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4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3화(1243/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43화
휴양섬에서 쉬고 있던 시몬과 동기들은 갑작스러운 범람 사태를 겪었다.
시몬은 이번 일에 대해 아는 게 있냐고 룬 리그 감독관인 메도우에게 물어보았지만, 메도우도 최근 대륙의 남부 해안의 해수면이 상승해서 여러 섬들이 가라앉고 있다고 말할 뿐, 자세히는 모르는 눈치였다.
그렇게 시몬은 이번 일을 뒤로한 채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키젠의 로크섬으로 복귀했다.
“드디어 돌아왔다!”
“집이다!”
긴 여정을 마친 학생들이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키젠 캠퍼스를 눈에 담으며 환호했다.
시몬도 안도감이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다들 수고했어!
긴 여정으로 피곤했기에 학생들은 간단히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기숙사로 돌아갔다.
시몬도 기숙사 내 본인의 방인 ‘트리하우스’에 들렀다가 바로 씻고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 기숙사 밖으로 나섰다. 오늘까지는 휴일이라 여유가 있었으나, 그냥 태평하게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학교에 엄청 오랜만에 온 기분이네.’
기숙사 밖의 숲길을 걸으며 시몬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다른 사람들에겐 룬 리그 일정이 하나 끝났을 뿐이지만, 시몬은 화이트랜드와 옐로우랜드 사태까지 겪었으니 체감상 상당히 오랜 시간 밖에 나가 있던 느낌이었다.
그렇게 숲길을 지나 캠퍼스 광장에 도착하니, 곳곳에 교복 차림의 또래들이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린다.
시몬이 넥타이를 고치며 미소 지었다. 이렇게 교복을 입고,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는 느낌이 얼마 만이던가.
‘난 역시 학교가 체질에 맞나 봐.’
그렇게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오늘따라 유독 학교가 조용한 느낌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시몬이 마침 아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쪽에서도 시몬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어서 와, 룬 리그의 영웅!”
키젠 3학년을 상징하는 금색 배지를 착용한 학생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고양이 같은 외견에 만두머리를 한 소녀, 1학년 때 같은 A반 출신의 신디 비바체였다.
옆에는 같은 3학년 맹독학과의 제시카 카나노르도 손을 시크하게 쓱 들어 보였다. 둘 다 아는 얼굴이었기에, 시몬도 반갑게 웃으며 인사했다.
“두 사람 다 좋아 보여서 다행이네. 그런데 학교가 왜 이렇게 조용해?”
“지금 장난 아니야.”
말도 말라는 듯, 신디가 손을 휘휘 저었다.
“룬 리그 기간에 수업을 좀 느슨하게 진행했다고, 교수님들이 다시 고삐 꽉 잡고 달리고 있어. 2학년들은 단체시험 치러 나갔고.”
“……아하.”
딕으로부터 대충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는 들었다. 학생들은 모두 밤을 새워서 룬 리그 영상을 보는 등 거의 광란의 일주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시몬도 다시 정신 차리고 학교생활을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으으! 룬 리그 같은 큰 행사에는 내가 나갔어야 했는데! 클라우디아 별로 활약도 못 하던데!”
맹독공장이 주특기인 제시카는 못내 아쉬운 듯 두 주먹을 방방 흔들었다. 신디가 깔깔 웃으며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콩 하고 날렸다.
“어딜 내 친구 뒷담화야. 꼬우면 네가 총과대 먹든가?”
“2학기에는 다를 거야! 다를 거라구!”
여전하구나 생각하며 시몬이 둘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뒤에서 ‘시몬!’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아, 카미!”
평소의 교복으로 갈아입은 카미바레즈가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었고, 그 옆으로 메이린과 딕이 달려오고 있었다. 딕은 이미 등짝을 맞은 듯 등을 쓸고 있었는데, 나가기 귀찮다고 떼를 쓰다가 메이린에게 끌려 나온 모습이 눈에 훤했다.
“안녕 신디! 안녕 제시카!”
메이린이 부랴부랴 동기들에게 인사하고는 휙 하고 시몬을 돌아보았다.
“시몬! 빨리 학생회실로 돌아가자! 할 일이 산더미야!”
신디가 징글징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와, 학생회 니들…… 복귀 첫날부터 일을 하고 싶냐?”
“하고 싶은 걸 떠나서 당연히 우리가 해야 할 의무니까! 아마 지금쯤 우리 치엘라는…….”
메이린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고, 딕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신 말을 이었다.
“변사체로 발견돼도 이상할 게 없지.”
짜악!
바로 메이린의 풀스윙 스매싱이 딕의 등짝에 작렬했다.
“그걸 아는 자식이 기숙사 비품실에 숨어? 어? 니가! 그러고도! 선배야 이 밥팅아!”
“아악! 아니, 거기 뼈! 뼈 맞았다고!”
시몬과 카미바레즈가 얼굴을 마주 보며 쿡쿡 웃었다. 그러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살짝 시선을 돌리며 뺨을 붉혔다. 감정은 풀었지만 화이트랜드 때 일이 있어서 조금 민망했다.
그러다 정신 차린 시몬이 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그럼, 가자. 치엘라를 구하러.”
* * *
시몬과 학생회 멤버들은 다 함께 학생회관 건물로 이동했다.
네 사람 중에 가장 앞장선 시몬이 굳게 닫힌 학생회 문 앞에 섰다.
<추가 업무 사절>
<못 합니다>
뭔가 불그스름한 색으로 쓴 글자가 문에 붙어 있었다. 카미바레즈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서, 설마 피는 아니겠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들어갈게.”
시몬이 힘차게 학생회 문을 열어젖혔다.
덜컹! 하고 열리는 문틈으로 건조한 공기가 새어 나왔다.
“치엘라! 괜찮…… 아?”
시몬 일행은 문을 여는 즉시 눈앞에 펼쳐진 웅장한 종이 더미의 향연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전부 처리해야 할 서류의 산이었다.
그리고 그 서류의 중앙에 앉아 있는 1학년 여학생, 치엘라가 보인다.
반쯤 정신이 나간 표정의 그녀는 혀를 쭉 빼민 채 통에 든 알약을 입에 털어 넣으려 하고 있었다. 저 알약 전부 메이린이 두고 간 특제 각성제였다.
메이린이 비명처럼 외쳤다.
“말려!”
시몬과 딕이 우당탕탕 달려들었고, 그 뒤를 이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합세했다. 서류들이 어지럽게 휘날리며 학생회실이 엉망이 되었다.
“내가 한꺼번에 먹지 말라고 했지! 그러면 무조건 배탈 나!”
“말리지 마십쇼! 교수님들!”
선배들에게 양팔을 붙잡힌 치엘라가 두 다리를 마구 버둥거리며 말했다.
“이걸 다 먹지 않으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눈감아주면 그쪽 일부터 처리해 줄 테니……!”
“치엘라! 교수님이 아니라 우리야 우리!”
시몬이 큰 소리로 외치자 반쯤 풀려 있던 그녀의 탁한 동공에 일순 빛이 돌아왔다.
그녀가 잠시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시몬을 바라보았다.
“학생회장…… 선배님……. 언제 돌아오셨…….”
“치엘라아!”
“우리가 미안해!”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그녀를 양쪽에서 와락 껴안았다. 딕은 찔리는 게 있는지 고개를 돌린 채 치엘라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고, 시몬은 쓰게 웃었다.
“……아하 ……하하.”
치엘라가 믿기지 않는 웃음을 흘리다가 이내 시몬을 바라보았다.
“안 혼내십니까?”
“응?”
그녀의 풀 죽은 듯한 한마디에 메이린과 카미바레즈가 그녀에게서 떨어졌다. 치엘라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결국 맡은 일을 완수하지 못했습니다. 일을 처리하긴커녕 더 키우고 말았죠. 힘들게 돌아온 선배님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무슨 소리야, 치엘라.”
시몬이 씩 웃었다.
“그동안 버티느라 고생 많았지? 네가 정말 자랑스러워. 이제 우리한테 맡겨.”
다른 선배들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뜻한 한마디에 치엘라의 표정이 급격히 흔들렸다. 눈망울에 뭔가 물기 같은 게 차오르나 싶더니, 보이기 싫다는 듯 메이린의 품에 와락 달려들었다.
메이린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학생회장 선배님께 부탁이 있습니다.”
치엘라가 메이린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말했다.
“뭔데?”
“……학생회 사퇴를 허락해 주세요.”
시몬이 활짝 웃었다.
“내후년에 학생회장이 될 사람은 너뿐이야 치엘라. 내년 학생회장한테 잘 말해둘게.”
치엘라가 비명을 내질렀다.
* * *
치열한 키젠 1학년 과정에 학생회 업무까지.
과로로 지친 치엘라는 시몬의 학생회장 코트를 담요처럼 덮은 채 진정제 처방을 받고 소파에 잠들었다. 치엘라는 감기려는 눈꺼풀에 저항해 보려 했지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치엘라는 꿈을 꿨다.
눈을 뜨자마자 여전히 굳건히 남아 있는 서류의 산 속에서 선배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달래주고 반겨주던 그들의 모습은 어디 가고,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강박적으로 깃펜을 움직이는 선배들의 모습을.
-룬 리그까지 다녀왔는데 말이야.
-이런 개고생을 시키다니.
-다른 후배에게 학생회를 맡겨야 했어요!
-진짜, 나 때는 이런 일은 상상도 못 했다. 하.
자신을 배려하듯 말해주었던 선배들이 쌓인 업무에 힘들어 하다가, 결국 짜증을 내며 치엘라를 비난하는 모습까지.
치엘라는 악몽 속에서 버둥거렸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마르텔로 가문의 영애가 무능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해요!’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결국 눈을 떴다.
그런데.
‘아?’
서류의 산이 사라졌다.
탑처럼 쌓여 있던 그 많던 서류들이 거의 대부분 사라지고, 이제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정도가 됐다.
“야! 밥팅! 이거 한 번에 묶어서 처리해!”
“예이, 예이.”
“시몬! 환경 미화 서류 검토 부탁드려요!”
“알았어 카미! 오른쪽에 놔줄래?”
네 명의 3학년들이 극도로 진지한 얼굴로 깃펜을 휘날리고 서류를 분류하고 있었다. 학생회관 밖에서는 학생회 직속 하수인들이 명령을 전달받아 빠르게 업무를 분담해서 처리하고 있었다.
놀랍도록 눈부신 모습에, 지켜보는 치엘라는 멍해졌다.
‘……솔직히 평소에는 헤실헤실 웃기만 하는, 태평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뛰어난 능력으로 일을 다 처리하고 쉬는 거였다.
무려 2학년 초부터 학생회 일을 해뒀던 시몬 학생회의 그 경험과 숙련도가 어디 가는 게 아니었다. 키젠의 긴 역사를 통틀어도 손꼽힐 만큼 업무 경험이 많은 그들이었다.
“오우, 깼냐? 치엘라.”
딕이 도장을 찍은 서류를 내려놓고는, 잘난 척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제 좀 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냐? 우리가 괜히…….”
“손이!”
메이린이 뛰어들어 이단 옆차기를 날렸다.
“보인다!”
우당탕탕!
등을 얻어맞은 딕이 요란하게 날아가 벽에 부딪히고, 쓰러진 딕의 얼굴 위에 서류를 내려놓은 메이린이 바락바락 외쳤다.
“이거 다 틀렸잖아! 내가 일 많다구 대충 하지 말했지! 재검토해! 바보야!”
“예, 예입!”
치엘라가 쿡쿡 웃었다.
진지하게 선배들이 돌아오면 학생회는 사퇴할 생각이었지만.
‘이 사람들에겐 아직 배울 게 많아.’
이들의 이 화목한 분위기.
할 때는 하는 능력.
치엘라는 아직도 이곳에 남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은 아직 키젠 생활이 창창하게 많이 남았지만, 벌써 이들이 졸업한 뒤의 한적한 분위기를 생각하니 마음이 쓰렸다.
“어? 이건 뭐야?”
정신없이 걸어 다니는 메이린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 한 장을 발견했다. 스커트를 붙잡고 다소곳하게 쪼그려 앉아 서류를 집어 든 그녀가 내용을 확인했다.
그녀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꺄악!”
“왜 그래 메이린?”
시몬이 얼른 달려왔다. 그녀의 손이 한 차례 떨렸다.
“너무 늦었어!”
“무슨 일인데?”
“키젠 본부의 요청이야. 시몬…….”
그녀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몬을 바라보았다.
“네가 2학년들 시험 감독관이 되어달라는데?”
“어?”
시몬이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크게 떴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