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화
아론은 이어서 수행평가 세부적인 룰을 설명했다.
현재 시각 정오 12시를 조금 넘어가는 시점이었는데, 최대 새벽 12시 정각까지 평가를 치를 수 있다. 제한시간이 끝나면 데스랜드 어디에 있든 키젠 측에서 일괄적으로 텔레포트를 발동한다.
아론과 조교들은 도착지인 이곳에 캠프를 구축하고 대기한다. 좀비를 아공간에 넣어서 캠프까지 가져오면 아론이 평가를 하고, 해당 조는 키젠으로 돌아갈 수 있다. 평가는 한 조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수색 도중 문제가 발생하면 조장들에게 지급된 텅패드로 도움 요청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아론이나 조교들이 즉각 달려가겠지만, 더 이상의 시험은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데스랜드에는 온갖 언데드들. 특히 자연형 좀비들이 득실거린다.”
아론이 입을 열었다.
“좀비는 기본적으로 2급 몬스터고, 4급이 넘어가는 강한 개체들도 존재한다. 그간 좀비를 공부해서 알겠지만, 교전은 추천하지 않는다.”
설명을 듣던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좀비들과 싸우다 보면 그 소리를 들은 다른 좀비들까지 몰려든다. 좀비 떼에 둘러싸이기 싫다면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
“위험한 장소인 만큼, 키젠 학생 간의 전투는 엄격히 금지한다. 그리고 데스랜드에는 너희들 말고도 재료를 얻으러 온 시체쟁이들이나 다른 네크로맨서들이 있을 수 있다. 가능한 그들과 연관되는 일 없이 자리를 피하도록.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좀비보다 더 미쳐 있으니까.”
“네!”
“그럼 흩어져라.”
아론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
“지금부터 A반 소환학 수행평가를 시작하겠다.”
* * *
데스랜드는 숲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도시였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비로소 건물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대도시 랭거스틴과 비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시였다.
다만 어둡고, 음침했으며, 인적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텅 빈 유령도시나 다름없었다.
“……쓰으읍. 분위기 미쳤다 진짜.”
딕이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카미바레즈는 시몬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있다가, 시몬이 걸어가면 짧은 걸음으로 쪼르르 따라붙었다. 겁을 먹은 듯도 보였지만 눈이 마주치면 헤헤 웃어 보였다.
“괜찮아 카미?”
“네!”
그녀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무서운 곳에 왔지만 이렇게 네 명 다 같이 뭉쳐 있잖아요? 전 그걸로도 안심돼요!”
“응, 같이 힘내자.”
한편 메이린은 도시 수색에 누구보다 열의를 보고 있었다. 성큼성큼 골목으로 나아간 그녀가 목조건물을 손바닥으로 쓸어보고 있었다.
“이렇게 멀쩡히 건물의 형태가 남아 있는 게 신기해. 어둡고 좀비들이 나온다는 점만 빼면 그냥 평범한 도시처럼 보여.”
“어우, 혼자 막 가지 마!”
딕이 기겁하며 말했다.
“쟤는 뭔 겁도 없나? 좀비가 사방에 도사리고 있다고!”
메이린이 딕을 돌아보며 히죽 웃었다.
“쫄보.”
“……!”
그 한마디에 딕의 움직임이 뻣뻣해졌다.
“야, 야! 쫄보는 무슨! 난 키젠의 네크로맨서야! 좀비를 다루는 게 직업인데 좀비를 무서워할 리가 있…….”
또르륵.
메이린이 근처에 굴러다니는 돌을 툭 걷어찼다. 잔뜩 민감해져 있던 딕과 카미바레즈가 기겁한 소리를 내며 시몬의 등 뒤로 숨었다.
“정 안 될 것 같으면 캠프에 남아 있어.”
시몬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나랑 메이린이 어떻게든 좋은 좀비를 찾아서 돌아갈게.”
실제로, 너무 겁에 질려서 죽어도 데스랜드에 들어가지 못하겠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캠프에서 아론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그, 그건 안 돼요!”
카미바레즈가 눈을 질끈 감으며 이마를 시몬의 등에 딱 붙였다.
“버리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할게요!”
“응? 아, 아니! 버린다는 말이 아니라…….”
“끝까지 가야지.”
딕이 입술을 떨면서도 애써 웃어 보였다.
“여기서 내빼면 1학기 내내 메이린이 팀워크 어쩌고 하면서 들들 볶을 게 뻔하잖아.”
“잘 아네~”
그렇게 대답한 메이린은 뒤꿈치를 들고 창문 너머를 살폈다.
“안엔 아무도 없네.”
“아, 당연히 아무도 없지! 여긴 사람이 없어. 언데드뿐이라니까!”
“그런데 딕.”
시몬이 어둠에 잠긴 을씨년스러운 도시를 눈으로 훑다가 딕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래 여기도 옛날엔 사람들이 살았던 거야?”
“……어? 어. 당연하지.”
딕이 고개를 끄덕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아론 교수님은 해마다 여길 수행평가 장소로 삼는데, 사실 키젠 내부에서는 반대가 꽤 심한가 봐.”
“위험해서?”
“그건 것도 있겠지만, 여긴 키젠의 치부 같은 곳이니까.”
딕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여긴 옛 탈헤른 제국의 도시였어.”
탈헤른은 시몬도 잘 알고 있었다.
키젠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10인의 네크로맨서에게 ‘장미회군’을 당하고, 결국은 멸망 당한 제국.
그리고 탈헤른 시절의 데스랜드는, 수도 다음으로 번영했던 제2의 도시였다.
“역사서에서는 말야. 키젠을 치러 간 5만 대군이 언데드로 변해 수도로 돌아온 ‘장미회군’ 이후, 황제가 수도에서 붙잡혔다고 나와 있잖아? 근데 그건 사실이 아니래.”
어느새 메이린과 카미바레즈도 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황제는 난리통 속에서 무사히 수도에서 도망쳤고, 새로운 거점을 찾아 키젠에 저항하려 했지. 그 거점으로 낙찰된 게 이곳 데스랜드였어. 당시 데스랜드는 제국의 강력한 소드마스터가 다스리고 있었고, 그가 이끄는 상주 병력도 많았거든. 황제는 이곳을 거점 삼아 대대적인 반격을 일으킬 생각을 한 거야.”
데스랜드는 드높은 성채와 많은 인구수를 기반으로 한 철벽의 도시였다.
게다가 고위 네크로맨서를 상대할 수 있는 소드마스터의 존재까지. 장기전을 준비한다면 최적의 장소였다.
“키젠에서는 제국이 다시 결집해서 키젠에 대항하는 상황을 우려했고, 압도적인 공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어. 그래서 무시무시한 전략 병기 급의 흑마법을 이 영지에 떨어뜨렸고.”
딕은 어깨를 으쓱하며 팔을 벌렸다.
“지금의 이런 모습이 된 거야.”
“……!”
카미바레즈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가렸다.
“그렇게 제국 제2의 도시가 흑마법 한 방에 날아가 버리자, 황제는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 키젠에 투항했어. 대충 그렇게 된 거야.”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메이린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었잖아? 만약 황제가 무사히 이 도시에 들어왔다면, 자기 자존심 때문에 모든 제국민들을 전쟁의 화마 속으로 밀어 넣었을 거야! 키젠과 제국의 전면전. 그건 그냥 참극이고,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죽었겠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기 전에 차단한 본부의 판단이니까, 난 납득할 수 있는데?”
“하지만…….”
카미바레즈가 조용해 말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이 불쌍해요.”
“그으, 건 그렇지.”
메이린이 한숨을 쉬며 인정했다. 전략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라고만 했을 뿐, 그 방법이 옳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자! 역사 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딕이 손뼉을 짝 쳤다.
“좀비 소환 마법을 사용하려면, 일단은 시신을 찾는 게 먼저야. 데스랜드의 모든 생명체가 전부 좀비가 된 건 아니야.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채 썩지 않은 시신으로 남아 있는 것들도 있는데, 그걸 찾아내는 게 급선무지!”
메이린이 손을 뻗었다.
“그럼 일단 이 근방의 집들을 뒤져보자. 뭔가 나올지도 몰라.”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
시몬은 작업의 신속성을 위해 메이린 팀과 시몬 팀으로 갈라지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야! 날 저런 덤벙이랑 둘이 보내려고? 쟨 도움이 안 돼!”
“아직 시간도 많으니까 네 명이서 같이 다니는 게 어떨까요? 워낙 위험한 곳이기도 하고…….”
확실히, 카미바레즈의 말대로 당장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적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도 했으니까.
7조는 네 명 완전체로 집들을 수색하기로 했다.
똑똑.
딕은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문을 두들겼다.
“아무도 없죠? 들어가겠슴다. 죄송함다.”
“꼴값 그만 떨고 빨리 가 밥팅아!”
메이린이 딕을 밀치고 당당히 안으로 들어갔다. 뒤따라 들어온 시몬이 집안을 슥 돌아보았다.
그냥 평범한 가정집의 풍경이었다. 이곳은 정말로 저주가 내리기 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2층에도 아무것도 없어!”
언제 올라갔는지 메이린이 타다닥 계단을 내려오며 말했다.
“다음 집으로 가자!”
“오케이.”
네 사람은 열심히 집들을 수색하고 다녔다.
“여기도 없어요!”
“다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샅샅이 집들을 뒤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와, 이거 생각보다 빡세네.”
“여기서 좀 쉬었다 가자.”
슬슬 체력이 떨어졌기에 쉬어가기로 했다.
네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다. 각자 편한 자세로 앉아 아공간에서 물통을 꺼내 목을 축이고 있는데.
-어어어어어어.
“오우 씨! 깜짝이야.”
밖에 들리는 이상한 괴성에, 딕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조용히 해. 멍충아!”
메이린이 입술에 검지를 올리며 경고했다.
네 사람이 입을 다물며 시선을 교환하는 가운데, 집 밖에서 발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익- 지익-
무척 가깝다. 바로 창가 옆에서 발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아차.’
시몬이 창문을 힐긋 보더니 손짓했다. 네 사람은 즉시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시몬이 눈동자를 올리자 창문 너머로 어떤 실루엣이 보였다.
얼굴이 끔찍하게 훼손된 시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
카미바레즈가 입을 틀어막았다. 딕은 아예 시선을 바닥에 고정했고, 메이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흑마법을 일으킬 준비를 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좀비가 축 늘어진 고개를 돌려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목 부위가 찢어져 뼈가 다 드러나 있었다.
“…….”
“…….”
잠시 숨도 쉬기 어려운 정적이 흘렀다.
지익- 지익-
이내 특유의 발을 질질 끄는 소리와 함께, 좀비가 창밖에서 멀어져갔다.
“하아아아아.”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튀어나왔다. 딕이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아, 살았다. 진짜 수명 줄어들겠네 쓰읍!”
메이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장소를 바꾸자. 이제 여기도 좀비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근방을 더 뒤져봐야 무의미할 것 같아. 내 생각엔…….”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시몬이 눈을 부릅떴다.
메이린의 등 뒤, 분명히 아무것도 없었던 창고 문의 창틀에서 뭔가가 훅 튀어나오고 있었다.
“조심해!”
시체처럼 창백한 회색의 손이 메이린의 입을 틀어막더니 그대로 창고 문으로 끌고 갔다.
쿵!
“읍! 으읍!”
그녀가 힘겹게 몸부림쳤다. 좀비의 반대쪽 팔이 창살로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으적!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시몬이었다.
그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메이린을 붙잡은 팔을 팔꿈치로 찍어 눌렀다.
쾅!
메이린이 좀비의 손에서 빠져나오자 딕이 온몸으로 문을 밀쳐서 틀어막았다.
-캬아아아아악!
창고의 창살 너머로 좀비가 두 팔을 빼내어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문이 안쪽에서 잠겨 있었지만, 한쪽 발이 문밖으로 삐쳐 나와 있었다.
덜컹덜컹거리며 문이 금방이라도 열려 버릴 것 같았다.
“제가 할게요!”
침착하게 흑마법을 완성한 카미바레즈가 창살 너머로 핏물로 짠 양탄자를 보냈다.
영리하게도 양탄자로 좀비의 목을 휘감아 잡아당겼고, 그사이에 딕은 문을 완전히 닫고 손잡이 쪽에 손바닥을 짚었다.
‘인챈트!’
딕은 칠흑으로 낡아빠진 경첩을 강화했다.
“됐어 카미!”
딕의 외침에 카미바레즈가 고개를 끄덕이며 블러드 실크를 해제했다. 좀비가 ‘캬아악!’ 소리를 내며 다시 문으로 달려들었다.
쿵! 쿵! 쿵!
하지만 경첩이 인챈트로 튼튼해졌기에 문은 열리지 않았다.
네 사람은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몬이 메이린을 보며 물었다.
“괜찮아 메이린?”
“아, 응. 땡큐.”
그녀가 시몬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딕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와 씨,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
“죄송해요! 제가 더 꼼꼼히 봤어야 했는데.”
“아냐, 아냐.”
다들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막상 비상사태가 닥치자 빠르게 반응하는 게 역시 키젠 학생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은 뿌듯한 얼굴로 동료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응시했다. 어둠 속에서 점점 더 많은 괴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좀비들이 소릴 들은 것 같아. 바로 빠져나가자.”
좀비 하나하나의 전투력이 무서운 건 아니었지만, 다른 좀비들이 소란을 듣고 몰려온다는 점이 위협적이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탈출할 채비를 마쳤다.
시몬은 길게 숨을 마시며 집의 문손잡이를 붙잡았다.
“좋아, 나간다.”
모두의 시선이 문에 집중되었다. 시몬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아!’
문밖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좀비들과 딱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그때 딕이 들고 있던 테이블을 좀비들에게 집어 던지며 소리쳤다.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