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5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4화(1254/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4화
“전쟁이라도 하러 왔나, 배신의 군단장.”
낡은 주점에서 두 군단장이 만났다.
시몬은 옆자리에서 살기를 풍기는 제독을 직접 보지 않고, 태연히 시선을 앞으로 향한 채 말을 이었다.
“대화를 하러 왔을 뿐입니다.”
“군단장 간에는 기본적으로 적대관계다. 타 군단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입해 놓고 무슨 대화를 한다는 거지?”
달칵.
그때 주점 주인이 얼음이 동동 떠 있는 술잔을 시몬의 앞에 내려놓았다.
“손님, 17년산 엘더우드와 스톰브루를 섞은 놈입니다.”
시몬은 고개를 까닥하고는 잔을 자신의 앞에 두었다. 술 위로 흔들리던 얼음들이 천천히 자리 잡으며 녹아내렸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주점 주인이 자리를 비켜주었고,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시몬이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릴 것도 있고, 공적인 이야기를 드릴 것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시몬이 유리잔을 들어서 가볍게 흔들었다.
금빛으로 빛나는 술이 찰랑이고, 얼음이 잔에 부딪히며 달그락 소리를 냈다.
“올해 키젠에 입학한 아드님을 제가 훈계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회장으로서 문제를 일으키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순 없어서요.”
시몬이 말한 건 올해 입학한 특례 3번, 베오트론 그림웨인 문제였다.
본인이 제독의 아들인 걸 자랑스럽게 떠벌리고 다니던 그는 동등한 1학년들을 부하처럼 부리고, 심지어 학생회의 치엘라에게도 나쁜 짓을 하려다 시몬에게 제압당했다.
치엘라가 시몬을 인정한 계기가 된 사건이었지만, 그가 제독의 아들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제독을 만나러 왔을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었다.
“내 아들-”
제독이 입을 열었다.
“누구라고?”
시몬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제독을 바라보았다.
“누구긴요. 올해 키젠에 특례로 입학한 베오트론입니다.”
“처음 듣는군.”
시몬의 표정이 해괴해졌다.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이 인간. 아니면 뭔가 심리전 같은 건가?
“베오트론 그림웨인, 모르십니까?”
“……그림웨인.”
제독이 비로소 뭔가 생각났는지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그림웨인의 여식. 성격이 불같았지만 아름다웠지. 그 여자의 배에서 태어난 놈인가? 자식 관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군.”
‘??’
댁 아들인데 왜 남의 집 아들 이야기하듯 하고 있는 걸까.
시몬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자, 제독이 태연히 말했다.
“나는 아들만 40명이 넘는다.”
“아…… 예…….”
“뱃사람의 본능 같은 것이라 해두지.”
제독이 술이 든 잔을 들어 올려 빙빙 돌렸다.
“바다는 언제 어디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상륙할 때마다 현지의 여자를 취하고, 흔적을 남기지.”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뱃사람 본능이 어쩌고 하는 건 핑계고, 이 정도면 그냥 난봉꾼이 아닌가.
시몬이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고 있자, 제독이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시몬을 보았다.
“그보다 학생이 술을 마셔도 되나?”
“괜찮습니다. 키젠 학생은 음주가 허용되니까요.”
시몬은 그렇게 말하고는 제독의 페이스에 맞추듯 자신도 술을 쭉 들이켰다.
제독이 마시는 것처럼 남자답게 마시고 싶었지만, 입안에 금빛 액체가 머무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오만상이 찌푸려졌다.
‘써!’
필사적으로 표정 관리를 하며 꿀꺽 술을 삼켜 버리는 시몬이었다.
그런 시몬의 모습을 보던 제독이 알 만하다는 듯 말했다.
“아직 풋내기로군.”
전쟁, 진짜 해버릴까.
시몬이 그런 충동을 억누르며 애써 웃고 있는데, 제독이 따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학부모 면담이 끝인가?”
“네. 그럼, 본격적으로 공적인 이야기를 해보죠.”
촤아아아아-
시몬과 제독을 중심으로 투명한 거미줄이 펼쳐지더니 거미줄의 사이사이로 방음 결계가 펼쳐졌다. 투명해서 보이진 않고, 만질 수도 없지만, 음성만 차단하는 결계였다.
에르제베트의 송장 거미를 이용한 결계 기술. 제독도 그것을 아는지 시몬의 솜씨를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바다에 문제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시몬이 바닥에 툭 하고 딕이 준비해 온 문서 자료들을 내려놓았다.
“일시적으로 해상 지휘권을 양도해 주신다면, 7군단이 이번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쓰으.
제독은 말없이 술을 전부 들이켜고는, 탁 소리가 나게 바 테이블 위에 빈 잔을 내려놓았다.
이내 그가 빈 잔을 미끄러뜨리듯 옆으로 밀자, 드르륵 소리와 함께 제독의 손을 떠난 잔이 주점 주인의 손에 착 잡혔다.
주점 주인은 익숙하다는 듯 그 잔에 새로운 술을 콸콸 따르기 시작했다.
“다른 군단의 도움 따위 필요 없다.”
쿠구구구구구구!
제독의 몸에서 칠흑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네놈이 네프티스 님이 말한 그 ‘해결사’라면, 실망스럽기 그지없군.”
시몬의 시선이 움직였다.
쏴아아아!
바닥이 흔들리며 주점 바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천장에서는 비가 내리는 듯 뚝뚝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 칠흑이…….’
이능은 아니다.
룬어와 마법진을 이용한 칠흑수류계는 더더욱 아니다.
칠흑 그 자체가 ‘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신기한 힘이라고 생각하며 시몬이 입을 열었다.
“제가 미덥지 않으십니까.”
그렇게 말하며 시몬도 남은 술을 모두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빈 잔을 바에 탁 소리가 나게 내려놓은 뒤, 제독이 했던 것처럼 옆으로 밀었다.
드르륵-
솜씨 좋게 미끄러진 술잔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술집 주인의 손에 착 잡혔다. 술집 주인이 제법이라는 듯 휘파람을 불며 새 술을 준비했다.
“바다에서 군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독께서 소유하신 군단은 군단이 아닌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제3군단만큼은 특별하지. 지난 수백 년간 해전에 특화된 언데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드륵-
드륵-
두 잔에 새 술을 채워놓은 바텐더가 그것을 옆으로 밀었다.
제독과 시몬은 바를 향해 손바닥을 펼쳤고, 그들의 손안으로 술잔이 착착 들어왔다.
“일반적인 언데드는 소금물에 취약하다. 육지에서야 물량이 많은 대로 땅에 쏟아내면 그만이지만, 해상에서는 발을 딛을 수 있는 공간이 선박 위로 한정되어 있다. 소금물에 취약하면서 수만 많은 언데드는 의미가 없지.”
“…….”
제독은 활동 무대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말에는 시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좀비를 바다에 빠뜨렸다가 소금물에 시체가 풀어져서 그대로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스켈레톤은 부력 때문에 그냥 뜨기만 하다가 힘이 다할 것이다.
언데드 공방에 가면 약간의 방수 처리를 할 수 있겠지만, 그 또한 오래가지 못한다. 시몬이 수상전에 사용하는 데이모스처럼, 해양 몬스터로 만든 해전 전용 언데드가 필요했다.
“지금의 바다는 거칠고, 기존의 위험에 더해 온갖 이상현상이 판치고 있다. 7군단은 방해가 될 뿐이다.”
제독이 독한 술을 한번에 들이켠 뒤 말을 이었다.
“네 휘하의 에이션트 언데드 중에서 바다에 활약할 수 있는 자가 누가 있지? 5군단을 흡수했다면 뱀공주 라미아를 기대할 수도 있겠다만, 정작 뱀공주는 소멸했고 남은 건 그 결사에서 주워 온 복제체뿐이라고 들었다.”
“해상전은 저희 7군단에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몬도 지지 않고 술을 들이켰다.
타닥. 탁.
두 남자의 빈 잔이 동시에 바 테이블에 떨어졌다. 제독이 빈잔을 주점 주인을 향해 밀었고, 시몬도 마찬가지로 잔을 밀었다.
제독의 페이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는 모습.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들리진 않겠지만, 주점 주인도, 조용히 한잔하던 손님들도 은근히 두 사내의 신경전을 지켜보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제 지원을 거절하는 이유가, 정말로 순수하게 해상 전력이 부족해서입니까?”
“말 한번 잘했군.”
드륵!
주점 주인이 술을 채워 돌려보낸 잔을, 제독이 다시 손바닥을 펼쳐 받았다.
“바다는 3군단의 영역이다. 다른 군단의 도움을 받는 것도 꼴사나운데 제대로 된 전력도 되질 않으니, 나에겐 아무런 이득이 없다. 키젠에 돌아가서 전해라. 네놈이 아니라 까마귀 요원 다수와 로크섬을 지키는 키젠의 함대 전력 전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들은 시몬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불가능한 요청을 하시네요. 그리고 방금 꼴사납다고 하셨는데, 바다의 위기에 체면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체면이 아니라 명예다, 풋내기. 네놈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만.”
두 남자가 동시에 술을 들이켜고는 탁! 소리가 나게 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바로 잔을 밀어서 주점 주인에게 보내며 살벌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해는 합니다. 긴 싸움으로 3군단의 전력 손실은 커졌고, 여러 항구들이 제독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죠. 체면이 목숨보다 중요할 때가 아닙니까.”
“네놈……!”
음성에서 분노가 서린 그가 챙이 긴 모자를 들어 올리며 의안을 드러냈다.
파여 버린 동공 대신 번뜩이는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드르륵!
드륵!
마침 주점 주인으로부터 채워진 잔이 테이블을 타고 돌아온다. 두 사람은 이제는 보지도 않고 손바닥을 펼쳐 잔을 잡아챈 뒤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럼 선배 군단장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번만큼은 체면을 세워 드리죠.”
타악!
제독보다 먼저 술잔을 비운 시몬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이 끝날 때까지, 제가 3군단으로 들어가 활동하겠습니다. 제 모든 성과는 3군단의 것입니다. 대신 필요한 건 딱 하나뿐.”
여기서 질러야 한다.
시몬이 각오를 마치고 입을 열었다
“암흑연합의 해상 지휘권입니다.”
“네놈이 요즘 명성을 떨치는 루키라고 해도, 바다 위에서는 일개 네크로맨서 한 명에 불과하다. 선단에 네놈을 위한 자리는 없고, 해상 지휘권은 우리도 부족하다.”
제독이 싸늘하게 말했다.
“그리고 이는 나 개인의 생각이 아니다. 선단의 모두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할 터, 바다에서의 싸움은 다르고 너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았다.”
“그럼 제가 바다에서의 실력을 증명한다면-”
시몬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증명만 한다면 그 뒤엔 네놈 마음대로 해라.”
드르륵.
시몬이 겉옷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대의 재량권을 보장해 주신다고 알겠습니다.”
드르르륵.
제독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능하다면 말이다.”
두 사람이 일어난 채로 빈 잔을 옆으로 밀었고, 이미 술을 만든 채 기다리고 있던 주점 주인이 바로 잔을 채워서 두 사람에게 돌려보냈다.
둘은 그것을 붙잡고 잔을 비우며 걸음을 옮겼다.
“외상이네.”
제독이 먼저 그렇게 말하고는 주점 밖으로 나섰다.
실력은 몰라도 사생활은 참 여러모로 닮기 싫은 어른이라고 생각하며 시몬은 계산대 앞으로 섰다.
주점 주인이 말했다.
“12골드 나왔습니다만, 2골드 빼서 10골드만 주십시오.”
“네?”
쓰기만 한 술이 너무나 비쌌다.
* * *
시몬이 주점 밖으로 나왔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두 손을 꼼지락거린 채 안절부절 기다리고 있던 스카우터 롤랜드가 즉시 시몬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어, 어떻게 됐습니까? 남부제독이 먼저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봤는데요!”
시몬이 씩 웃었다.
“이야기했던 대로 됐어요. 이제 제독이 제가 바다에 간섭하는 일로 문제 삼을 일은 없을 거예요.”
그 말에 롤랜드가 큰 산을 넘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다행입니다! 아아,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말한 그가 슬쩍 시몬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그, 그런데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냥 키젠에서 정해준 대로 작전부에 들어가는 게 편한 길일 텐데 이렇게 제독을 자극하면서까지 그 계획을 진행하는 게 걱정이 됩니다! 이제 어떤 분장을 하든 제독은 틀림없이 학생회장님을 알아볼 겁니다!”
“어차피 들키게 되는 건 시간문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몬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 전 제독에게 정체를 들키든 말든 상관없거든요.”
“예, 예?”
“두 가지 모두 할 생각입니다. 조직의 거대한 변화와 거대한 성과.”
물론 시몬의 목표는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었다.
네프티스가 말한 이상현상 해결.
그리고 몰굴라를 조종하는 라미아의 실전 훈련.
마지막으로 졸업 논문까지.
“이번 일로 싹 다 해결해 버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