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86)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6화(1286/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6화
쿠구구구구구구구구구!
이미 이전에 한 세계를 무너뜨린 존재.
언노운.
두 다리는 바다 깊숙이 잠겨 있고, 수면 위로 드러난 상반신은 형언할 수 없이 거대했다. 어두운 밤하늘에 희미한 윤곽만이 드러나고, 까마득한 위로 눈동자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안광처럼 번쩍일 뿐.
-크읍!
-헙……!
통신 수정구 너머로 터져 나오는 숨 막히는 신음들. 누구나 각오는 했지만, 막상 실제로 마주하니 느끼는 기분이 완전히 달랐다.
-저게 X발 대체 뭐야?
상상하던 것 그 이상의 존재.
전율한다.
선원들이 자랑스러워하던 이 함선조차, 저 존재에 비하면 작디작은 나무 부스러기에 불과해 보였다. 이런 부스러기를 타고 저것과 싸워야 한다는 행위 자체가 무모하게 느껴졌다.
쿵.
파르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전의가 꺾인다.
의지가 증발한다.
감히 고개를 들어 그것을 볼 수조차 없다.
모두의 의욕이 정면으로 꺾이고 있는 순간.
-놈이다.
착 가라앉은 음성이 귀를 타고 흐른다.
놈.
간단히 그 존재를 얕잡아 부르는 건 다름 아닌 바다의 군단장, 라즌 맥밀런이었다.
-낯짝 두껍게 남의 바다에서 잘도 뺀질거리며 쿵쿵 걸어 다니는구나. 아장거리는 꼴이 아기만도 못하다.
큭.
푸훗.
곳곳에서 억누른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뱃사람들이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남의 해역에 왔으면 다리 하나 분질러서 보내야지!
웃음소리가 함성으로 변하고, 그 함성에 전의가 깃든다. 공포도 전염되듯, 용기 또한 전염되었다.
지독한 두려움을 뱃사람 특유의 걸걸한 욕지거리와 환호로 뒤덮는다.
이내 라즌 맥밀런이 말한다.
-전함 출격. 놈에게 우리의 바다에 온 대가를 치르게 해라.
콰콰콰콰콰콰!
880척의 모든 배들이 일제히 바람을 타고 고속 전진한다.
-으아아아아아!
-가자 가자 가자 가자!
통신 수정구의 음성에 귀가 먹먹해져서 다 들리지 않을 정도. 파도와 비바람 소리를 능가하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제정신을 놓아버리든 자기 뇌에 최면을 걸든 해야 이 미친 짓에서 버틸 수 있었다.
-죽으러 가자!
누군가의 그 외침에 시몬도 입꼬리를 쭉 올리며 파멸의 대검의 손잡이를 손이 으스러져라 쥐었다.
‘피가 끓는다.’
폭풍우가 쏟아지는 밤바다를 가르며, 모두와 함께 두 발로 바다를 걸어가는 괴물을 향해 무작정 돌진한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낭만이었다.
[크흐흐! 기분을 내는 것도 좋지만 늘 냉정을 유지해라 소년!]‘그럼요 피어!’
시몬이 후으읍 숨을 내쉬며 눈을 빛냈다.
조금 더 가면 언노운이 아군 함대의 포격 거리에 들어온다. 거기서 조금만 더 가면 시몬 자신이 언노운에 닿는다.
‘조금만 더 가까이……!’
이 함대가 자신을 언노운에게 데려다주길 믿어야 했다.
그러나.
휘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크윽! 배가 밀려간다!
갑자기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언노운 쪽으로부터 반대 방향으로 불어닥치는 맹렬한 비바람.
그뿐만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해일이 연달아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 해일에는 눈을 번뜩이고 있는 수천, 수만 마리의 해양 몬스터들이 보인다. 한동안 보기 힘들었던 해양 몬스터들이 전부 눈을 번뜩이며 들이닥치고 있었다.
“온다아아아!”
“해일과 몬스터에 대비해! 전부 뚫어버리고 언노운에게 가자!”
모두가 바쁘게 움직였다.
“돛을 접어라!”
“간이 돛만 펼쳐서 좌현 방향으로!”
펄럭! 펄럭!
“들어간 닻을 중간 위치로 내려라!”
“해일에 뒤집히지 않게 조절해라!”
카가가가가각!
시몬이 지금까지 배웠던 모든 암흑 항해술의 진가가 보이기 시작한다. 전면의 3군단이 앞장섰고, 나머지 배들도 최대한의 조치를 취한다.
이내 해일이 부딪힌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배들이 크게 들썩인다. 무너지고 뒤집히는 배들이 속출한다.
“해양 몬스터다!”
콰악!
콱!
몬스터들이 이빨이나 몸으로 배를 강타하거나, 심지어 갑판 위로 뛰어올라 선원을 물고 바다로 다시 들어가는 종류도 있었다.
“막아라!”
“버텨!”
적지 않은 배들이 가라앉으며 피해를 입었다. 그렇게 힘겹게 한 차례 해일을 버텨냈지만, 함대 전체가 크게 뒤로 물러나야 했다.
“몇 겹이나 있는 거야!”
쏴아아아아아아아아!
해양 몬스터들이 바글거리는 해일이 끝도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폭풍우도 너무 거세서 마정석 엔진의 힘만으로 역풍과 해일을 버티는 건 불가능했다.
“큭!”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해일을 베어낸 보람도 없이, 다음 해일이 계속 밀려들고 있었다.
‘이게 뭔데!’
배가 앞으로 가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
‘놈이 도망친다!’
언노운은 다가오는 배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함대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시몬이 확성 수정구를 들고 다급히 외쳤다.
“언노운이 도망칩니다! 따라잡아야 해요!”
-불가능하다고! 보면 몰라?
시몬이 필사적으로 해일을 베어 넘기고, 모든 함대가 파도와 역풍을 버티고 있었지만 제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도 한계다.
그사이 언노운은 유유히 멀어진다. 시몬이 언노운을 보며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상대해 주지도 않는 건가!’
눈앞에 적이 있는데 싸울 수가 없다.
언노운도 이 정도 함대의 집결이 사실상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시몬 스스로 헤엄치기에는 바다가 너무 방대하고 거리도 너무 멀다. 비행 수단을 활용하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함선도 버티지 못하는 이 비바람을 비행 언데드가 뚫고 갈 리 만무하다.
‘이렇게 눈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이토록 짙은 무력감을 느낀 건 오랜만이었다.
구원자가 있으면 때려눕혔다.
신적 존재가 나오면 베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배를 붙잡고 버티는 것만이, 해일을 베면서 조금이라도 함대를 편하게 해주는 것만이 시몬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방법, 방법! 방법이 뭐가 있지? 어떻게든……!’
-머리 굴리는 소리가 내가 있는 곳까지 들린다. 풋내기.
그때 한 음성이 귓가에 꽂혔다.
제독의 목소리였다.
-네놈 혼자 싸우는 게 아니다. 신호를 줄 때까지 잠자코 있어라.
그렇게 말한 뒤.
3군단장, 제독의 절대명령이 떨어진다.
[타이달러스. 시작해라.]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
3군단의 본선, 유령 거북이의 머리와 지느러미, 꼬리가 튀어나오며 에이션트 언데드 타이달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의 지느러미가 바다에 닿는 순간, 타이달러스의 칠흑이 바다에 방대한 범위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시몬은 그게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함장 자격시험에서 봤던!’
물의 흐름을 유도하여 가만히 떠 있어도 사람들을 떠밀리게 만들던 그 하늘색 물길.
그것이 전 함대를 뒤덮고, 검은 바다 한가운데 새로운 길을 열었다.
그 길의 끝에는 언노운이 있었다.
[살고 싶다면 꽉 잡아라.]덥석!
터업!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둥을 붙잡는 등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저 멀리 다른 배에 오드레시아가 기둥을 꼭 끌어안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
전신이 앞으로 홱 쏠리는 느낌과 함께, 모든 배들이 일순 발사된 포탄처럼 하늘색 물살을 타고 쏘아져 나갔다.
“우와아아아악!”
“와하하!”
압도적인 속도감.
뺨이 흐물렁거리며 혀가 꼬인다.
너무 빨라서 뭐라 말할 틈도 없었다. 쏟아지는 몬스터의 해일을 모조리 제치며 타이달러스의 하늘색 바닷길이 움직인다.
‘크으.’
이내 시몬이 파르르 떨리는 다리의 진동을 느끼며 눈을 뜨니.
“!”
시야가 바뀌었다.
순식간에 언노운이 걸어가는 방향 전면에 880여 척의 함대 모두가 와 있었던 것이다. 저 우글거리는 해양 몬스터 해일을 한 번에 따돌리는 것에 더해, 전 함대가 언노운의 진행 방향보다 먼저 와서 기다리는 형국이 되었다.
제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체 포격 준비.
철컥! 철컥!
쿠우웅!
기다렸다는 듯 880여 척의 모든 함선이 포문을 열어젖히는 소리가 대륙에 존재하는 그 어떤 소리보다 웅장했다.
-포문의 각도를 올려잡고, 하늘을 쏘듯이 조준해라. 무조건 가장 먼 거리를 맞힐 수 있는 사양으로 맞춰라.
끼기기기기기긱!
시몬의 녹티스호와, 검은 함대도 포격을 준비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근질거리는 네크로맨서 놈들아, 기다려라. 아직 네놈들이 나설 때가 아니다.
고고고고고고고!
배들이 포격을 준비하고 언노운이 다가오길 기다린다.
해양 몬스터들이 방향을 돌려 몰려들지만, 타이달러스가 지느러미를 움직여, 전면에 강력한 해류가 흐르는 하늘색 길을 몇 겹이고 만들었다.
해양 몬스터들이 그것을 뚫지 못하고 우회하느라 공격해 오는 시간이 지체됐다.
이 모든 게 제독의 계산 아래.
-지금부터는 인간의 시간이다.
언노운은 여전히 인간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바다를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이내 제독이 말한다.
-쏴라.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앙!
투콰아아아아아앙!
전 함대가 일제 포격을 가하기 시작한다.
‘크윽!’
시몬을 비롯한 모두가 귀를 틀어막았다.
수천 문의 포대가 동시에 불을 뿜고 이로 인한 거대한 압력과 폭음을 견디기 버거울 정도였다. 함대의 진동이 바다로 퍼져 나가 새로운 해일을 일으킨다.
‘세상에.’
거대한 언노운의 몸에 연달아 검은 연기가 일어나며 그의 몸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됐다.
-2포.
제독의 당연하다는 듯한 음성이 들렸다.
-쏴라.
이어지는 포격.
제독이 묵묵히 명했다.
-5포 쏴라.
-6포 준비. 쏴라.
지켜보던 시몬이 침을 꿀꺽 삼켰다.
제독이 첫 지휘관 회의 때 말했던 정보가 떠올랐다.
-언노운은 강체다.
-강체요?
-특정 부위를 베거나 찢을 수 없이 모든 육체의 내구도가 공유된다는 뜻이다. 그런 강체를 공략할 방법은 하나.
그가 손을 세웠다.
-충격이다.
투콰아아앙!
퍼어어어어어어엉!
점점 더 많은 화약과 연기로 언노운의 몸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되어간다.
-제독! 후방으로 해양 몬스터들이 넘어왔습니다!
-후군 40척은 후방 전개.
그 말을 기다렸다는 제독이 태연히 말했고, 40척의 함선이 열을 지어 펼쳐져 함대의 후방을 가로막았다.
-소환수를 꺼내 몬스터의 접근을 막아라.
그리고 후군에 탄 네크로맨서들이 아공간을 열고 자신의 해양 언데드를 콸콸 쏟아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후군에 배속된 네크로맨서들 대부분이 소환술사였던 것.
‘대단하네.’
시몬도 소환술사로서 저쪽 전장에서도 활약하고 싶었지만, 언노운의 저지가 더 급선무였다.
대신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에게 맡겼다.
“에르제, 헤르세바. 후군으로 가서 힘을 실어줘.”
[알겠사와요!]“조심해! 꼬맹아!”
두 대장급 언데드가 떠나고 시몬은 다시 전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벌써 제독의 명령은 20포에 다다랐고, 곳곳에 포탄 전량을 소모했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모두가 조금은 희망 어린 눈으로 전면을 보았지만.
고고고고고고!
여전히 언노운은 상처 하나 없었다.
“괴, 괴물 같은 놈!”
“절뚝이는 티라도 내줬으면!”
그러나 제독의 당연하다는 듯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다음이다.
그 태연한 목소리에 모두가 정신적으로 안심했다.
바다에서 제독의 권위는 절대적.
다음이 있다.
제독은 이후 포격 명령부터는 부제독 아그라에게 위임한 뒤 새로운 명령을 내렸다.
-청파류에 자신 있는 놈들 전원, 바다로 튀어나와라.
어느새.
앞바다가 타이달러스의 하늘색 빛으로 뭉실거리고 있었다. 타이달러스가 지느러미로 결을 잡고 흔들고 있었고, 해일이 점점 언덕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가자! 가자!”
“뛰어나와!”
청파류 사용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각자의 배에서 뛰어나와 하늘색 해일 위에 내려왔다. 근질거렸던 시몬도 피어의 본 아머를 잠시 벗어두고 그쪽으로 뛰어내렸다.
“언노운에게 한 방 먹여주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전이라 그런지 사기 백배였다.
“안녕하세요 군단장님.”
크리스티나가 속삭이듯 말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옆에는 흠흠 헛기침을 하며 꾸벅 고개를 숙이는 마일러도 있었다.
“……오셨네요.”
오드레시아도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청파류 사용자 대부분이 올라왔다.
“다들 왔나.”
터엉.
어느새 제독도 직접 하늘색 해일 위로 올라왔다. 모두가 환호하며 제독을 맞이했다.
동료들에게 인사하며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시몬을 발견하고는 또 인상을 팍 구겼다.
“네놈도 왔나. 벌써 힘 빼지 마라, 풋내기. 언노운전은 장기전이란 말이다.”
시몬이 허리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청파 몇 번 쓰는 걸로 안 지쳐요. 제독이야말로 나이도 있으신데 무리하지 마시죠.”
하하하하하하!
그 말을 들은 3군단 본선 출신의 선원 몇몇이 세상 유쾌하게 환호성을 터뜨렸다. 시몬에게 하이파이브를 요청하는 선원도 있었다.
제독이 똥 씹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건 준비 단계의 일환일 뿐이다. 그래도 피어를 놓고 온 걸 보니 생각은 있군.”
“그럼요.”
그렇게 말한 제독이 등을 돌려 여전히 걷고 있는 언노운을 바라보았다.
그가 무릎을 굽혀 하늘색 파도에 손을 얹었다.
“전원 준비해라.”
모두가 자세를 취했다.
시몬도 자세를 낮추며 눈을 슬쩍 굴렸다. 드디어 옆에서 볼 차례였다.
제독의 청파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