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8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9화(1289/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89화
쏴아아아아아아!
모든 연합 함대의 함선들이 멀찍이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군단장 시몬 폴렌티아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의 지시는 단 하나.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언노운의 시선을 끌어라.]모두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 사이, 후방에서 몰려드는 해양 몬스터들을 막고 있는 진영의 최후방.
“…….”
마일러 드 샤르모는 턱을 짚은 채 가만히 고민에 빠져 있었다.
‘시몬 군단장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어. 언노운이 그를 주목하고 있으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을 테니, 우리가 시선을 분산시켜야 하는 거겠지.’
시몬이 명령을 내린 이유에 대해 고찰을 마친 그가 고개를 퍼뜩 들었다.
이제 자신은 함장이 아니라 일개 선원으로 강등됐고, 샤르모 함대를 이끌 수 없다. 단독 작전이든 뭐든 해야 했다.
‘도움이 필요해.’
마침 그의 시선이, 최후방에서 싸우는 헤르세바에게로 향했다.
모래와 황금으로 만든 요새로 배들을 연결한 채 해양 몬스터들을 막아내는 모습. 그녀의 지시를 따르는 미라 언데드들이 수면 아래에서 바글거리는 몬스터들을 붕대로 휘감아 차례차례 물 밖으로 끄집어내 쓰러뜨렸다.
모래와 황금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저 강대한 힘.
“그쪽의 레이디!”
마일러가 급히 헤르세바에게 뛰어가며 외쳤다. 황금의 창으로 수면 위로 날아오른 상어 몬스터의 목을 꿰뚫은 그녀가 뒤를 돌아보았다.
“뭐야, 바쁜데.”
마일러는 헤르세바의 몸을 빠르게 위아래로 훑은 뒤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7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되십니까.”
“보면 몰라? 내가 인간으로 보여?”
“지금 바로 저와 함께 가주십시오!”
헤르세바가 퉁명스럽게 웃었다.
“내가 빠지면 후방이 무너질 텐데? 그리고 군단장도 아닌 자가 감히 나한테 명령을 할 권한이 있다고 생각해?”
“명령이 아니라 부탁입니다!”
왜 노력하지 않냐. 왜 나를 따르지 않냐. 하고 강압적으로 주위를 이끌던 마일러는 이제 없었다.
그가 간절하게 말했다.
“이게 시몬 군단장을 돕는 최선의 길입니다!”
마일러가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계획을 설명했고, 잠시 고민하던 헤르세바가 결국 동의했다.
다소 독단적이지만 과감한 행동력 또한 마일러의 장점.
‘시몬 군단장이 나와 생각이 같다면!’
* * *
쏴아아아아아아!
마일러는 마정석 엔진이 달린 작은 배 한 척에 헤르세바를 태운 채, 망망대해로 나아가고 있었다.
마일러가 향하는 곳은 언노운의 후방이었다.
“나부랭이! 이렇게 멀리까지 가야 하는 거 확실해?”
“확실합니다!”
곳곳에서 다른 함선들이 포탄을 쏘며 언노운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하지만 포탄이 비바람 때문에 닿지 않는다. 언노운이 일으키는 검은 청파에 아군 전력만 희생당할 뿐이다.
마일러는 배를 움직여 언노운의 후방까지 도달한 뒤, 헤르세바에게 말했다.
“능력의 전개를 최대치로 부탁드립니다!”
“알았어!”
헤르세바가 눈을 감았다.
그녀는 사막 여왕으로서, 옐로우랜드와 무수한 사막 문명을 떠올리며 감정을 끌어올렸다.
<게하임>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다 한복판에 방대한 양의 모래가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그것이 굳어지며 황금 요새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크기. 그리고 요새의 중앙에는 금방이라도 뭔가를 발사할 것 같은 포대를 형성했다.
쿠구구구!
등 뒤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눈치챈 언노운이 마침내 뒤를 응시했다.
그리고 연합 함대를 향해 날리고 있던 검은 청파를 황금 요새 쪽으로 보냈다.
콰콰콰콰콰!
가히 압도적인 화력. 황금으로 이루어진 요새가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큭! 진짜 이렇게 하는 거 맞냐고! 나부랭이!”
“맞습니다!”
그리고.
맞은편에 녹티스호에 타고 있던 시몬이 씩 웃었다.
“나이스 어시스트.”
터엉!
시몬이 아공간에서 바위만 한 마정석 덩어리를 꺼내더니 하늘 높이 던졌다. 그리고 새로운 전용 아공간을 열어젖혔다.
콰아아아아아!
허공이 찢어지는 효과와 함께, 그 안에서 뼈만 남은 거대한 드래곤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방구석 본 드래곤, 미르미즈였다.
[이번에는 계약금이 꽤 크구나! 애송아!]그녀가 입을 벌려 낼름 마정석 덩어리를 집어삼켰다. 꿀떡하고 그 거대한 것이 목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게 보였다.
동시에 그녀가 목을 한 차례 털면서 입을 쩍 벌리자 맹렬한 검푸른색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드래곤 브레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몬이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긴 사거리와 범위를 가진 화력 공격.
바로 미르미즈의 드래곤 브레스였다.
헤르세바의 황금 요새를 공격하고 있던 언노운이 급히 몸을 돌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악!
미르미즈의 화력이 언노운을 덮친다. 모든 것을 태워 버릴 만한 압도적인 화력이었지만, 치명타는 입히지 못한다.
언노운의 몸은 바다로 이루어져 있기에 화염 공격인 미르미즈의 공격은 상성상 불리하기 때문.
거기에 언노운이 검은 청파를 끌어 올려 미르미즈의 공격을 점점 더 쉽게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헤르세바도, 미르미즈도 눈속임!’
진짜는 바닷속에 있다.
‘라미아!’
쏴아아아아아아아!
언노운의 측면에서, 이번엔 수면 위로 메탈 라미아가 섬뜩한 입을 쩍 벌린 채 나타났다.
메탈 라미아는 한 세계의 기술이 집약된, ‘코랄’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언데드였다.
<코랄 주포>
투콰아아아아아아악!
강렬한 보라색 섬광이 메탈 라미아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미 미즈미즈의 브레스를 받아내고 있던 언노운이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후콰아아아아아아악!
코랄 광선이 언노운을 스치고 지나갔다. 언노운의 옆구리에서 지글거리는 불길이 일며, 그 일대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사이 미르미즈의 브레스 또한 제대로 적중했는지 언노운의 몸 일부가 비쩍 그을리고 메마른 형태가 되었다. 타격이 컸는지 언노운이 발을 헛디디며 한 차례 균형을 잡는 모습이 보인다.
‘드디어 발을 뗐구나, 언노운.’
시몬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이걸로 보험은 들었다.
언노운이 세 방향에서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집중하는 사이 비바람이 걷혔고, 시몬은 곧바로 비행형 언데드인 스컬윙을 꺼냈다.
<본 아머>
이어서 스컬윙을 본 아머 상태로 만들어 입은 시몬이, 칠흑 날개를 펼치고 바다 위를 빠르게 날기 시작했다.
[더 높이!]시몬이 절대명령으로 스컬윙의 고도를 더욱 높였다.
쏴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이를 따라잡듯, 전면에 검은 바다가 벽처럼 솟아올랐다. 시몬이 다급히 멈춰 섰다.
‘언노운인가!’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려 했지만 측면과 후면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바다벽이 일어났다.
하는 수 없이 시몬은 그것을 뛰어넘을 생각으로 고도를 더 높였지만.
쿠구구구구구!
이번엔 위에서부터 거대한 물의 벽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큭!”
피할 틈도 없이 방대한 양의 급류에 휘말리고 말았다. 급히 두 다리에 칠흑을 불어넣은 채 수면 위에 발을 내딛는 것으로 바다에 빠지는 건 막았다.
덥석! 덥석!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수면 위에서 검은 해초가 올라와 시몬의 두 다리를 붙잡았다. 보물섬에서 겪었던 상황과 비슷했다.
그렇게 움직임이 막힌 사이, 이번엔 사방에서 파도가 솟아올라 창끝처럼 시몬을 향해 다가왔다.
촤악!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해초를 베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팔까지 해초에 휘감겨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그사이 다량의 물이 시몬을 압사시킬 기세로 다가왔다.
‘이건 위험한……!’
“아그라가 말하지 않더냐.”
스릉!
갑자기 언노운이 조종하던 바다가 긴 금을 그으며 갈라졌다.
“바다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활용하는 것이라고.”
쏴아아아아아아!
언노운이 조종하던 모든 파도가 거짓말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붕괴되었다.
시몬이 멍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한 남자가 푹 젖은 머리로 물방울을 떨어뜨리며 모습을 드러낸 채 닻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제독! 아……!”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상체 절반이 언노운의 발에 짓눌려 움푹 들어가 있었고, 한쪽 팔은 아예 움직이지도 못하는 듯 납작하게 변해 축 늘어져 있었다.
저 정도면 최소 쇼크 상태이거나 장기가 손상되었을 텐데, 멀쩡하게 한 손으로 닻을 쥐고 있는 모습은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뭘 그런 눈으로 보나.”
제독이 그렇게 말하며 언노운을 응시했다.
“이번이 아홉 번째 패배라고 봐도 되겠군. 하지만 끝내 내가 살아남았으니, 승리는 목전에 이르렀다.”
‘……하하.’
시몬이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저런 몸으로 아직도 저런 말이 나온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타이달러스와의 연결이 끊겼길래 어떻게 되신 줄 알았습니다.”
“의식은 잃지 않았다.”
제독이 고개를 돌렸다.
“놈의 발바닥 아래에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느라 다른 에이션트 언데드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을 뿐이다.”
“해야 할 일이요?”
“그래. 언노운의 힘은 결국 그가 장악한 바다에서 나온다.”
처음에 애를 먹었던 언노운의 ‘강체’도, 결국 체내에 머금고 있는 바다를 활용해 타격을 흡수하는 원리였다.
그러나 언노운은 계속되는 인류의 공격에 결국 몸에 있는 바다, 즉 자신이 장악한 바닷물을 방출하여 주위의 바다를 오염시킨 것이다.
이것으로 인류는 청파류를 잃게됐고, 언노운은 바다를 독점한 채 검은 청파를 사용하는 게 가능해졌다. 방어에서 공격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사실 이번 패배는 이미 경험해 봤다.”
“네?”
“그 패배로 최후의 힌트를 얻었고 공략법도 세워두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오는군.”
시몬도 급히 제독이 보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언노운이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이상현상.
대륙에 침수 피해를 일으키던 그 높고 각진 해일이 아군 함선이 있는 방향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의 각진 해일과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제도오오오옥!]해일의 중앙에 거대한 물고기 얼굴이 박혀 있었다.
[가지고 왔어! 이 해일 맞지?]3군단의 에이션트 언데드. 바르고스.
바르고스는 해류를 통제하거나 빼앗는 능력을 가진 어인족 언데드다. 그리고 이번엔 언노운이 일으킨 각진 해일의 흐름을 빼앗아 이곳으로 끌고 온 것이다.
콰콰콰콰콰콰!
검은 바다가 아닌 보통의 푸른 바다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놈에게 상기시키겠다.”
제독이 모자를 추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이 바다가 누구의 것인지.”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해일에 대비해라!
푸른 해일이 검은 바다를 뒤덮으며 다가왔다. 그것은 검은 바다에 섞이지 않고 아래로 내리누르며, 잔잔히 모든 것을 뒤덮었다.
“준비됐나.”
제독이 무릎을 굽히고 푸른 바다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푸른 바다 전체가 끓는 냄비처럼 요동치기 시작했다.
“최강의 청파를 보여주마.”
언노운을 압도할 준비를 마친 제독이 손을 천천히 끌어 올리자, 푸른 바다 전역에서 물기둥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진짜.’
시몬은 아직도 감탄할 게 남아 있다는 생각에 몸을 한 차례 떨었다.
수천 마리의 용의 형상이 바다에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