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2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3화(1223/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3화
시몬과 레테가 작전을 위해 우회해서 움직였고, 바힐만이 앞으로 나섰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더 시티의 군대 선두가 움찔하는 반응을 보였다.
“잘 들립니까? 시몬. 지금부터 야외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주를 이용해 시몬에게 목소리를 보내며, 바힐은 정장 주머니에 꽂혀 있는 장갑을 꺼내 손에 끼었다.
“아무런 준비나 대책 없이 적의 군대를 단독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군요. 하지만 프로 네크로맨서라면 어떤 상황에 던져지든 그에 대응하고 분석하여, 승리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스스스스-
반대쪽 손에도 장갑을 끼고 있는 바힐의 몸에서 칠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저주는 상대가 느끼는 감정과 감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본격적으로 저주를 전개하기 전에 ‘셋업’으로, 간단한 연출을 만들어보죠.”
바힐의 몸에서 흘러넘치던 칠흑이 일순 한 점으로 집결하더니, 그것이 엄청난 기세로 뻗어 나가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질 나쁜 낙서와도 같았다. 하늘에 무수한 눈동자를 만들어내고, 붉은 핏줄을 그리거나 끔찍한 종양을 만들어냈다.
이어서 바힐의 칠흑 또한 서서히 커지며 형상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늘과 지면을 향해 길고 많은 수천의 꼬리를 드리우는 괴물과도 같은 형상.
-끼이이이이이이이!
그것이 포효하며 인간의 온갖 공포심과 불쾌감을 자극한다. 마치 아기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여성의 비명 같기도 하다.
이제는 모든 군의 병사들이 바힐을 보고 있었다.
“개전 초, 나는 저주로 함선 두 척을 격추시켰고 선두의 공세를 무력화했습니다. 모처럼 저들이 나에 대한 경계심이 커졌으니, 그 점을 이용해 보도록 하지요.”
바힐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오자, 그 괴물의 형상도 함께 움직인다. 선두의 수색꾼들이 창백해진 얼굴로 창을 앞세웠다.
“연출은 저주를 더 잘 걸리게 합니다.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는 것보다, 어두운 밤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겁을 주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인 것과 같습니다. 특히 이 많은 병력 앞에서는-”
스으.
바힐이 마침내 준비하고 있던 마법진을 펼쳤다.
“이런 장치들이 효과적이죠.”
<바힐 리메이크 – 인텐투스>
샤아아아아아아아아!
일순 바힐을 중심으로 무언가가 퍼져 나가는 듯한 효과가 일어났다. 수색꾼들의 고개가 움찔움찔하며 한 방향으로 고정된 채 움직이지 못했다.
두 눈은 오로지 바힐만을 초점에 고정시켰으며, 두 귀는 오로지 바힐이 일으키는 소리에만 집중했다. 모든 생각과 감각기관이 바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주목의 저주.
다른 이들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자기 자신을 주목시키는 저주를 군대 전체에 걸어버린 바힐이었다.
“지금이야 레테! 가자!”
바힐의 목소리를 들으며 미리 적진 앞으로 나와 있던 시몬이 판단을 마치고 달려갔다. 그에게 손목을 붙잡힌 레테가 끌려가면서도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잠깐만요! 이대로 적진에 들어갈 생각임까?”
“걱정 마! 날 믿어!”
시몬은 적의 선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적병들이 전부 보랏빛 창을 앞세우고 있다. 바로 옆으로 창끝을 돌려서 내지르면 당할 거리. 레테는 ‘이게 뭐야!’ 하고 생각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몬과 레테가 수색꾼들의 진영을 그냥 두 발로 달려서 통과하고 있었다. 누구도 시몬과 레테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오로지 뻣뻣해진 채 저 멀리 바힐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게 무슨…….”
레테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것은 마치 목 앞에 강도의 칼이 닿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옷자락이 몸에 닿는 게 느껴지지 않는 것과 같다. 적이 옆에서 지나가는 걸 알아도 병사들은 꼼짝할 수가 없는 것이다.
시몬은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바힐의 목소리를 들은 뒤, 레테에게 말해주었다.
“너무 강한 빛이나 소리, 폭발, 그리고 저주에 걸린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것만 아니면 안전할 거야. 이대로……!”
시몬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전이기까지 가자!”
* * *
바힐이 적 군대 전체에 강력한 주목의 저주를 씌웠다.
물론 이는 상대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는 종류의 저주는 아니었기에, 군대의 전 병력이 바힐의 목숨을 노리게 되었다.
스스로 ‘미끼’가 되는 가히 양날의 검 같은 저주기.
-저 하얀 옷을 입은 남자를 죽여라!
수색꾼 선두가 보라색 창을 꼬나쥐고 함성을 내지르며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태연히 지켜보며 바힐이 입을 열었다.
“두 번째 레슨입니다.”
털썩!
쿵!
가장 선두에서 창을 붙잡고 돌진하던 수색꾼들이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거나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멈춤 현상에 뒤쪽의 병사들까지 정체가 일어나며 뒤엉키고 무너지며 압사 사고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앞에 뭘 하는 거야!”
“다, 다리가!”
선두 일부 병사들의 다리가 어느새 꽁꽁 얼어붙어 있거나 동상에 걸린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추, 추워!”
수색꾼의 잠수복은 체온을 보존하기 위한 극도의 방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나, 지금 이들은 갑자기 발가벗겨진 것처럼 콧물을 줄줄 흘리고 두 팔을 껴안은 채 떨고 있었다.
<바힐 리메이크 – 로우어 콜드 레지스트(Lower Cold Resist)>
저주를 사용한 바힐이 태연히 그들을 지켜보며 말했다.
“수적으로 불리한 시점에 어떤 저주를 고를지 고민된다면 외부 변수, 즉 자연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게 좋지요. 마침 혹한이 불어닥치는 환경이니 냉기 저항을 떨어뜨리는 저주를 걸면 선두의 돌진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힐은 수용액 위에 새로운 용액을 떨어뜨리듯, 범위 저주를 하나 더 적진의 선두에 떨어뜨렸다.
<센서리 프렌지(Sensory Frenzy)>
저주 <센서리 프렌지>는 감각을 강제 활성화시키는 저주.
이미 <로우어 레지스트>로 냉기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각을 활성화시키는 저주가 추가되자 수색꾼들이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더 시티의 주민들은 ‘혹한’과 평생을 싸워왔으며 ‘혹한’이 가장 큰 죽음의 원인이다.
단순히 냉기 저항력이 조금 내려간 것뿐이지만, 극대화된 감각으로 인해 뇌가 지금의 혹한을 ‘견디지 못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실 몸은 충분히 움직일 수 있겠지만, 마음이 꺾이면 몸도 꺾인다. 모두가 추위에 나뒹굴고 쓰러지며 무력화되기 시작한다.
-선두 무력화!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우측과 좌측으로 우회하라!
그래도 더 시티의 군 지휘부 또한 즉각 반응했다.
그 모습을 본 바힐이 입을 열었다.
“세 번째 레슨입니다.”
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손짓했다.
“군대는 무엇입니까. 저주학에서 군대란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을 결집하여 규율, 공포, 명예라는 저주로 구속해 자유의지를 꺾고, 단체로서 특정 이익에 봉사하도록 기능하게 하는 전체적 세뇌 상태로 정의합니다.”
지극히 저주학 교수로서의 발언을 내뱉은 그가 손을 펼쳤다.
“그럼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을 구속하고 있는 저주를, 저주로서 공략하면 되는 겁니다.”
스스스스-
스스스스스스스-
바힐의 등 뒤에서 펼쳐져 완성된 마법진들이 하나둘 지면으로 안착했다. 바힐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적의 시선을 응시하면서도 다리로 차례차례 마법진을 밟아나갔다.
우웅!
웅!
저주 마법진들이 서로 다른 색상을 뿜어내더니, 지면을 타고 파장처럼 펼쳐지며 다리에 닿는 적에게 저주를 걸어버린다.
어떤 저주는 내리는 눈에 깃들고, 어떤 저주는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간다.
저주저항도 저주에 대한 지식도 없는 더 시티의 병사들은 그저 자신의 시선이 고정되어 있는 바힐을 잡기 위해 움직일 뿐이다.
그러다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8군과 9군! 왜 등을 보이나! 측면으로 우회해서 치라니까!
-카르보스 장군께서 후퇴하라고 하셨습니다! 통신 못 들으셨습니까?
-정말인가? 장군께서?
적의 통신에 혼선이 일어나며 서로 병력들끼리 부딪히고 뒤엉키기 시작한다. 서로가 다른 명령을 듣고 움직이고 있었다.
“괴, 괴물이다!”
“가까이 오지 마!”
거기에 몇몇 병사들이 발작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팔을 마구 휘젓더니 냅다 어깨에 박격포를 짊어지고 아군 방향으로 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앙!
퍼어어엉!
밀집 진형에 폭발이 터져 나오니 군대 전체가 혼비백산했다.
“무슨 짓이냐!”
“이 자식 제정신이냐! 말려!”
눈동자가 붉게 변한 병사들이 마구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소수였으나 그 공포는 극한으로 주위를 휘감았다.
아군을 적으로 보게 만드는 딜루젼 저주였다.
-이 녀석 눈이 붉게 물들었다!
-붙잡아라! 무기를 들게 하지 마!
-나, 나는 멀쩡하오! 무슨 짓이오!
바힐은 칠흑이 많이 소모되는 딜루젼 저주는 일부분만 건 뒤, 그 뒤에 단순히 눈의 색을 변화하게 하는 저주도 섞어서 걸었다. 저주에 대한 지식이 없는 더 시티의 수색꾼들은 눈이 붉게 변한 아군을 마구 체포하거나 죽이기 시작한다.
거기에 환각 저주에 걸려 애꿎은 사람을 눈이 붉어졌다며 죽이려는 자들이나, 왜 자신을 공격하냐며 격노하며 진짜로 아군을 죽이려 드는 자들까지 속출했다.
-주포를 어디에 쏘는 것이냐!
-움직이지 마시오!
공중 전함도 혼란에 빠진 건 마찬가지. 착착 각 기능별로 들어간 사람 중에 저주에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이 혼재되어 있다 보니 아예 움직이지 못하거나 주포가 불발이 일어난 경우가 속출했다.
군 전체가 바힐에게 농락당하고 있다.
물론 더 시티의 지휘부도 바보는 아니기에, 저주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대책을 빠르게 전달하고 있지만, 바힐은 공포스럽게도 저주의 발동 조건과 효과 전이 조건을 계속해서 바꾸고 교체해 가고 있었다.
공략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지는 게 바힐의 무서움이었다.
“저주의 진가를 확인하는 건 늘 즐겁군요.”
바힐이 뒤로 스윽 손짓하자 이번에는 다른 마법진에 비해 크기가 훨씬 큰 초대형 마법진이 펼쳐졌다.
“깔짝거리는 건 이 정도로 하고, 제대로 놀아보도록 하죠.”
혼란을 가하는 것도 그저 시간 벌이.
이제 초대형 저주가 준비되고 있었다.
* * *
전이기 앞.
바힐이 전장 전체를 장악하고 있었으나, 그나마 카르보스 장군과 정예병들이 주둔하고 있는 쪽은 상태가 나았다.
바힐과 거리가 물리적으로 멀기도 했고, 무엇보다 여기에는 워턴이 있었다.
“저를 살려주면 분명 도움이 된다고 했죠?”
워턴이 카르보스 장군에게 걸린 주목의 저주를 정화하며 말했다. 벌써 힘이 부치는 듯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한편 카르보스 장군은 만족스럽지 않은 듯 말했다.
[느리다.]“저런 최상급 저주를 푸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그때 카르보스의 시선이 돌아갔다.
주목의 저주에 걸린 병사들을 지나치며 두 명의 남녀가 전이기가 있는 곳으로 도달했다. 바로 시몬과 레테였다.
[결국 여기까지 왔나.]카르보스 장군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주위의 워턴이 정화해 준 정예병들도 전투를 준비했다.
‘저 사람이 카르보스 장군이구나.’
시몬이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는 그때.
“잠깐만요!”
레테가 버럭 소리 지르며 워턴을 가리켰다.
“왜 당신이 그쪽에 있는 검까! 워턴 심문관!”
딸꾹!
레테를 본 워턴의 얼굴이 창백해지다 못해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