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4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2화(1242/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2화
쏴아아아아-!
쏴아아!
에메랄드빛 바다가 물결치고 있다.
적당한 햇빛에, 딱 좋은 온도. 뭉실뭉실 떠오른 하얀 구름 아래로 갈매기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다.
-꺄륵!
-하지 마!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의 여학우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의 선베드 위에는 시몬과 딕이 그늘막 아래에 누워 있었다.
“이런 게 인생이고 이런 게 지상낙원이지.”
딕이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몬도 졸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해.”
화이트랜드의 카르보스 장군의 말에 따르면, 여러 차원을 둘러봐도 대륙의 이런 기후와 환경은 쉽게 찾아보기 힘들며, 화이트랜드 출신인 자신이 보기에 대륙은 낙원이라고 했다.
시몬은 처음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암흑연합의 룬 리그 승리 기념, 1박 2일간의 휴가.
암흑연합 대표들과 후보생들은 키젠이 소유한 작은 섬에 들어와 머물고 있었다. 일라이저는 치료와 사후 처리를 위해 로크섬으로 먼저 돌아갔고, 하운드키즈도 모두 왕국으로 복귀했기에 눈치 보거나 다툼이 일어날 일도 없었다.
딕이 근처에 놓인 과일 주스를 빨대로 쪽쪽 빨아먹은 뒤 선글라스를 손끝으로 밀어 올리며 시몬을 보았다.
“헤이, 네프티스 님이랑은 무슨 이야기 했어?”
시몬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냥 사건 경과에 대해 보고드렸어. 지금까지 결사에 대해 알아낸 정보들도.”
“오, 그래?”
네프티스는 모든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끄덕한 뒤 ‘수고했어!’ 하고 외치며 돌아갔다.
그녀가 오면 늘 폭탄 같은 이야기들이 튀어나왔기에 뭔가 의미심장한 선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보고만 들으러 왔다며 금방 돌아갔다.
다만 마지막에 남긴 한마디.
-시간이 얼마 없겠지만, 짧은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네!
뭔가 이 한마디가 의미심장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대륙엔 별일 없었지?”
“하하! 며칠이나 지났다고 별일이 있겠어? 너야 그쪽 세계에서 몇 달정도 보냈지만 이쪽 세계는 룬 리그가 끝난 지 얼마 안 됐다고.”
“다행이네.”
시몬과 딕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딕이 다시 선글라스를 끼고 수영복을 입은 여학우들 쪽을 힐긋거리자, 시몬이 그러지 말라는 듯 손등으로 그의 이마를 툭 때렸다.
딕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바른 생활 소년인 건 여전하구만! 이러니 더더욱 기억을 잃었던 네 모습이 궁금해지는데!”
“……별로 생각하기 싫은 흑역사야.”
“카미가 너랑 눈도 못 마주치던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마침 해변가 위로 떨어진 공을 잡으러 발랄하게 뛰어가던 카미바레즈가 시몬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가 샥 하고 시선을 내리며 시뻘게진 얼굴로 공을 집어 든 채 다시 친구들에게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많은 일이 있었지. 나중에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려고.”
“그래, 그래. 메이린 때처럼 장기화되지만 마라.”
딕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그늘막 말고 또 하나의 그늘이 옆에 슥 드리워졌다.
딕이 옆을 보자마자 흡! 하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고, 시몬은 고개만 돌려 웃는 얼굴로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야, 헥토르.”
수영복 바지만 입고, 위에는 탄탄한 근육질의 몸을 드러낸 헥토르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시몬을 보고 있었다.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나.”
“좋지.”
시몬은 흔쾌히 몸을 일으켰다. 딕은 걱정됐는지 따라오려 했지만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으슥한 곳에 가는 게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멀리 가지도 않았다. 동기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였다.
두 사람이 거리를 벌리고 섰다.
“훈련이다.”
헥토르가 불쑥 내뱉었다.
“룰은 소환학 시간에 자주 했던 본 스킬 매치. 사용 가능한 건 인력 기반의 본 아머류 기술과 일반 스켈레톤 10기다.”
옆구리를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시몬이 의아한 듯 눈을 깜빡였다.
“갑자기 훈련? 우리 둘이서?”
“조금이라도 쉬고 있으면 몸이 녹스는 느낌이다.”
그렇게 말한 헥토르는 아공간에서 스켈레톤 10기를 꺼내 준비했다.
“스켈레톤의 인력 활용은 네놈의 특기 분야잖나. 싫은가?”
“해보지 뭐.”
시몬이 웃으며 마찬가지로 스켈레톤 10기를 꺼냈다.
헥토르의 말대로, 소환학 교수 아론은 수업 진도가 나가고 시간이 남으면 자주 이런 훈련을 시켰다.
두 사람이 동시에 팔을 뻗었다.
<본 스피어>
<본 스피어>
선두의 스켈레톤들이 여러 개의 뼈 파츠로 분해되더니, 창의 형태로 변해 날아간다.
따닥! 딱! 따다닥!
좌우에서 날아온 뼈들이 연달아 서로 부딪히며 바닥에 떨어지고, 몇 개의 뼈들만이 상대를 직접 노리고 들어왔다.
이에 시몬과 헥토르는 본 아머와 본 프리즌을 적절히 조합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뼈들을 방어해냈다.
따닥.
딱. 따닥. 딱.
한정된 자원으로 치르는 경기.
마치 체스를 두는 것처럼 신중하게 뼈들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시한다.
“룬 리그에서 탈락하고 많은 생각을 했다.”
헥토르가 팔을 휘둘러 본 스피어를 날려보내며 말했다.
“인정하지. 네놈과의 승부욕과는 별개로 나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
“…….”
시몬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워낙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7군단은 무어 가문의 원수이기도 했으니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승부에 대한 집착과 질투는 내 힘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승부가 길어질수록 이 욕망은 점점 내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했고, 불안과 초조함은 나를 갉아먹었다.”
헥토르의 눈매가 번들거렸다.
“어떤 수단을 써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내 정신에는 구멍이 뚫렸다. 결국 6군단에 탐욕을 드러냈을 때, 나는 내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다.”
“……헥토르.”
헥토르가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남아 있는 스켈레톤 세 기를 추가로 본 스피어로 만든 뒤 공격으로 사용했다.
딱! 따닥! 따다다다닥!
가히 쏟아지는 폭우와도 같은 공세. 시몬도 추가 스켈레톤을 이용해 뼈들을 하나하나 방어해 내고 있었다.
‘확실히 실력이 더 늘었어!’
몇몇 뼈들이 시몬의 팔을 아슬아슬하게 스칠 듯 말 듯 지나가고 있었다. 헥토르가 공세를 퍼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 룬 리그에서 나는 많은 걸 느꼈다. 비로소 나를 갉아먹는 것들을 치우고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원점?’
헥토르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무어 가문에서 나왔다.”
“!”
그 말을 들은 시몬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무어의 이름을 달면, 7군단과의 경쟁은 가문의 명예를 건 정쟁이 된다. 순수한 승부가 아니게 되는 거지.”
“헥토르……!”
“소환학과 총과대도 그만두기로 했다. 다른 귀족들의 후원도 모두 끊었다.”
그는 진심이었다.
헥토르가 팔을 척 뻗자, 스켈레톤 뼈들이 뭉쳐지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순수한 실력으로 정당히 도전하겠다. 네놈에 대한 열등감도, 질투도, 비난도 모두 나의 승리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버리겠다. 나는 앞으로-”
촤아아아아아!
헥토르의 뼈들이 거대한 용의 머리처럼 변해 달려들었다.
“순수한 네 대적자다.”
“헥토르……!”
시몬이 다급히 팔을 뻗었다. 가지고 있는 모든 뼈들이 <본 프리즌>으로 변하여 용의 머리를 쇠창살로 가두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헥토르가 용의 머리처럼 만든 뼈들을 되돌려 다음 공격을 하려는데.
빠각.
용의 뼈 뒷부분에서 파츠가 하나 떨어져 나오더니 헥토르의 뺨에 쿡 닿았다. 헥토르의 눈이 커졌고, 시몬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다고 방심은 하면 안 되지.”
헥토르가 만든 용의 머리뼈안에, 시몬이 몰래 슬쩍 뼈 하나를 끼워 넣어 헥토르가 조종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다.
투욱.
자신의 뺨에 닿았다가 발밑에 떨어진 뼈를 우두커니 바라보던 그의 이마에 갑자기 혈관이 확 도드라졌다.
“역시 예전처럼 처죽일 기세로 해야겠다! 시몬 폴렌티-!”
“야!!”
소란을 듣고 메이린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뒤에는 다른 동기들도 있었다.
딕이 실실 웃으며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걸 보니 그대로 일러바친 모양이었다.
“시몬을 괴롭히지 마!”
“……그런 적 없다. 순수한 승부였다.”
“너는 표정부터 순수하지 못하거든!”
푸훕.
큭.
같이 온 딕과 피츠제럴드가 얼른 입을 틀어막는 모습이 보인다. 헥토르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그 둘에게 향했지만 메이린이 와악 소리 질렀다.
“그동안 다른 세계에서 고생한 애를 데리고 뭐 하는 거야! 지금 시몬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야!”
“빌어먹을. 이 정도는 몸풀기도 안 된다!”
“방금 처죽이니 뭐니 한 거 다 들었거든! 븅딱아!”
헥토르와 메이린이 왁왁 싸우는 사이, 갑자기 시몬의 손목을 덥석 붙드는 손길이 있었다.
“세르네?”
세르네 아인다르크였다. 그녀가 쉿 하고 입술에 손을 올리고는 시몬의 손목을 잡고 근처 숲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세르네가 메이린 몰래 시몬을 빼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녀에게 끌려가던 시몬이 불쑥 말했다.
“세르네,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어머나-”
세르네가 붉어진 얼굴로 자신의 두 뺨을 감싸며 속눈썹을 깜빡거렸다.
“혹시 미안하단 말을 듣고 싶은 거예요? 기억을 조작하려고 했으니까?”
“……아니, 꼭 사과를 바란 건 아닌데.”
그녀가 우후훗 웃으며 긴머리를 쓸어 넘겼다.
“나는 떳떳해요.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지만, 아마 나라면 그때 몇 번이고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
“……세르네.”
“나는 한껏 단장하고 얌전히 앉아서 말 걸어주길 기다리는 영애들과는 달라요. 무엇이든 내가 움직이고 쟁취해야 직성이 풀리죠.”
그녀의 눈이 시몬을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은 시몬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어떻게 참아요? 물론 나도 여자라- 시몬의 진심에 녹아내려서 그 기회를 포기해 버렸지만요. 지금 생각해 보면 땅을 칠 일이네요.”
“내 진심?”
“시몬에게 있어서-”
세르네가 앞으로 훅 다가와 시몬과 눈을 마주했다.
“나도 소중한 사람이었어요?”
시몬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 그야 뭐……! 우리는 당연히 1학년 때부터 알아온……!”
“귀여워라.”
세르네가 쿡쿡 웃으며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몸을 돌렸다.
“그 대답만으로도 충분해요.”
* * *
시몬은 다시금 선베드에 돌아와 누웠다.
아직은 이른 아침.
점심 시작까지는 시간이 있어서 조금만 더 누워 있고 싶었다.
‘음.’
그런데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몸에 털이 곤두서고, 등에 긴장이 퍼져 나갔다.
이 평화가 갑자기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느낌.
-시간이 얼마 없겠지만, 짧은 여유를 즐겼으면 좋겠네!
네프티스의 그 말까지.
“어.”
옆에 앉아 있던 딕이 선글라스를 벗었다.
“바다가 뭔가 이상한데.”
“?”
시몬도 비로소 상체를 일으켜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이내 소름이 쭉 돋은 시몬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움직여! 딕!”
“어? 어! 뭐, 뭐야 저게!”
마침 감독관 메도우도 달려왔다.
“여러분! 고지대로 피하셔야 합니다! 서두르십시오!”
갑자기 난리가 났다.
메도우는 흑마법으로 배를 숨기고, 해수욕을 즐기던 학생들은 헐레벌떡 수영복과 소지품만 챙기고 섬의 가장 높은 지대인 산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난리야!”
메이린이 카미바레즈를 챙기며 그렇게 외쳤다. 모두가 목에 땀이 나도록 뛰는 가운데, 시몬이 뒤를 돌아보았다.
‘바다가.’
층이 한 단계 높아졌다.
단순히 일시적인 해일 같은 게 아니었다. 마치 지금까지의 바다는 아래층이었고, 그 위층이 올라오려는 것처럼, 벽처럼 한 칸 솟은 바다가 다가왔다.
학생들 모두가 대피하여 산으로 올라왔고.
쏴아아아아아아!
바다가 섬을 포근하게 덮었다.
쓰나미처럼 처절한 파괴현상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바다가 올라왔고, 해수면이 높아졌다.
오히려 담백한 현상이라 소름이 끼쳤다.
“까, 깜짝이야.”
“이게 다 뭔데?”
모두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방금 놀았던 해변가가 바다에 덮여 버리고, 이제 그들이 있는 높은 산이 유일한 지상이었다.
시몬은 팔짱을 끼며 바라보았다.
‘……확실히, 대륙에 뭔가 일이 벌어지고 있네.’
“휴가는 여기까지겠군요.”
메도우가 그렇게 말하며 옆을 가리켰다.
이런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산 정상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키젠으로 돌아갑시다.”
일행들이 하나둘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는 가운데, 시몬은 가만히 이 광경을 눈에 담았다.
‘설마 네프티스 님이 이걸 보여주시려고?’
쏟아지는 물살을 보던 시몬이 이내 텔레포트 마법진 위로 올라갔다.
* * *
로크섬.
키젠 교수 회의실 앞 복도.
네프티스가 짧은 팔을 휘척휘적 흔들며 걸어가고 있었다. 흥얼거리며 콧노래까지 부르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
그 옆에 서류판을 껴안은 채 나란히 걷고 있는 건 부총장 제인이었다.
“대-단하십니다. 참”
제인이 경멸 섞인 눈초리로 말했다.
“고생한 학생들에게 하루는 제대로 놀게 해주시지. 굳이 침수 예정인 섬으로…….”
“헤헷!”
네프티스가 제 정수리를 톡톡 치며 순진무구하게 웃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에?”
“됐습니다.”
제인은 차갑게 대꾸하고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룬 리그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륙 전역에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예상했던 바잖아? 다들 잘 대처하고 있지?”
“대비는 해뒀습니다만, 대비하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들이 아니니까요.”
제인이 눈을 감았다 떴다.
“특히 바다 쪽이…….”
“아.”
어느새 회의실로 가는 바닥이 물이 흥건했다.
깜짝 놀란 제인이 혹시 로크섬도 침수 피해가 났나 싶어서 창밖을 바라보니 밖은 멀쩡했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
그때 네프티스가 방긋 웃으며 중얼거렸다.
“제독.”
참방.
참방.
그리고 물바다가 된 곳으로, 복도의 반대편에서 긴 챙의 모자로 눈을 가린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제3군단장.
대륙의 바다를 총괄하는 네크로맨서, 그 유명한 ‘남부제독’이었다.
“계속 이딴 식이라면-”
그가 스윽 팔을 들어 올렸다.
콰아아아앙!
쿠우우우우우우웅!
갑자기 건물 복도를 부수며 수십 척의 온갖 선박들이 그 끝을 들이밀었다. 네프티스가 ‘우와악!’ 하고 두 팔을 파닥거렸다.
“무슨 짓입니까! 제독!”
제인도 급히 나비를 손안에 들여보내 낫으로 바꾸어 움켜잡았다.
하지만 제독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이딴 식으로 일해야 한다면 군단장 따위, 그만두겠습니다.”
제인이 고개를 돌렸다. 알고 보니 전부 포탄에 맞아 난파되거나 몬스터의 공격으로 박살 난 듯한 배들이었다.
제인이 땀을 삐질 흘리며 네프티스를 바라보았고, 네프티스가 방실방실 웃었다.
“음, 역시! 우리 제독에게도 해결사가 필요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