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1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0화(1210/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0화
시몬과 레테는 다비나와 혁명군의 도움으로 무사히 수색꾼들의 추적을 뿌리칠 수 있었다.
혁명군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헨리로부터 변절자 투표에 지목당한 주민들을 돕는 ‘혁명가’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혁명군은 바로 그 ‘혁명가’를 추종하는 세력이었다.
‘반히에로미르 집단이라 꼭 만나고 싶었지. 이렇게 일찍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입에 풍선껌을 불며 척척 앞서 걸어가는 다비나의 모습.
어쩐지 자유분방하고 활기차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이고 걷는 더 시티의 사람들과는 확실히 이질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검까?”
시몬의 옆에 찰싹 붙어 있는 레테는 여전히 경계심이 굳건한 모습이었다. 다비나가 입에 풍선을 불었다가 꺼뜨리며 답했다.
“대장이 너희를 직접 보고 싶대.”
혁명군의 아지트로 향하는 길은 복잡했다. 골목 사이를 이리 갔다 저리 갔다가, 미로처럼 빙빙 돌아가는 구간이나 줄을 타고 파이프 위로 올라가는 구간도 있었다.
눈으로 봐도 외우는 게 불가능할 만큼 빙빙 돌아가는 느낌.
“자, 이제 거의 다 왔거든? 눈에 이거 써.”
다비나가 안대를 시몬과 레테에게 전달해 주었다. 레테의 표정에 의심이 팍팍 묻어 나왔지만, 그녀가 뭐라하기도 전에 시몬이 슬쩍 다가와 대신 안대를 씌워주었다.
‘조금만 참아.’
이어서 시몬 자신도 안대를 썼다.
시몬이 다비나의 어깨를 붙잡고, 레테가 시몬의 어깨를 붙잡은 채 조금 더 걸었다. 쌩쌩 불던 바람이 사라지고 온도가 따뜻해진 게 실내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자, 도착이야.”
다비나의 말에 시몬이 안대를 벗었다.
특별할 것 없는 방이었다. 천장엔 흐릿한 조명이 달려 있고, 테이블과 의자 몇 개가 놓여 있다. 주위에는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얼굴의 혁명군 일원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철커덩 철커덩-
벽 너머에는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더 시티 공장 내부에 혁명군의 아지트가 있구나! 머리 좀 썼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어지간하면 발각되지 않을 위치였다.
그때 멀리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대장께서 오십니다!”
그 외침에 혁명군 멤버들이 일제히 깍듯이 뒷짐을 지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다비나도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풍선껌을 불며 그 동작을 똑같이 했다.
‘다비나가 부단장이라고 했지. 다비나보다 높은 사람이라면…….’
이내 어둠 속에서 착 달라붙는 검은 잠수복, ‘수색꾼’ 차림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잠입을 위해 이렇게 한 모양.
이내 마스크를 위로 올려서 벗자 연보라색 머리카락이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드디어 혁명군의 우두머리가 얼굴을 드러냈다.
조금 날 선 느낌의 세로 동공, 생각보다 아담한 체구, 그리고 등 뒤에 보이는 작은 박쥐 날개.
“반갑다.”
차가운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내가 혁명군의 대장이다.”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고, 레테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미!!”
혁명군 대장의 정체는 다름 아닌 카미바레즈였다.
걱정과 안도감이 터져 나오는 것을 느끼며, 시몬이 달려가 카미바레즈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가 당황하며 동공을 흔들었다.
“다행이야 카미!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다친 곳은 없어?”
“무, 무슨 짓이냐! 다짜고짜!”
카미바레즈가 ‘에잇!’ 하고 시몬의 가슴을 밀쳤다. 시몬이 뒤로 밀려나며 팔꿈치를 벽에 긁히고 말았다. 카미바레즈는 경계심 어린 표정으로 물러섰다.
“경우가 없는 자로구나. 내가 있던 세계의 인물들은 다들 이런가?”
“?”
뭔가 말투라든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평소 앙증맞게 파닥거리던 박쥐 날개도, 마치 고양이가 털을 바짝 세우듯 위로 곤두서 있었다. 시몬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하고 굳어 있는 사이, 레테가 안타까운 음성으로 말했다.
“배니쉬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기억을 잃었나 보네요.”
“그 말대로.”
카미바레즈가 팔짱을 끼며 근엄하게 고개를 젖혔다.
“그대들은 나를 알겠지만 나는 그대들이 처음이다. 거기에 맞게 처신해 줬으면 좋겠구나.”
시몬이 멍한 표정으로 카미바레즈를 보다가 이내 고개를 홱 돌려 다비나를 바라보았다.
“다비나! 배니쉬로 기억을 잃은 사람은 기억을 되돌릴 수 없는 거야?”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혁명가한테서 들었는데, 히에로미르에게 직접 기억이 지워진 게 아니면 일시적인 증상이래.”
다비나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래도 걱정이라면, 원래 세계로 돌아갔을 땐 기억이 확실히 돌아올 거야.”
“……반드시 이겨야 할 이유가 생겼네.”
시몬이 주먹을 꾸욱 쥐며 그렇게 중얼거린 뒤, 카미바레즈에게 말했다.
“어떻게 된 건지 자초지종을 말해줘, 카미.”
“카미가 아니라 카미바레즈! 멋대로 친한 척 줄여 부르지 말아라!”
어찌 됐건 그녀의 설명이 시작됐다.
눈을 뜬 건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약 2주 전.
눈을 뜨니 차디찬 눈보라가 불어닥치는 설원 한복판이었다.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만 품을 뒤적거리다가, ‘대륙 룬 리그 암흑연합 대표팀, 10번 카미바레즈 우르슬라’라 적혀 있는 신분증을 확인하고 자신의 이름이 카미바레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저체온증 때문에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부지런히 걸었고, 그러다 시몬이나 레테처럼 ‘부랑자’들의 캠프를 발견하고 신세를 졌다.
마침 그 부랑자 캠프에는 다비나가 식량 공급을 위해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함께 ‘더 시티’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 세계에 대해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야?”
시몬이 기운이 쭉 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카미바레즈는 ‘으음’ 하고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답했다.
“기억나는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는 ‘나는 반드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만 한다’라는 각오. 그리고 둘째는-”
카미바레즈가 시몬을 바라보았다.
“시몬 폴렌티아라는 이름이었다.”
“카미이!”
시몬이 감격하며 다시 카미바레즈를 껴안았다.
당황한 그녀가 ‘놓거라!’ 하고 외치며 바둥거렸다. 반면 지켜보는 레테의 입술이 점점 튀어나오고 있었으며, 다비나는 즐거운 듯 낄낄대며 웃었다.
“…….”
그때 시몬의 품에 안긴 카미바레즈의 눈동자가 그의 날렵한 목덜미로 향했다.
갑자기 목구멍이 꿀렁하고 침이 넘어가며, 달큼한 감각이 코끝에 맴돌았다.
저 모습.
뭔가 대단히 자극적이었다.
“……시몬 폴렌티아.”
카미바레즈가 입을 열었다.
“네게서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구나.”
“응?”
그 말을 들은 다비나가 ‘오우’ 하고 입을 가렸다.
반면에 영 불편해 보이는 레테와, 카미바레즈를 사모하던 남성 혁명군들의 표정은 썩어가고 있었다.
“내가 왜 네 이름을 기억하는 거지? 우리는 어떤 사이였나?”
시몬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
“키젠에서 3년 가까이 쭉 같이 지냈잖아. 정말 기억 안 나?”
“
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슴까.”
보다 못한 레테가 성큼성큼 다가와 두 사람을 떨어뜨렸다. 카미바레즈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언제 대륙에서 연락이 올지 모르고, 언제 히에로미르가 공격해 올지 모름다.”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추격은 점점 더 집요해질 거야.”
카미바레즈가 팔짱을 끼며 턱을 짚었다.
그 와중에 동작은 근엄했지만, 외모는 여전히 작고 앙증맞아서인지 진지한 척하는 그녀의 모습도 퍽 귀엽게 보였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구나, 시몬 폴렌티아. 너를 보니 내가 처음에 눈을 뜬 순간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나의 중요한 다짐이었던 게 확실해졌다. 나는 반드시 돌아가겠다.”
“다행이네.”
시몬도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다비나가 풍선껌을 쫙쫙 씹으며 말했다.
“너희 둘은 다행인 줄 알아. 우리 대장이 그동안 착착 ‘혁명’ 준비를 해뒀으니까. 그냥 대장의 플랜에 올라타면 돼.”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레테가 다비나를 바라보았다.
“고작 2주 만에 이 세계에 넘어온 카미 씨가, 어쩌다 당신들의 대장이 된 거죠?”
“혁명군은 계급이 아니라 실력 위주거든.”
다비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여기 당신들 친구. 엄청 엄청 강하더라.”
당시 혹한을 뚫고 온갖 고생을 한 카미바레즈는 죽음의 위기를 여럿 넘겨서인지 성격이 상당히 날카롭고 호전적이었다고 한다.
다비나가 혁명군이라는 걸 알게 된 카미바레즈는 다비나에게 대장 자리를 걸고 한판 붙자고 선언했고, 다비나도 재밌겠다며 그 도전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카미바레즈의 승리.
이를 납득할 수 없다며 혁명군의 각 조장들이 몰려와 카미바레즈를 상대했지만 한 사람도 남김없이 얻어 터지고 말았다.
그렇게 실력으로 대장 자리를 쟁취하여 모두의 인정을 받은 뒤, 카미바레즈가 대장으로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히에로미르에 대한 쿠데타 준비. 자신을 끌어들인 그를 찾아가 쓰러뜨리고 원래 세계로 돌아갈 생각을 한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시몬은 쓰게 웃었다.
‘……기억을 잃으니 뱀파이어 로드의 본성에 가까워 진 건가? 아빠를 닮았네.’
호걸이자 전투광이었던 카미바레즈의 아버지이자 뱀파이어 로드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올랐다.
어쨌거나 다비나의 말에 따르면, 히에르미르는 시몬을 포함한 대륙 출신의 외부인들을 무척 초조하게 찾고 있다고 한다.
그가 더 시티에 수배를 한 건 카미바레즈를 포함해 총 7명.
카미바레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동료들을 히에로미르가 찾아내기 전에 먼저 발견해서 안전한 곳으로 데려와야 했고 혁명군의 정보망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그럼 우리 쪽 상황도 이야기해 드리겠슴다.”
아군인 걸 알았으니 거리낌이 없었다. 레테도 바로 자신들의 상황을 브리핑했다.
히에로미르는 결사라는 집단의 구원자라는 존재로 군림하고 있으며 우리 쪽 세계의 적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히에로미르를 치기 위해 ‘대륙’이라는 이름의, 화이트랜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하고 강력한 세계에서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히에로미르를 적대하는 동지들이 곧 공간을 넘어 이곳에 온다는 사실에 혁명군의 분위기는 극도로 뜨거워졌다.
“카미바레즈 대장과도 같은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의 지원이라니!”
“절대로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됩니다!”
다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몬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언제 너희 동료들이 언제 넘어오는지, 그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단 거지?”
“맞아. 우리와 저쪽의 시간이 다르니까. 지원과는 별개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이곳의 혁명군과 손을 잡았으니 포탈을 열 장소는 혁명군 본부로 하면 될 것 같았다.
문제는 다른 동료들.
이미 워턴과 시그문드는 당했다. 다른 동료들마저 히에로미르에게 붙잡히기 전에 하루빨리 데려와야 했다.
시몬과 레테는 남아 있는 쥴과 아렌디아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했다.
“그 아렌디아라는 여자에 대해선 짐작가는 바가 있다.”
카미바레즈가 말에, 다비나도 맞장구를 쳤다.
“설원 위 하얀 성을 말하는 거지? 대장.”
“?”
혁명군의 정보에 따르면, 아무것도 없는 텅텅 빈 설원 한복판에 갑자기 눈처럼 새하얀 성이 우뚝 세워졌다고 한다.
히에로미르의 새로운 흉계일지 모르니 혁명군에서는 경계하고 있었지만.
“아렌디아의 축성 능력이 확실함다.”
그 말을 들은 레테가 손가락을 튕겼다.
“햇빛에 녹는 게 유일한 약점이었는데, 이쪽 세계는 태양이 없으니 무한히 요새를 증축할 수 있겠네요.”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에서는 제한적이었던 아렌디아의 이능은 이곳에서만큼은 거의 물 만난 물고기나 다름없었다.
“아렌디아는 데려오면 큰 전력이 될 거야. 서둘러야 해, 카미.”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그렇게 말한 카미바레즈가 팔짱을 꼈다.
“아무튼, 그렇지 않아도 그쪽에 미리 병력을 파견해 두었다. 그곳엔 내가 가지.”
“저도 같이 갈게요.”
레테도 손을 들었다.
“같은 프리스트기도 하고, 그나마 이 중에서는 제가 가장 아렌디아와 친할 테니까요.”
그렇게 카미바레즈와 레테가 아렌디아를 만나러 가기로 했다.
다음으로는 쥴 빈체레.
“검은 머리의 소년, 그리고 저주받은 검이라. 어디 있는지 알 것 같아.”
다비나가 고민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네.”
“내가 갈게. 쥴에 대해서는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시몬이 손을 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몬과 다비나가 한 팀이 되어 쥴을 데려오기로 했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히에로미르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동료들을 집결시켜야 했다.
* * *
더 시티 고층 지대.
화이트 블록 저택.
“정보가 도착했습니다. 워턴 님.”
“수고했어.”
워턴은 호화로운 방에서 온갖 사치를 누리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더 시티의 노예들이 그녀의 발을 씻기거나 어깨를 주물러 주기도 했다.
전례 없는 신분 상승으로 화이트 블록에 들어온 외부인. 신성연방 출신의 워턴 슈프랭거.
새로운 정보를 가져온 파수꾼이 손을 비비며 말했다.
“지, 지내시기에 부족한 부분은 없으신지?”
“완벽해.”
그녀가 황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젖혔다.
“이곳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지상낙원이야.”
“하, 하오나 슬슬 히에로미르 님이 성과를 원하셔서…….”
“그래, 그래, 보채지 않아도 알아.”
밥값을 하지 못하면 언제 기억을 박탈당하고 최하층민으로 떨어져서 광물이나 캘 운명이 될지 모른다.
그녀가 정보가 적힌 서류를 붙잡아 읽었다.
“설원의 하얀 성, 그리고 지하 투기장의 폭군이라.”
어디에 누가 있을지 짐작한 그녀가 입꼬리를 쭉 올렸다.
“어느 쪽으로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