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6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66화(1266/126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66화
쏴아아아아아!
바다를 가로지르며 은밀하게 이동하는 어선 한 척이 있었다.
겉보기엔 평범한 어선이었지만, 타고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험악한 얼굴과 패인 흉터, 팔과 목에는 무서운 형상의 문신이 새겨져 있고 날카롭게 갈린 칼과 도끼가 허리춤에 매달려 있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뱃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이,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요.”
이들 중에 유일하게 어부로 보이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남자가 눈을 굴리며 말했다.
“네 몫도 떼주겠다는데 왜 그래?”
그 말을 받은 건 회색 로브를 입은 사내였다.
다섯 손가락 모두에 반지를 낀 그의 손바닥 위로 칠흑이 일렁거리며 흘러나왔다. 그가 주먹을 꽉 쥐자 검은 물방울이 주위로 비산했다.
“이건 다시없을 일확천금의 비즈니스 찬스야.”
“하, 하지만 바다로 나왔다는 사실을 암흑연합 측에 들키기라도 하면……!”
쾅!
그 옆의 우락부락한 남자가 손에 든 도끼로 갑판을 내려쳤다. 어부가 흡! 소리를 내며 얼른 입을 다물었다.
회색 로브 남자가 웃는 얼굴로 타일렀다.
“겁주지 말라니까.”
“죄송합니다. 대장.”
악명 높은 인신매매 조직, 갤로우스 오더.
그리고 로브를 두른 남자는 조직의 리더이자, 고액의 현상금이 걸려 있는 네크로맨서인 베스퍼였다. 그가 고개를 기울여 어부를 바라보았다.
“바다는 자유로워. 감히 누가 우리를 체포하겠나.”
절그럭!
그가 손에 든 진주 목걸이를 들어 올렸다.
“어제 만난 ‘보물섬’에 다녀온 뱃놈들, 기억해? 그놈들이 그냥 넘어가 달라고 건네준 보물만 이 정도야. 우리가 보물섬에 들어가면 얼마나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
“그, 그건……!”
“아! 생각해 보니 아깝습니다. 보물을 나눠주니 넘어가긴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다 약탈해 버릴 걸 그랬습니다!”
“우리보다 배만 좀 작았으면 그렇게 했지!”
하하하하하하!
배에 탄 조직원들이 떠들썩하게 웃어댔다.
용병이나 정보길드는 물론 인신매매 업체나 밀매상 같은 온갖 범죄 조직들까지 바다에 나왔다. 그만큼 ‘보물섬’ 소식은 사람들이 하던 생업까지 중단하고 바다로 나오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베스퍼 대장!”
그때 도끼를 어깨에 짊어진 남자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배 한 척이 이리로 옵니다!”
쏴아아아아!
작은 돛단배가 물살을 가르며 이리로 오고 있었다.
그 배 위에는 남자와 여자, 단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쏴.”
베스퍼가 손에 든 목걸이를 부드럽게 만지며 말했다.
“예, 예? 하지만 저거 깃발이……!”
파란색 바탕에 세 개의 돛이 교차되어 있는 형태의 깃발.
틀림없는 3군단 선단의 깃발이었다.
“쏘라고.”
배 위가 어수선해졌다.
3군단 선단은 바다를 통제하는 그 유명한 제독의 직속 함대이며, 암흑연합의 바다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다.
대포 앞에 선 조직원이 망설였다.
“지, 진짜 쏩니까? 배는 작지만 저게 진짜 3군단의 깃발이라면 우리는……!”
<엑사니미스>
베스퍼가 거칠게 손을 휘두르자, 그렇게 되묻던 남자의 몸이 크게 꺾인 채로 날아가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더 말 안 한다.”
그가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결국 옆에 있던 다른 조직원이 포탄을 넣고 격발했다. 맹렬한 발포음과 함께 쏘아진 포탄이 정확히 다가오는 배로 날아갔다.
스으.
그때 배에 타고 있는 한 남자가 손을 들어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만으로 날아가는 포탄이 옆으로 살짝 비껴지더니 첨벙! 하고 애꿎은 바다에 떨어지고 말았다.
옆의 동료가 화를 냈다.
“멍청한 새끼, 이 거리에서 저거 하나 못 맞혀서……!”
“배에 실력 있는 네크로맨서가 타고 있다.”
베스퍼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마를 주욱 긁었다.
“사칭이 아니라 진짜 3군단 놈들인 모양인데, 준비해.”
그 말에 배가 분주해졌다. 다들 무기를 물고기 창고나 그물 틈으로 숨겼고, 무거운 무기는 바다에 빠뜨렸다.
이내 돛단배가 멈춰 서고, 배에 탄 두 명 중 남자가 그들의 배에 이선했다.
“3군단 소속의 유리 미그일입니다.”
피로에 찌든 공무원 같은 인상의 남자가 그렇게 말했다.
검은 머리에 삐딱한 안경, 피곤함에 절어 있는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잠시 선내를 조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리 미그일이라고 밝힌 남자가 고개를 돌려 포탄을 쏜 남자를 바라보았다.
“왜 쏘셨습니까.”
“아, 아이구 대단히 실례가 많았습니다! 나으리!”
그 남자가 손바닥을 비비적거리며 굽신거렸다.
“사실은…….”
“거 미안하게 됐소.”
베스퍼가 어깨를 으쓱하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파도 사이로 넘실거리는 게 보이길래 해양 몬스터인 줄 알고 내가 쏘라 시켰소. 어제 오늘 밤새도록 몬스터에 시달렸던지라. 용서해 주시오.”
“예 뭐, 그러십니까.”
별 관심 없다는 투로 툭 내뱉은 유리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항해증 보여주십시오.”
“아, 선장님은 여기. 나는 그냥 고용된 잡일꾼입니다.”
베스퍼가 옆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곳에 벌벌 떨고 있는 어부가 보였다.
유리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걸어가 어부가 내민 항해증을 확인하고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허가받은 건 어업뿐인데, 단순한 어업 종사자치고는 이상하군요.”
유리가 저벅저벅 한 남자를 지나친 뒤, 손을 들어 보였다.
어느새 유리의 손에는 단검이 들려 있었고, 남자가 당황한 얼굴로 제 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왜 어부분들이 도검류를 들고 다니십니까.”
베스퍼가 흐흐 웃었다.
“에이, 뭐. 요즘 바다에 해양 몬스터가 득실거리지 않습니까. 그것들 해체할려고 가져온 겁니다.”
“그런 것치곤.”
툭.
유리가 화포 위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화포도 있으시군요. 해상 지휘권을 가진 자가 이끄는 배가 아니라면 엄연히 금지된 장비입니다. 해양 몬스터나 대형 물고기를 잡기 위한 건 대형 작살류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포요? 글쎄요, 제 눈에는 안 보이는데요.”
“?”
<엑사니미스>
베스퍼가 손을 뻗어 저주를 날렸다. 화포가 그대로 붕 하고 날아가 바다에 풍덩 소리가 나게 빠졌다.
“내 눈에는 안 보인다고 새끼야.”
본색을 드러낸 베스퍼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저벅 저벅 다가와 유리를 위협하듯 내려다보았다.
“좋게 좋게 갑시다. 형씨. 왜 이리 빡빡하게 구실까.”
스릉!
챙!
배에 탄 다른 남자들도 하나둘 무기를 뽑기 시작했다. 어부는 벌벌 떨며 자리에 털썩 엉덩방아를 찧었다.
“지금까지 항해하면서 어선에 무기 든 새끼들 한두 번 본 게 아닌데, 왜 우리한테만 지랄이냐 이거야.”
콕콕.
베스퍼가 유리의 가슴을 찔러대며 인상을 팍 구겼다.
“그리고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요.”
베스퍼가 입꼬리를 쭉 올렸다.
“네놈들이 그렇게 물고 빠는 남부제독의 ‘아들’이다.”
휘이익!
예에에에에!
조직원들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팔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베스퍼도 더더욱 용기가 생긴 듯 부하들을 향해 팔을 한번 들어준 뒤 말을 이었다.
“나를 건드리면 아버지가…….”
하아아아아아-
갑자기 바다가 꺼져라 한숨을 푸욱 쉰 유리가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떡 진 머리를 박박 긁다가 이내 한심하단 표정으로 베스퍼를 노려보았다.
“야.”
“……야? 이 새끼가 지금 미쳤-”
“우리가 니들 같은 놈들을 몇 명이나 체포한 줄 알아?”
유리가 귀를 후비적거렸다.
“바다에선 궁지에 몰리면 개나 소나 내가 제독의 아들이오 하는 게 유행인가 봐. 아들이 너무 많아도 문제라니까.”
베스퍼가 격분한 얼굴로 손끝을 세웠다.
<엑사니미스>
저렇게 쪼그려 앉은 자세론 피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속전속결로 주력 저주를 발사한 것이었으나.
터엉!
놀랍게도 유리는 뒤로 몸을 굴려 저주를 피하고는 스스로 바다에 빠졌다. 저주는 애꿎은 갑판에 부딪혔다.
“하하하하! 멍청한 새끼!”
“지가 알아서 바다에 들어가는군! 이 틈에……!”
쿠구구구구구구구.
그런데 바다의 흐름이 심상치 않았다. 어선을 중심으로 파도가 비정상적인 크기로 일어나고 있었다.
유리의 파트너는 진작에 노를 움직여 배를 멀찍이 물린 뒤였다.
“서, 설마 이거……!”
<해산(海山)>
쏴아아아아아아아!
배 밑바닥에서 분수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파도가 솟아올라 배를 하늘 높이 밀어냈다. 선원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거나 난간을 붙잡았다.
“우와아아아악!”
이내 물줄기가 약해지며, 그대로 배가 낙하했다.
쿵! 소리와 함께 배가 바다에 떨어지며 무기를 드느라 제대로 난간을 못 잡았던 조직원들이 모조리 배에서 튕겨 나가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우와악!”
“헉!”
첨벙! 첨벙!
“여러분 전원 체포하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시몬이 다시 수면 위에서 얼굴을 내민 뒤, 배로 올라왔다.
그가 손을 휘젓자 아공간이 열리고, 뼈만 남은 해양 언데드가 튀어나와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선원들을 향해 나아갔다.
<본 아머>
딸칵! 딸칵!
그대로 그들을 본 아머로 구속해서 들어 올려 배에 내팽개쳤다.
“이 새끼!”
배 위에 떨어지지 않고 버틴 베스퍼가 시몬의 뒤통수를 노리고 단검을 휘둘렀으나.
퍼억!
어느새 뛰어든 여성이 발차기로 그의 머리를 걷어찬 뒤 갑판에 착지했다.
“나 잘했지? 유리.”
파트너인 로잘린 다르시아가 웃으며 말했다. 시몬이 혀를 차며 고개를 끄덕인 뒤 배 위로 올라가 덜덜 떨고 있는 어부에게 말했다.
“이제 사실대로 말해요. 저것들 나쁜 놈들이죠?”
누가 강자인지 머릿속에 입력된 어부가 그제야 울음을 터뜨리며 하소연했다.
증언도 무사히 확보했다.
* * *
쏴아아아아아.
바다에 평화가 찾아왔다.
시몬은 처음에 타고 온 배에 누워 있었고, 저항하다 눈이 퉁퉁 부은 조직원들이 노를 조심스럽게 저었다. 조직원들이 탄 어선도 뒤에 바짝 따라오고 있었는데 스켈레톤들이 장악해서 대신 배를 몰고 있었다.
나머지는 본 프리즌에 갇힌 채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한 채 눈만 굴리고 있었다.
안방처럼 누워서 책을 보고 있던 시몬이 입을 열었다.
“하나에 제독 아들 사칭은, 둘에 범죄다. 하나.”
“제독 아들 사칭으으으은-!”
사몬의 다리 아래에 엎드려 있던 베스퍼가 낑낑거리며 팔 힘으로 몸을 낮추고 있었다.
“둘.”
“범죄다!”
“반복.”
“제독 아들 사칭으으으은!”
시몬이 다시금 독서에 집중하고 있는데, 얼굴이 붉게 물든 로잘린이 옆으로 다가왔다.
“대단해, 유리. 예전과는 정말 딴판이야.”
그녀가 속닥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중에 우리-”
“거리를 유지해 줬으면 하는데, 로잘린.”
시몬이 냉랭하게 말했다. 그녀가 토라진 척 입술을 삐쭉였다.
“나는 네 약혼자거든!”
“지갑이 아니고?”
흠칫.
그녀가 어깨를 떨었다. 시몬은 시선을 주지 않은 채 태연히 말했다.
“그렇게 대놓고 말했으면서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어? 진짜 사람 취급을 안 했나 보네.”
그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가 더 말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자 시몬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정체를 안 들키는 게 우선이야. 그리 친해지고 싶은 자들도 아니고.’
그렇게 본선에 가까워지자, 하나둘 다른 신입 함장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시몬처럼 포획한 불법 선박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붙잡힌 이들 모두 보물섬의 보물을 쟁취하기 위해 불법으로 개조한 어선들을 몰고 바다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자! 자! 여기 제독의 아들이라고 주장하신 남자분 한 명 본선에 오르십니다요!”
“여기도 왕자님 한 분 추가요!”
어떤 얼간이가 소문을 냈는지, 3군단을 만나면 제독 아들이라고 말하라는 팁이 파다하게 퍼진 모양. 곳곳에서 왕자 후보들이 밧줄에 묶인 채 갑판에 나뒹굴고, 이미 배 내부의 감옥에는 자신을 제독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다들 하나같이 저항하다가 무력으로 제압당한 듯 얼굴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바다의 왕자님! 빨리 빨리 걸으시겠습니다!”
알리라 헌트가 자신이 체포한 남자의 엉덩이를 걷어차며 깔깔거렸다. 그가 알리라를 돌아보며 외쳤다.
“나 진짜 아버지가 라즌 맥밀런 남부제독이라고!”
“네, 네. 진짜 제독이 본선에 오시면 그때 확인해 주실 거예요.”
오늘 신입 함장들이 받은 임무는 불법 선박들의 체포.
지금의 바다는 무법 지대였고, 범죄자들을 수용할 곳이 더 없을 정도로 3군단의 감옥이 바글거렸다.
저들은 일반 어부들을 겁박해서 강제로 바다로 나가게 하는 건 물론, 바다에서 보물을 두고 다툰다. 보물을 얻지 못한 자들은 괜히 분노를 엄한 곳을 돌려서 평범한 상선이나 어선을 습격한다.
심지어 아예 해적화되어 어촌이나 부두를 급습해 약탈하기까지 했다. 3군단은 해야 할 일이 많아 바빴지만, 바다에 최소한의 질서도 잡지 않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다.
“신입 함장들은 이쪽으로 와라!”
부제독 아그라의 외침에, 불법 선박 체포 임무를 성공한 신입 함장들 모두가 모였다.
뒤이어 아그라가 말했다.
“벌써 2주의 훈련 기간이 다 끝나가는구나. 그동안 고생했다.”
“네!”
“이제 곧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핵심 임무에 대해서 알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오늘 제독이 본선에 들른다고 하니…….”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 바다가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 수평선을 바라보고는 씩 웃었다.
“마침 오셨군.”
시몬이 성큼 성큼 걸어서 배의 난간을 붙잡고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저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바다에서 기상천외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