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35)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5화(1235/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5화
기억을 잃은 시몬과 레테는 연회장 밖으로 나왔다.
인적 없는 더 시티의 높은 언덕. 도심의 경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당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대화를 시작했다.
레테는 낭랑한 목소리로 시몬의 출생에 대한 비밀, 칠흑과 신성을 둘 다 가진 이유, 그가 겪어왔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리처드 폴렌티아와 안나 크로스 사이에서-”
“그만, 그만!”
시몬이 발칵 화를 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말이 반복되잖아! 핵심만 이야기 해. 핵심만!”
“핵심이니까 여러 번 강조해서 이야기해 드리고 있잖슴까.”
레테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시몬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다가 이내 쳇 하고 혀를 찼다.
“얼굴 좀 붙잡았다고 죽일 듯이 노려보던 건 언제고, 기분이 풀려 버렸나.”
“저는 처음부터 기분이 좋았슴다.”
텁.
시몬이 가만히 턱을 괜 채 바깥 경관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시몬이 불쑥 물었고.
“기억을 되돌려주겠다고 당신과 약속했으니까.”
레테는 당당히 답하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탐스러운 하얀 머리카락이 눈처럼 흘러내렸다.
“그러는 당신이야말로 뭐가 그렇게 불만임까? 다른 누구도 아니고 당신 본인이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건데.”
“마음에 안 들어.”
시몬이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지금은 지금이고 과거는 과거다. 너희들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필사적이지만 나는 그다지 내키지 않는단 말이다.”
레테가 눈을 깜빡였다.
“왜요?”
“나는 지금의 나 자신이 나쁘지 않아!”
시몬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런데 기억나지도 않는 일들을 들먹이면서 너는 이런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었다! 강요하는 것 같아서 기분 더럽다고.”
“강요한 적 없슴다. 사실이 그렇다뿐이지.”
“그런 말을 듣는 내 기분이 불쾌하단 거다.”
레테는 ‘흐음’ 하고 고민스러운 소리를 내며 앞을 응시했다.
“결국 과거나 지금이나 같은 본인일 텐데, 그토록 경계하는 게 이상하네요.”
쯧.
시몬이 혀를 차며 앞머리를 쓸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이어졌다.
“……피어가 말하더군.”
먼저 운을 뗀 쪽은 시몬이었다.
“이대로 기억이 돌아오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른다면, 지금의 내가 이전의 나보다 아주 조금은 더 강해질 수 있을지 모른다고.”
“아하.”
“하지만 그것뿐, ‘위대한 군단장’은 되지 못할 거라고 하더군.”
레테가 손바닥을 지면에 붙인 채 등을 쭉 기울였다. 달리 첨언을 하지는 않았다. 그저 두 다리를 뻗으며 시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카미바레즈 우르슬라와도 만났다.”
“그래요? 카미 씨랑?”
“그녀도 기억을 잃었다던데, 정작 기억을 잃은 나를 보고 충격을 받은 얼굴이더군. 너는 시몬 폴렌티아가 아니다! 라고 말하던데.”
“그야.”
살갑던 레테가 일순 살기를 뿜어내며 시몬을 노려보았다.
“분명 카미 씨한테도 치근거렸겠죠? 여자 앞이라고 눈 돌아가서 이상한 소릴 하니까 그런 경멸 가득한 대접이 당연한 거 아니겠슴까?”
시몬은 어깨를 으쓱했다.
“여자들만 그런 게 아니다. 나를 짧게나마 알고 있던 녀석들은 물론, 쥴 빈체레도 내가 기억을 되찾길 바랐다. 뭐, 이전 내 성격이 둥글둥글한 것 같으니 그렇게 되길 원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만, 의외인 건 군단의 대장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이지.”
-야 시몬! 그래서 언제 기억이 돌아오는데! 내가 승리 세리머니 동작 일일이 하나하나 다 가르쳐야 하잖아!
-우후후! 레테 성녀와 떼어둘 수 있어서 다행이와요. 그래도 뭔가 이전의 군단장님이 그립기도 하구요. 으음! 복잡한 이 기분!
-나중에 기억 돌아오면 말해줘, 꼬맹아.
-집사는 어떤 주인이라도 섬깁니다만, 기억을 되찾는 쪽이 손이 덜 가겠군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말해주시길.
뭔가 다들 묘하게 이전의 시몬 폴렌티아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가장 오래 존재했고, 강성한 성향의 언데드들인 피어나 자이로스까지.
“그런 일들이 많았구나.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레테가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뒤 피식 웃었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게 열등감이라도 느끼는 검까? 그만큼 당신이 사랑받았다는 증거인데?”
“…….”
“저도 피어의 말에 동의함다.”
레테가 손을 쭉 뻗었다. 흐릿한 하늘 위에 별 하나가 반짝하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의 당신 같은 성격은 사실 이 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에 얼마든지 많죠. 당신이 잘 성장해 봐야 리처드 폴렌티아 전성기의 하위 호환 정도려나?”
“이게 지금……!”
시몬이 발칵 분노를 토해내며 칠흑을 거칠게 뿜어내자, 레테가 천연덕스럽게 겁먹은 척 어깨를 움츠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시몬의 얼굴이 어쩔 도리 없이 붉어지며 전신에 강렬한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망할!”
주먹을 파르르 떨다가 애꿎은 뒤쪽의 바닥을 내려쳤다. 쿵! 하고 바닥이 쩍쩍 갈라졌다.
“내 죄책감을 끌어올리지 마라. 빌어먹을!”
그 모습을 본 레테가 입가를 가린 채 헤실헤실 웃었다.
시몬이 그녀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뭘 그렇게 웃는 거지?”
“기분 좋아서요. 기억을 잃었어도 당신이 그런 반응을 해준다는 게.”
시몬이 하늘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머리를 마구 벅벅 긁었다. 그런 모습을 즐겁게 보고 있던 레테도 다시 하늘을 보았다.
“그렇게 과거의 자신이 신경 쓰이심까?”
“…….”
“경계할 필요 없슴다.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훌륭하다고 해주는 사람, 남들은 하지 못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진 건 물론, 상식과 인품도 갖춘 사람. 그게 당신임다. 자랑스러워해도 좋아요.”
“그러니까 난 그딴 과거들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곧 떠올리게 될 검다.”
레테가 눈부신 하얀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었다.
“당신은 시몬 폴렌티아니까.”
“…….”
잠시 화를 내던 행동을 중지한 시몬이 멍하니 레테를 바라보았다. 레테가 왜 그러냐는 듯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시몬이 옆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과거의 나에게 계속 당할 수만은 없지.”
덥석!
갑자기 레테의 어깨를 붙잡은 시몬이 고개를 들이밀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과거의 내가 감히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르면, 한 방 크게 먹이는 셈인가?”
그가 미소를 지으며 서서히 다가오는 그때.
꺄아- 읍!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돌렸다. 시몬과 레테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저 뒤의 풀숲에 숨어 있던 아렌디아가 입을 덥석 막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는 그녀뿐만 아니라 쥴, 카미바레즈, 다비나도 있었다.
풀숲에서 다비나가 아렌디아를 노려보며 작게 한숨을 푹 쉬었고, 쥴은 아닌 척 고개를 돌린 채 시선만 돌려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으며, 카미바레즈는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당신들!”
레테가 팔을 거칠게 내리그었고, 시몬도 마찬가지로 검지를 내렸다.
하늘에서 별과 벼락이 마구 쏟아져 내리며 우당당탕 흙먼지가 일어났다. 다들 바닥을 나뒹굴고 몸을 던지며 난리도 아니었다.
“요, 용서해 주세요! 저는 그냥 앉아 있으려고 했는데 카미바레즈 씨가 훔쳐보러 가자고 해서!”
“내가 언제!”
“다리에 맞았소! 다리에!”
다들 난리법석이었다.
레테가 이마에 잔뜩 힘줄이 생긴 채 주먹을 파르르 떨었다.
“언제부터 듣고 계셨슴까?”
다들 레테의 눈을 피했지만, 레테가 아렌디아를 노려보자 금방 겁에 질린 듯 실토했다.
“그라툴라 미 키빌리스! ‘그렇게 과거의 자신이 신경 쓰이심까?’ 정도부터 들었습니다!”
‘다행히 앞에 이야기는 못 들었네.’
레테는 속으로 크게 안도했지만, 또 갑자기 뭔가 가슴 한편에 묘한 분노와 짜증이 일어났다.
“다 죽어!”
콰콰콰쾅!
레테가 홧김에 별들을 더 떨어뜨리고 있는 사이, 시몬이 몸을 일으켰다.
“흥이 식었다. 먼저 간다.”
시몬이 언덕을 내려가려는데, 카미바레즈가 그의 앞에 다가와 섰다.
“?”
“전에 했던 말.”
카미바레즈가 빨갛게 물든 얼굴로 우물쭈물하다가 말했다.
“……미안해.”
시몬이 놀란 듯 눈이 동그래졌다가, 이내 피식 웃으며 다가왔다.
이내 그녀의 턱에 손을 올려 강제로 눈을 마주하게 했다.
“미안하다는 말로만 끝낼 셈인가?”
“크윽!”
카미바레즈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졌고, 레테가 살벌하게 눈을 치켜뜨며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다들 말리지 마요. 역시 별로 머리를 쳐서라도 저 새끼 원래대로 되돌려야겠슴다.”
“성녀님 잠깐만요! 여기서 군단장이랑 싸우면 전쟁이에요!”
“실례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이 세계에 넘어온 룬 리그 멤버들 외에 낯선 한 사람이 뛰어들어 왔다.
놀랍게도 키젠 본부의 정장 차림이었다. 키젠 수첩을 보인 그가 시몬과 레테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키젠 본부에서 온 로델릭이라고 합니다. 제가 포탈로 넘어온 암흑연합의 여섯 번째 멤버입니다. 급한 문제가 있어서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급한 문제?”
“예.”
본부 직원이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옐로우랜드에 제7군단장님과 별의 성녀님, 두 분의 지원을 요청합니다.”
시몬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았다.
“무능한 새끼들. 화이트랜드는 우리끼리 처리했다. 그 인원으로 그거 하나 정리 못 하나?”
쥴이 새까매진 얼굴로 슬금슬금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키, 키젠의 본부 직원이면 우리 까마득한 윗기수 선배님이오.”
“근데 뭐 어쩌라고. 내가 군단장인데.”
시몬이 쥴의 뒷목을 장난스럽게 때리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 사내새끼가 함부로 말 걸지 말랬지?”
“크흠! 음음!”
쥴도 나름 마투학과 총학과대표나 되는 인물이지만, 기억을 잃은 시몬에게는 한 수 접어주는 느낌이었다.
본부 직원이 쓰게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제7군단장님께서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으셨단 이야기는 방금 오면서 들었습니다. 그 사정을 알면서도 부탁드릴 만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길래 그러는 검까.”
레테가 팔짱을 끼며 말을 이었다.
“옐로우랜드에는 우리 신성연방의 브로데릭 교수에, 그쪽 바힐 교수도 가 있어요. 구원자 시엘이 히에로미르만큼 강력한 건 아닐 텐테요.”
“그 말씀은 맞습니다. 하지만-”
본부 직원이 표정을 굳혔다.
“1채가 배니쉬 된 것만으로 대륙에 비상이 걸렸던 그 ‘죽음의 무덤’ 16채가 모두 봉인이 풀렸습니다! 옐로우랜드 전역에 몬스터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
“아무래도 구원자 시엘의 소행인 것 같습니다. 이대로는 시엘 체포는커녕, 그곳에 사는 모든 주민들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그래, 옐로우랜드. 나는 한번 가보고 싶어.]그때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둥둥 떠 있는 지팡이 위에 모래로 이루어진 긴 머리의 여성, 7군단의 헤르세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 온 뒤로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오, 그래 헤르세바.”
시몬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네가 해결할 수 있겠냐?”
[글쎄. 여기서는 잘 모르겠지만-]시몬의 물음에 그녀가 아련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