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화
시몬 일행은 몰려드는 좀비들을 피해 지붕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좀비들이 시몬 일행을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들더니, 급기야 건물 벽을 타고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기어오른다기보다는 앞선 좀비들이 벽에 딱 붙고 그 좀비들을 타고 다른 좀비들이 위로 올라가며 고기 언덕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딕이 헛웃음을 흘렸다.
“쓰읍, 이거 한 일주일 동안은 꿈에 나오겠다.”
극단적이고 원초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광경.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언데드들이 그들의 목숨을 원하며 울부짖었다. 오로지 의지할 수 있는 건 곁에 있는 동료들뿐이었다.
“다시 움직이자.”
결국 네 사람은 얼마 쉬지도 못하고 본 아머를 입은 채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담을 넘어 골목으로 내려오자마자 지상의 좀비들이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뒤쫓아왔다.
“여기 원래 이렇게 빡센 곳이야?”
메이린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돌아다니는 좀비 몇 마리 조심하면서 재료나 구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시몬도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정도로 많은 좀비들이 우리만 집요하게 쫓아오는 게 이상했다.
뭔가 인위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는 걸까?
그때, 마차 도로를 따라 달리던 시몬의 눈에 뚜껑 같은 게 보였다. 도로에서 딱 저것만 미묘하게 색깔이 달랐다.
“얘들아! 잠깐만!”
그쪽으로 뛰어간 시몬이 뚜껑의 손잡이를 붙잡고 들어 올려보았다. 하수도 특유의 악취와 함께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가 보였다.
“시몬! 이쪽으로 가려고요?”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언덕째로 달려오는 좀비의 파도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좀비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으니까, 차라리 아래로 훅 내려가 버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해.”
딕이 어깨를 으쓱했다.
“될까? 좀비들이 바로 따라올 것 같은데.”
“각자의 방식으로 좀비들의 시선을 분산시킨 다음, 여기로 몰래 들어가는 거야. 어때?”
메이린이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난 찬성! 화염으로 시야를 가리는 정도는 할 수 있어!”
“아, 좀비는 소리에 민감하다고 들었어요!”
“그럼 이거지.”
딕이 아공간에서 악기 모양의 오르골을 꺼냈다.
“팔려고 준비 중인 시제품이었는데, 어쩔 수 없지.”
딕이 능숙한 동작으로 태엽을 감고 손을 떼자, 오르골에서 음악이 큰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더 없어?”
시몬이 스켈레톤 세 기를 꺼내며 물었다. 딕도 숫자에 맞춰 오르골 두 개를 더 꺼냈다.
“시간이 얼마 없어요!”
카미바레즈가 혈류탄을 연사해 다가오는 좀비들을 무너뜨리며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시야 가린다!”
메이린이 팔을 휘둘러 주위에 흑염을 벽처럼 깔았다. 불길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일어나며 세 사람의 몸이 완벽히 가려졌다.
‘부탁한다!’
따닥!
따다닥!
오르골을 든 스켈레톤들이 불길을 뚫고 뛰쳐나갔다. 그러고는 흩어져서 세 방향으로 달렸다. 좀비 떼들도 크게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를 듣고 세 방향으로 찢어졌다.
바로 지금이다!
네 사람은 신속한 동작으로 하수도에 진입했다. 제일 마지막으로 들어온 시몬이 뚜껑을 달칵! 소리가 나게끔 닫았다.
뚜껑이 닫히자마자 짙은 어둠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 힘을 다해 꽉 붙잡고 있는 낡은 사다리의 감촉만이 느껴졌다.
“다들 무사하지?”
“네!”
잠시 어둠이 눈에 익길 기다렸다가 아공간에서 랜턴을 꺼냈다.
이제 좀 주위가 잘 보였다. 시몬이 제일 위에 있었고, 그 아래에 카미바레즈, 메이린, 딕의 순으로 사다리에 올라타 있었다.
쿵! 쿵! 쿵! 쿵! 쿵!
바로 위에서 좀비들의 거친 발소리가 들렸다. 천장이 부르르 흔들리고 괴성이 난무한다.
고작 천장 하나를 남겨두고 네 사람은 잔뜩 긴장하며 숨을 죽였다.
그렇게 잠시 후.
“……갔나?”
밖이 잠잠해졌다. 아예 다른 곳으로 갔는지 발소리도 멎었다. 그제야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선택지는 두 가지네.”
딕이 여유를 되찾은 목소리로 말했다.
“올라가 것이냐. 내려갈 것이냐. 어느 쪽이든 리스크는 있어.”
“으으음.”
메이린이 얼굴을 굳히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딕과 시선이 딱 마주했다.
“야!!”
그녀가 갑자기 얼굴을 확 붉히면서 급히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어딜 보는 건데!!”
“아. 들킴.”
“들킴은 무슨 얼어 죽을 들킴! 죽어! 콱 죽어버려!”
“악! 야! 야! 코 맞았어! 코!”
메이린이 치마를 손으로 붙잡고 딕의 얼굴을 마구 차기 시작했다. 결국 딕이 그녀의 다리가 닿지 않는 아래로 내려갔다.
“와! 진심으로 사람 죽일 생각으로 차네! 어차피 어두워서 윤곽밖에 안 보인다고!”
“그러니까 그 윤곽을 왜 봐! 저질 평민 놈아!”
두 사람이 투닥투닥 싸우고 있는 가운데, 카미바레즈가 작게 한숨을 쉬며 시몬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할까요? 시몬.”
“내려가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힘들고, 지금 당장 올라가 봐야 좀비들이 근처에 돌아다니고 있을 거야.”
다른 두 사람도 시몬의 말에 동의했다. 모두가 조심히 계단을 내려와 하수도 바닥을 밟았다.
특별한 건 없었다.
어둡기만 한 통로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하수도 특유의 악취와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걸을 수 있는 구간 옆으로는 냄새나는 검은 물이 하수도를 따라 졸졸 흐르고 있었다.
“흥, 차라리 잘됐어.”
메이린이 팔짱을 꼈다.
“위에 더 뒤져봐야 재료가 있을 것 같진 않고, 이렇게 된 거 하수도를 따라서 데스랜드의 깊은 곳까지 쭉 들어가는 거야!”
딕이 머리를 툭툭 털었다.
“에이, 진심이냐? 초입 부근에도 좀비들이 이렇게 많은데 안으로 더 들어가면 진짜 좀비소굴이 나올 수도 있어.”
그녀가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쫄?”
“크흠! 쪼, 쫄긴 누가! 내 말은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잔 거지!”
딕과 메이린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시몬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다 ‘내 말이 맞지?’ 하고 말하는 듯했다.
시몬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메이린의 말이 맞아. 캠프와 가까운 곳에 있는 재료들은 이미 싹쓸이 당했다고 봐.”
A반보다 먼저 간 C반도 있고, 동아리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작년과 재작년에도 아론 교수의 소환학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데스랜드에 왔다고 들었다. 물론 캠프의 위치는 항상 동일했다.
“그럼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단 거네요?”
카미바레즈의 물음에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수행평가를 12시간이나 준 것도, 조별로 움직이게 시킨 것도, 애초에 재료를 쉽게 손에 넣기 힘드니까 그런 거라고 생각해.”
딕이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였다.
“쩝, 납득했다.”
“모두 힘을 합하면 괜찮을 거예요!”
그렇게 네 사람의 의견이 맞춰졌다.
시몬과 조원들은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 다른 길이 나올 때까지 하수도를 걸었다.
시몬은 조원들의 얼굴을 살폈다. 아까 그 좀비 떼 습격에서 너무 놀라서 그럴까, 다들 이제 의연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피어.’
시몬이 피어의 분신을 꾹 누르며 머릿속으로 말을 걸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크흐흐! 글쎄다. 좀비들은 언데드들 중에서도 워낙 별종이라, 놈들의 행동만 보고 섣불리 뭔가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음.’
[하지만 뭐, 추측 정도는 해볼 수 있겠지 않겠나!]피어의 분신이 입꼬리를 올렸다.
[전 군단의 대장 프린스! 놈이 배후에서 좀비들을 움직였을 수도 있다!]‘제 생각도 그래요. 프린스의 능력과 성격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피어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프린스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은 ‘왕관’이다.]‘왕관이요?’
[놈이 왕관을 쓰면 자신과 동일한 계통의 언데드. 즉 좀비를 지배할 수 있게 되지!]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만 컨트롤할 수 있는 군단장의 하위호환 같은 능력이었다.
[군단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놈은 ‘군단화’를 거치지 않은 좀비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능력이라면 전체 언데드의 90% 이상이 좀비인 데스랜드에서 그야말로 왕처럼 군림할 수 있겠지! 그래서 내가 이곳에 와보려고 한 거다.]‘이해했습니다. 그러면 질문을 조금 바꿔서, 프린스는 군단에 우호적일까요?’
이 물음에 대답하는 데 피어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잘 모르겠다. 리처드 군단 시절에 프린스는 군단장에게 충직한 온건파였다. 그에게 선망의 감정을 가진 것 같더군.]‘아.’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군단은 끝이 좋지 않았다. 프린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만나봐야 알겠지.]만약 이번 대규모 좀비들의 공격이 정말로 프린스의 짓이라면, 그리고 그 이유가 시몬이 군단장이라는 걸 알아봤기 때문이라면.
프린스를 힘으로 꺾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몬!”
시몬이 움찔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카미바레즈가 배시시 웃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으으응. 아무것도 아냐. 뭐 물어봤어?”
딕이 휙 고개를 들이밀었다.
“본인 밑에 있었다는 이유로 선량한 사람의 얼굴을 쥐포로 만든 메이린의 난폭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발 죽어. 제발 키젠에 돌아가자마자 마차에 치여 죽어.”
그렇게 다시 한참을 걸었다.
슬슬 다리가 아파오고, 하수도 냄새에 코가 마비되겠다고 생각할 때쯤.
“사다리예요!”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가는 루트를 찾아냈다. 다른 곳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사다리의 상태도 멀쩡했다.
“가자.”
시몬이 앞장서서 사다리를 올라갔다.
다음 차례인 딕이 귀족처럼 인사하며 ‘레이디 퍼스트’를 외쳤다가 메이린에게 머리채를 몇 번 쥐어 뜯기긴 했지만, 별일은 아니었다.
시몬 다음으로 딕이 올라가고 여학생들이 뒤따랐다.
달칵.
끝까지 올라온 시몬이 천장을 힘주어 밀어냈다. 하늘이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시몬은 훌쩍 위로 올라와 뒤따르는 조원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와아아.”
마지막으로 올라온 카미바레즈가 작게 탄성을 흘렀다.
“너무 예뻐요!”
그들이 빠져나온 곳은 크고 호화로운 저택의 정원이었다.
이곳에는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이 정원만 누군가가 관리한 건지 꽃도 나무도 제대로 피어 있었다. 하수도에 몇 시간 있었다가 꽃향기를 맡으니 코가 즐거움을 노래했다.
“데스랜드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관광보다는 수행평가가 우선이었다.
“여기서 찾아보자.”
“응.”
네 사람은 정원을 돌아다니며 수색을 시작했다.
[소년.]그때 피어가 말을 걸어왔다.
[이 장소에 광범위한 결계의 흔적이 느껴진다.]‘네? 어떤 결계인데요?’
[차단 효과. 지금은 해제되어 있지만, 한때 이 장소를 숨기고 싶어 했던 존재가 있었던 것 같군.]“꺄아악!”
피어의 말에 집중하고 있는 그때, 갑자기 카미바레즈의 비명이 들렸다.
“무슨 일이야? 카미!”
세 사람이 헐레벌떡 그녀에게로 뛰어갔다.
“저, 저기……!”
정원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었다.
다들 선뜻 가까이 가지 못하는 가운데,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가 상태를 살폈다. 복장을 보니 이 저택에서 일하던 메이드로 보였다.
“이미 죽었어. 한참 전에.”
부패하지 않는 세계.
이미 숨이 끊어졌지만 시신은 썩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다. 그래서 더 으스스한 느낌이었다.
“보지 않는 편이…….”
“얕보지 마. 시몬.”
메이린이 눈에 힘을 주며 다가왔다.
“나도 네크로맨서야.”
딕과 카미바레즈도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메이린은 대담하게 시체 앞에 쪼그려 앉아 옷을 헤집으며 상태를 살폈다.
“교과서에 나온 소환 마법의 조건은 만족해. 좀비로 만들면 0점은 면할 수 있겠지만…… 역시 이걸로는 아쉽네.”
“조금 더 찾아보자.”
다시 흩어져서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딕이 모두를 불렀다.
“이 정도면 에이쁠은 떼놓은 당상 아니냐?”
저택 뒤편에 경비병으로 보이는 남자의 시체. 덩치도 있고 키가 2미터 가까이 될 정도로 컸다. 제대로 단련한 듯 전신이 근육으로 가득하다.
“체격으로는 최고의 조건이네.”
“네.”
하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그도 그럴게, 다들 지금까지 누군가가 마법 처리를 해둔 재료로 언데드를 사용해 왔었다.
하지만 이제 눈앞에 보이는 시신을 직접 좀비로 만들어야 한다.
먼저 경험한 많은 학생들이나 선배들이 이 ‘데스랜드’의 경험이 힘들었다고 표현한 건, 아마도 좀비들의 공격 때문이 아니었으리라.
“내가 할게.”
시몬이 팔을 걷어붙이며 앞으로 나오자, 메이린이 인상을 굳혔다.
“야, 잠깐만! 나도 할 수 있어!”
“내가 소환학은 너보다 낫잖아. 좀비 소환 마법에서도 내가 평가가 더 좋았고.”
성적을 들먹이니 메이린의 입이 쏙 들어갔다.
시몬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시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시체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이미 죽은 사람, 너무 감정적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의 핵심 가치는 ‘실용’.
네크로맨서는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죽은 사람의 시체든 뭐든, 무엇이든 다 활용해야만 했다.
시몬이 칠흑을 일으켜 시체의 가슴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후우.’
스켈레톤과 좀비 모두 초급 언데드다. 하지만 키젠을 비롯한 다른 네크로맨서 학교에서도 소환학 교수들은 스켈레톤 위주로 수업한다.
지금은 평화의 시대인 만큼, 학생들의 정서를 위해 아예 좀비를 다루지 않거나 몬스터를 이용한 좀비만 보여주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하지만 아론은 달랐다.
1학년 1학기인 학생들을 데스랜드로 데려와 직접 좀비를 일으키도록 했다. 그의 교육 철학에 따르면 네크로맨서는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근본을 통찰하고.
직면하고.
깨우쳐라.
신체를 해부하지 못하는 외과 의사가 살아남지 못하듯, 네크로맨서에게도 이것은 필연이다.
시몬은 칠흑을 마법진에 불어넣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마침내 시신의 가슴에 검은 마법진이 활성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