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1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2화(1212/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2화
눈이 펑펑 내리는 새하얀 설원에 우뚝 솟은 하얀성.
하얀 금속으로 이루어진 성의 지붕 위에 눈이 차곡차곡 쌓이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 레테와 혁명군 대장 카미바레즈. 그리고 혁명군 대원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아렌디아 자매가 확실함다.”
레테가 확신에 찬 눈으로 하얀 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카미바레즈는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 위에 붉은 피가 뿌려져 있었고, 성 주변에 화이트랜드 토착 몬스터들의 시체가 득실거리고 있었다. 성을 공격했다가 당한 모양.
“저쪽 세계에서 넘어온 자답게 실력이 보통은 아닌 모양이구나.”
카미바레즈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린 뒤, 혁명군 부하들을 돌아보았다.
“그대들은 대기하도록. 아렌디아에 대해 알고 있는 이 녀석과 나, 둘이서 들어가겠다.”
“예, 대장!”
“부디 무사하십시오!”
혁명군 대원들이 힘차게 경례했고, 카미바레즈도 작은 등을 쭉 펴고 경례를 받았다. 이내 박쥐 날개를 파닥거리고 두 팔을 척척 흔들며 걸어가니, 모두가 딸내미 바라보듯 흐물흐물한 표정이 되었다.
레테가 그 모습을 보며 은은하게 미소 지은 뒤 카미바레즈의 뒤를 따랐다.
또각 또각.
내부로 들어오니 눈이 어지러울 만큼 새하얀 공간이 나타났다.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이곳. 마치 대리석 바닥 위를 걷는 느낌이다.
발소리를 숨기지는 않았다. 아마 아렌디아도 이곳에 자신들이 당도한 사실을 알고 있을 테니까.
“레테 샤르데나. 라고 했었지?”
문득 카미바레즈가 물었다. 레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카미 씨.”
“멋대로 줄여 부르지 말라니까! 카미바레즈다!”
빼앵 소리 지르는 그녀의 모습에는, 예전에 레테가 키젠에서 봤던 그 귀여운 카미바레즈의 모습이 조금은 남아 있었다. 레테가 싱긋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그야 다들 그렇게 부르던데요?”
“기억 안 난다니까!”
팔짱을 끼며 토라진 듯 말한 그녀가, 이내 다시 레테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쪽 세계에서 온 너라면 알고 있겠지. 나와 시몬 폴렌티아는 정확히 어떤 관계였지? 마지막으로 떠올린 게 가족이나 스승이 아니라 친구의 이름이라니. 그는 나에게 그토록 소중한 사람이었나?”
레테는 애써 태연한 척 어깨를 으쓱했다.
“잘 모르겠슴다. 솔직히, 우리는 저쪽 세계에서는 적대 관계라 교류가 크게 없었거든요.”
“적대 관계였나!”
카미바레즈가 후다닥 레테로부터 멀어지며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어쩐지 꺼림칙한 기운이 흐른다고 생각했다! 이런!”
“우리는 상극의 힘을 조종하니까 말임다.”
레테가 손바닥에 신성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가 꺼뜨렸다.
“그래도 싸울 생각은 없어요. 여기선 다 함께 협력해야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검다.”
그렇게 말한 레테가 앞서 걸어갔다. 한동안 그녀의 등을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라보던 카미바레즈가 다시 총총 뛰어와 그녀의 옆에 섰다.
“그럼 그대와 시몬 폴렌티아는 무슨 관계지?”
일순 레테의 어깨가 움찔했다.
“시몬 폴렌티아는 나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대와는 상극일 터. 그대와 시몬 폴렌티아는 적인가?”
레테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심기가 불편한지 입꼬리가 꿈틀꿈틀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과 제가 상극인 건 맞지만, 그 녀석은 좀 다르죠.”
“뭐가 다르단 거지?”
순간 ‘시몬도 신성을 쓸 수 있다!’ 하고 버럭 외치고 싶었지만, 그건 엄연히 지켜줘야 할 비밀.
레테는 심호흡을 하며 냉정을 되찾았다. 카미바레즈를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억을 잃은 이 녀석도 순수하게 묻는 질문일 테니까 말이다.
“……적대 관계끼리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죠. 나중에 기억이 돌아오면 다 알게 될 검다.”
“크윽! 신경 쓰여서 미칠 것 같단 말이다!”
카미바레즈가 작은 주먹을 붕붕 흔들었다.
“그의 목덜미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그의 피를 마시고 싶다!”
“그런 짓을 하면 혼낼 거예요.”
“적대 세력의 말을 들을 이유는 없다!”
“이 흡혈귀가!”
두 사람의 눈빛이 맹렬하게 충돌하는 사이.
따앙! 따앙!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은 싸우는 걸 멈추고는 눈빛을 교환한 뒤, 소리가 나는 방으로 걸어가 보았다.
“아.”
“……세상에.”
방 안의 사방이 온통 새하얀 갑주들로 가득했다.
마치 동상처럼 검을 든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갑주, 자리에 앉아 고민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갑주 등 그 자세도 가지각색이었다.
레테는 저게 무엇인지 알고는 침을 삼켰다.
‘셀레스티얼 프로텍터.’
룬 리그 5일 차에 완성되어 시그문드에게 전해졌던 아렌디아의 비장의 기술이었다.
이 방 전체가 셀레스티얼 프로텍터로 꽉꽉 차 있었다.
그리고 전면에 보이는 똑딱거리는 소리.
두 사람은 그곳으로 걸어갔다.
따앙! 따앙!
망치로 금속을 두들겨 펴고 있는 한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눈은 초점이 없었고, 지쳤는지 두 팔이 후들거리고 있었다. 몸도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야위어 있었다.
신성연방 대표팀 9번, ‘성벽 위의 현자’ 아렌디아 오르발로.
그녀는 홀린 것처럼 뭔가를 만들고 있었다.
“왜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온 건가요?”
따앙!
아렌디아가 망치를 두들기며 말했다.
그녀의 탁한 눈동자는 이쪽을 향하지 않았고, 제작 중인 셀레스티얼 프로텍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한 번은 봐드릴 테니 그대로 돌아 나가세요.”
“뭐라?”
카미바레즈가 발끈하며 송곳니를 드러내려 했지만 레테가 제지한 뒤 말했다.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니 당신도 기억을 잃었나 봄다. 아렌디아 자매.”
따앙-! 따앙-!
아렌디아는 반응 없이 망치질을 반복할 뿐이었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사람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울려 퍼졌다.
“우리는 당신이 원래 있었던 세계에서 왔슴다. 저는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
레테가 소매에서 룬 리그 대표들이 가진 신분증을 꺼내 보였다.
“같이 우리의 세계로 돌아가죠.”
아렌디아의 눈이 잠시 신분증으로 향했다가 다시 본래 작업으로 돌아왔다.
“돌아가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아렌디아 자매.”
“그다지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요. 그냥 여기 틀어박혀서 평생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지내고 싶은…….”
“당신,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죠?”
그 말에 아렌디아의 동작이 멈췄다. 레테가 옆의 셀레스티얼 프로텍터를 가리켰다.
“당신이 만들고 있는 그거. 사실 세상에서 쓸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뿐임다. 당신은 그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
“마지막으로 남은 기억이 뭐죠? 아니면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말이라도?”
절컹!
그녀가 망치를 떨어뜨리며 멍하니 말했다.
“시그문드…… 아한델…….”
레테가 ‘역시!’ 하고 맞장구쳤다.
“그 사람은 살아 있슴다. 우리는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구요. 우리를 따라오면 그와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을 대화를 듣던 카미바레즈가 턱을 짚었다.
“흠? 내가 시몬 폴렌티아를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설마-”
“중요한 순간이니까 조용히 해주십쇼.”
레테가 툴툴거리며 한마디 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이 왜 그런 물건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는지, 시그문드 아한델이 누군지, 알고 싶지 않으심까?”
고민하던 아렌디아가 입을 오물거리며 뭐라고 답하려는 그때.
“대자아앙!”
갑자기 혁명군 대원 한 명이 뛰어들어 왔다. 중요한 순간에 방해받은 레테와 카미바레즈가 동시에 발칵 화를 냈다.
“뭔데!”
“크, 큰일 났습니다! 적의 공격이!”
퍼어어어엉!
뒤에서 연달아 폭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뒤따라온 혁명군 대원들이 피를 흘리거나 팔을 붙잡은 채 쓰러지고 있었다.
‘누가 공격해 온 거지?’
레테가 성큼성큼 걸어가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전함 같은 게 이곳에 내려와 있었고, 수색꾼들이 박격포나 보라색 창을 든 채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히에로미르의 수색꾼들!’
“가자, 레테.”
펄럭.
그때 카미바레즈가 겉옷을 벗어 던지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싸울 줄은 알지?”
그 말을 들은 레테가 픽 하고 웃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별빛 모양으로 바뀌었다.
“지금 누구한테 하는 소리임까.”
* * *
같은 시각.
더 시티 상층 건물.
그곳에는 구원자 히에로미르가 연락을 받고 있었다.
“……시작의 동굴에 잠입했던 시엘이 공격받고 있다고?”
히에로미르가 눈을 찌푸리며 그렇게 물었다. 손에든 통신 장비에서는 한 남자의 음성이 들리고 있었다.
-그러하옵니다. 속히 저희 여왕을 지원해 주시옵소서.
“지원은 무슨, 포탈로 도망치면 되잖아.”
히에로미르가 심드렁하게 대꾸했지만, 시엘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는 다급한 목소리가 뒤따랐다.
-본가(本價) 측에서 공간 전이의 1급 위험인물이 함께 존재한다며 포탈을 여는 것을 금하고 있습니다. 상황을 타개한 뒤에야 포탈을 열 수 있다고 합니다!
히에로미르가 표정을 확 구겼다.
“그놈들이……!”
사건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어르신의 명령에 따라 모든 결사의 일원은 룬 리그 기간 동안 행동을 중지해야 했다. 그러나 히에로미르는 자신의 연인인 구원자, 라우라의 복수를 하기 위해 시몬을 반드시 잡겠다며 룬 리그 경기장을 ‘배니쉬’할 계획을 꾸몄다.
이에 구원자들을 통솔하는 ‘카이’는 히에로미르의 쌍둥이 누이인 시엘에게 히에로미르를 막거나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고, 시엘은 배니쉬의 좌표를 비틀기 위해 직접 시작의 동굴에 잠입했다.
그러나 시엘이 자신을 방해하려 한다는 정보가 히에로미르의 귀에 들어갔고, 그는 극도로 분노하며 역으로 암흑연합 측에 그녀가 숨어 있다는 정보를 풀어버렸다.
물론 이는 히에로미르의 입장에선 충동적인 행동일 뿐이었고, 당연히 시엘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포탈로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사의 본가에서 시엘의 포탈 요청을 차단한 것이다.
-여왕께서는 카이 님의 명령 때문에 무리하게 잠입했을 뿐, 정말로 히에로미르 님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쪽의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시엘의 신하가 간곡하게 말했다.
히에로미르는 여전히 수상쩍은 듯 턱을 짚었다.
“시엘이 고작 그 정도로 위험에 빠졌다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작의 동굴에는 1급 위험인물인 심판의 성녀 다나가 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강대한 위협입니다.
히에로미르는 고민에 빠졌다.
포탈이 막혔다면 사용할 수 있는 건 확실히 배니쉬뿐이다.
현재 히에로미르가 사용할 수 있는 배니쉬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다른 세계의 영토를 이쪽 세계로 가지고 오는 흡수형.
그리고 또 하나는, 이쪽 세계의 영토를 다른 세계로 보내는 배출형이었다.
현재 흡수형은 언더링의 호수숲을 옮기는 데 썼기에, 재사용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금 사용 가능한 건 후자의 ‘배출형’ 배니쉬.
이것으로 대륙에 폭탄을 던질 수 있다.
“움직이겠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직접 가서 전이하겠다.”
-화, 황송하옵니다!
“대륙에 거대한 전쟁을 걸어주겠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그의 눈이 싸늘해졌다.
“카이를 축출하고 내가 그 자리에 앉을 것이다.”
* * *
같은 시각, 합동 지휘부.
“제2사령관님!”
상황을 마력 수정구 등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던 로레인과 일행들 옆으로 한 네크로맨서가 뛰어왔다.
로레인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죠?”
“시작의 동굴 근방에서 공간 전이의 전조 현상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로레인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민간인들의 대피 상황은 어떻게 됐죠?”
“현재 대피율 100%! 동굴 내부에는 전원 전투요원만 남아서 구원자와의 전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당장 공간 전이에 대비하라고 전하세요.”
드디어.
시몬이 있는 세계에 갈 기회가 왔다.
“참, 그리고 바힐 교수님은 어떻게 됐죠?”
“이제 막-”
마침.
지휘부 문 밖에서 정장 구둣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지휘부에 도착하셨습니다.”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긴장감이 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