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3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9화(1239/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39화
세르네는 스스로를 겁쟁이라고 생각했다.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어서 그럴까,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여기는지 알아버리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사람들을 조종했다.
상아탑에서는 정신지배 능력으로 주위 사람들을 인형처럼 만들어 대화했다. 정해진 대화, 원하는 타이밍에 나오는 웃음소리,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라왔기에, 세르네는 정신지배가 통하지 않는 사람이나 정신지배로는 재현할 수 없는 독특한 심성의 사람들에 끌리게 됐다.
소꿉친구인 메이린, 그리고 특히 시몬이 그랬다.
시몬의 강인한 정신력에 감탄했고, 늘 자신의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 의외성과 예상을 아득히 초월한 행동력에 매료되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시몬을 정신지배할 수 있는 기회가 오니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그의 기저의식에 어떻게든 자신에 대한 애정을 넣으려 했다.
그런 나쁜 욕심을 부렸는데.
-군단기 비월! 군단장이 자기 목숨보다 더 소중한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 시공간도 베어내고 도우러 오는 기술이야!
오히려 보기 좋게 한 방 먹고 말았다.
시몬은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심지어 기억을 잃은 시점에도 자신을 베려는 것을 막았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자유의지란 말인가.
이런 고매한 생각과 행동 양식은 절대로 정신지배 같은 인위적인 것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다.
나는 방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걸까.
“…….”
세르네가 옅은 홍조를 띠고서 시몬을 바라보고 있자, 시몬이 픽 코웃음 쳤다.
“이제 와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어처구니가 없군.”
시몬이 혼돈으로 파직거리는 주먹을 꾸욱 쥐었다.
“내가 뭘 믿고 너를…….”
푸욱!
푹!
그때 시몬의 등 뒤와 다리에 깃털이 날아와 꽂혔다. 시몬이 움찔하며 대검 손잡이를 움켜쥐었지만.
“공격하려는 게 아니에요.”
세르네가 말했다. 시몬도 뒤늦게 통증이나 환상이 없는 걸 알고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깃털이 일렁이며 뭔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하고 있었다.
“몸의 기억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는 거예요. 방금 시몬이 기억을 잃었어도 자연스럽게 체득한 비월처럼, 앞으로의 전투에 보탬이 되겠죠.”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시몬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허공에 펀치를 휙휙 날려보았다. 첫 번째 지르는 펀치보다 두 번째가 깔끔했고,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지르는 펀치가 더 정교하고 근육을 잘 쓰고 있었다.
“기억의 전문가라는 말이 거짓은 아닌 모양이군.”
시몬이 팔을 내리며 그녀를 보았다.
“왜 생각이 바뀌었지?”
세르네가 입가를 가리며 오호호 웃었다.
“당신은 그럴 가치가 있는 남자니까요.”
“…….”
칭찬을 했는데 뭔가 개운치 않은 시몬의 표정을 본 그녀가 다시 말했다.
“왜 그래요?”
“빌어먹을.”
시몬은 파멸의 대검을 바닥에 꽂아두고는 화가 실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곤 창가의 커튼을 휙 걷고 밖을 바라보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늘 이딴 식이지. 너희들이 기억하는-”
“시몬 폴렌티아는 내가 아니다. 라고 말하려 했죠?”
시몬의 미간이 꿈틀했다.
“언제 또 정신조작을 했지?”
“그냥 맞혀봤을 뿐인데요.”
세르네가 여유롭게 웃으며 시몬의 옆으로 걸어왔다.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이 이어질수록 묘하게 생기는 반항 심리.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보통이라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며 만족했을 텐데 확실히 시몬은 자의식이 강하네요.”
“정확하다.”
시몬이 창문 옆에 등을 기대어 팔짱을 꼈다.
“나는 너희가 아는 그런 현인 같은 게 아니야. 네놈들의 기대대로 분투하고 희생하면서 살아가라고? 나는 자유롭게 살고 싶다. 내키는 대로 정복하고 여자들을 만나면서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시몬의 자유죠.”
그녀가 훗 하고 웃었다.
“다만 이거 하나는 명심해요. 시몬은 시몬이고, 지금의 당신도 시몬이다.”
“…….”
“설령 시몬이 기억을 되찾더라도, 지금 든 생각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죠. 과거의 시몬만 지금의 시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하지 마세요. 그 반대도 가능하니까.”
“오호.”
양쪽 모두 시몬이다.
과거만 자신을 조종하는 게 아니라, 지금의 자신도 시몬이라는 정체성을 움직일 수 있다.
그런 발상은 못 해본 것이었기에, 시몬이 턱을 짚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 세계에 와서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이야기였다.”
“오호호! 다행이네요!”
그녀가 손바닥을 모으며 순수한 눈망울을 깜빡였다.
“그럼 용서해 주는 거예요?”
순간 페이스에 휘말려 그렇다고 대답할 뻔한 시몬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고개를 돌려 버렸다.
“용서는 개뿔!”
“기억을 잃기 전보다 마음이 좁네요.”
“그냥 역시 죽여야겠다.”
세르네가 푸핫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입가를 가린 채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댔다. 시몬이 언짢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가 눈꼬리에 묻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지금의 당신도 예측 불가한 부분이 충분히 매력적이에요.”
“하아.”
시몬이 한숨을 쉬며 그녀를 흘겨보았다.
여전히 아군인지 적인지 불분명한 여자.
그녀가 자신에 대한 호감은 있는 것 같지만, 호감을 넘어서 애정이나 사랑이 있다고 해도 아군이 될지 적이 될지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묘하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고, 그래서 위험한 여자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계속해 볼까요?”
세르네가 설탕처럼 끈적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시몬의 앞에 선 뒤, 그의 팔을 끌어 자신의 어깨에 올리게 했다.
“과거의 시몬에게 한 방 먹이기 작전?”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이 세계에 와서 들은 이야기 중에 두 번째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로군.”
분위기를 잡은 두 사람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갔으나.
와장창창창!
기다렸다는 듯 세르네가 펼쳐둔 결계가 유리 조각처럼 박살 나며, 벽을 주먹으로 때려 부수고 등장한 레테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시몬! 모든 게 적의 교란이었슴다! 괜찮은…….”
그리고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본 레테의 눈빛이 살벌하게 변했다. 시몬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물러났고, 세르네는 아쉬운 입맛을 다신 뒤 레테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레테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당신……!”
* * *
레테와 세르네는 예전에 키젠의 로크섬에서 암흑제 때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사이가 안 좋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
“이럴 줄 알았슴다!”
세르네가 시몬의 기억을 조작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레테가 격분하며 세르네를 노려보았다.
세르네가 천연덕스럽게 머리카락을 고쳤다.
“기억을 잃고 무방비 상태였잖아요. 내 앞에 먹음직스럽게 있는 시몬이 잘못한 거예요.”
“하여간 당신들 네크로맨서들은 정말! 알 것 같으면서도 짜증이 나!”
한바탕 분노를 퍼부어낸 뒤, 레테는 팔을 뻗어 밖을 가리켰다.
“염치라도 있으면 시몬에게서 좀 떨어져 있든가!”
“그래도 돼요? 구원자 시엘을 찾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
세르네가 시몬을 보며 여우처럼 눈웃음쳤다.
“내가 정보를 좀 알고 있는데.”
* * *
세르네는 이곳 시엘의 궁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기억을 읽는 등 온갖 정보를 모으고 있었다.
현재 시엘은 궁에서 도망쳐 죽음의 무덤에 틀어박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런 곳에서 혼자 생활을 유지할 수는 없었다. 더 오아시스에 남아 그녀를 돕는 자들이 있었다.
이에 세르네는 그들과의 연락 방법을 알아낸 뒤, 직접 시엘로 변신해 그들을 명령으로 불러냈고 만나기로 했다.
-언제 만나기로 했슴까?
-30분 뒤.
세르네는 이미 다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시엘인 척하며 시몬을 떠보고 궁에 ‘모래 개’를 풀어 소란을 일으킨 것도 일종의 예행연습.
동시에 세르네에게 접근할 이들의 경계를 풀기 위한 방책이었다.
레테는 탐탁지 않아 하는 눈치였지만, 시몬은 세르네가 잘 세워둔 계획에 그저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는지 협력하기로 했다.
그렇게 30분이 지나고.
“…….”
세르네는 깃털의 힘으로 시엘의 환영마법을 뒤집어쓴 채 약속 장소에 대기하고 있었다.
약속 장소는 더 오아시스 외곽 지역에 위치한 텅 빈 진흙집 내부.
가만히 의자에 앉아 있으려니 이내 열댓 명의 남자들이 그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커다란 관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첨탑의 물레가 다섯 번 헛돌 때.”
그중의 가운데 있는 남자가 암구호를 말했고.
“새벽은 깨어난다.”
세르네가 기억을 읽어낸 암구호로 답했다. 이내 두 사람이 동시에 로브의 후드를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시엘로 완벽하게 분장한 세르네를 본 남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위대한 사막 여왕을 뵙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엘의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내가 말한 물건은 가져왔느냐?”
“무, 물론이옵니다. 하오나…….”
가장 앞에 서 있는 남자가 고개를 들며 세르네를 응시했다.
“죽음의 무덤에 계셔야 할 분이 어찌 이런 위험한 곳까지 오셨는지…….”
“상황이 바뀌었다.”
세르네가 천연덕스럽게 말하며 걸어갔다.
“바힐이라는 자가 이곳을 밤으로 바꿔서 내 모래 몬스터가 상당수 무력화됐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이 궁에 있었다. 더 이상 본가의 지원만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 이렇게 직접 온 것이다.”
“여, 역시 위대한 사막 여왕이시옵니다.”
다른 남자들이 모두 엎드려 시엘을 경배하는데, 여전히 가장 앞에 선 남자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혹시 여왕이라는 증거를 보여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세르네가 인상을 쓰며 팔을 들었다.
“믿음이 부족하구나.”
쩌어어어어엉!
허공이 갑자기 유리처럼 깨져 나가고 그 안에서 모래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눈을 번쩍였다.
시엘의 공간을 다루는 힘.
사실은 환상일 뿐이지만, 남자들은 더더욱 고개를 바닥에 깊게 박았고 가장 앞에 있던 남자도 고개를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중요한 물건이라 한 번 더 확인했음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이번만은 용서하나 심히 불쾌하다. 두 번의 용서는 없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저벅 저벅 걸어와 관 앞에 섰다.
“열어라.”
남자들이 하나둘 복잡한 잠금장치를 해제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걸려 잠금장치가 모두 풀렸고, 마침내 관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세르네가 눈을 빛내며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스륵!
선두의 남자가 소리 없이 소매에 숨긴 단검을 꺼내며 세르네의 목덜미를 향해 내려쳤다.
터업!
“역시나.”
바람처럼 나타난 시몬이 그의 손목을 낚아챘다.
“이 녀석은 처음부터 우리 정체를 눈치챘던 것 같네.”
그러고는 손목을 역으로 꺾었다.
뿌드드득!
아아아아악!
남자가 단검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다른 남자들도 무기를 꺼내며 달려들려 했지만 세르네가 로브를 한 차례 펄럭이자 깃털이 화살처럼 쏘아져 그들의 몸에 꽂혔다. 그들이 하나같이 괴로워하며 풀썩 풀썩 쓰러졌다.
“히, 히이익!”
운 좋게 깃털에 맞지 않은 남자 두 명이 문을 향해 헐레벌떡 도망쳤고.
퍼억!
쩍!
기다렸다는 듯 문을 열고 나타난 레테가 주먹으로 가볍게 제압해 기절시켰다.
전원 무력화되는 데 수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럼 한번 기억을 확인해 볼까요?”
세르네가 음흐흐 웃으며 팔목이 꺾인 남자의 깃털을 목덜미에 꽂아 넣었다.
그녀의 눈이 큼직해졌다.
스르르르르르-
시엘이 있는 위치가 마침내 그녀의 눈에 보였다.
세르네가 입술을 달싹였다.
“체크메이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