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5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3화(1253/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3화
키젠 3학년들에게 ‘취업 평가’라는 새로운 과제가 내려왔다.
정체를 숨기고 조직에 잠입하는 임무 수행력,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력, 그리고 조직 내 업무를 수행하며 조직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지망하던 곳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취업처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학생들은 큰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히도 ‘시간’은 있다.
약 일주일 동안 학생들은 졸업 논문과 함께 취업 평가를 준비할 수 있었다. 전략을 짤 시간이다.
‘으으음.’
그리고 오늘은 주말.
학생도시 로체스트에 놀러 온 시몬은 오랜만에 교복이 아닌 일상복 차림으로 북적거리는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는 곤란한 표정으로 임무서를 펼쳐서 읽고 있었다.
<3군단 제독 직속 참모작전실>
‘이번 임무가 3군단에 관련되어 있다는 건 네프티스 님의 힌트를 통해 예상은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취업해야 하는 부서가 ‘작전부’라는 점이다.
작전부라면 결국 제독의 참모로 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황의 밑그림을 짜고, 마나 스크린으로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통신 장비로 현장과 소통하며 제독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포지션이다.
이런 부서에서 일하면 군단을 데리고 있어도 싸울 수가 없고, 조직의 틀을 바꾸거나 큰 성과를 내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시몬은 단순히 이번 ‘취업 평가’뿐만 아니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이상현상을 직접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직무에 변화를 줘야 해.’
그렇게 결심한 시몬이 걸음을 옮겼다.
주말을 맞아 이렇게 로체스트까지 나온 이유는, 오늘 이번 임무의 협력자인 스카우터와 약속을 잡았기 때문이다.
<취업처 : 3군단 제독 직속 작전부>
<담당 스카우터 : 롤랜드 탈보트>
<가짜 신분 : 루한 브리소나>
이 롤랜드 스카우터가 준비한 가짜 신분을 통해 제독에게 들키지 않고 작전부에 취업하는 것. 그곳에서 엄청난 변화 혹은 성과를 낼 것. 그게 이번 임무에서 학교가 원하는 바일 것이다.
물론 시몬은 따로 생각이 있었고, 그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스카우터를 직접 만나러 온 것이다.
시몬이 주위를 한 차례 눈으로 훑었다.
‘스카우터님이랑은 여기서 만나기로 했는…… 아.’
마침 광장 분수대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후줄근한 정장 차림에 유행이 지난 빈티지 안경을 썼으며, 머리숱이 듬성듬성 비어 있는 중년 남성이었는데,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무척이나 왜소한 몸이었다.
그는 감기라도 걸린 사람처럼 바들바들 떨며 주위를 휙휙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다 시몬이 가까이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며 입을 텁! 가렸다.
“지, 진짜 제7군단장……!”
시몬이 웃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혹시 연락주셨던 롤랜드 스카우터님이신가요?”
“아아아아……!”
말 한마디 걸어주었을 뿐인데, 그는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입을 벌렸다. 시몬이 놀라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괘, 괜찮습니다! 괜찮구 말구요! 예! 제가 스카우터 롤랜드 탈보트입니다!”
그가 허리를 홱 굽혀 인사했고, 그 바람에 안경이 덜컥 하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안경이 없으면 한 치 앞도 못 보는 타입인지 바닥을 더듬거리며 안경을 찾고 있었다. 시몬이 허리를 굽혀 대신 안경을 주워주었다.
“시몬 폴렌티아입니다. 안경 여기 있어요.”
“아, 이렇게 친절하시다니……! 감사합니다!”
그가 바로 앞에 내민 안경을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자 시몬이 안경을 직접 씌워주었다.
이 순간, 롤랜드는 뿌옇던 시야가 환하게 돌아오며 갑자기 시몬이 미소 짓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세계 최고의 유망주이자 룬 리그의 영웅이 눈앞에 있다. 그가 심장을 부여잡으며 뒷걸음질 쳤다.
“시,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심장이 좋지 않아서……!”
“잠깐, 조심하세요! 뒤쪽은 분수예요!”
시몬이 당황하며 팔을 뻗었지만, 롤랜드가 그대로 마른 나무처럼 뒤로 넘어가서 분수대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지나가던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아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구, 구해 드릴게요!”
시몬도 물이 쏟아지는 분수대 안으로 몸을 던졌다.
첫 만남부터 난리였다.
* * *
시몬은 물에 젖은 옷을 털어서 말린 뒤 로체스트의 작은 카페에 왔다.
나무와 넝쿨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이곳은 목재 냄새와 커피 냄새가 물씬 풍기는 2층 카페였다. 이곳에는 시몬 외에도 다른 3학년들이 스카우터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딴 마인드로 그 직장에 취업하는 건 무립니다! 각성하셔야 합니다 학생! 마인드셋!”
쾅쾅!
산전수전 다 겪은 듯 팔다리에 흉터가 가득한 스카우터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두들기며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 앞에 앉은 3학년 학생은 땀을 삐질 흘리고 있었다.
“하, 하지만 제가 학교 수업이랑 논문 준비도 해야 해서 외국어 공부는 도저히 시간이……!”
“어허! 변명 중에서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은 ‘시간이 없어서!’라는 말입니다!”
“굳이 외국어까지 공부해도 외국어 전형으로 들어가는 건 확률이 너무 낮은 거 아닌…….”
“인생은 모험이며 기회로 가득합니다! 두려운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기회를 모두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는 순수히 학생에게 달렸습니다!”
아주 명대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고위 귀족 같은 금발에 똑 부러진 외모의 스카우터가 한 여학생의 발음을 교정해 주고 있었다.
“허리 똑바로 펴고. 그렇죠 그렇죠. 자 이제 혀를 구부리고 르- 발음을 해볼게요.”
“르으-”
“조금 더 혀를 굴려서!”
그리고 그 옆자리에도 또 한 팀.
“말했지? 백작은 내가 꽉 잡고 있으니까, 누나만 믿어. 반드시 들여보내 줄게. 자신감이 가장 중요해.”
“스카우터님……!”
“누나라고 불러.”
이 스카우터는 벌써 자기 고객인 학생을 홀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 카페의 가장 구석.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쩍 마른 스카우터가 분수물에 흠뻑 젖은 머리를 손수건으로 톡톡 닦고 있었다.
“어째서 저 같은 사람이 키젠에서 최고인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님을 담당하게 됐는지…….”
“무슨 말씀이세요.”
시몬은 빙긋 웃었다.
“롤랜드 씨의 컨설팅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같이 잘해봐요.”
“크흡! 듣던 대로 인품마저 훌륭하신 분……!”
롤랜드가 감격한 얼굴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다 심장이 다시 과하게 뛰는지 하악 하악 숨소리를 내며 한 차례 진정하고는 시몬을 바라보았다.
“괜찮다면 나중에 사인도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이 정말 팬이라……. 하하.”
“물론이죠.”
그렇게 간단한 안부 인사를 나눈 뒤, 롤랜드는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3군단 직속 작전부는 스카우터들 사이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취업처로 손꼽힙니다.”
막상 본업으로 들어오니 그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사실상 4개 왕국 해군 지휘부를 겸하고 있으니까 말이지요. 우선 제가 준비한 루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롤랜드는 ‘루한 브리소나’라는 지원자의 신분을 손에 넣었다.
해당 지원자는 3군단 작전부의 필기시험은 통과했지만 면접을 앞두고 지병이 악화되는 바람에 시험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고, 롤랜드가 대신 키젠 임무를 명목으로 협조를 받았다.
“루한 브리소나라는 이름으로 제독의 면접을 통과하시면 됩니다.”
그가 루한으로 보이는 사람의 사진을 쓱 밀었다.
“이를 위해 간단한 분장과 인지 방해 아티팩트를 사용할 겁니다. 아마 시몬 학생회장님이라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아도 통과할 수 있으시겠지만, 몇 가지 제독이 물어볼 만한 것들을 추려서 예상 질문 리스트를…….”
“스카우터님.”
일 이야기가 시작되자, 시몬도 한결 진지해진 얼굴로 말했다.
“혹시 이번 키젠의 취업 평가의 세부 규정에 대해서도 아시나요?”
“무, 물론입니다! 키젠에서 저희에게 맡긴 일이니까요! 뭐든 물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궁금한 건 반드시 작전부에 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인데요.”
시몬이 빠르게 궁금한 부분을 물었고, 롤랜드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키젠에서 평가하는 건 결국 ‘조직체의 성과’! 3군단 소속으로서 3군단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성과라면 반드시 작전부에서 이룩한 게 아니더라도 참작의 여지는 있겠지요! 물론 그만큼 더 큰 성과를 내야겠지만요.”
“좋네요.”
시몬이 손뼉을 짝 쳤다.
“제게 한 가지 생각이 있는데, 현실성이 있는지 한번 봐주시겠어요?”
시몬이 계획을 설명했고, 스카우터의 표정이 점점 더 흙빛으로 변해갔다.
“그건…… 너무 위험한 게 아닌지…….”
“위험한 건 둘째치고, 가능할까요?”
“그, 그야 제 고객께서 원하신다면 어떻게든 힘닿는 데까지 하는 게 제 일입니다!”
시몬은 등을 펴고 입을 열었다.
“그럼 우선은 제독과 만나는 게 우선이겠네요.”
그 말을 들은 스카우터의 얼굴빛이 더더욱 어두워졌다.
* * *
볼드윈 왕국 남부.
항구마을 리치아.
암초가 많은 해역을 지나기 앞서 많은 선박들이 정박하는 리치아는 늘 선원들로 붐비는 곳이었지만, 이제는 예전 같은 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시간은 늦은 밤.
리치아의 주점은 밤만 되면 사람들의 열띤 고함과 환호성이 터져 나오곤 했으나 이제는 한산했다. 그저 몇몇 선원들이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었다.
딸랑 딸랑-
마침 허름한 문이 열리며, 한 중년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꿀렁 꿀렁 물이 찬 장화를 신고, 때가 탄 코트를 입은 채 챙이 긴 모자를 늘어뜨린 그는 주점 가장 앞의 바 좌석에 털썩 앉았다.
“늘 마시던 거.”
그의 말에, 주점 주인은 조용히 빈 잔과 두 병의 술을 가져와 섞기 시작했다.
“아랫동네는 다 물에 잠겼소, 나으리.”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술병을 잡고, 정확하게 계량해 잔의 얼음 위에 술을 부었다. 처음에는 짙은 갈색의 술이었지만, 두 번째 술이 섞이는 순간 화사한 금빛으로 변했다.
이내 술을 완성한 주점 주인은 투명한 유리잔에 가득 채운 황금빛 술을 ‘탁’ 소리와 함께 남자의 앞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집구석 여편네가 지금이라도 가게를 접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고 난리인데, 여기까지 바다가 오진 않겠죠?”
“…….”
잔을 가볍게 흔들던 남자가 한 모금 술을 맛본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막겠다.”
술집 주인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옆 테이블의 서빙을 위해 움직였다.
홀로 남은 남자가 조용히 술잔을 비우고 있는 그때.
짤랑 짤랑-
문에 달아둔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또 한 명의 남자가 들어왔다.
모험가의 행색인 듯, 긴 로브를 두른 그는 저벅 저벅 걸어오더니, 이내 홀로 술을 마시는 중년 남자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남자는 다른 빈자리를 두고 굳이 옆에 앉는 모험가를 향해 시선을 한번 주었다가, 다시 고개를 되돌리고 본인의 술을 마셨다.
“어서 옵쇼. 뭘로 드릴까요?”
스윽.
주점 주인의 물음에 모험가는 옆의 남자를 가리켰다.
“같은 걸로.”
“예입.”
“…….”
무거운 정적 속에서 술집 주인이 삐걱 하고 코르크 마개를 여는 소리가 들린다. 쪼르르하고 술이 따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덜컹거리며 바람에 흔들린다.
짤랑 짤랑.
정적 속에서 얼음이 든 술잔을 흔들던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전쟁이라도 하러 왔나.”
남자가 손끝으로 챙이 긴 모자를 들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배신의 군단장.”
그러자 모험가도 후드를 걷어내 푸른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 빙긋 웃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제독.”
몰락해 가는 항구의 낡은 주점에서, 대륙의 이름 높은 강성한 두 군단장이 만난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점 밖.
덜덜덜덜덜!
손수건을 물어뜯은 채 시몬의 스카우터 롤랜드가 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잘돼야 할 텐데! 잘돼야 할 텐데!’
여러모로 심장에 무리가 가는 고객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