다. 이전에 붙잡은 그 이방인 놈을 데려와라.]그렇게 잠시 후.
병사들에게 새로운 인물이 이곳으로 끌려왔다. 그자를 본 워턴의 눈이 부릅떠졌다.
‘시그문드 형제!’
바로 성검 사용자 시그문드였다. 그도 두 팔이 결속된 채 눈과 입이 막혀 있었다. 훨씬 전에 붙잡혔는지 더 시티의 최하급 노동자들이 입는 허름한 복장을 입고 있었다.
병사가 발로 걷어차서 그를 바닥에 쓰러뜨렸다.
[네가 정말로 내게 충성을 맹세하겠다면.]쿵!
워턴의 발밑에 더 시티의 교도관들이 쓰는 전기 채찍이 떨어졌다.
[네 동료를 쳐라.]지켜보던 수색꾼들이 몸서리치며 환호했다.
“여, 역시 잔혹하신 히에로미르 님!”
“그런 짓을 명하다니! 과연 자비가 없으십니다!”
워턴이 팔을 바들바들 떨고 있자, 히에로미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왜 못 하겠나?]그 순간.
워턴이 발밑의 채찍을 손에 쥐었다.
아아-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
채찍을 쓰다듬기 시작하는 그녀는 뭔가 쾌락에 젖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끝에는 전기가 흐르는데 제 몸에 대거나 혀를 가져다 대기도 하는 등 괴이한 짓을 했다.
“그리운 감각.”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의 눈이 희번뜩해졌다. ‘끼하하하하하!’ 하고 달려들려 채찍을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우웁! 우우우웁!
시그문드가 채찍에 엊어맞으며 몸부림쳤다.
철썩 철썩!
대기가 뒤흔들리고 핏물이 터진다. 잔인무도한 고문에 지켜보던 수색꾼들과 참모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꺄하하하하하하!
방금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던 모습이 어디로 갔는지, 마치 물 만난 고기와 같았다.
수색꾼들이 침을 꼴깍 삼켰다.
“도, 독하네요. 동료를 저렇게까지…….”
“저 정도면 충심이 확실한가 봅니다.”
그렇게 10여분간 가만히 지켜보던 히에로미르가 손바닥을 들어 중지시켰다. 워턴은 숨을 헐떡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입가에 걸린 미소는 광녀의 그것이었다. 더 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 강렬했다.
[저자를 화이트 블록에 넣어라.]그 말을 들은 수색꾼들이 입을 딱 벌렸다.
기억을 남겨주는 것도 엄청난 특권인데 ‘투표권’에서 해방되는 최상급 대우였다.
[저자를 중심으로 수색대를 재편성한다. 시몬 폴렌티아와 레테 샤르데나를 내 앞에 데려와라.]그렇게 말한 히에로미르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름이 뭐라고 했지?]워턴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워턴 슈프랭거. 주인께 충성을 서약하옵니다.”
꿈틀꿈틀.
한편 재갈에 입이 막힌 시그문드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방금 고문으로 안대가 풀어지는 바람에 한쪽 눈이 드러나 있었다. 시그문드의 의아한 눈빛이 워턴을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