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3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3화(1233/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3화
하늘에 떠서 코랄 태양을 봉인하던 레테는 시몬과 히에로미르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전투의 양상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시몬의 전투 스타일이 갑자기 이질적으로 바뀐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느껴지는 칠흑의 분위기도 섬뜩하기 그지없었다.
‘……시몬.’
그녀는 더 시티에 들어오기 전, 시몬과 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만약 전투 중에 히에로미르가 기억을 지우면 어떻게 하시겠슴까?
먼저 이야기를 꺼낸 건 레테였다. 히에로미르는 상대의 기억을 지울 수 있다. 기억을 지우는 구체적인 원리는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힘을 전투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까다로울 터.
그 물음을 들은 시몬은 의연하게 말했다.
-다행히 카미나 아렌디아의 예시가 있잖아. 기억이 지워지려는 순간에 특정 이름이나 단어, 짧은 문장 정도는 나 자신에게 전달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한 시몬이 빤히 레테를 바라보았다. 레테가 흠칫하더니 발칵 화를 냈다.
-제 이름 기억하는 건 기대하지도 않았거든요!
-난 아무 말도 안 했…….
-닥쳐 쫌!
레테가 시몬의 옆구리를 한 차례 꼬집은 뒤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약속하죠. 우리 둘 중 하나가 기억을 잃게 된다면, 다른 누구를 기억하기보단 히에로미르를 쓰러뜨리기 위한 기억을 심기로요. 우리가 히에로미르의 세 치 혀에 넘어가서 변절하는 게 최악의 경우니까요.
-일리가 있네.
-그 대신!
허리에 손을 얹은 레테가 상체를 쭉 기울이며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싸움이 끝나면 기억을 잃지 않은 다른 한 명이 어떻게든 기억을 되돌리도록 도와줄 것!
-그래.
시몬이 빙긋 웃으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이야, 레테.
과거를 회상하며 레테는 가만히 시몬 쪽을 응시했다.
아마도 시몬의 기억을 지운다 한들, 히에로미르의 입장에서 득이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 시몬의 건실한 심성은 안나 선생님의 보살핌과 교육의 성과야. 그게 다 날아간다면-’
네크로맨서인 지금은 아마 리처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레테는 생각했다.
그건 결코 히에로미르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리라.
* * *
콰르르르르릉!
쿠르르르릉!
시몬이 바위에 거만하게 걸터앉은 채 손끝을 세우고 있었다.
“벌써 뒤졌냐? 더 힘내봐.”
그의 몸에서 피뢰침처럼 자줏빛 벼락이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혼돈기를 사용할 때 마법진을 펼치고 벼락을 뽑아내는 과정 자체가 생략된 듯, 전신에 스파크가 튀기며 혼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혼돈의 신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광경.
콰르르르르르릉!
그리고 그걸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는 히에로미르는 죽을 맛이었다.
방어 자세를 취한 그의 몸으로 혼돈의 벼락이 사방팔방에서 쏟아지며 턱을 가격하고 등과 몸을 두들겼다. 다리를 가격당해 한쪽 무릎을 꿇은 그가 힘겨운 듯 귀 안의 통신기를 작동시키고 외쳤다.
[시제품이든 구제품이든 가동할 수 있는 건 전부 이리로 보내라! 빨리!]덜컹!
덜컹!
그러자 공장 지대 전체의 지붕이 열리더니 각종 코랄 갑옷이나 건틀릿 따위 등이 하늘에 떠올랐다. 그것이 쌩쌩 날아가 히에로미르의 몸에 입혀지기 시작했으나.
“새끼.”
시몬이 삐딱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한다는 게 고작 그거냐?”
콰르르르르르르르릉!
시몬이 혼돈의 발사 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두 배로 늘려 버렸다.
온갖 종류의 혼돈기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히에로미르의 몸에 갑옷이 입혀지다가 중간에 혼돈에 파괴되어 벗겨지고, 입혀지다가 파괴되기를 반복했다.
[아아아아아아악!]히에로미르가 괴로워하며 몸을 비틀었다. 전신이 점점 까맣게 타들어 갔고 정신도 혼탁해졌다.
이대로 계속 공격당한다면 위험했다.
“이해가 안 되네.”
저벅 저벅.
시몬이 직접 앞으로 나가며 팔을 들었다. 바닥에 창처럼 꽂혀 있던 혼돈의 잔해들이 쑥쑥 뽑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그의 손안으로 일제히 모여들었다.
하늘에 떠 있는 전함보다 더 거대해진 전류가 시몬의 손안에 집결하며 번뜩였다.
“왜 과거의 나는 이딴 놈 때문에 애를 먹었던 거야?”
<카오스 폴(Chaos Fall)>
콰르르르르르릉!
굉음과 함께 거대한 벼락이 히에로미르의 몸통에 꽂히며 거대한 폭발과 함께 혼돈 난무를 일으켰다. 히에로미르가 한참을 날아가며 바닥을 굴러야 했다.
‘내가 이렇게 무력하게……!’
기억을 지운 건 실수였다.
저건 끔찍한 존재다.
시몬 폴렌티아의 기억이 그가 저런 운명을 타고나지 못하도록 방파제를 역할을 한 것 같았으나, 자신의 손으로 그것을 벗겨 버렸다. 이제 히에로미르가 그 후폭풍을 처음으로 감당해야 하는 꼴이 되었다.
‘대체 저놈의 정체는 뭐지?’
“차렷.”
문득 소름이 쫘아악 끼친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그가 날아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뒤에 등장한 시몬이 다리를 뻗었다.
꾸드드드드드득!
다시 한번 뒤통수를 걷어차인 히에로미르의 안면이 바닥에 처박힌 채 주르륵 자국을 그리며 밀려 나갔다. 이런 굴욕은 생전 처음이-
“차렷 몰라? 이 새끼야.”
꽈득!
시몬이 강제로 밀려나던 그의 턱을 걷어차 몸을 끌어 올렸다.
그의 몸이 공중으로 살짝 치솟았고, 그보다 더 빠르게 공중으로 떠오른 시몬이 팔꿈치로 그를 찍어 눌렀다.
꽝!
마치 못이 박히듯 히에로미르의 몸이 지면에 틀어박히고 말았다. 코와 입에서 핏물이 왈칵 튀어나왔다.
쓰윽.
어느새 자리에 쪼그려 앉은 시몬이 히에로미로의 눈을 마주하며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옳지.”
히에로미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상황을 뇌가 받아들이지 못했다.
내가 이런 꼴을 당한다고?
혼돈의 효과로 이성의 증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어서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환각인지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런 불쌍한 눈으로 보지 마, 인마. 마음 아프게. 좋은 거 하나 알려줄까?”
툭툭.
시몬이 장난감 가지고 놀 듯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들기고는, 근처의 아무 바위에 앉아 두 팔로 뒷머리를 받쳤다.
“난 네 말을 들어볼 용의도 있어.”
[!]“내가 꼭 과거의 나를 따를 필요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아무리 혼돈을 얻어맞아 정신이 혼탁해진 상황이라고 해도, 히에로미르는 지금이 유일한 반전의 기회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나, 나는 공간을 다스리는 존재다! 시몬 폴렌티아!]히에로미르가 빠른 어조로 말했다.
[생각해 봐라! 너와 내가 손을 잡는다면 그 어떤 존재도 우릴 막을 수 없다! 카이 로를 몰아내고 어르신과의 제1 교섭권을 따내면 대륙은 물론 원하는 세상의 어떤 곳이든 정복하여 네게 주겠다! 우리는 차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재밌네.”
시몬이 눈썹을 슥슥 문지르며 이를 드러냈다.
“지키는 것보단 정복하는 게 재밌지.”
[그렇다면……!]“근데 한 가지 정정할 게 있어.”
시몬의 안광이 번뜩였다.
“‘우리’가 ‘손’을 잡아?”
꽈르르르르르르르릉!
거대한 자줏빛 벼락이 히에로미르의 머리 위로 떨어져 직격했다.
“모처럼 그 생선 대가리에 개별 레슨을 해줄 테니 잘 들어라.”
시몬이 손바닥을 펼쳐 올렸다.
“노예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콰릉!
“정복해 바치겠습니다.”
콰릉!
“신발 바닥이라도 핥겠습니다.”
콰르르르릉!
히에로미르는 전신이 무너질 듯한 고통을 느끼며 생각했다.
다스리는 종족 ‘가이아온’.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나 더 시티를 세우고 모든 이를 지배하던 자신이.
콰릉!
노예로서의 삶을 종용받다니.
이제는 정말로 몸과 정신에 한계가 다가온다.
결국 이성이 증발하며 혼돈에 얻어맞던 히에로미르가 서서히 엄지손가락을 세워 들었다.
[불멸을 포기하겠다.]푸욱!
그러고는 양쪽 눈을 엄지로 찔렀다. 푸른 피가 터질 듯 튀어오르고, 동공을 찌른 그가 손가락을 더욱 깊게 밀어 올려 뇌에 닿을 기세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이내 두 손을 서서히 떼어내는 순간.
우웅!
사라진 눈알 대신, 포탈을 열 때 생기던 그 빛이 일렁였다.
[죽어라.]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갑자기 허공에 공간이 열리며 거대한 빌딩 한 채가 시몬이 있는 쪽으로 떨어졌다. 시몬이 뒤로 훌쩍 물러나 그 공격을 피했다.
처억.
히에로미르가 마침내 구덩이에서 나오며 어깨를 펴고 세상을 관조했다.
가이아온의 종족 구성원들은 불멸의 삶을 사는 불멸자이나, 불멸을 포기하는 대가로 공간을 다스리는 힘을 더 위의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었다.
그 위의 단계라 함은, 공간을 열고 닫는 사정거리가 크게 확대되는 것.
[너희는 모르는 이 세계의 상식 중 하나지.]히에로미르가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이 화이트랜드의 대기권 위에는 플라즈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그가 팔을 내려서 시몬을 향해 뻗자, 공간이 벌어지며 강렬한 푸른 에너지가 마구 튀어올랐다.
쿠쿠쿠쿠쿵!
콰콰쾅!
강렬한 에너지 구체를 중심으로 미친 듯이 푸른 섬광이 피어올라 주위를 초토화하고 있다. 시몬이 혼돈을 끌어모아 방패처럼 펼쳤지만 단번에 뚫려 버렸다.
“아, 새끼. 뭘 하나 했더니.”
시몬이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보니 어디서 뭘 훔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구만.”
[그 입을 다물게 해주마!]목에 핏줄이 선 히에로미르가 다시 한번 공간을 열어젖히고 빠르게 움직이는 프라즈마의 구체를 날려 보냈다. 시몬은 태연히 그것을 바라보며 옆구리에 손을 올렸다.
‘이럴 때 쓰라고 준비한 거냐?’
과거 자기 자신의 준비성에 피식 웃은 시몬이 마법진을 발현시켰다. 삼차원 마법진이 열리며 신성과 칠흑이 계속해서 돌고 돌며 비틀리는 것을 시몬이 직접 가속화했고 마침내 기적을 발현했다.
<왜곡(歪曲), 소용돌이>
고오오오오오오오!
시공간에 구멍이 뚫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공간 전체가 소용돌이치며 날아온 플라즈마가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히에로미르의 표정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공간계!’
그것도 처음 보는 공간계 기술이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시몬은 성큼 성큼 걸어가며 그 공간을 붙잡고 슈트를 걸치듯 그것을 몸에 둘렀다. 왜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모른다.
그저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했다.
<왜곡(歪曲), 다크후드>
쿠쿠쿠구구구구구!
시몬이 그대로 걸어갔다. 다크후드 속에서 빨려 들어간 플라즈마의 힘이 푸르게 일어나며 시몬을 보호하듯 튀어오르고 있었다.
[가까이 오지 마라!]히에로미르가 건물이고 대기권 밖 운석이고 마구 던져댔지만 시몬은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주위에 남아 있던 혼돈까지 모조리 집결시켜서 빨아들였다.
파지지지직!
쿠릉! 쿠르르릉!
플라즈마의 푸른빛과 혼돈의 자줏빛 스파크가 터진다.
마치 걸어오는 블랙홀과도 같은 광경.
히에로미르는 직감했다.
‘이길 수 없다.’
저건 결코 공간계가 아니다.
공간뿐만 아니라 세계의 법칙에 손을 대는 힘.
히에로미르는 결국 각성 이전이라면 사용하지 못했을 기술을 사용했다.
우우우웅!
바로 자기자신의 위치를 옮기는 도주기.
공간을 열고 빠져나간 그가 하늘 너머 대기권 위까지 올라왔다. 공간계의 힘으로 더 시티의 상공에 목소리를 퍼뜨렸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히에로미르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겁먹은 듯 몸을 움츠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가진 것을 정화하기 위해, 나는 돌아온다! 그때야말로 더 시티의 구원임을 알아라!]곳곳에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다.
-이 전쟁에서도 히에로미르는 결국 살아남은 건가?
-다시 돌아온다니!
히에로미르의 몸이 점점 사라져 나가고 있다. 더 시티의 주민들이 악몽 같은 두려움에 질려가는 그때.
“놀고 있네.”
시몬이 손을 뻗어 파멸의 대검을 붙잡고 피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언데드. 멀리 있는 걸 베려면 네 힘을 써야 하지?”
[크흐흐흐! 정답이다 소년! 내가 보내오는 기억과 감각에 맞춰라!]시몬이 대검을 붙잡고 두 다리를 크게 벌린 채 자세를 낮추고 어깨와 허리를 돌렸다.
마치 하늘을 올려 베려는 것과도 같은 자세.
고오오오오오오오오!
몸에 두른 후드가 공명하듯 힘을 뿜어낸다.
세상이 푸른색과 자줏빛으로 가득 들어찬다.
‘차원째로.’
다리. 허리, 어깨와 팔이 따라오며 파멸의 대검이 마치 사라지는 듯하게 휘둘러졌다.
‘벤다.’
그것은 마치.
하늘에 붓칠을 하는 것과도 같았다.
모든 더 시티의 국민들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절망에 빠진 가운데, 허공에 그어지는 거대한 붓질.
그것이 차원을 베어내고.
[!!]다른 차원으로 도망친 히에로미르의 가슴을 가르며 피를 뿌리는 광경이 바로 앞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히 드러났다.
시몬이 씩 웃었다.
“어딜 도망쳐? 노예 새끼가.”
“!!”
세상이 정적에 휩싸였다.
화이트랜드의 역사 제1장에 쓰이는 사건.
그 이름 ‘하늘 처형’.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히에로미르의 모습을 보며 비로소 멍해 있던 주민들이 일제히 두 팔을 들어올리곤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의 손에 더 시티가 완전히 해방되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