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7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79화(1279/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79화
<함장 전체 소집 명령 – 제독 라즌 맥밀런>
<소집 목표 : 미스테리 킬>
드디어 때가 왔다.
3군단으로부터 소집 명령을 받은 시몬은 모든 준비를 마친 뒤, 31척의 정예 언데드 함선을 대동하여 집합지인 ‘루반항’으로 이동했다.
이번 ‘미스테리 킬’ 작전은, 남부 바다 각지에서 한 번에 밀고 내려와 언노운을 완전히 포위 섬멸하기 위한 작전이었기에 각기 출발 장소가 달랐다.
신입 함장들은 부제독 아그라가 이끄는 루반항에서 시작한다.
[배가 시원시원하게 잘 가네요! 군단장님!]본선인 녹티스호에 올라탄 에르제베트가 한마디 했다. 시몬도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정석 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이 정도 속도.
선체가 날렵하고 공학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었으며, 돛도 단순한 천이 아니라 최상위 망령이 깃들어 있어 바람이 없어도 망령의 힘으로 빠르게 배를 움직이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선체 아랫부분이 언데드로 이루어진 만큼 많은 사람이 탈 수는 없지만, 규모보다는 속도전에 더 역량을 집중한 함대라고 할 수 있었다.
“으음- 이번 전장에서 내가 도와줄 일은 별로 없겠네.”
최근에 새로운 육체를 얻은 헤르세바가 기지개를 쭉 켜며 한마디 했다.
“도무지 이 물비린내가 익숙해지지 않아. 필요하면 불러 꼬맹아. 난 아공간에 들어가 있을래.”
“알겠어. 아마 헤르세바도 금방 나설 차례가 있을 거야.”
쿵!
그때 프린스가 자기 몸보다 커다란 포대 자루를 가지고 와서 갑판에 내려놓았다. 시몬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프린스. 그건 뭐야?”
[바닷물에 조금 더 버티게 해준다는 흑마법의 가루! 바다에서 써보려고!]“아, 그게 이거구나.”
벤야 바닐라의 선물이었다. 언데드는 선천적으로 소금물에 약하지만 이 가루를 바르면 어느 정도 바다에서도 버틸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다 했다.
‘반드시 이기고 돌아가겠어.’
쏴아아아아아아!
이제 저 멀리 첫 번째 목적지인 루반항이 보인다.
* * *
루반항.
이곳은 항구 앞 정박지가 배들로 꽉 차 보일 정도로 무수한 함선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벌써 아그라가 이끄는 3군단의 선단 일부와, 다른 함장들의 함대가 정박한 채 마지막 정비를 진행 중이었다.
“많다, 많아.”
바다 위로 쫙 깔린 배들의 모습을 보며, 걸어가던 신규 함장들이 탄성을 흘렸다.
“……진짜 전쟁 직전의 분위기로군.”
각 선원들은 웃음기를 싹 빼고 마지막으로 화포를 닦거나 기관실을 점검하는 등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든 전력이 언노운을 치러 갈 것이다. 언노운이 얼마나 강하든, 이 정도라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들었다.
“잠은 충분히 자뒀나?”
저벅 저벅!
마침 부제독 아그라가 목제 의족을 움직이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미스테리 킬 작전을 위해 다른 바다에서 달려온 함장들도 있었다.
로타리오를 포함한 모든 신입 함장들이 각진 경례 자세를 취했고 아그라도 경례를 받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작전부. 아직 합류하지 않은 함대는?”
작전부 직원이 체크리스트를 펼쳐 들었다.
“마일러 드 샤르모 함장과, 오드레시아 함장, 그리고 유리 미그일 함장의 함대만 도착하면 됩니다”
“그래.”
기존의 함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새 함대를 만들고 있을 세 사람이 가장 늦는 건 당연했다.
“안 올지도 모르죠.”
한 함장이 미심쩍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육지 물을 뺀 지 한 달도 되지 않는 놈들이지 않습니까. 도망쳐도 그러려니 할 겁니다.”
“애초에 2~3주 안에 함대를 꾸린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어. 그래도 꾸득꾸득 3군단 선단에서 독립하겠다더니. 나 참.”
함장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불평을 늘어놓았다.
신규 함장들도 이제는 이런 문화가 익숙해서 그러려니 하고 있는 가운데.
“저길 봐!”
누군가 바다를 가리켰다.
쏴아아아아아아아!
수평선에서부터 대규모 함선들이 물살을 가르며 등장했다. 함장들이 고개를 쭉 빼 밀고 배에 걸린 깃발을 확인했다.
“샤르모 후작가의 함대야!”
“마일러구나!”
지켜보던 에스텔라 살롱의 로잘린이 헛웃음을 쳤다.
“역시 뒤꽁무니로 뭔가 준비하고 있을 줄 알았다니까.”
신규 함장인 마일러 드 샤르모가 속해 있는 샤르모 후작령은, 에스텔라강의 영지 중에서도 비교적 바다와 가까운 하류 지역 일대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히 후작은 이번 사태와는 별개로 바다와 수군 전력에 관심이 많았다.
마일러가 끌고 온 건 전체 함선으로 이루어진 무려 50척의 대함대.
결코 1, 2년 만들어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해상 지휘권이 없기에 아득바득 이를 갈며 전력을 갖추던 샤르모 후작가가 본격적으로 바다에 이름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바로 뒤따라 또 온다!”
“이번엔 오드레시아의 함대야!”
뒤이어 오드레시아가 속해 있는 마로트 선단의 함대 전력이 바다로 나왔다.
빨간색 깃발을 펼친 도합 20척의 함대.
시몬이 인수한 엘드릭 선단의 경우처럼 마로트 선단도 경쟁 선단에 밀리는 신세였지만, 오드레시아가 해상 지휘권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간 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전력을 추슬러 마침내 바다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샤르모 후작가의 말끔한 흰 함대에 비하면 배들이 오래되어 보였지만, 타고 있는 선원들은 경험 많은 백전노장이다. 경험으로는 훨씬 우위였다.
“이 녀석드을, 제법이잖아?”
아그라가 팔짱을 끼며 입가를 쭉 찢었다.
뒤에서 한마디씩 하던 다른 함장들도 입이 쏙 들어간 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기껏해야 본선과 호위함을 합쳐서 5~6척 정도로 생각했는데 무려 20척과 50척이라니. 기존의 함장들이 보유한 함대와 전혀 뒤처지지 않는 물량이었다.
“참! 마지막 함대는 누구였지?”
“유리 미그일입니다.”
배질 포트시가 조용히 답했다.
그는 유리에게 한바탕 탈탈 털리고, 외부 함장 자격을 빼앗긴 채 범죄자 함대를 이끌어야 할 신세가 되어 있었다.
“제가 앵커폴에 갔을 때만 해도 배는 한 척밖에 없었습니다. 또 자기 강함만 믿고 ‘1인 함대’ 어쩌고 하면서 한 척만 끌고 오겠죠.”
“또 시작이네.”
다른 신규 함장들이 숨죽여 낄낄댔다.
오한 선단에 붙었다가 탈탈 털려서 3군단에 돌아온 배질 포트시는, 아그라가 내린 벌을 받으며 엄청나게 고생한 걸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알리라! 너도 앵커폴에 가봤잖아!”
로잘린이 알리라 헌트의 팔꿈치를 툭툭 치며 말했다. 뭔가 앵커폴에 다녀온 뒤로 풀이 죽은 듯한 그녀가 음- 하고 시선을 피했다.
“함대를 보긴 했는데, 그게 진짜 유리의 함대인지는 잘 모르겠어.”
“에이, 그게 뭐야.”
“어, 저기 경쟁 붙었다!”
쏴아아아!
쏴아아아아아아!
마일러의 함대와 오드레시아의 함대가 서로 가속하며 빠르게 항구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함장들은 물론, 선원들까지 모두가 바다 앞으로 뛰어나와 환호했다.
“역시 마일러의 함대가 더 빨라!”
“아니지! 파도와 바람을 타고 있는 오드레시아 쪽이 더 능숙해!”
두 함대가 물을 튀기며 경쟁했다.
한쪽은 선체의 스펙이 우수했고, 다른 한쪽은 경험과 팀워크가 좋았다. 각자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바로 그때.
“왔다! 가장 뒤에 새로운 함대야!”
갑자기 최후방에서 마지막 함대가 등장했다.
새까만 돛, 새까만 선체. 그리고 깃발.
“검은 함대!”
“멋지다!”
검은 함대 30척이 그림자처럼 쇄도하여 바닷물을 가르며 등장했다.
마치 빙판에 미끄러지듯 물 위를 부드럽게 나아가는 모습이 신비로워 보였다.
갑자기 등장한 후발 경쟁자에 마일러의 함대와 오드레시아의 함대가 검은 함대를 따돌리기 위해 속도를 더 높였지만.
펄럭 펄럭!
쏴아아아아아아!
검은 함대의 속도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고속이동에 특화된 함대답게 물과 바람을 거스르듯 경이로운 속도로 질주했다.
이내 순식간에 검은 함대가 두 함대의 중앙을 파고들자 지켜보던 이들이 놀라움과 흥분으로 손뼉을 쳤다.
“오오!”
“따라잡았다!”
뱃사람들에게는 이보다 흥미로운 이벤트는 없었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자신이 응원하는 함대의 이름을 연호했다.
“다른 두 함대도 쉽게 지지 않는데? 본함이 앞으로 나왔다!”
선두에서 마일러가 탄 본함과, 오드레시아가 탄 본함이 마정석 엔진까지 작동시키며 앞으로 나왔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고, 이제 항구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두 배가 함대의 선두를 지키며 승리를 위해 질주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는 광경이 펼쳐졌다. 바닷물을 가르며, 선체의 일부가 잠겨 있던 함선 하나가 물기둥을 일으키며 솟구쳐 올랐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잠수 기능?”
“어떻게 한 거야!”
“우와아아아아! 빨라! 빨라!”
시몬 함대의 본함, 녹티스호.
다른 두 본선이 바짝 뒤쫓았지만, 녹티스호는 바다 위에 검은 궤적을 남기며 가공할 만한 속도로 전면으로 쏘아져 나갔다. 마치 이 배만 바다 위가 아니라 공중에서 나아가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결국.
“유리 미그일의 승리다! 검은 함대가 이겼다!”
“나이스!”
가장 먼저 항구에 도착한 건 시몬의 녹티스호였다. 시몬은 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으며, 조타석 쪽으로 엄지를 척 세워 보였다.
“갑작스러운 지시였는데, 고집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을!”
본선 운전을 맡은 전 선단주 네이프가 엄지를 세우며 화답했다.
그 또한 경영자이기 전에 항해증이 있는 항해사였다.
“속도전은 뱃사람들의 자존심이죠! 아주 잘하셨습니다!”
배를 조종하고 있던 검은 함대의 선원들도 각자 밖으로 나오며 손뼉을 치고 환호했다. 얼떨결에 사기를 제대로 올려 버렸다.
조금 뒤에 들어오던 마일러가 아쉬운 표정으로 왁자지껄한 시몬의 배 위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 * *
배를 정박하고, 시몬이 갑판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몇 층 높이였지만 가뿐히 바닥에 착지한 시몬이 성큼성큼 걸어와 부제독 앞에 서서 경례 자세를 취했다.
“유리 미그일과 엘드릭 선단 함대 31척. 소집에 응했습니다.”
부제독 아그라가 입꼬리를 살짝 떨었다.
‘……이젠 뭐, 정체를 숨길 생각도 없구만.’
그녀는 시몬의 정체를 눈치채고 있었지만, 다른 함장들은 여전히 잘 모르거나 긴가민가한 눈치였기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
짝짝짝!
다들 환호하는 가운데, 멀찍이서 크리스티나가 웃는 얼굴로 손뼉을 쳐주고 있었다. 시몬의 비밀을 알고 난 뒤에는 확실히 편안함을 되찾아서인지 얼굴색이 나아졌다.
시몬도 그녀에게 가볍게 고개를 까닥하고 인사했다.
“…….”
반면 로잘린은 시몬과 크리스티나를 번갈아 보며 수상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일러 드 샤르모와 샤르모 함대 50척. 소집에 응했습니다.”
펄럭!
뒤이어 본인의 본선에서 내려온 마일러 드 샤르모가 부제독 아그라에게 경례한 뒤 시몬을 바라보았다.
“……다음엔 지지 않아.”
늘 여유롭던 마일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의 여유는 본인이 최고라는 믿음에 근거한 것. 그의 믿음이 시몬에게 연달아 깨져가는 중이니 표정이 좋을 리 없었던 것이다.
시몬은 어깨를 으쓱했다.
“오드레시아와 마로트 선단 함대 20척. 소집에 응했습니다.”
뒤이어 오드레시아도 다가와 경례했다. 그녀 또한 많은 이들이 환호해 주었다.
“자, 모두 모였으니 함장들은 전체 주목!”
부제독 아그라가 목소리를 높였다.
“충분히 여독을 푼 뒤에 오늘 저녁부터 출항한다. 목표는 당연히 언노운의 출몰 장소.”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최고 속도로 주파해서 이틀 안에 목적지에 도달한다. 제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 * *
그날 저녁.
쏴아아아아아아아아!
3군단 선단을 중심으로 한 대함대 전력이 항구에서 출항 준비를 했다. 배에서 하나둘 배들이 닻을 올리거나 돛을 잡아당겼다.
신규 함장들은 배로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서로를 격려해 주고 있었다. 시몬도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유리.”
껄끄러운 현 약혼자인 로잘린 다르시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몬은 금방 들뜬 가슴을 가라앉히고 피곤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왜.”
“이거 받아봐.”
그녀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통신 수정구를 내밀었다.
“아버님, 아니, 미그일 변경백 경의 통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