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2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1화(1221/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1화
아렌디아는 집요했다.
이쪽 세계로 넘어오며 대부분의 기억이 지워졌지만, 머릿속에 남은 단 하나의 이름.
시그문드 아한델.
‘시그문드 아한델, 시그문드 아한델!’
이를 악문 그녀가 손에 쥔 갈퀴를 감옥탑의 벽면에 걸고, 힘껏 다리 힘으로 몸을 끌어 올렸다.
발톱에 피가 나고, 무릎이 덜덜 떨려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반드시 만나겠어!’
터업!
마침내 그녀가 감옥탑의 고층에 위치한 유일한 창문까지 도달했다.
이내 두 팔로 창문을 짚고 몸을 한번 크게 끌어 올렸다.
“하악! 하악!”
연거푸 거친 숨을 몰아쉰 그녀가, 이내 손바닥을 펼치고 이능을 사용했다.
아렌디아의 이능은 자신의 신성과 지방을 뒤섞어 태양빛에 녹지만 가공이 쉬운 금속을 만들어내는 것.
단번에 긴 철사를 만들어 창문의 틈으로 넣은 뒤, 그 뒤에 철사의 끝을 움직여서 창문의 손잡이에 닿도록 했다.
달칵!
창문이 열렸다.
그런데 워낙 창문이 작은 바람에, 통과하는 중에 하반신이 끼고 말았다. 낑낑대던 그녀가 양손으로 벽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빼냈다.
우당탕탕!
그녀가 바닥에 나자빠졌다. 흡! 하고 숨을 들이쉰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여, 여기는……!’
감옥 내부의 어딘가로 보인다.
다행히도 이 근처를 지키는 간수는 없어 보인다.
더 시티 전체가 내전 중이고 간수들도 대부분 혁명군과 싸우느라 빠져나갔다. 지금이 시그문드를 구할 유일한 기회.
힘겹게 몸을 일으킨 그녀가 살금살금 걸음을 옮기려는데.
“놀랍군! 저 좁은 창문으로 들어올 생각을 하다니.”
꺅!
갑자기 들린 제3자의 목소리에 아렌디아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가 얼른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감옥의 어둠 사이에 흘흘흘 웃고 있는 건 너구리 얼굴의 이종족이었다. 죄수복 사이로 복실한 갈색 털이 흔들렸다. 나이는 많아 보였는데, 주름살이 자글거리고 수염도 나 있었다.
쉬잇!
아렌디아가 검지에 손을 올리며 만세계 공용의 입 다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죄수복 차림의 너구리 인간이 턱을 쓸었다.
“걱정 말게. 젊은 처자가 방금 흡족한 광경을 보여줬으니 간수를 부르진 않겠네.”
‘이 변태 같은 너구리 영감이 뭐라는 거야.’
그녀가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으며 다가왔다.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인내하며 말했다.
“사람을 찾고 있어요.”
“이렇게 높은 곳까지 젊은 처자가 기어 올라오며 집착적으로 찾는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흐흐! 아주 부러운 사내군.”
“안녕히 계세요.”
“잠깐 잠깐 잠깐!”
아렌디아가 떠나려고 하자 너구리 죄수가 바짝 다가와 철장에 달라붙었다.
“누굴 찾는지 말만 하게! 내가 도울 수도 있지 않겠나?”
“시그문드 아한델.”
그녀가 지금까지 수천 수만 번은 상기한 이름을 내뱉었다. 죄수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게 누구지?”
“안녕히 계세요.”
그녀가 다시 떠나려고 하자 너구리 죄수가 ‘잠깐 잠깐!’ 하고 다급하게 외쳐대며 철장에 달라붙었다.
“나는 이 감옥에 40년 동안 갇혀 있는 통 중의 통일세! 내가 모르는 사람은 다른 죄수들도 몰라! 아마 그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을 걸세! 외모나 인상착의 같은 걸 말해줄 수 있겠나?”
아렌디아가 으음-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찰흙을 만지는 것처럼 양손으로 허공에 뭔가 모양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얼굴은 이렇게 뭔가 좀 동글동글한 느낌? 아, 그래도 턱은 날렵할 것 같구요. 눈썹도 좀 짙을 것 같구, 가까이서 보면 앳된 소년상인데 멀리서 보면 듬직하구, 웃을 때 약간 보조개가 있으면 좋을 것 같구…….”
“자네 이상형을 말하는 게 아니라 시그문드라는 자의 얼굴 말일세!”
“사실 잘 몰라요. 만난 적 없거든요.”
“?”
잠시 감옥에 짙은 정적이 내려앉았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만나러 목숨 걸고 감옥탑에 왔다고?”
“그렇게 됐네요.”
아렌디아가 쓰게 웃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긴 하다.
“다른 정보는 더 없나?”
“저랑 시그문드 둘 다 바로 최근에 이쪽 세계로 넘어왔어요. 히에로미르가 거액의 수배금을 걸었구요.”
“아!”
뭔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지 너구리 영감이 손뼉을 쳤다.
“확실하네! 빛나는 검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 있는 그 소년!”
“!”
분명 레테가 말하길, 시그문드의 이명이 ‘성검 사용자’라고 했다. 그녀가 달려들어 감옥 쇠창살을 붙들었다.
“그 소년이 확실해요!”
“나는 그가 어디 있는지 안다네.”
갑자기 태도가 바뀐 너구리 죄수가 태연히 바닥에 드러눕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더 시티에 공짜는 없는 법! 나를 여기서 꺼내준다면 알려주겠네.”
‘그럴 줄 알았지.’
재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잴 시간이 없었다. 간수들이 근처에 없는지 바깥의 복도까지 체크한 그녀가 두 손을 모으고 뭔가를 빚어내는 듯 꼼지락댔다.
“처자, 뭘 하는가?”
“좀 기다려 봐요.”
그녀는 손바닥 안에서 단숨에 금속을 빚어내더니 바닥에 내려놓고 빠르게 뭔가를 제작해 나갔다. 거대한 집게 같은 기계였는데, 집게 부분을 철장의 한쪽에 고정한 뒤, 그녀가 신성을 불어넣어 작동시키니 기기 내부의 톱니바퀴 같은 게 돌아갔다.
그러자.
우드드드드득!
쇠창살이 가볍게 뽑혀 나와 간신히 사람 한 명이 지날 크기가 되었다. 너구리 영감이 탄성을 흘리며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대단한 솜씨군!”
“자, 이제 말해주세요.”
너구리 영감이 위를 가리켰다.
“그 시그문드란 소년은 흉악한 1급 수배범 취급이라 이 감옥의 가장 높은 곳에 있네.”
“어떻게 하면 그쪽으로 갈 수 있죠?”
“지금은 비상사태라 간수가 별로 없지만, 감옥 최정상만큼은 철통같이 지키고 있을 걸세. 힘으로 간수들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아래층의 모든 간수들이 올라올 거야. 들키지 않고 가는 방법은 하나뿐!”
너구리 영감이 창밖을 향해 팔을 뻗었다.
“다시 창밖으로 나가서 지붕까지 기어올라 가는 걸세! 내가 젊은 시절에 지붕으로 탈옥한 적이 있었는데, 지붕의 한 부분이 헐겁다네! 손으로 힘을 주고 들면 ‘뚝’ 하고 들리는 곳이 있을 거야. 그 틈으로 내부에 잠입할 수 있지!”
“정말 고마워요! 영감님은요?”
“나는 창문을 통해 여기서 내려가 탈옥할 걸세. 부디 그를 찾길 바라지!”
아렌디아가 결연한 얼굴로 어깨를 풀었다.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조금 지쳐서 쉬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아까웠다. 바로 시그문드를 구하러 갈 생각이었다.
“…….”
그런데 탈출한다던 너구리 영감이 창문 앞에 우두커니 있다가 빙긋 미소 띤 얼굴로 뒤로 물러나 창문을 양보했다.
“먼저 나가겠나? 처자.”
“죽여 버릴 거예요 진짜.”
점점 소심했던 티가 사라지고 아렌디아의 본래 성격이 나오고 있었다.
아무튼 너구리 영감은 창밖으로 먼저 빠져나갔고, 아렌디아도 낑낑대며 다시 창밖으로 나와 벽을 올랐다.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벽을 거슬러 올라가는 노하우도 생겼고 동기도 충만했기에, 그녀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지붕까지 도착했다.
감옥탑의 지붕은 보통의 집처럼 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붙잡고 흔드는 과정에서 정말로 뭔가 헐거운 파츠가 보였다.
그녀가 그 틈으로 손가락을 넣고 들어 올리자.
드드득!
벽돌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지붕 한쪽이 들렸다. 아렌디아는 반색하고는 아래를 내려다보고, 귀를 기울였다.
‘인기척은 없어.’
그녀는 지붕의 구멍을 통해 아래로 사뿐히 착지했다. 싸늘한 냉기가 감도는, 지붕 바로 아래의 층.
그녀는 복도 쪽에서 간수들을 목소리를 듣고는 마법진을 펼쳤다.
수호학 전공답게 음성 차단 결계와 빛의 왜곡 결계를 복도 앞에 연달아 펼쳐둔 그녀가 비로소 안심하며 안쪽 끝에 있는 감옥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가장 흉악한 1급 수배범들을 가두는 곳이라 그런지, 최정상에는 사람이 없었다. 더 시티는 식량이 귀하기에 흉악 수배범을 가두기보다는 처형하는 쪽이었으니까.
그러다 그중에 가장 끝.
철창에 갇힌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아.’
죄수복 차림의 소년은 초췌하고 말라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심지어 아까 자신이 설명한 그 이상형과 얼핏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기도 했다. 아렌디아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이 사람이 바로!’
“거기…… 누구야?”
소년이 끙 소리를 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몇 번을…….”
“저는 간수가 아니에요. 방음 결계를 펼쳐뒀으니 저쪽에서 우리 말이 들리진 않을 거예요.”
아렌디아가 그렇게 말하며 철창에 갇힌 소년 앞에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앉았다.
가슴이 더 거칠게 뛴다. 더더욱 확신하게 된다.
“당신이 시그문드죠?”
소년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어떻게 나를 아는 거지? 설마 너도……!”
“네, 당신과 같은 세계인 대륙에서 왔어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덧붙였다.
“이렇게 당신을 구하러 온 거구요.”
철창 너머로 시그문드가 덜덜 떨리는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얼굴을 붙잡고 가볍게 쓸었다.
“너는 나를 기억해? 나는…… 기억을 잃었어.”
“저도 마찬가지예요. 품에 있던 신분증을 본 뒤에야 제가 누군지 알았어요.”
“아, 그 ‘룬 리그’라고 적혀 있는 거? 나도 처음에 가지고 있었어. 여기 올 때 전부 압수당했지만.”
기억을 잃었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두 사람이 쿡쿡 웃었다.
“원래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지만, 유일하게 생각나는 이름이 하나 있어요.”
그녀가 소년과 눈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시그문드 아한델.”
비로소 소년의 표정에 감격이 떠올랐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감정이 끓어오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연이네. 나도 이전 세계에 대한 기억은 잃었지만 단 한 사람의 이름은 기억해.”
그 말을 들은 아렌디아의 가슴이 터질 듯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너무나 낭만적이고 꿈만 같은 상황.
시그문드가 입을 열려는 순간. 아렌디아가 손을 뻗어 입술에 올렸다.
“자, 잠깐만요. 너무 긴장해서.”
“하하하!”
그녀가 제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셋 하면 동시에 말할까요?”
“재밌겠네.”
두 사람의 가슴이 터질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하나.”
아렌디아가 말했다.
“둘.”
시그문드가 말했다.
“셋!”
숨을 한 차례 들이마신 그들이 동시에 이름을 외쳤다.
“아렌디아!”
“제이지!”
잠시.
감옥에 적막하고 어색한 바람이 한 차례 휘이잉 불어왔다.
“……제이지? 누구예요 그 여자?”
그녀가 시그문드에게 잡힌 손을 빼내며 차디찬 냉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마음의 쇠창살이 철컹 철컹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마음의 방공호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시그문드도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표정이었다.
“너 제이지 아냐?”
“아렌디아 오르발로입니다만.”
“내가 기다리고 있던 건 제이지인데…… 넌 누구지? 네가 왜 여기까지 온 거야?”
빠직!
그녀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아아아악!
한 차례 짜증스러운 비명을 지른 그녀가 씩씩거렸다. 그동안 너무나 힘들게 이 탑을 올라오던 기억, 혹시라도 잊을까 시그문드 아한델의 이름을 끊임없이 되새기던 기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분노와 수치심으로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짝사랑이었냐고!’
결국 수치심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이마를 바닥에 댄 채 아으윽! 소리를 내며 괴로워했다. 시그문드가 긴장한 표정으로 두 팔을 세웠다.
“누,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혹시 제이지라는 사람을 아시는지…….”
벌떡!
그녀가 시뻘게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외면하듯 등을 돌리더니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니! 잠깐만!”
시그문드가 창살로 팔을 뻗으며 애처롭게 외쳤다.
“여기서 꺼내는 줘야지!”
“거기서 죽든가 말든가!”
두 사람의 사랑은 멀고도 험했다.
* * *
같은 시각.
휘오오오오오오오!
시몬과 레테는 마침내 전이기가 보이는 위치까지 와 있었다.
시몬이 힘겨운 미소를 지으며 감상을 말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
더 시티의 거대한 군대가 전이기 앞을 지키고 있었다.
무려 코랄 광선을 쏠 수 있는 공중 전함이 6척이나 대기하고 있었으며, 지상군 병력들은 셀 수 없을 만큼 까마득하게 많았다.
“아무래도 우리가 전이기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들킨 것 같슴다.”
레테가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몬은 팔을 빙빙 돌리며 앞으로 나섰다.
“좋게 생각하자. 이쪽에 병력이 온 만큼 혁명 팀의 부담이 줄었다는 뜻이니까.”
“진짜 싸우려구요?”
“어떻게든 해봐야지.”
시몬은 현재 군단을 더 시티에 주둔시켰고, 레테도 룬 리그에서 천축의 골렘이 손상되는 바람에 신수 군단을 부르려면 추가 재생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아무리 군단장과 성녀라도 사실상 단둘이서 군대를 상대하기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물러나서 다른 방안을 강구해 봐요.”
“아무리 생각해도 방안은 하나뿐이야.”
시몬이 아공간을 열었다.
딸칵! 철컥!
휘오오오오오오!
시몬의 몸에 피어의 뼈가 들러붙고 무형의 망토가 등 뒤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파멸의 대검이 그의 손아귀에 척! 소리와 함께 잡혔다.
“정면돌파. 시간을 끌면 끌수록 우리에게 불리한 싸움이야.”
레테가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빙긋 웃었다.
“어쩔 수 없네요. 무리에 따라줘야죠.”
“고마워 레테.”
두 사람이 전투를 준비했다.
더 시티의 병사들도 두 사람을 발견했는지 시끄러워졌다.
‘태세를 갖추기 전에 혼란에 빠뜨리자. 먼저 선제공격하는 게 유리해.’
이내 시몬이 무릎을 굽히고 돌진할 준비를 마친 순간.
삐이!
삐이이!
등 뒤에 메고 있던 가방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시몬이 급히 본 아머로 보호하던 부분을 떼어내고는 가방을 붙잡았다.
늘 노란색이었던 좌표 기기에 초록색 불이 들어와 있었다.
“됐다!”
시몬이 탄성을 흘렸고, 레테가 얼른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결사가 결국 포탈을 사용했어! 우리가 있는 좌표가 대륙 쪽으로 향했어!”
즈즈즈즈즈즈즈!
시몬과 레테가 있던 자리에서 공간의 비틀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물러나 기다렸다.
‘누가 올까?’
완성판 기술인 결사의 포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포탈이라는 정체성만은 분명한 작은 구멍이 열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타악.
하얀 구두가 설산을 딛는다.
뒤이어 눈처럼 새하얀 정장이 드러나고, 검은 장갑으로 모자를 붙든 날렵한 인상의 금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추운 날씨군요.”
결사가 1급 차원 위험인자로 지정한 남자.
이 세계가 그의 등장에 긴장하며 준동한다.
“이 세계에 있어서는 내 존재가 축복일지 저주일지.”
현대 네크로맨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
까마귀 요원이자 키젠의 교수.
불세출의 천재 중 천재.
“도우러 왔습니다, 시몬.”
바힐 아마가르가 공간을 넘어 화이트랜드에 당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