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82)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2화(1282/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2화
콰콰콰콰콰콰콰!
아그라가 이끄는 연합 함대와, 이끼로 뒤덮인 죽음의 함대가 격돌하며 전열이 뒤엉키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함대를 지휘하던 신규 함장, 마일러 드 샤르모는 굳은 표정으로 전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해.’
엄밀히 말해 병력 규모는 이쪽이 더 많고, 배의 크기도 이쪽이 더 크다.
반면 상대는 보물섬에 들어가서 빠져나오지 못한 인간들이 변질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커다란 함선은 몇 척 없다.
문제는 저 이상한 검은 이끼들로 뒤덮인 함선들이다. 속도가 빠르고, 내구력이 뛰어나 화포 공격이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이거 잘 안 잘려!”
“머리가 터져도 1분간은 움직인다! 조심해!”
저 배에 타고 있는 이끼 낀 인간들도 마찬가지. 검으로도 쉽게 벨 수 없었다.
즉, 저들은 접근 이후 선상 전투에 최적화되어 있다.
‘이대로 싸우는 건 불리하다. 우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어.’
마일러가 고개를 들었다.
‘거리를 벌려야 해.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원인은?’
길이 막혀 있다.
처음부터 정면은 뚫고 가기엔 적의 배가 너무 많았다. 그렇기에 아그라는 기동전을 위해 뱃머리를 살짝 왼쪽으로 돌려서 우회하려 했지만, 죽음의 함대 몇 척이 들이닥쳐 그 우회로를 틀어막아 버렸다.
그 상태 그대로 진형이 고착화되어 버리고 만 것. 원인을 파악한 마일러가 즉시 통신 수정구를 작동시켰다.
“전면에 파이튼 선단! 그대로 돌파해! 앞의 배에 신경 쓰지 말고 선체의 힘으로 밀어붙여!”
진격이 지체되고 있다. 앞에 있는 파이튼 선단이 힘으로 뚫고 나가야 다른 배들도 뒤따르는데 고작 10척도 안 되는 배에 막혀 있는 것이다.
“상대해 주지 마! 그냥 앞으로 밀고 가라고!”
마일러가 답답한 듯 외쳤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아군은 완전히 혼란에 공포에 빠져 버렸고, 눈앞의 적을 처치하는 데 급급했다.
어떻게든 여길 빠져나가서 사거리와 규모의 이점을 살린 전투를 해야 하건만, 정면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측면도 다른 죽음의 함대들이 연이어 아군 진형에 틀어박은 뒤 백병전을 유도하고 있다. 마치 움직이지 못하도록 못을 박는 것만 같다.
이렇게 되면 언노운과 만나기 전에 너무 큰 전력이 소모될 것이다.
‘왜 다들 이 그림을 못 보는 거지? 이 전투의 본질은 몬스터전이 아니라 함대전이라고!’
마일러는 답답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아그라 부제독은 직접 전투 중이라 그렇다 쳐도, 내가 보는 걸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야? 다른 함장들은! 몇 주간 3군단에서 같이 공부한 동기들은! 누구라도……!’
쿠우우웅!
이제는 마일러가 타고 있는 함선조차도 흔들렸다.
그가 고작 10척의 적에 막혀 있는 파이튼 선단 쪽을 보며 절망하고 있는 가운데.
“?!”
바로 그 10척의 적선들 뒤로, 새까만 돛의 배들이 매끄럽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저건 설마!’
아군의 배였다.
유리 미그일로 분장한 시몬이 지휘하는 검은 함대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마일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본진이 전부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최속을 자랑하는 검은 함대가 옆으로 빠져나와 적의 뒤를 잡은 것이다.
덜컹!
덜컹!
포문이 일제히 열리고.
[사격 개시.]시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투콰아앙!
투콰앙!
30척 남짓의 검은 함대가 일제 포격을 시작한다. 배수구를 막은 찌꺼기를 뚫어내듯, 아군의 길을 통째로 틀어막고 있던 함대 10척을 후방에서 순식간에 박살 내 버렸다.
“오오오오!”
“길이 열렸다!”
그제야 파이튼 선단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이튼 선단을 지휘하던 함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이다! 전진!”
쏴아아아아!
파이튼 선단의 함선들이 적선의 잔해를 밀어내며 돌파했다.
“청파류 사용자는 전부 바다로 나가! 다른 배들이 넘어갈 수 있도록 잔해를 치워라!”
기다렸다는 듯 배에서 뛰어내린 청파류 사용자들이 결을 잡고 몸을 회전했다.
<파천(波遷)>
쏴아아아아아!
큼지막한 파도가 연달아 일어나 무너진 배의 잔해들을 치웠다. 드디어 선두의 파이튼 선단이 꽉 막혀 있던 진형을 뚫고 넓은 바다로 빠져나왔다.
“파이튼 선단을 따르라!”
“이동해!”
쏴아아아아!
쏴아아아!
다른 모든 배들이 그 뒤를 따른다. 포위망을 빠져나온 배들이 넓게 흩어져 포격 자세를 취한다.
목표는 아군 진형의 측면으로 파고들려는 적선들.
“쏴라!”
투콰앙!
투쾅!
옆구리에 못처럼 박혀 있던 적선이 포격에 무너져 내리고, 청파류 사용자들이 뛰어내려 그 잔해를 치우고 길을 연다.
비로소 꽉 막혀 있던 진형이 자유로워진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마일러가 숨을 헐떡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역시 유리는 내 생각을 따라 주…… 응?’
하지만 시몬은 마일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아군을 구해낸 검은 함대가 이미 빙 둘러가서 적진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었다.
‘언제 저기까지?’
가히 가공할 만한 속도.
검은 함대가 해류의 흐름을 포착한 뒤, 언데드 엔진의 힘으로 빠르게 적진의 내부를 파고든 것이다.
덜컹! 덜컹!
포문이 다시 열렸고, 이번에는 선두의 적의 등을 공격해 치명타를 가하려 했다.
‘무모해! 저기서 쏘면 아군도 맞잖아!’
그러나.
마침 아군에는 그 무모한 전략을 완벽하게 받쳐줄 지휘관도 있었다.
“잘했다! 유리!”
부제독 아그라가 타락한 로크랜드 함장이 휘두르는 창을 피하며, 의족으로 그의 가슴을 꿰뚫었다.
푸욱!
의족 자체가 아그라의 무기였다. 그녀가 흑마법으로 의족을 작동시키자 꽝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내부에서 일어난 폭발로 로크랜드 함장이 갈기갈기 찢어져 버렸다. 적수를 쓰러뜨린 아그라가 확성 수정구를 들고 지시했다.
“선두의 3군단은 들어라! 내 신호에 맞춰 완전 정지하라!”
그녀가 목소리를 높였다.
“정지!”
그러자 혼란에 빠진 3군단 본선의 배들이 바다 위가 아니라 육지 위인 것처럼 일제히 멈춰 섰다. 암흑 항해술에서, 초대형 몬스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돛을 이용해 배를 일시적으로 완전히 멈추게 하는 기법.
그리고.
“나이스.”
투콰아아아앙!
투콰아아앙!
포문의 방향을 확정한 검은 함대가 핀포인트 포격을 개시한다. 적선 앞에 바로 아군선이 있음에도 정확히 적선만을 노리는 포격.
단 한 발의 포탄도 아군선에 맞지 않았다.
적선이 포격을 받아 배에 구멍이 뚫리고, 타락자들이 바다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타락자들은 헤엄을 잘 치지 못하는지 수면에서 허우적거리기 바빴다.
“유리 미그일! 최고의 활약이었다! 이제 전군! 넓은 바다로 나간다!”
연합 함대의 함선들이 비로소 하나둘 흩어져 새로운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다.
‘굉장하다……!’
마일러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이런 지휘 능력에 이런 결단력이라니.
‘유리, 정말 네가 맞는 거냐?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아군을 두 차례 구해낸 검은 함대는 포격을 가한 뒤 바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본선인 녹티스호에 있는 에르제베트가 외쳤다.
[다들 숙이시와요.]투쾅! 투콰아아앙!
사방에서 이끼 낀 바위를 연상케 하는 적의 포탄이 쏟아지고 있었다. 선원들 모두 자리에 바짝 엎드렸다.
쐐애애액!
쐐애애애애액!
바로 머리 위로 포탄이 쌩쌩 지나간다. 다행히도 명중률은 형편없었고 무엇보다 검은 함대의 기동이 더 빨랐다.
“계속 가!”
시몬이 지시를 내렸다. 몇 발은 선체에 맞기도 했지만 아직은 찰과상 정도였다.
배에 타고 있는 에이션트 언데드들의 활약도 이어졌다. 에르제베트가 거미줄을 조종해서 포탄을 중간에 절단했고, 프린스가 펀치로 충격파를 일으켜 허공의 포탄을 연달아 터뜨렸다.
터엉!
터엉 텅!
각 배의 갑판에 몇 마리씩 타고 있는 백귀들이 마코의 청소 도구를 휘둘러 포탄을 튕겨내 상대에게 돌려주었으며.
쏴아아아아아!
하늘에서는 헤르세바가 황금 모래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포탄을 집어삼켜 버렸다.
콰아아아아앙!
물론 바다라는 전장에서 가장 활약하고 있는 건 역시 메탈 라미아였다. 그녀가 가까이 오는 적의 함선에 구멍을 내거나 꼬리로 휘감아 바다에 빠뜨리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스릉!
특히 검신처럼 뻗은 두 지느러미에 코랄을 일으킨 채 쇄도하자, 죽음의 함대들이 쩍쩍 갈라지는 모습은 경이로울 정도였다.
시몬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아니, 다들 너무 잘하는데?”
이게 바로 7군단의 저력.
바다 운운했던 제독에게 보여주고 싶을 정도였다.
-대, 대단합니다!
-우리 엘드릭 선단이 여기까지 왔다!
배에 타고 있는 운전이나 기능을 맡은 엘드릭 선원들의 사기도 백배 천배였다.
꾸우우웅!
잘한다고 말하기 무섭게 포탄 하나가 틀어박혀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 시몬의 사념으로부터 강한 고통이 전달되었다.
[즉각 회복 개시.]갑판 위로, 시몬 모양의 고블린 폼을 한 알라제의 분신이 꿈틀꿈틀 일어나 시몬을 노려보았다.
[극도의 통증. 이번 전투의 대가로 연구비를 크게 인상할 것.]“무, 물론이야. 알라제.”
사실 이번 해전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알라제였다.
언데드 함대를 만들고, 메탈 라미아를 만드는 등 기반을 닦아주었으니까.
“내가 갈게! 꼬맹아.”
물이 차기 시작하자 헤르세바가 얼른 황금화를 사용해 임시 벽을 펼치고, 알라제는 구멍 난 부위에 빠르게 언데드 살점을 채워 넣었다. 수복도 빠른 편이었다.
‘자, 그럼.’
포격을 장전 중인지 포격이 멈추자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상대의 움직임과 흐름.
전선을 둘러 한 차례 빙 통과하니, 적진이 마구잡이로 꼬여 있다.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반응이 빨라.’
서로 다른 구성, 규모, 인원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군대가 하나의 지휘체계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지능이 낮은 적이라면 멍청하게 뒤쫓아오거나, 아니면 길을 미리 틀어막거나 해야 하는데, 적절하게 기다리기도 하는 모습.
이게 뜻하는 바는 하나.
‘지휘관이 있어.’
바로 그 지휘관이 보물섬의 원인이자, 이번 일의 원흉일 것이다.
딸칵!
딸칵!
시몬의 몸에 빠르게 피어의 뼈들이 달라붙으며 ‘피온 모드’로 변한다. 그가 오른손을 머리 위로 치켜들자 파멸의 대검이 척! 소리가 나게 붙잡힌다.
[여기 있는 거지?]시몬의 얼굴로부터 피어의 투구가 덮인다.
검푸른 안광이 번뜩이며 흘러나왔다.
[구원자.]촤아아아아아아!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두르자 날아오던 포탄들이 일제히 갈라지는 동시에 멀리 떨어진 배들이 두 동강 났다.
동시에 검격이 지나간 자리로 거대한 파도가 일어났다. 파도에 휘말린 배들이 서로 부딪히고 박살 났다.
처억!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채 눈을 부리부리하게 뜨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함장님! 항로를 선정해 주십시오! 본대 쪽으로 돌아갈까요?
[…….]네이프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시몬은 통신 수정구를 들고 말했다.
[한 바퀴 더 돌겠습니다.]-예, 예?
본질을 알았다.
이 분홍색 안개. 감염된 아군들.
기이하고 공포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했지만, 그 뒤에 수작질을 부리는 자가 있다면 두려울 게 없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귓가에 들리는 노랫소리.
시몬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현으로. 적진을 한번 크게 돌면서 내부에서부터 완전히 휘젓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