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9)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화
전쟁이 시작됐다.
과거 제국의 소드마스터이자, 현 에이션트 언데드. ‘마누스’가 이끄는 스켈레톤 병력이 프린스의 저택으로 밀려들고 있었다.
데스랜드를 주름잡았던 프린스의 좀비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앞선 피어와의 전투에서 피해가 큰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쿵! 쿵! 쿵! 쿵!
마누스 측에서 새로운 언데드 개체를 선두에 낸 것이다.
하비에르의 걸작품인 ‘미트골렘’. 다리는 짧고 몸통은 오뚝이처럼 불룩했으며, 그 위에 작은 머리가 달려 있었다.
무엇보다 전신이 튼튼하면서도 탄력 있는 생체껍질로 뒤덮여 있다는 게 특징이었다.
-어어어어어!
-으어어어!
그리고 좀비들의 이빨과 손톱은 이 생체껍질에 전혀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할퀴어도 벅벅 긁히는 소리만 날 뿐, 미트골렘들은 좀비들을 짓밟고 다니면서 긴 팔을 휘둘러 댔다. 밀집해 있는 좀비들이 스윙 한 번에 열 마리가 장난감처럼 날아다녔다.
미트골렘의 수는 총 16기. 이 정도 숫자의 대형 몬스터들이 최전면에서 밀어붙이고 있으니, 좀비만으로는 상대가 될 리가 만무했다.
[……제기랄!]프린스는 저택에서 이를 갈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저 개조된 미트골렘은, 다른 기능은 모두 간소화하고 껍질 강화에 치중했다. 사실상 좀비만을 상대하기 위해 태어난 언데드 개체였다.
누구의 작품인진 모르겠지만 짜증이 치밀었다.
-그어어어어.
[나도 알아!]좀비의 말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프린스가 성큼성큼 걸어가 왕좌에 앉아 있는 자신의 본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말라비틀어진 시체였고, 시체의 머리에는 왕관이 씌워있었다.
프린스도 왕관을 쓰고 있었지만 이건 단지 능력으로 만들어낸 모조품일 뿐, 본체가 쓰고 있는 왕관은 진짜임을 증명하듯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절대로 왕관은 넘길 수 없어.’
프린스가 부하 좀비들을 돌아보았다.
[이제 곧 시몬이 올 거야. 놈이 오면 사슬로 꽁꽁 묶어서 지하감옥에 처박아 놔. 그 여자가 인질로 잡혀 있는 줄 아니까 섣부른 짓은 못할 거야.]-어어어어어어.
달칵.
프린스가 창문을 열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본체를 한번 바라본 다음, 저택 밖으로 몸을 날렸다.
* * *
스으.
마누스가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만족스러웠다. 머릿수에서는 아군이 밀리지만, 좀비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미트골렘이 있는 이상 전황은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좀비의 공격성은 여전히 위협적이군.’
실제로, 좀비 떼가 미트골렘과 미트골렘 사이의 간격을 비집고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마누스는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가며 허리춤에 찬 검을 붙잡았다.
스릉!
마누스의 검이 뽑히는 동시에, 검격이 적진을 일자로 갈랐다.
단지 그것만으로 끝. 소름 끼치는 파육음과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르고 좀비들의 몸이 허리가 절단된 채 풀썩풀썩 쓰러졌다.
짝짝짝!
“크, 역시! 역시!”
“대단합니다! 마누스 경!”
마누스의 뒤에서 하비에르의 부하 두 명이 열심히 손뼉을 치며 아부를 떨고 있었다.
[전쟁이 시작됐거늘, 하비에르는 어디에 있소?]“조금 사소한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도 금방 돌아오실 겁니다!”
[흠.]썩 마음에 드는 인간은 아니었으나, 하비에르의 수완만큼은 마누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미트골렘의 개발은 물론, 프린스의 결계를 통과하는 방법을 알아낸 것도 하비에르였다. 특히 저택을 침공하는 시점 자체도 좋았다.
프린스가 어수선한 틈을 정확히 노렸다.
덥석!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하비에르가 두 부하들의 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마누스가 인상을 구겼다.
[그게 무슨 꼴이오? 하비에르.]하비에르는 온몸이 미라처럼 비틀어져 있었다. 그는 조용히 주문을 외웠다.
손바닥의 마법진이 발동되자, 부하들이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며 발버둥 쳤다. 이내 두 사람의 몸이 점점 미라처럼 비틀어져 가는 대신, 하비에르는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끄윽! 후, 살 것 같군.”
하비에르가 손에 힘을 풀자 두 개의 미라가 털썩털썩 바닥에 떨어졌다.
[굳이 모든 생명력을 빨아들일 필요가 있었소? 부하들이지 않소.]마누스가 못마땅한 투로 물었다.
“원래 이럴 생각으로 월급 주면서 데리고 다녔네.”
그가 손에 든 지팡이로 바닥을 내려치자, 두 남자의 살갗이 갈라지고 그 안에서 스켈레톤이 튀어나왔다.
하비에르는 당연하다는 듯 아공간을 열고 스켈레톤들을 회수했다.
[흠.]같은 언데드인 마누스가 봐도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늦어서 미안하네. 이상한 놈에게 방해받아서 말일세.”
하비에르가 툭툭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말했다.
[아무래도 좋소. 지금부터는 전쟁에 집중해 주시오.]“어련하겠나. 전황은 어떻지?”
[우리가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가고 있소.]프린스의 본체는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좀비 왕자는 저택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터, 좀비들을 밀어내고 저택에 진입하면 그들의 승리였다.
“물론 좀비 왕자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는 없을 터인데.”
하비에르가 눈을 가늘게 뜨며 전장을 살피다가 말했다.
“흘흘, 오는구먼!”
* * *
프린스가 전장에 도착했다.
전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그의 목표는 정해져 있었다.
일반 좀비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미트골렘. 무조건 저것들을 다 처치해야 승산이 있었다.
[크아압!]프린스는 돌진하는 속도 그대도 달려가 전면에 보이는 미트골렘의 복부를 향해 주먹을 꽂아 넣었다.
꾸우우우웅!
주먹을 중심으로 맞은 부위가 움푹 들어가며 미트골렘의 배가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충격 흡수?’
쩍!
이어지는 미트골렘의 반격을 몸으로 받아냈다. 아프진 않았지만 프린스의 얼굴에 강한 노기가 어렸다.
[근본도 없는 누더기 따위가!]그는 즉각 공략 방향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미트골렘의 몸통을 타고 올라가 놈의 머리를 노렸다. 즉시 두 다리로 머리를 강하게 붙잡은 다음 옆으로 뒤틀었다.
우드득!
목이 꺾이는 소리가 나며 미트골렘이 고통스러운 괴성을 토해냈다. 프린스가 주먹을 번쩍 들어 올렸다.
퍼억! 쩍! 으적! 퍽!
무차별적인 난타에 미트골렘의 안면이 피범벅이 된 채 일그러졌다. 이내 거대한 몸뚱이가 크게 기우뚱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지금이야.]프린스가 좀비들에게 돌진 명령을 내렸다.
-어어어어어어어!
-케에에에!
미트골렘에 꽉 막혀 있던 좀비 떼가 드디어 막힌 댐이 뚫리듯 우르르르르 빠져나가 마누스의 스켈레톤 본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전황에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다음.’
앞으로 남은 미트골렘 15기.
정신이 아득해질 만큼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프린스는 두 번째 미트골렘을 향해 뛰어갔다. 이번에도 공격을 피해 머리가 있는 곳까지 올라왔다.
‘빨리 끝내주마.’
그가 주먹을 번쩍 치켜드는 그때.
스릉.
검이 휘둘러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프린스는 갑자기 시야가 높게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눈동자를 굴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좀비들과 미트골렘들이 뒤엉킨 전장이 보였고, 무엇보다 미트골렘에 올라타 있는 자신의 몸뚱이가 보였다.
그 몸뚱이엔 목이 없었다.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며 그의 시야가 반전했다.
프린스가 눈을 뜬 곳은 저택 안이었다. 그는 본체로 돌아와 있었다.
‘뭐야? 방금 뭐에 당한 거야?’
에이션트 언데드 프린스의 능력.
그는 재생 가능한 최대 아홉 개의 ‘목숨’을 가졌다. 휴식에 집중하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방금, 이 중요한 목숨이 너무나 허무하게 날아갔다.
‘망할!’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야 했다.
프린스가 창밖을 응시하더니, 전장의 좀비 중 한 마리를 자신으로 만들었다.
콰르릉!
새까만 칠흑이 벼락처럼 떨어져 좀비의 몸을 휩싸더니, 이내 프린스로 바뀌었다. 빠르게 전장에 복귀한 그가 고개를 들었다.
미트골렘이 보였고, 아까 ‘자신의 몸’이었던 그 좀비의 몸뚱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떨어진 위치.
딸칵.
검을 검집에 집어넣고 있는, 붉은 꽃문양이 패턴처럼 그려진 천 옷을 몸에 두른 스켈레톤이 보였다.
바로 그놈이었다.
[마누스!!]프린스가 격분하며 뛰어들었다. 마누스도 그를 발견하고는 검 손잡이를 붙잡고 자세를 낮추었다.
‘괜찮아.’
놈은 나를 베지 못한다.
아까는 방심했고 칠흑으로 몸을 두르지 않아서 당했을 뿐이다.
마누스의 검격이 날아오는 동시에 프린스가 두 팔을 앞으로 세우는 방어 자세를 취했다.
촤아아아악!
[……!]팔에 커다란 검상이 생기며 뿜어져 나오는 검은 피 분수.
상처가 깊다. 칠흑으로 팔을 강화했는데도 하마터면 팔이 그대로 떨어져 나갈 뻔했다.
[놀랐소?]마누스가 검을 내리그은 자세로 입을 열었다.
[수십 년 전의 전투에서는 그대를 베지 못했지. 그때의 패배를 겪은 이후, 나는 많은 생각을 바꾸었소.] [너……!]마누스의 검신이 칠흑으로 새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옛 검술에 집착하는 것을 그만두었고, 칠흑으로 오러를 흉내 내려는 것을 그만두었소. 인정했소. 칠흑이 오러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나는 칠흑의 힘으로 검의 절삭력을 극도로 강화하는 데 집중했소. 그 성과가 지금 그대가 입은 상처지.]마누스의 눈이 번쩍였다.
[나는 이제, 그대를 벨 수 있소.] [목숨 하나 깎은 정도로 기어오르지 마! 쓰레기!!]마누스가 검을 휘두르자 프린스는 다시 한번 팔을 앞세우는 가드 자세를 취했다.
스릉.
그런데 이번에는 왼팔의 팔뚝 쪽에 실선이 생기더니 툭 떨어졌다.
[크아아아아!]팔 한쪽을 잃었지만 프린스는 돌진을 멈추지 않았다.
마누스가 다시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프린스가 그의 맨손으로 검을 붙드는 게 빨랐다. 손에 피가 철철 흘렀지만 프린스는 검을 자신 쪽으로 당기며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주먹이 나갈 리가 없었다.
왼손은 방금의 공격으로 텅 비어 있었으니까, 타 개체의 몸을 이용하는 능력의 특성상 프린스가 자주 겪는 혼란이었다.
[그대의 전술은 수십 년 전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군.] [이 새끼!]프린스가 입을 쩍 벌리며 이빨로 마누스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커흑!]그런데 이번에는 온몸에 힘이 거짓말처럼 빠졌다. 프린스가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등 뒤로 피로 그린 듯한 붉은 마법진이 있었고 장미 한 송이가 프린스의 몸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있었다.
“자네의 몸은 강력한 저주 면역을 보유하고 있지.”
뒤를 돌아본 프린스의 동공이 커졌다.
“그래서 혈류계 기술을 연마해 봤는데, 아주 성공적이군.”
[하비에르!! 날 배신한 거냐!]“배신이라, 처음부터 그대의 편인 적이 없었다네. 우리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였을 뿐이지 않은가.”
하비에르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장미의 크기가 점점 커지는 동시에 프린스의 몸에는 힘이 빠져나갔다.
[하비에르!!!]프린스가 약해지자, 마누스가 붙잡힌 검을 힘으로 빼냈다. 그의 손가락이 뭉텅이로 잘려 나갔다.
[이걸로.]마누스의 검격이 다시 한번 프린스의 목을 그었다.
[일곱 번 남았군.]프린스의 세상이 흐릿해지며 시야가 반전되었다. 정신을 차리니 다시 저택의 본체로 돌아와 있었다.
‘망할! 망할! 망할!’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프린스는 이번엔 바로 전장으로 향하지 않고, 본체를 지키고 있던 근처의 좀비에 강림했다. 다시 회색빛뿐이던 시야에 색깔이 돌아왔다.
‘망할!!’
일곱 번 남았다고?
사실은 여섯 번이다.
그 군단 놈들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한번 허무하게 날려 버린 게 뼈아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두 놈을 피해 미트골렘들을 전부 부술 수 있을까?
여섯 개의 목숨을 다 쓰더라도?
-으어어어어.
그때 한 좀비가 프린스에게 다가와 보고 했다. 프린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침입자? 내가 방금 마누스를 상대하고 왔는데 뭔 소리야? 열 받아 죽겠는데 자꾸……!]콰아아앙!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방의 문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박살 났다.
문 너머로 쭉 뻗은 사람의 다리가 보였다.
저벅. 저벅.
자욱한 먼지 속에서 등장하는 남자의 모습에, 프린스의 눈이 충혈되듯 붉게 물들었다.
“세상사가 힘들어도 인상 좀 펴. 프린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지금처럼 어울리는 때가 어디 있을까.
피어의 본 아머를 입은 시몬이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크윽……!]“프린스.”
시몬이 삐딱한 미소를 흘리며 대검을 겨누었다.
“너 지금까지 목숨 몇 개나 남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