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5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6화(1256/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56화
쏴아아아아!
쏴아아아!
푸르른 하늘도 어느새 노을이 져 있었다.
오렌지 빛깔로 물든 하늘 위로 새들이 날아다니고, 철썩철썩 파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평화로운 경관 한가운데.
“…….”
“…….”
모래사장에 긴 자국을 남기며 밀려난 남학생 세 명은 기절했는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아직도 바다에 남아 홍펭의 훈련을 견디는 건 단 한 사람.
“하악! 하악!”
시몬뿐이었다.
홍펭은 여유롭게 웃는 얼굴로 양손을 허리에 얹은 채 시몬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을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그녀의 묶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따라 유려하게 휘날렸다.
‘나도 아직 한참 멀었어.’
꾸욱!
시몬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마투만 사용하고, 서로 몸을 닿지 않은 채 바다에서 싸우는 조건.
홍펭이 파동을 이용해 날리는 파도는 연달아 시몬에게 적중했지만, 시몬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유효타를 입히지 못했다.
“갈게요!”
그녀가 손바닥으로 수면을 가볍게 치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파도가 쏴아아 살아 있는 창끝처럼 밀려들었다. 시몬은 파도의 방향을 보고는 즉시 옆으로 내달렸다.
‘세상은 넓고 배울 건 무수히 많아. 교만해지지 말자. 초심으로 돌아가자.’
물속에서는 땅에서 뛰는 것보다 움직임이 느리다. 시몬은 바다에 뛰어들어 두 팔을 쭉 세운 채 헤엄쳤다. 그림 같은 몸놀림으로 홍펭이 일으킨 파도의 범위에서 빠져나온 그가, 그녀의 측면을 잡고 수면 위로 몸을 일으킨다.
‘힌트는 파동.’
-파동의 원리를 깨우쳤다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시몬이 홍펭의 동작을 따라 하듯 손바닥을 펼쳤다.
지금까지 시몬은 다양한 형태의 파동을 배웠다. 상대의 방어를 뚫고 충격을 입히는 촉파나, 원거리의 적을 공격하는 파풍, 모두 칠흑과 파동이 기본이다.
하지만 바다에서는 어느 하나 제 뜻처럼 되지 않았다. 바다에 파동기를 사용하면 그저 물을 따라 파동이 흩어질 뿐이라, 고작 사람의 상반신만 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게 고작.
홍펭의 흉내 정도는 낼 수 있었지만 그녀가 했던 것처럼 상대를 날려 버리는 정도의 물살을 일으키진 못했다.
‘순간적으로 강하게 수면을 치는 개념이 아니야.’
시몬이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손바닥을 수면에 댔다.
‘파도를 파동으로 밀어내는 감각으로!’
시몬의 의지에 반응한 칠흑이 손바닥에 응집된다.
배경지식은 전무했지만, 놀랍도록 강렬하고 집요한 의지가 칠흑을 새로운 형태로 빚어낸다. 손바닥으로부터 칠흑이 바람개비의 형태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격!’
쏴아아아아아아!
그 상태로 시몬이 수면으로 팔을 내지르자, 지금까지 물만 거세게 튀기던 것과는 달리 처음으로 제대로 된 물줄기가 홍펭에게 쏘아져 나갔다.
‘됐다!’
그러나 홍펭은 냉정하게 옆으로 뛰어서 그 물줄기를 피한 뒤, 자신이 역으로 수면을 밀어냈다.
펑!
시몬이 발사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쏘아진 물의 포탄이 시몬의 복부를 때렸다.
시야가 단번에 치솟는다.
‘커헉!’
시몬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른 것이다.
의식이 흐릿해진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고 기절할 것만 같다.
‘오늘은 여기까지네.’
홍펭도 더는 밀어붙일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두 팔을 늘어뜨리는 그때.
터엉!
날아가던 시몬의 발밑으로 칠흑이 뿜어져 나오며, 공중에 날아가던 그의 몸이 다시 바다로 들어간다.
쏴아아아아아아!
시간이 느릿하게 흐른다.
이것은 각성의 전초. 바닷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비로소 시몬은 손바닥에 부딪히는 물의 결을 느꼈다.
놀랍게도.
‘이것’은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그래, 물을 어떻게 세게 뿜을지 고민하는 건 의미가 없어. 완전히 다른 영역이야.’
시몬은 자신이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던 손안의 바람개비를 과감하게 지워 버렸다.
그러고는 감각에 집중하며 손바닥에 닿는 물의 흐름을 힘주어 붙잡았다. 적지 않은 저항감을 느끼며 물결을 잡아끌자, 바닷물이 시몬의 동작을 따라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이거다.’
물의 흐름을 끌고 온 시몬이 두 손 가득 힘을 싣고 앞으로 내뻗었다.
비로소 완성되는 수면을 치는 광경.
그리고.
<파천(波遷)>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맹렬한 물줄기가 쏟아져 나가 홍펭의 몸에 직격했다.
홍펭의 몸이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떠밀려 나가다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첫 유효타.
“대단해요! 지몬!”
홍펭이 두 팔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웃었지만 시몬은 그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시몬이 두 팔을 세운 자세로 숨을 몰아쉬다가 그대로 고꾸라져 수면에 머리를 처박았다.
“지몬-!”
* * *
타닥타닥.
모닥불 타들어 가는 소리에 시몬은 비로소 눈을 떴다.
“…….”
뭔가 상당히 아득한 기분.
시몬은 잠시 이 상태에서 벗어나기 싫다는 기분을 느꼈다.
“후훗.”
그때 시몬의 뺨에 머리카락이 닿았다. 시몬이 눈을 뜨고 위를 보자, 달 대신 홍펭의 얼굴이 보였다.
“일어났어요? 지몬?”
“호, 호, 홍펭 교수님!”
황송하게도 시몬은 그녀의 무릎을 벤 채 누워 있었다. 시몬이 화들짝 놀라며 옆으로 물러나 쿵쿵 뛰는 가슴을 붙잡았다.
홍펭이 무릎을 세우고 다가와 시몬의 이마에 자신의 손바닥을 올렸다.
“열은 내렸는데 또 이러네요.”
“……아. 하하.”
비로소 이성이 자리 잡고 기억이 떠오른다.
훈련 중에 정신을 잃었던 모양.
곳곳에 모래가 파인 자국이 있는 걸 보니, 훈련했던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같았다.
타닥.
탁.
옆에 보이는 모닥불에는 소금 간을 한 생선들이 익어가고 있었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생선의 껍질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기름이 톡톡 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딕 학쟁과 다른 학쟁들은 모두 학과에 돌아갔어요. 지몬 학쟁은 제가 연락해 직접 맡아두겠다구 했구요.”
“아…… 감사합니다.”
“일단 조금 휴직해요. 곧 물고기가 다 익으니까…….”
벌떡!
그때 시몬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헐레벌떡 모래사장을 달려서 물에 뛰어들었다. 홍펭이 ‘지몬!’ 하고 외쳤지만 시몬은 들리지 않는 듯 앞으로 나아갔다.
‘아까워! 아깝게 기절 같은 걸 해버리다니!’
초조해서 미칠 것 같았다.
다시 물가에서 자세를 잡고, 눈을 감았다.
‘제발 제발 제발!’
아직 잊혀지지 않았기를!
시몬이 그런 생각을 하며 수면 아래로 손바닥을 넣는 순간.
‘!’
정말 다행히도 물결이 잡힌다.
시몬이 손바닥에 느껴지는 물결을 몇 개 흘려보냈다가, 그중 하나를 부여잡은 뒤 힘껏 앞으로 내질렀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
물줄기가 창끝처럼 쏘아지며 한참을 뻗어나간 뒤 사라졌다.
시몬은 숨을 헐떡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청파류(靑波流).”
어느새 시몬을 따라 첨범 청벙 바다로 들어온 홍펭이 운을 뗐다.
“바다에서 활약하는 네크로맨서라면 누구나 익히고 싶어 하는 최고의 파동계 무술이죠. 그들의 긍지이자 힘이랍니다.”
“……아.”
홍펭이 기특하다는 듯 물에 젖은 시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어땠을까요? 이를 갈고,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고, 질투심과 허무감에 온몸을 떨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나는 알아요. 얼마나 이걸 배우는 데 지몬이 진심이었는가를. 당신은 이 힘을 가질 자격이 있어요.”
“……교수님.”
시몬이 부끄러운 듯 눈을 굴려 홍펭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홍펭이 ‘아’ 하고 멋쩍게 웃으며 얼른 손을 내렸다.
“미안해요. 우리 지몬도 이제 열아홉 살이죠. 스승이 보기엔 아직도 마냥 어린애 같다니까요.”
“아니, 그게 아니라. 대륙어.”
시몬이 씩 웃었다.
“발음 잘하시네요!”
“…….”
홍펭이 흠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변명하듯 말했다.
“무즌 말쯤을 하지는지 잘 모르겠네요!”
시몬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이후 훈련이 끝나고 먹은 생선 요리는 언제고 기억이 날 만큼 맛있었다.
* * *
이후에도 홍펭과의 청파류 훈련은 계속되었다.
“이번엔 앞으로 물살을 보내볼게요 지몬! 자, 우선 결을 느끼고.”
시몬이 수면 아래에 손바닥을 놓았다.
덤으로 이제 홍펭은 시몬 앞에서는 유창한 대륙어 발음을 하고 있었다.
“결이 지나가는 게 느껴지나요?”
“네!”
“아무 결이나 붙잡으면 안 돼요. 여유를 가지고 자연을 관조하는 거예요! 현악기의 현을 튕기듯 조심스럽게 하나하나 흘려보내세요. 그렇지. 그중에 가장 큰 흐름을 붙잡는 거예요!”
결을 흘려보내던 시몬이 마음에 드는 큰 결을 끄집어내 앞으로 보내자 바다가 휘몰아쳤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큰 파도.
시몬이 감격하듯 그것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홍펭을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래요 지몬?”
“아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서 말해봐요!”
홍펭이 시몬을 재촉하며 마구 간지럽혔다. 한바탕 웃은 시몬이 그녀의 손길에서 빠져나오며 입을 열었다.
“문득 이렇게 잘 가르쳐 주실 수 있었다면, 처음부터 방법을 알려주셨다면 어땠을까 해서…….”
“안 돼죠!”
그녀가 단호히 말했다.
“마투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깨달음이에요! 제가 처음부터 결을 느껴라. 결을 만지고 골라서 밀어라. 그런 이야기를 해도 지몬이 알아들을 수 있었을까요?”
“아…….”
“오히려 깨달음을 얻기 전에, 다른 이가 배운 지식이 들어오면 헷갈릴 우려도 있죠! 가장 중요한 건 치열한 실전을 통해 몸이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는 것! 그 뒤에 정돈된 지식을 습득해서 다양한 기술로 응용하는 거예요!”
“교수님의 깊은 뜻을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제가 응석을 부렸네요.”
“우후후! 그럼 계속해 볼까요?”
그렇게 오전에는 수업을, 오후에는 홍펭의 청파류 수업을 들었다.
중간중간 다른 교수들로부터 바다에서 사용할 만한 흑마법을 배웠다.
물론 시몬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하기로 했다.
-제군의 데이모스의 보수 및 개조? 맡겨줘!
시몬이 기존에 사용하던 수상 언데드, 데이모스를 벤야 바닐라에 맡겨 보수했다.
1, 2학년 시절이라면 수상전은 데이모스로 충분했지만, 앞으로의 3군단 임무에서는 다르다.
그리고.
“가자!”
-삐융!
새벽에는 일찍 일어나서 어린 라미아와 함께 ‘몰굴라 컨트롤’ 훈련을 했다.
라미아가 몰굴라의 내부에 들어가고, 몰굴라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훈련.
앞으로의 해양 전투에서 주력으로 활용할지도 모르는 언데드였다.
“앞으로!”
[까우우우우우우우!]살벌해진 울음소리와 함께, 몰굴라가 비늘을 움직여 바다를 헤엄치며 나아갔다.
그러나 이 새로운 뱀의 헤엄 방식이 라미아와는 달라서 어렵기도 하고, 라미아도 이런 식의 컨트롤은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안 돼! 라미아! 멈춰! 저 앞은 부두야!”
[빼우우우우우웅!]콰콰콰콰쾅!
결국 속도를 늦추지 못하고 로크섬에 정박해 있는 나무배 몇 척을 박살 내버렸다.
대형 사고였다.
시몬은 하는 수 없이 키젠에 이 상황을 신고했다.
* * *
“대체 어떤 말썽쟁이가 아침부터 사고를 친 거야?”
사고 수습을 받은 키젠 학생회의 메이린이 덜 마른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뛰어왔다. 그 뒤에는 직속 하수인들도 따라왔다.
“선박을 세 척이나 부쉈답니다.”
“어떤 바보가……!”
그리고 메이린이 걸음을 우뚝 멈췄다.
시몬이 무안한 미소를 지으며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저기, 미안해 메이린.”
“…….”
그렇게 잠시 후 배의 주인이 왔고, 시몬과 메이린, 어린 라미아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삐유웅.
몰굴라에서 내려온 라미아도 짧은 지느러미 같은 두 손을 모은 채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배 주인은 시원시원한 성격이었다.
“거 학생들이 놀다 보면 배 몇 척 부서뜨릴 수도 있죠! 하하하하!”
낡은 배들은 어차피 처분할 거였다며, 큰 비용을 받지 않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메이린은 서명을 받은 뒤 시몬을 흘겨보다가 한숨을 푹 쉬었다.
“또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데.”
“아.”
시몬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임무 관련이라 비밀이야.”
-삐융!
“맨날 비밀이래!”
그렇게 툴툴거리는 메이린이었지만, 대충 짐작은 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어느새.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학생회장님!”
스카우터 롤랜드가 활짝 웃는 얼굴로 로크섬에 찾아왔다.
3군단에 들어갈 ‘함장 자격시험’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준비 만전이죠.”
시몬이 자신감이 흐르다 못해 터질 것 같은 표정으로 손뼉을 짝 쳤다.
“역시 시험공부는 키젠에서 하는 게 맞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