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2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4화(1224/123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24화
“왜 당신이 그쪽에 있는 검까! 워턴 심문관!”
레테의 그 말을 들은 워턴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미친 듯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얼굴이 사색이 된 채 이를 딱딱 부딪히기도 했다.
옆에 있던 카르보스 장군이 시선을 움직여 그녀를 보았다.
[망설임이 있다면 지워라, 워턴. 히에로미르 님께서 가시는 길에는 승리뿐이다.]그 말을 들은 워턴이 눈을 꾸욱 감으며 혀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러다 눈을 치켜 뜬 채 저벅 저벅 걸어 나왔다.
레테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설마 데바 여신과 연방을 배신하는 검까?”
“미안하게 됐습니다, 레테 성녀. 내가 믿는 건 나 한 몸의 안위뿐.”
워턴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몸체 곳곳이 보랏빛으로 물든, 코랄 장치로 개조된 고문 기구 50개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전기 의자가 보라색으로 파직거리고, 반으로 접힌 침대에는 가시가 척척 튀어나왔다.
“룬 리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보여 드리죠. 더 시티의 기술로 강화된 고문 기구의 힘을!”
촤아아아아아아!
모든 고문 기구들이 시몬과 레테를 향해 날아왔다. 분노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레테가 팔을 들어 올렸다.
“당신은 진짜……!”
하늘에 변화가 생기려고 하자 시몬이 얼른 말했다.
“잠깐만, 레테! 별을 떨어뜨리는 건 안 돼.”
현재 바힐이 사용한 ‘주목의 저주’가 전 군대에 걸려 있다.
주목을 깨는 행위, 특히 강한 빛이나 소리는 기껏 수색꾼들에게 걸린 저주를 풀어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 말에 레테가 빙긋 웃었다.
“저를 무슨 아마추어로 아심까.”
그녀가 들어 올린 팔을 내리자 신성 마법진이 연달아 펼쳐지며 그 안에서 빛의 창이 쏘아져 나가기 시작했다.
<레테 오리지널- 라 에스크림>
콰콰콰콰콰콰!
축복의 띠를 휘감은 채 쏘아진 빛의 창이 다가오는 고문 기구들을 연달아 박살 냈다.
레테 또한 방금 하늘에서 내려온 별빛을 휘감은 채 몸을 회전시켰다. 하얀 머리카락이 한 차례 들썩이며, 회축으로 돌아온 그녀의 발끝이 날아온 고문 침대를 걷어찼다.
꽈아앙!
날아간 침대가 바닥에 별 모양 흠집을 남기며 산산조각 났다.
“별을 직접 떨어뜨리지 않아도 싸울 방법은 무수히 많슴다.”
그 순간.
레테의 등 뒤로 소리 없이 보랏빛 대검을 붙잡은 카르보스 장군이 나타났다. 그의 허리가 움직이며, 코랄의 보랏빛 힘을 이끈 대검이 레테의 허리를 양단하기 위해 휘둘러졌다.
까아아아앙!
그 즉시 시몬이 쇄도하여 파멸의 대검으로 카르보스 장군의 대검을 대신 받아낸 채 옆으로 밀어냈다.
레테는 시몬의 등장을 믿고 있었다는 듯 태연히 축복을 걸고 전면으로 뛰어들었다.
[수호단. 별의 성녀를 상대해라.]처억!
척!
수호단이라 불린, 카르보스 장군과 거의 비슷한 코랄 갑주로 무장한 정예병들이 일제히 검을 세우고 달려들었다.
레테는 백룡 란을 꺼내서 신성 브레스로 그들의 돌진을 저지한 뒤, 직접 성투의 육탄전으로 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쾅!
‘레테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정신없이 나가떨어지는 수호단을 본 시몬이 가볍게 숨을 내쉬며 눈앞의 상대를 응시했다.
‘지금은 더 시티의 2인자를 상대하는 데 집중하자.’
처억!
카르보스 장군이 대검의 손잡이를 작동시켰다. 키이이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검신 전체가 보랏빛이 일렁였다.
절컥.
달칵.
그뿐만이 아니었다. 갑주 일부가 쇳소리와 함께 열리며 보랏빛 동력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읍. 크후우.]장비를 작동시키는 것부터가 꽤나 고통스러운 듯 힘겨운 음성이 들렸다. 이내 그의 눈동자가 시몬을 응시했다.
[상대하게 되어 영광이다. 시몬 폴렌티아.]“나를 알아?”
[알다마다. 대륙 공략 최대의 난적 중 하나지.]그가 천천히 대검을 기울이며 공격 자세를 취했다. 저 육중한 갑옷을 입었음에도 자세에는 일말의 군더더기가 없었다.
[나는 더 시티 최고 군사령관이자 함대 총책임자 카르보스 웨버락이다.]시몬도 전투 자세를 취했다.
“제7군단장이자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
쿵!
먼저 움직인 건 카르보스 장군이었다. 그가 지면을 박차고 뛰어들자, 바닥에 보랏빛으로 물든 거대한 발자국이 남았다.
이내 가공할 만한 속도로 시몬의 앞에서 나타났다. 시몬도 즉시 반응하며 파멸의 대검을 휘둘렀다.
까아아아아아아앙!
두 검이 부딪히며 대기가 울부짖는다.
시몬이 밀려나려는 힘을 분산시키며 옆으로 몸을 던졌고, 카르보스 장군도 반대 방향으로 우회하여 돌아온다.
화아아악!
그런데 갑옷에 달린 부스터 같은 것에서 보랏빛 동력이 뿜어져 나오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시몬도 전신에 칠흑을 활성화하며 맞상대했다.
까앙!
까아아앙!
쩌어어어어어어어어엉!
재차 검합을 나누며 시몬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피어 모드인데도 힘과 속도에서 뒤처지지 않다니!’
마법이 발달하진 않았지만 이쪽 세계의 강자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피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흐흐! 우리에겐 수단이 많다, 소년! 굳이 힘 대 힘으로 싸워줄 필요는 없지 않나!]그 말대로.
상대는 흑마법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바힐의 저주에 혼비백산하며 당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카르보스 장군이 거칠게 휘두르는 대검을 흘려낸 시몬이 지면을 강하게 짓밟으며 빈틈을 꿰찼다.
‘개문!’
촤르르르르르륵!
촤르르르륵!
두 개의 촉수 칼날이 지면에서 솟구치는 순간, 갑자기 카르보스 장군의 발밑에서 부스터가 뿜어져 나오며 공중에서 회피했다.
다시 바닥에 내려온 카르보스 장군이 뒤쪽으로 쭉 우회하여 재차 돌진해 왔다.
‘잠깐만.’
시몬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내 기술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대처인데?’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시몬이 카르보스 장군과 검을 맞대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오른손 검지를 들어 저주를 쏘아보냈지만 카르보스 장군은 손끝에서 뭐가 날아오는지 아는 것처럼 고개를 틀어 피하고는, 몸을 빙글 회전해 힘이 실린 횡 베기를 가했다.
쩌어어어어엉!
저주를 쏘느라 한 손으로만 대검을 붙잡고 있던 시몬이 불안정한 가드로 그것을 받아냈고, 그 대가로 바닥을 한 차례 굴렀다가 다시 일어서야 했다.
‘역시!’
시몬이 벌떡 고개를 들어 카르보스 장군을 응시했다. 짐작가는 부분은 있었다. 시몬의 시선이 움직여 워턴 쪽을 바라보았다.
‘워턴이 장군에게 내 정보와 대 네크로맨서 전술을 알려준 건가?’
“꺄하하하하하!”
워턴이 팔을 내리그었다. 코랄의 힘이 들어가 보라색 부스터를 뿜어내며 고문 기구들이 쏘아져 나간다.
레테는 신성마법으로 고문 기구들을 부숴 버리며 워턴을 향해 매섭게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촤아아악!
카르보스 장군과 비슷한 갑옷을 입은 수호단이 검을 세우며 앞을 가로막았다. 그녀가 주먹을 휘두르고 발차기를 날려 쓰러뜨리는 족족, 워턴은 다른 수호단에게 다가가 정화마법으로 바힐의 저주를 풀어주고 전력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대로는 레테의 신성이 너무 소모되는데.’
[여자 쪽을 걱정하나.]촤아아아아아!
보라색이 일렁이는 검끝이 후방에서 다가왔다. 시몬은 가볍게 턱을 젖혀서 피해냈으나 살짝 살갗이 베였는지 핏물이 튀어올랐다.
[그보다 네 자신부터 걱정하는 게 어떤가.]타닷.
탓.
시몬은 흙바닥을 신발로 끌면서 뒤로 몇 걸음 더 물러나 카르보스 장군과 거리를 벌렸다.
‘강하네. 더 시티의 군대.’
이런 전력이 대륙이 혼란에 빠진 때에 침공하는 걸 상상하니 가슴이 철렁했다. 손등으로 베인 턱밑의 피를 살짝 닦아낸 시몬이 카르보스 장군을 바라보았다.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강자에 경의를 표하는 뜻에서, 내가 답할 수 있는 한에 답하겠다.]“결사는 왜 대륙을 노리는 거지?”
시몬이 순수한 물음이라는 듯 손바닥을 펼쳤다.
“결사는 선진 차원 기술을 가지고 있고, 화이트랜드를 포함한 수많은 세계를 소유하고 있어. 굳이 대륙에 집착할 이유가 없잖아.”
카르보스 장군의 마스크 속에서 낮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결사 소속이 아닌 화이트랜드의 장군이니 답해주마. 수많은 차원을 둘러봐도 이곳 화이트랜드를 포함하여 생물체가 살기 어려운 세계가 대부분이다.]결사 소속이 아니다.
시몬은 정보를 제공하는 상대가 머리가 터지지 않는 걸 다행스럽게 여기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반면 너희 대륙은 특별하다. 그 정도의 기후, 그 정도의 지리, 그 정도의 인구와 생산성, 문화를 고루 갖춘 곳은 드물다. 우리의 입장에선 가히 낙원이라고 해도 될 세계.]그가 잠시 회색 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았다가 다시 시몬을 보았다.
[결사의 상층부 또한 본래 대륙에서 온 자들이라 들었다. 차원을 떠돌던 그들은 비원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원래 고향인 대륙을 손에 넣고 싶어 하겠지.]“그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도?”
[약한 자는 빼앗길 뿐이다, 시몬 폴렌티아.]척!
카르보스가 장군이 대검을 들어 올렸다.
[도덕과 윤리는 그들 내부의 만족을 위해 세운 허상에 불과한 것. 틀린가?]“……그래,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맙네.”
시몬도 파멸의 대검을 세워 들었다.
“덕분에 널 아무 감정 없이 날려 버릴 수 있겠어.”
[가능하다면 말이다.]두 사람의 시선이 오간다.
시몬은 카르보스의 갑옷, 무기, 그리고 동작을 살폈다.
‘너무 요란한 기술을 쓰면 주목의 저주가 풀려서 우리가 위험해져.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깔끔하게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라면 역시나 저주가 제격이다.
그러다 시몬의 동공이 움직여 바힐 쪽을 응시했다.
고오오오오오오!
거대한 괴물체를 만들어놓고, 여전히 군대 전체의 시선을 끌어내는 모습.
-저주는 상대가 느끼는 감정과 감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본격적으로 저주를 전개하기 전에 ‘셋업’으로, 간단한 연출을 만들어보죠.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는 것보다, 어두운 밤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겁을 주는 것이 더 쉽고 효과적인 것과 같습니다. 연출은 저주를 더 잘 걸리게 합니다.
시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바힐 교수님의 가르침.’
스륵.
시몬이 갑자기 대검을 붙잡은 손에서 불현듯 검지를 펼쳐 카르보스를 겨냥하자, 카르보스가 움찔하며 그 검지의 진행 방향에서 비켜서 다시 자리를 잡았다.
마법 대신 기술이 발전한 세계.
적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를 상당히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힐의 등장. 바힐의 힘으로 이 전장의 모든 이들이 저주를 극도로 경계한다.
워턴에게 들어 정보를 알고 있긴 하지만, 그 정보는 단편적이다. 애초에 워턴도 프리스트라 잘 모른다.
그렇다면.
‘연출.’
투욱.
시몬은 아무 의미 없는 마법진을 지면에 펼친 뒤, 파멸의 대검을 붙잡은 손에 힘을 풀더니 그대로 바닥에 검 끝이 향하도록 꽂았다.
완전한 무방비 상태.
키젠의 학생들이 봤다면 너 지금 제정신이냐며, 왜 스스로 무장해제를 하냐며 뭐라 했겠지만.
“…….”
카르보스 장군은 다가오지 않는다.
지면을 경계하며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준비를 한다.
‘룬 리그에서 한 가지는 확실히 배웠지. 네크로맨서는 끝까지 상대를 속여야 이길 수 있어.’
시몬이 입꼬리를 올려 씩 웃으며 전신에 칠흑을 뿜어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의 사방에서 마법진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남자를, 여기서 농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