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1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5화(1215/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15화
“전쟁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시몬이 물었다. 쥴도 호기심이 생긴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받은 쪽지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 꿀꺽 삼킨 다비나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히에로미르가 옐로우랜드에 갔어. 거기서 전이기로 ‘죽음의 무덤’ 17채 중에 1채를 전이했나 봐. 전이기에 떠오른 좌표로 봤을 때 무덤이 향한 곳은 대륙. 대륙에 그런 끔찍한 걸 풀어놓을 이유는 전쟁뿐이지.”
말하던 다비나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런데 좀 이상한데? 아직 위의 지시도 내려오지 않았을 텐데 왜 굳이 죽음의 무덤을 대륙으로 전이한 거지? 본가의 지시를 무시한 히에로미르의 독단인가?”
“??”
시몬과 쥴이 도저히 진도를 못 따라가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다비나가 ‘아!’ 하고 머쓱하게 웃었다.
“미안 미안. 너희들은 이쪽에 넘어온 지 얼마 안 됐지.”
“방금 그 말, 자세히 설명해 줘.”
성큼성큼 다가온 시몬이 덥석 그녀의 양어깨를 붙잡으며 말했다. 전부 이해는 못 했지만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가 나왔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오우, 박력.”
다비나가 제 두 팔을 끌어모으는 시늉을 하며 히히 웃었다.
“그렇게 퍽 잘생긴 얼굴로 밀어붙이니까 맘이 약해지네. 카미바레즈 대장이랑 레테도 그런 식으로?”
시몬은 굳은 표정을 유지했다.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다.
그녀가 ‘알았어, 알았어’ 하고 말하며 앞을 가리켰다.
“곧 대장이랑 레테도 본부에 올 테니까, 혁명군 본부에 가서 제대로 설명해 줄게.”
* * *
그렇게 시몬과 쥴, 다비나는 공장 내부에 위치한 혁명군 본부에 도착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레테와 카미바레즈, 그리고 그녀들이 데려온 아렌디아도 합류했다.
“시몬이 말한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일곱 명 중 다섯 명을 모았다!”
카미바레즈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이제 목표에 더 가까워지는 건가? 시몬.”
“맞아.”
시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에 레테와 단둘이서 시작했는데, 뭔가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니 분위기가 살아난다.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먼저 이쪽 세계에 도착한 카미바레즈와 쥴은 각각 혁명군과 지하 투기장을 장악했다. 히에로미르에 가장 위협적인 두 세력이 아군으로 합류한 것이다.
“근데 당신은 얼굴이 왜 그래요?”
레테가 쥴의 탱탱 부은 얼굴을 가리키며 물었다. 쥴은 크흠 하고 조용히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잠깐 시몬에게 도전했소.”
“하여간 남자애들…….”
레테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한편 아렌디아는 이 장소가 익숙하지 않은지 연신 경계하며 주위를 휙휙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저기, 시그문드 아한델은 여기 없는 겁니까?”
아렌디아의 물음에 레테가 부드러운 투로 답했다.
“아까 오면서 말했잖슴까. 히에로미르 측에 잡혀 있을 거라고. 지금부터 히에로미르를 박살 내고 시그문드와 워턴을 되찾으러 갈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쇼.”
“아, 네.”
그렇게 대답한 그녀가 슬슬 뒤로 물러나 벽에 착 붙었다. 일행들이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 저한테 시선 집중하지 말아주세요. 안 그래도 사람 많은 거 부담스러워서요.”
그녀는 자신의 이능을 사용해서 하얀 금속을 만들어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작은 개집 같은 것을 지어서 그 안에 쏙 들어갔다.
아렌디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결 낫네요.”
“……얘는 기억을 잃기 전보다 더하네.”
레테가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때 문이 달칵 열리며 혁명군 부대장 다비나가 나타났다.
“다들 모였지?”
“응. 이제 전부 이야기해 줘, 다비나.”
시몬의 말에 다비나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더 시티 사람들도 잘 모르는 정보지만, 히에로미르를 물리치는 동지들이니까 확실히 설명해 둬야겠지. 다들 들을 준비 됐어?”
그녀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다리를 꼬았다.
“이 세계의 비밀에 대해.”
* * *
다비나의 말에 따르면, 이쪽 세계는 거의 대부분, 98% 바다로 이루어진 세계다.
육지는 단 두 곳만 존재한다.
하나는 사시사철 눈이 내리는 화이트랜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사시사철 햇볕이 내리쬐며 식수 한 모금 구하기 힘든 사막지대 옐로우랜드.
하필이면 두 육지의 생태 환경이 그 모양 그 꼴이라 본래는 제대로 된 생물이 살지 못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결사가 이 버려진 세계의 자원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모든 게 시작되었다. 그들은 공간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쌍둥이 구원자 ‘히에르미르’와 ‘시엘’을 파견했다.
그들은 각각 화이트랜드와 옐로우랜드를 다스리기로 하고 도시를 세워 스스로 지배자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 극한의 환경이었기에 결사에서 보낸 인원만으로는 도시를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쌍둥이는 공간을 다루는 힘으로 다른 세계의 인간들, 특히 대륙의 인간들을 데리고 와서 기억을 잃게 한 뒤 이곳에 중노동을 시키며 자원을 발굴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근간이자 핵심은 ‘자원’이야.”
다비나가 시커먼 돌멩이 같은 것을 꺼냈다.
저게 뭔지 알고 있던 시몬이 손을 뻗어 그것을 가리켰다.
“퍼틸리움 맞지? 이걸 가공해서 화로의 탑에 태우면 더 시티를 따뜻하게 만드는 연료로 사용된다는…….”
“대부분은 그렇게 알고 있지.”
그녀가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가공이 필요하다고 해도 이게 정말 연료라면-”
화륵!
그녀가 라이터로 퍼틸리움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불이 옮겨붙기는커녕 족족 꺼졌다. 마치 그냥 자갈에 불을 붙이려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 불이 붙거나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좀 이상하지 않아? 퍼틸리움은 화이트랜드 지천에 깔린 광물이야. 이게 정녕 연료라면 더 시티 말고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이 불을 피우면서 살아남았겠지.”
“오, 듣고 보니 그러네.”
이내 다비나가 손가락에 힘을 주자 파삭! 소리와 함께 검은 돌멩이가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진짜는 이거.”
그녀가 이번엔 시커먼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옐로우랜드의 지하에서 뽑아낼 수 있는 ‘볼카리움’이라는 자원이야.”
그녀가 아주 조심스럽게 유리병에서 한 방울 바닥에 떨어뜨리고 라이터를 가져다 대는 순간.
화아아아아아악!
일순 불길이 휘몰아쳤다. 모두가 식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카미바레즈는 뒤로 쿠당 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위험하잖아!”
“하하! 미안해, 대장.”
다비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발로 밟아 불을 껐다.
한편 시몬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화이트랜드에 가장 필요한 자원이, 하필이면 옐로우랜드에서만 나온다는 거지? 의미심장하네.”
“오! 역시!”
다비나가 손뼉을 치며 시몬을 가리켰다.
“바로 핵심을 파악했네! 저쪽 세계에서도 모범생이었던 거 아냐?”
“……하하.”
사막인 옐로우랜드에 나는 ‘볼카리움’은 불을 피울 수 있는 자원이고.
설원인 화이트랜드에 나는 ‘퍼틸리움’은 불이 아니라 천연비료로 쓰인다.
퍼틸리움은 잘게 밟아서 지면에 뿌려두면 아무리 나쁜 땅이라도 열대식물이 펑펑 터질 듯이 자라난다고. 물이 부족한 옐로우랜드는 이 퍼틸리움을 뿌린 땅에 토착 야자나무를 심어서 그 귀한 ‘식수’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하계의 쌍둥이는 서로의 도시를 다스리며 볼카리움과 퍼틸리움을 채취해 교환했다.
이야기를 듣던 쥴이 입을 열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아주 합리적인 교환으로 보이오만.”
“그렇지.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야.”
다비나가 빈 기구를 꺼내 들어 퍼틸리움과 볼카리움을 일정 비율로 섞었다. 그 상태에서 몇 가지 약물을 더 넣은 뒤, 라이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불이 붙는 장비에 올려놓고 가열시키자.
보골보골!
두 자원이 녹아들더니 들끓기 시작했다.
이내 시몬은 그 안에서 아주 미세한 무언가를 보았다.
그동안 이쪽 세계에서 내내 장비나 무기에서 봐왔던, 보라색 불빛이 피어나는 모습을.
“이게 바로.”
카앙!
그녀가 이번에 수색꾼에게 빼앗아 온 창을 작동시키자 보랏빛으로 빛났다.
“각종 무기와 폭약 등의 원료로 쓰이는 ‘코랄’이 돼.”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다비나가 눈을 감고 말했다.
“너희들이 부르는 그 ‘결사’의 목적은 이쪽 세계의 코랄을 무수히 확보하여 전쟁을 준비하는 것.”
그녀가 창의 전원을 끄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이 세상을 그저 원료 공급지나 무기 공장으로 여기는 거야. 원래는 아무도 살지 않았어야 할 세계에 사람들을 강제로 납치해 와 자신들의 무기를 만드는 데 쓰는 거지. 난방 연료와 식수는 공장을 돌릴 노동력의 목숨을 연명하기 위한 아주 작은 비율의 양만 쓰이고, 대부분의 비율이 무기를 만드는 데 쓰여. 화이트랜드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그저 살려면 노동해야 한다고 아는 거지. 그래서!”
다비나가 주먹을 꽈악 쥐며 결의에 찬 눈빛을 반짝였다.
“어떻게든 그 ‘하계의 쌍둥이’를 몰아내야 한다는 거야.”
“질문 있소.”
쥴이 손을 들었다.
“그럼 우리를 비롯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납치하는 ‘배니쉬’는, 두 쌍둥이의 순수한 능력인 거요?”
“아니, 그럴 리가. 그것도 사실 기계로 해.”
그렇게 말한 다비나가 수납장을 뒤적거리다 그림이 그려진 천을 꺼내 벽에 걸고 모두에게 보였다.
마치 높은 언덕에 붙어 있는 거대한 바퀴처럼 생긴 원형 기계였다.
“우리는 ‘전이기’라고 불러. 이것도 결사의 장비인데, 혁명가의 말에 따르면 공간을 다루는 쌍둥이의 힘을 증폭시키는 기계래. 화이트랜드와 옐로우랜드에 하나씩 있고, 쌍둥이가 종종 방문해서 힘을 여기에 저장해 두고 가지.”
화이트랜드에 있는 ‘전이기’는 다른 차원의 땅을 이쪽 차원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옐로우랜드에 있는 ‘전이기’는 이쪽 차원의 땅을 다른 차원으로 내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시몬의 머리가 파바박 돌아갔다.
-히에로미르가 옐로우랜드에 갔어. 거기서 전이기로 ‘죽음의 무덤’ 17채 중에 1채를 전이했나 봐. 전이기에 떠오른 좌표로 봤을 때 무덤이 향한 곳은 대륙. 대륙에 그런 끔찍한 걸 풀어놓을 이유는 전쟁뿐이지.
이제 조금 다비나가 말한 이야기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죽음의 무덤을 위험한 것이라 가정했을 때, 그것을 전이기를 통해 대륙으로 전이시켰다는 뜻이었다.
“이 두 전이기를 히에로미르로부터 확보하는 것도 우리 전략의 핵심이야.”
그녀가 전이기 장치 그림에 손바닥을 탕탕 쳤다.
“히에로미르가 이걸로 다른 세계에 지원을 요청하거나, 혹은 우리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는 걸 막아야 하니까.”
“좋은 생각이 났어.”
시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리가 당장 전이기를 확보하고, 배니쉬를 써서 대륙의 일부를 이쪽으로 끌고 오자.”
“자, 잠깐만요!”
레테가 덩달아 일어났다.
“아직 대륙과 아무런 상의가 안 됐는데, 어떤 장소를 끌고 오려는 검까? 군사기지? 요새? 거기 사는 사람들의 기억 증발 위험도 있는데……!”
“완벽하게.”
시몬이 씩 웃으며 이를 드러냈다.
“그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이야. 전세를 완전히 뒤바꿀 최고의 전력을 이리로 데리고 올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