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1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1화(1211/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1화
모든 도시가 그렇듯 ‘더 시티’에도 어둠은 있다.
더 시티의 지하 세계는 가혹한 노동과 숨 막히는 변절자 투표를 피해, 그리고 치안 조직의 눈을 피해 점점 더 깊은 지하로 숨어든 사람들이 가득한 곳이다.
바로 이 지하 세계의 꽃.
“지하 투기장에 온 걸 환영해.”
다비나가 두 팔을 펼치며 말했다. 입에 풍선껌을 쭉 불었다가 터뜨리는 건 덤이었다.
“……여기구나.”
시몬이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곳곳에서 시끄러운 음악들이 흘러나오고, 지하를 밝히는 조명은 아무런 조화도 없이 번쩍번쩍 눈부시기만 한 형광빛을 뿜어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곳곳에서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혹시 쫄았어?”
다비나가 짧은 반바지에 손을 찔러 넣고 시시덕거렸다. 시몬은 늘 교복을 입었을 때 하던 것처럼 넥타이를 고치는 대신, 옷깃을 한번 다듬고는 말했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야. 가자.”
두 사람은 함께 아래층을 향해 내려갔다.
층마다 앉은 사람들이 술을 들이켜고 고성방가를 질러대는 바람에 귀가 아팠다.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접시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등 난리도 아니었다. 시몬은 애써 못 본 척했지만, 다비나는 이곳이 익숙한 듯 신나게 걸어 다녔다.
가끔 이곳의 사람들이 다른 세계 언어로 그녀에게 인사했고, 그녀도 친근함의 의미인지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지나갔다. 양쪽 다 유쾌한 웃음을 흘리며 헤어졌다.
“이쪽 사람들과 친한가 보네 다비나.”
“그럼, 이 사람들은 돈만 주면 혁명군에 협조해 주거든. 문란하지만 좋은 사람들이야!”
“?”
문란함과 좋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단어인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다른 세계의 문화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어쨌거나 지금 두 사람이 와 있는 곳이 바로 지하 상층이었는데, 가장 아래층으로 내려가야 그 유명한 지하 투기장이 나온다는 모양이었다.
상층에는 제대로 된 발판조차 없었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공사장 자재 같은 철근을 덧대어놓아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삐걱삐걱 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끔 끼이익거리는 극도로 불안한 소리를 냈다.
“이거 발판이 떨어지진 않겠지?”
시몬이 불안감을 못 이기고 물었다. 다비나는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푸하핫 웃었다.
“설마~”
철커덩!
말 꺼내기 무섭게 반대편에서 녹슨 사슬이 끊어지며 발판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위에서 춤추던 사람들도 우와악!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푸하하하!
-운도 없는 병신들!
층계에서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낄낄대며 소리쳤다.
시몬이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다비나를 바라보았고, 다비나는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한시라도 빨리 쥴을 찾아서 데리고 나가고 싶다.’
시몬이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곳에 쥴이 머물고 있다니, 잘 믿기지 않긴 했다.
어쨌거나 다비나와 함께 빙빙 돌아가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의 환호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게 느껴졌다. 가장 아래층에 위치한 지하 투기장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관중들의 온갖 고함과 욕지거리가 가득 울려 퍼진다.
“우리는 이쪽이야.”
다비나가 익숙하게 손짓하며 걸어갔다.
“데슬릭! 나 왔어!”
그녀가 팔을 휘휘 흔들었다.
데슬릭이라고 불린 고양잇과 짐승의 얼굴을 한 남자가 흐물거리며 걸어왔다. 얼굴은 고양이였지만, 한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어서 그렇게 귀여운 느낌은 아니었다.
“어서 와, 다비나! 오늘은 뭘 구하러 왔나?”
“유감이지만 이번엔 물건을 찾으러 온 게 아냐.”
티잉!
다비나가 이곳의 화폐 하나를 튕겨서 데슬릭에게 던져주었고, 데슬릭은 멋들어지게 그것을 낚아챘다.
툭.
이내 다비나가 팔꿈치로 시몬을 치며 말을 이었다.
“얘가 내 나이스한 친구인데, 사람을 찾고 있어.”
“누구?”
“쥴 빈체레.”
파하!
데슬릭이 웃음을 터뜨리더니 입에 파이프 담배 같은 것을 물고 뻐끔거렸다.
“그게 분명 그놈의 본명이었지? 여기서는 그렇게 안 불러.”
“그럼?”
“마성. 그게 그 녀석의 이름이다.”
다비나가 물끄러미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촌뜨기 같은 이름이라니, 네가 찾던 친구 맞아?”
시몬은 잠시 턱을 쓸며 생각에 잠겼다.
쥴이 평소 옷차림, 좋아하는 말들, 음침한 분위기 등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100% 확실해.”
시몬이 확신을 담아 말했다. 다비나가 ‘오케이-’ 하고 특이한 발음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데슬릭을 보았다.
“마성을 만나고 싶은데.”
“아무리 다비나라도 그 부탁은 곤란한걸. 이제는 너무 거물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보통 루트로는 만나기 힘들어.”
“거물이 됐다고?”
데슬릭이 휘익! 하고 휘파람을 불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그래! 엄청난 거물이지! 홀연히 지하 세계에 나타난 이방인! 최하급 파이터에서부터 시작해서 2주 만에 챔피언 샤크를 쓰러뜨리고 새로운 챔피언이 됐지! 샤크를 후원하던 놈들까지 싹 쓸어버리고 지하 투기장을 완전히 장악한 실세 중의 실세! 그런 터프한 사내가 10대 소년이라는 사실이 지하를 떠들썩하게 했지! 정말 대단했어!”
“그럼.”
시몬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그와 이야기할 수 있죠?”
“파이터가 되시든가.”
데슬릭이 시몬의 어깨와 팔뚝을 한번 훑어본 뒤 휘파람을 불었다.
“자네도 사내가 아닌가. 밑에서부터 경쟁자들을 제치고 차근차근 올라가다 보면 결국 마성에 닿겠지.”
시몬이 쓰게 웃었다.
‘못 할 건 없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와아아아아아아!
그때 갑자기 터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데슬릭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갔고, 무슨 일인가 싶었던 시몬과 다비나도 뒤를 따랐다. 그들은 촘촘한 철제 펜스를 붙들고 투기장 아래를 보았다.
-마성! 마성! 마성!
맹렬한 환호와 함께 검은 가운을 어깨에 두른 남자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내 그가 가운을 붙잡고 뒤로 던지며 모습을 드러내자 함성이 더더욱 뜨거워졌다.
시몬도 억지 미소를 지었다.
“맞네, 쥴.”
정말로 쥴 빈체레였다. 등 뒤에 마검을 찬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고, 상대로 보이는 도전자는 히죽 웃으며 두 주먹을 들어 올렸다.
체격이 상당히 거대했다. 2미터가 넘는 키에 근육이 폭발할 듯 자리 잡혀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체급 차이가 심각하게 느껴질 정도. 거인과 소인족의 싸움 같았다.
“내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샤크를 잡았다지? 우쭐대지 마 애송아.”
스윽.
쥴은 도발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경기 시작을 알리는 땡! 하는 징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다!”
도전자가 앞으로 돌진하며 맹렬하게 주먹을 쏟아보냈다. 쥴은 귀찮은 표정으로 상체를 휙휙 흔들며 피하고 있었다.
오로지 회피 일변도.
환호성은 점점 더 뜨거워졌고, 도전자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익! 피하지만 말고 제대로 덤……!”
쩌어어어어엉!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쥴의 펀치가 도전자의 머리에 작렬했다. 도전자가 크게 날아가더니 그대로 시몬과 다비나가 있는 철창에 부딪혔다.
“꺅!”
다비나가 화들짝 놀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 번의 주먹으로 상대를 3층까지 날려 보낼 정도의 힘. 정신을 잃은 도전자의 이빨이 후두둑 떨어지며 다시 투기장 내부로 쓰러졌다.
“승자는-! 마서어어어엉!”
심판의 외침과 함께 관중들의 요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너무 놀라서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헐떡이던 다비나가 아하하 웃었다.
“엄청 강한 거 보니 네 친구 맞나 보다! 그렇지? 시…….”
그녀가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시몬이 사라져 있었다.
터벅 터벅.
새로운 도전자를 쓰러뜨린 쥴이 다시 가운을 몸에 두르고 투기장 밖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그때.
절커덩!
갑자기 투기장 문이 스스로 닫혔다.
스스스스-
그리고 바닥에 검은 기운이 일렁이더니 일순 그것이 점점 커지며 로브를 뒤집어쓴 시몬의 모습으로 변했다. 갑자기 등장한 외부인의 모습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누, 누구요! 당신!”
심판이 달려와 시몬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으며 제지했으나, 시몬은 그의 손을 잡고 치웠다. 그것만으로 심판이 바닥에 쓰러져 쿨쿨 잠들었다.
쿠웅!
털썩!
<바힐 리메이크 – 슬립 퍼즈>
무기를 든 경비들은 물론 매니저들도 하나둘 잠들기 시작했다. 1층에 앉은 관중들까지 모조리 잠들었다.
오로지 저주의 왕이라 불리는 마검을 등에 차고 있는 쥴만이 멀쩡히 시몬과 대면할 수 있었다.
“쥴, 나 기억해?”
시몬이 자신을 가리키며 물었다.
“…….”
쥴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답했다.
“……그대는 누구시오.”
시몬이 장난치지 말라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쥴?”
“크흠!”
쥴이 얼굴을 붉히며 한 차례 헛기침을 하고는 조용히 말했다.
“미안하오. 갑자기 여기서 그대를 보니 당황해서 그랬소.”
‘아주 이쪽 세계에 푹 빠져 있네.’
시몬이 슬쩍 웃어 보인 뒤 저주를 이용해 목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하고는 말했다.
“쥴은 기억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야. 날 따라와 줘. 다른 동료들도 모두 모이고 있어. 곧 결사의 구원자를 축출할 전쟁이 시작될 거야.”
“…….”
쥴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시몬은 어련히 알아들었겠거니 생각하며 등을 돌려 걸어갔다.
“시몬.”
“응?”
갑자기 쥴의 눈빛이 달라졌다.
“나는 그대보다 몇 주는 일찍 이곳에 떨어졌고, 이곳에서 많은 걸 느끼고 경험했소.”
스으-
그의 두 팔이 서서히 전투 자세로 들어 올려졌다.
“그대와 싸우고 싶은 건 내 오랜 바람이었소.”
시몬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아니, 잠깐. 지금 바쁘다니까. 나중에 키젠에 돌아가면 결투평가로…….”
“학생 수준의 그런 소꿉놀이를 원하는 게 아니오.”
우우웅!
마검에서 흘러나온 칠흑이 그의 주먹에 맺혔다.
“이곳은 강함만이 모든 것인 야생의 세계였소. 나는 긴 시간 동안 방황했으나 이곳에서 답을 찾았던 것 같소.
이제 그대를 꺾고 싶소. 지금 이 자리에서! 지하 투기장의 룰로!”
와아아아아아아!
마지막의 말은 관중에게 들릴 만큼 크게 하는 바람에, 관중들이 격렬하게 환호했다.
“주먹다짐이오. 저주를 걸든 군단의 힘을 쓰든 무엇이든 하시오.”
“……잠깐만, 쥴.”
“나는 여기서 나가지 않을 거요. 나를 이긴다면 그대의 뜻에 따르겠소.”
시몬이 하아 하고 한숨을 쉬더니 목을 긁적거리며 살짝 눈을 치켜떴다.
“정 피를 봐야겠어?”
쥴이 두 주먹을 세웠다.
“물론이오. 나는 마성,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지 않소.”
* * *
“아니, 갑자기 뭐 하는 거야!”
다비나가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가며 투기장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친구를 설득해서 데리고 오랬더니, 갑자기 시몬도 두 주먹을 세워 들며 투기장 내부에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깨어 있는 2층 이상의 이상의 관중들은 그저 새로운 이벤트가 일어날 기미에 즐거워하며 환호할 뿐이었다.
다비나는 1층 사람들이 모두 잠들어 버렸기에 바닥에 쓰러진 그들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투기장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지하 세계가 뒤흔들릴 만한 굉음과 진동이 터져 나왔다. 다비나가 우왓!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넘어져 엎드렸다.
“어, 어?”
방금 뭐지?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녀가 더듬더듬 자리에서 일어났다. 2층 위의 관중들은 모두 입을 쩌어억 벌린 채 자리에서 벌떡 벌떡 일어나 있었다.
그녀가 다급히 투기장으로 걸어갔다.
절컹!
“다비나.”
마침 시몬이 투기장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덮여 있는 뼈로 이루어진 장갑이 아공간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확 달라진 분위기에 다비나는 시몬에게 압도당하고 말했다.
“으, 으응?”
“쥴을 챙겨서 와줘.”
시몬은 저벅저벅 계단을 올라갔고, 그녀는 삐걱거리는 고개를 움직여 투기장 내부를 돌아보았다.
“!!”
고오오오오오오!
투기장을 둘러싼 철근 벽이 모조리 찌그러져 있었고, 투기장 벽면에 부채꼴 모양으로 거대한 파인 흔적이 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 쥴이 코피를 줄줄 흘린 채 대자로 뻗어 기절한 상태였다.
“지하 챔피언을 일격에…….”
다비나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멍한 얼굴로 걸어가는 시몬을 돌아보았다.
“진짜…… 뭐 하는 녀석이야?”
* * *
-따앙!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따앙! 따앙!
두 번, 세 번, 이어졌다. 방 주위에는 온통 텅 빈 백색 갑옷들이 가득했다.
검을 들어 올린 포즈, 다리를 꼬고 앉은 포즈, 인자하게 손을 내미는 포즈 등 다양했다.
그리고 그 무수한 갑옷들의 중앙에 파묻혀 있는 한 소녀가 있었다.
-따앙!
망치질을 하던 그녀가 잠시 작업을 멈추고 이마를 쓰윽 닦았다.
자신이 왜 이러고 있는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멈출 수 없었다.
흐릿한 기억 속에서 생각나는 건 단 하나.
“……시그문드 아한델.”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녀가 다시 망치를 들어 올리려는 순간.
저벅 저벅.
창밖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가 망치질을 멈추고 가까워지는 그들을 관찰했다.
“침입자? 아니면-”
그녀의 눈매가 좁아졌다.
처음 보는 인간들이었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의 여자와, 보라색 날개를 파닥거리는 여자가 투닥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숨은 채 이야기를 훔쳐 들었다.
“……시몬 폴렌티아가 누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