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61)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61화(1261/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61화
“1차 시험에서 네가 청파를 쓰는 걸 봤다.”
두 명의 청파류 사용자 중 한 사람이 시몬을 보며 말했다.
“육지인들 사이에서야 날뛸 수 있었겠지만, 같은 청파류 사용자를 상대로는 쉽지 않을 거다.”
“물러나라. 이쪽 사람이라면 대강이나마 사정을 알 텐데.”
시몬은 따분한 표정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이 피곤에 찌든 얼굴, 이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표정, 이 낮은 음성.
“내가 왜?”
유리의 모습으로 변한 시몬에게는 묘한 ‘폭력성’이 있었다.
시몬을 막고 선 두 사람이 흠칫하더니 이내 진땀을 흘리며 미소 지었다.
“말로는 안 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온다.
시몬의 동공이 움직인다. 두 사람이 빠르게 서로 거리를 벌리더니, 오른쪽의 남자가 손바닥으로 강하게 수면을 때렸다.
<파천>
쏴아아아아아아아!
물의 결을 잡고 칠흑을 실어 날리는 파동기.
물줄기가 일직선으로 날아온다. 마치 파도가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은 광경. 이에 대응하는 시몬은 가볍게 수면 위에 손바닥을 댄 뒤에, 부드럽게 밀었다.
쏴아아아아!
그것만으로도 다가오던 물줄기가 옆으로 비껴 나갔다.
그사이에 왼쪽의 남자가 파도를 타고 시몬의 측면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전형적인 협공 태세였다.
<산파(散波)>
시몬과의 거리를 확 좁힌 그가 수면에 댄 두 손바닥을 강하게 밀었다.
쏴아아아아아!
물줄기가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주위의 ‘결’을 모조리 흩뜨리며 다가온다.
‘그렇구나. 청파류 사용자 간의 싸움에서는 상대가 쓸 결을 무너뜨리면서 자신의 결을 꽂는 게 핵심.’
좋은 훈련이 됐다.
시몬은 빙긋 웃더니 그냥 바다에 손을 넣어버렸다. 그리고 다가오는 <산파>의 결을 붙잡아.
푸확!
뜯어낸다.
거대한 파도가 거짓말처럼 잠잠해진다. 지켜보던 두 사람의 눈이 급격히 커졌다.
“이 자식!”
“누구한테 청파류를 전수받았나! 왜 그동안 우리가 네놈을 몰랐던 거지?”
시몬은 따분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자기들 기술 쓰는 게 저렇게 열을 올릴 일인가.’
문득 시몬의 머릿속에 청파류를 가르쳐 준 홍펭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바다에서 활약하는 네크로맨서라면 누구나 익히고 싶어 하는 최고의 파동계 무술이죠. 그들이 이 광경을 봤더라면 질투심과 허무감에 온몸을 떨지도 모르겠네요.
그제야 시몬이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대수상전용 마투기인 ‘청파류’는 바다에서만큼은 너무나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육지로 나오면 바다도 없고 결도 없어서, 그냥 허공에 헛손질하는 것처럼 위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바다에 틀어박힌 프라이드와 열등감의 화신들.’
시몬이 눈을 감았다가 떴다.
“비켜.”
다시 두 사람이 흠칫한다. 그러다 오른쪽의 남자가 슬쩍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들어 올린다.
“네놈의 청파는 강력하지만 지나치게 교과서적이야. 입문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군. 그렇지?”
“…….”
“우리는 바다에서만 20년이다. 같은 청파류 사용자끼리 싸워봐야 좋을 건 없어. 이렇게 하는 건 어때?”
그가 손으로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우리가 받은 착수금의 1/3을 주지.”
“이, 이봐!”
동료가 말리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들어 올려 말을 막았다.
“깔끔하게 끝내자고. 우리가 원하는 건 밑에 있는 자들을 모두 시험에서 떨어뜨리는 거다. 여기서 네가 물러나 주면 모두가 해피엔딩이야.”
시몬은 생각에 잠겼다.
‘제독? 아니면 크리스티나? 누구의 사주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몬이 바닷물의 결을 꾸욱 붙잡았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이 흠칫하며 대응할 준비를 했다.
“착수금의 전부.”
쿠오오오오오!
시몬의 오른손에 파장이 연신 일어나고 있었다.
“넘기면 고려해 보지.”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두 남자도 나름 자존심을 꺾고 합의안을 냈다가, 보기 좋게 걷어차여서 격분했는지 두 손에 칠흑을 모으기 시작했다.
“댁들 말야.”
시몬이 피츠제럴드처럼 한쪽 안경을 추켜올렸다.
“육지 사람들을 그렇게 혐오하고 얕잡아보면서, 정작 그들의 돈에 움직이다니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얼굴이 시뻘게진 두 남자가 격노하며 두 팔을 내질렀다.
<대수해>
콰아아아아아아아!
두 줄기의 파도가 중간에 합쳐지며 격렬하게 시몬을 향해 다가왔다. 시몬은 그저 두 손을 가볍게 늘어뜨린 채 편하게 눈을 감았다.
‘경험은 많지만, 기본기와 전개가 엉망이네.’
칠흑이 한번 전개를 기억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청파도 한번 배울 때 제대로 배워두는 게 중요하다.
시몬이 쏟아지는 물줄기를 향해 두 팔을 뻗었다. 그러고는 물줄기가 시몬의 몸에 닿는 순간.
쑤와아아아악!
물줄기를 붙잡고 몸을 팽이처럼 거칠게 회전시켰다. 내부의 물줄기가 시몬에게 결이 잡힌 채 그대로 빙그르르 돌았다.
“바다는 누구의 것도 아니야.”
마치 지상에서 업어치기를 날리듯, 시몬이 온 힘을 다해 거대해진 물줄기를 끌어냈다.
“내게 이 기술을 가르쳐 준 분의 말씀이다.”
쏴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파도가 두 남자가 뭘 할 틈도 없이 덮쳐 버렸다.
* * *
2차 시험은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 돌파해!”
마일러 드 샤르모를 위시하여, 수험자들이 힘을 합쳐 해양 몬스터들을 뚫어내고 헤엄치고 있었다.
다만 탈락자가 속출했다.
해양 몬스터에게 물리거나 독에 중독된 수험자들에게는 물방울 같은 방어마법이 펼쳐진다. 겁에 질렸는지 일부러 탈락해서 방어방울을 펼치는 자들도 있었다.
물방울이 펼쳐지면 즉시 물방울이 탈것처럼 움직여 본래 시험장으로 향하게 된다. 주최 측 나름의 구제 수단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다 막을 수 없을 만큼 부상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부제독! 점점 시험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 같습니다!”
“…….”
배를 타고 이를 지켜보던 부제독 아그라가 턱을 짚었다.
적당히 해양 몬스터들을 불러 모아 수험자들을 공격하게 만든 건 시험의 원래 내용이었지만.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였어.’
쏴아아아아아아아!
하늘색 선을 중심으로 흉포한 해양 몬스터들이 연신 바글거리고 있었다.
본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수험자의 대처 능력을 시험하려고 했는데, 이건 거의 해양 전쟁이 되어버렸다.
‘누군가 간섭했다.’
그녀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시험을 망칠 생각인가? 아니면 특정 수험자를 떨어뜨릴 생각으로?’
“부제독!”
“듣고 있으니 조용히 말해!”
그녀가 버럭 소리 지르자, 시험관이 죄송합니다! 하고 외치며 물러났다. 아그라가 팔을 휘둘렀다.
“시험은 속행! 살아남을 놈들은 잘 살아남고 있다!”
그녀가 눈에 넣어둔 크리스티나 셀린, 로잘린 다르시아, 마일러 드 샤르모 등을 확인한 뒤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대한 몬스터들은 확실히 위협이다! 우리 쪽 선원들을 보내서 처리하도록 해라!”
“예!”
* * *
“하악! 크흡……!”
크리스티나 셀린이 숨을 헐떡이며 전면을 응시했다.
해양 몬스터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힘도 슬슬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 그만! 그만할래!”
“X발! 바다가 진짜 이 모양인 줄은 몰랐다고!”
“주최 측이 뭘 말하려는지 충분히 알았으니까 이제 좀!”
수험자들은 스스로 기권하거나 서둘러 도망치기 시작했다. 모두의 의욕이 꺾이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일확천금의 기회만 생각하고 왔다가 이런 해양 몬스터가 드글거리는 전장을 겪으니 목숨이 아까워진 것이다.
‘…….’
하지만 크리스티나 셀린은 일확천금의 기회도, 시험도, 주위의 해양 몬스터들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리 미그일.’
머릿속이 온통 자신의 전 약혼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본래 그녀는 독한 악녀라는 세간의 이미지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어린 시절 사교계에서 유리 미그일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자신이 물려받을 수도 있었던 셀린 가문을 다른 동생들에게 넘기면서까지 그와 결혼하려 했다.
그러나 이후에 사교계에서 벌어졌던 수많은 일들.
그 과정에 유리는 몇 번이나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그녀를 실망시켰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왜 시험장에 나타나서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활약하는가.
그가 마투기로 파도를 일으키는 광경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마치 빛나던 어린 시절, 그녀가 사랑했던 그 모습처럼.
‘이제 와서 왜……!’
“크리스티나! 위험해!”
동료의 외침에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으나.
촤르륵!
이미 늦었다. 투명한 해파리 몬스터의 한쪽 다리가 그녀를 휘감더니, 전류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녀가 커헉! 소리를 냈다.
“크리스티나!”
마일로와 배질이 달려오고 있었지만 주위에 해양 몬스터들이 너무 많았다.
‘하아.’
본능적으로 체내에 칠흑을 활성화해 버티고 있었지만, 싫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해양 지휘권도, 바다에서 나온다는 일확천금의 보물도 딱히 관심 없었다. 그저 이 바다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그냥 놔버리고 탈락할까?
그럼 더 이상 이런 꿀꿀한 기분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멘탈 잡아! 크리스티나!”
마일러가 수면 위로 칠흑을 밟고 다가오는 그때.
쏴아아아아아아아!
눈앞에 물방울이 비산했다.
검은 머리카락이 휘날리며, 질색하듯이 싫던 바로 그 무표정하고 무기력한 얼굴이 크리스티나의 옆으로 지나간다.
“뭐 하냐?”
툭 던지는 그 음성이 크리스티나의 정신을 깨운다.
촤아아아아악!
해파리 몬스터가 절단되더니 조각조각 나서 바닷속에 사라졌다.
이 순간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나의 후회.
나의 비극.
저 유리 미그일이 자신을 구했다.
휘오오오오오!
고래 뼈로 이루어진 언데드, 데이모스의 위로 두 발을 디딘 채 세상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리의 모습이 보인다.
“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내 무표정한, 자신에 대한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은 동공이 그녀를 향한다.
“떨어져선 안 되는 사람이 떨어지면-”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찜찜한 기분이 드니까.”
두근!
그녀의 심장이 한 차례 거세게 뛰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시몬이 타고 있는 몬스터가 울부짖는다.
비록 새끼지만 황천고래를 기반으로 만든 데이모스의 능력.
수많은 물고기나 바다 생물들이 데이모스의 명령을 듣고 나타났다. 그들이 떼지어 출몰하기 시작하며 바다가 온통 알록달록하게 변했다.
“오오!”
“사, 살았다!”
바다 생물들이 몰려들어 해양 몬스터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해양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위험했던 수험자들이 하나둘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쏴아아아아!
그사이에 시몬은 데이모스에 올라탄 채 물살을 가르며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었다.
“유리! 더 앞으로 가면 위험해!”
그때 크리스티나가 외쳤다.
왜 정보를 알려주는지는 크리스티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했다.
“수험자를 몇 명이고 탈락시킨 몬스터가……!”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한발 늦었다.
바다 밑에서 거대한 검은 눈깔이 일렁이더니, 이내 입을 뚫고 뻐드렁니 같은 이빨이 튀어나온 상어 형태의 몬스터가 수면 위에서 뛰어올랐다.
입을 쩍 벌리고 시몬과 데이모스를 집어삼키려 하는 그것은 지금까지 10명의 탈락자를 만든 최악의 수문장. 7급 위험도의 ‘오션드레드’.
그러나 시몬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그저 무심한 얼굴로 앞으로 나아간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그리고 시몬과 오션드레드가 서로 만나기 전에.
지금 시몬이 타고 있는 소환수 외에, 또 다른 소환수가 나타났다.
그것은 은빛 금속과 보랏빛 혈관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뱀.
“라미아.”
시몬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죽여.”
와그작!
금속의 뱀이 오션드레드를 물어서 허리를 절단했다.
그 강대한 수문장 같던 오션드레드가 반으로 잘리며 쓰러지고, 시몬은 그 사이를 유유히 나아갈 뿐이다.
“방금…….”
“뭐야?”
지켜보던 모두가 경악했다. 그들이 본 건 은빛이 한 차례 번뜩이더니 몬스터가 절단된 뒤의 모습뿐이었다.
이내 시몬이 손끝을 세운 채 뒤로 한번 그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물벼락.”
콰르르르르르릉!
바다로부터 푸른색 물줄기가 같은 게 솟구치며 주위의 해양 몬스터들의 몸을 관통하고 부숴 버렸다. 주위가 온통 피바다로 변했다.
“주, 주최 측에서 도와주러 왔나 보다!”
“역시 부제독!”
“오션드레드가 시험에 등장하는 건 선 넘긴 했지.”
마침 부제독의 함선이 근처에 있었고, 부제독 아그라가 보낸 네크로맨서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모두가 살았다며 환호하는 가운데 크리스티나만이 흔들리는 동공으로 유리 미그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그녀가 침을 꿀꺽 삼켰다.
‘부제독이나 3군단의 힘이 아니야.’
터어어엉!
어느새 시몬의 눈앞에 목적지가 보인다.
바로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3군단의 배였다.
이내 데이모스가 힘차게 수면 위에 뛰어올랐고, 시몬은 그 상태로 무릎을 굽히고 뛰어올랐다.
타악.
두 다리를 처음으로 갑판에 내디딘 시몬이 허리를 펴고 삐뚤어진 안경을 추켜올렸다.
3군단의 선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환호했다.
-첫 번째 합격자. 301번 유리 미그일.
시몬이 후욱 숨을 내뱉으며 바다를 내려다보았다.
“가뿐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