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93)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3화(1293/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3화
학생들이 취업 평가를 끝내고 로크섬에 복귀하는 시간은 제각각 다르다.
문제는 복귀하자마자 졸업 논문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 키젠에서는 전통적으로 마지막 학기가 아닌, 3학년 1학기에 졸업 논문을 작성하고 심사까지 치른다.
즉, 취업 평가를 빨리 끝내고 복귀해야 졸업 논문도 빨리 작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복귀가 다소 늦었지만 시몬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메탈 라미아를 기반으로, ‘신에너지 코랄을 활용한 언데드’라는 주제의 논문을 쓰려는 것.
코랄은 대륙이 아닌 화이트랜드의 자원이다. 많은 학자들이 이를 궁금해하고 있을 때, 현직 학생회장이 코랄을 주제로 한 신논문을 작성한다면 학계와 관련 업계 모두에서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상당히 영리한 판단이었다.
-회장이 밖에서 새로운 언데드 시현을 한다던데? 그걸로 논문을 쓴대.
-진짜?
임무에서 복귀한 시몬이 논문 준비를 시작한다는 말에, 작업 중이던 소환학과 3학년들이 호기심을 느끼고 우르르 기숙사에서 뛰쳐나왔다.
어느새 기숙사 앞 공터에 꽤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리고 시몬은 한 언데드를 아공간에서 꺼낸 채 준비하고 있었다.
“와우!”
“머, 멋진데?”
매끈한 은색 비늘로 뒤덮인 뱀과도 같은 언데드가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금속과 언데드를 조합한 ‘메탈 언데드’는 네크로맨서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유니크한 존재였다.
“준비해, 라미아.”
-삐유웅!
어린 라미아가 폴짝거리며 금속의 뱀 안으로 들어갔다. 이내 작동을 시작한 메탈 라미아가 전원이 켜지듯 눈에 불빛이 들어오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여긴 주위가 조금 복잡하니까, 조금만 장소를 옆으로 옮기자.”
-빼우우!
쿵!
그런데 이동 지시를 들은 메탈 라미아가 바닥에 엎어지더니, 지렁이처럼 제자리에서 꿈틀꿈틀하며 기어가기 시작했다.
시몬은 뒤늦게 아차 싶었다.
‘헤엄 속도를 높이는 데만 집중했더니…….’
현재의 메탈 라미아는 지상 보행 능력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를 조종하는 것도 어린 라미아니, 땅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것이다.
‘라미아한테 보행법을 가르쳐야겠어. 그때까지 지상에서 쓰는 건 자제하자.’
시몬이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우와아아!
갑자기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뭐야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이유가 있는 거겠지?”
그때 옆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내부에서 발산할 에너지를 제어하기 위한 동작으로 보인다. 전문 용어로 ‘트위스팅’이라고 부르는 건데, 쉽게 말하면 특정 동작을 통해 뱀 계열 언데드 내부의 자재들을 뒤섞는 거지.”
그걸 들은 시몬이 땀을 삐질 흘렸다.
‘그냥 기어가는 것뿐이야.’
어쨌거나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은 메탈 라미아가 입을 벌렸다. 가장 강력한 코랄 주포는 기숙사 옆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위험하니 위력을 감소시킨 신기술을 사용해 보고 싶었다.
“시작해!”
시몬의 외침에, 메탈 라미아가 입에서 보라색 구체를 쏘아보냈다.
그것은 평범한 속도로 앞으로 날아가다가 일순 구체가 해체되며 커다란 링과 같은 형체로 번져 나갔다.
그 보라색 링에 부딪힌 나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오오오오오-!
학생들이 그 위력에 놀라며 환호했고, 시몬도 깃펜을 움직여 최대 사정거리와 범위 등을 노트에 기록했다.
다소 특이한 지면에 둥그렇게 파인 자국들. 동기들이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왔다.
“멋지다! 회장!”
“한 발 더 쏘면 안 돼?”
동기들의 재촉에 시몬이 무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미안하지만 자원을 아껴야 해서. 오늘 시연은 여기까지 할게.”
“아쉽다!”
“그래도 재밌었어!”
구경하던 학생들도 자극이 됐는지, 얼른 자신들의 졸업 논문을 보강하겠다며 하나둘 흩어졌다. 시몬도 데이터 기록을 마무리했다.
‘주포의 형태에 비해 아직까지는 투사체의 사거리가 아쉽네. 조금 더 제어를 잘할 수 있도록 훈련해 봐야겠다.’
“시몬.”
그때 구경꾼들 사이에 있던 피츠제럴드가 다가왔다. 시몬도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 피츠제럴드! 임무 잘 다녀왔어?”
“그래.”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추켜올렸다. 시몬도 유리로 분장하면서 그의 동작을 많이 참고해서 따라 했는데, 역시 원본의 자연스러운 동작은 모방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시몬의 시선이 피츠제럴드의 어깨에 찬 완장으로 향했다.
“완장 잘 어울리네! 새로운 총과대.”
헥토르가 초심과 근원을 되찾겠다며 소환학과 총학과대표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현재는 피츠제럴드가 완장을 착용했다. 실력만능주의인 키젠에서 전체 15위인 그가 총대표가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피츠제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임시직일 뿐, 2학기가 되면 총과대 직은 바뀔 거다. 그보다…….”
피츠제럴드가 메탈 라미아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다시 고개를 되돌려 시몬을 보았다.
“정말로 졸업 논문 주제를 코랄 언데드로 정할 생각인가?”
“응.”
“같은 네크로맨서로서는 기대가 되지만, 친구로서 보기에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군.”
“왜?”
피츠제럴드가 복잡 미묘한 얼굴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다.
“쓰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될 거다.”
* * *
시몬이 본격적으로 졸업 논문 작성에 착수했다.
3군단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메탈 라미아의 훈련을 진행했고, 논문에 사용할 데이터와 초안도 미리 준비해 두었다. 이제 논문을 쓰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끙.’
코랄 주포 발사의 원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시몬은 메탈 라미아의 개발자인 알라제를 불러서 코랄을 입에서 발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발사 전 내부 소화액 발생. 체내에 형성된 분발세포 L1과, 미리 C1과 C3을 결합해 둔 U1을 추가 결합. 체내에서 화학반응. 이 화학반응을 포대로 분출.]“잠깐, 잠깐! 소화액 발생 이후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그런 세포가 있다고?”
[알라제. 방금 전에 명명한 세포명. 기존엔 존재하지 않는 이름.]알라제의 설명을 시몬이 최대한 논문에 쓸 수 있도록 분석하고 정리하는 데만 한나절이 걸렸다.
알라제 역시 자신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 설명하는 것 자체가 피로한 듯 보였다.
“잠깐 알라제. 이게 무슨 뜻이야? 소화액을 불카리움에 섞는다는 건데, 소화액의 구성 성분에 대해서는…….”
[모름.]“그걸 네가 모르면 안 되지 않아? 네 몸이잖아.”
시몬을 닮은 고블린의 모습을 한 알라제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다면 군단장. 군단장은 음식물 섭취 시 음식의 성분이 정확히 무엇과 섞이고, 어떤 장기로 어떤 영양이 가는지. 몸 내부의 모든 과정을 추적하고 이해하고 있나?]시몬은 뒤늦게 머리에 망치를 한 대 맞은 기분을 느꼈다.
‘그렇구나.’
알라제에겐 이론이 없었다.
알라제는 연구자가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생체 언데드 기술자다. 어보미네이션 특유의 몸을 이용해 수천 수만 번의 실험과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정교한 언데드를 만들어내는 것뿐이지, 제작에 대한 구성 원리를 확고하게 이해하고 있진 않았다.
이렇게 하니 좋은 언데드가 나오고, 저렇게 하니 이런 화학반응이 일어난다는 걸 경험과 실험으로 인지하고 있을 뿐.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깊은 고찰은 없었던 것이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어.’
시몬이 털썩 벽에 등을 기댔다.
졸업 논문은 학술적이어야 하고, 남에게 설명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언데드 코랄 주포는 오직 알라제만이 제작 가능한, 그리고 7군단만이 운용 가능한 무기였다.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따라 할 수 없는 것을 논문으로 설명해 봐야, 학술적인 고찰 없이는 우리는 이런 무기를 쓸 수 있다고 자랑하는 내용에 불과할 것이다. 이론적 깊이가 요구되는 졸업 논문으로 쓰기에는 부적절했다.
‘이래서 피츠제럴드가 어려운 길이라고 했구나.’
알라제를 탓할 부분은 아니었다. 이건 졸업 논문을 처음 써보는 시몬의 시행착오였다.
초조해진 시몬이 깃펜 끝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지금이라도 주제를 바꿔야 하나?’
제일 먼저 후보로 생각나는 건 베히모스 전함. 하지만 베히모스 전함은 아마 소환학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 졸업 논문 주제일 것이고 필연적으로 겹칠 것이다. 게다가 그 핵심은 시몬만이 가지고 있는 ‘친위대’의 힘인데, 이 부분도 학술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시몬이 소유한 신성 면역 데스나이트도 마찬가지. 결국 신성 면역 부분은 이미 논문에 있는 내용이고, 무엇보다 성녀의 힘이 근간이니 이 부분에서 문제 삼아질 가능성이 많다.
‘나만이 가능한 기술, 군단장만이 가능한 기술은 되도록 제외하는 게 좋아.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선택할 수 있는 주제의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다시 메탈 라미아로 돌아와서, 코랄과 주포 기능에 대한 설명을 제외하고 금속 언데드 운용에 관해 논문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것만 다루기엔 너무나 내용이 얇고 빈약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을 올해 키젠 학생회장의 졸업 눈문으로서는 적절하지 못하단 생각이 들었다.
‘머리 아프네.’
* * *
“아마도 머리가 아플 겁니다.”
대뜸 그렇게 말하고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말끔한 순백의 턱시도를 차려입은 남자, 저주학 교수 바힐 아마가르였다.
수석조교 체헤클이 또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자신의 상관을 응시했다.
“누가 머리가 아프단 거죠?”
“나의 시몬 말입니다. 3학년 1학기 말은 졸업 논문 시즌이지 않습니까.”
“그 발언이 지금, 이 자리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바힐과 체헤클은 현재, 펜타모니엄에서 열린 저주 연구 학술회의 연회장에 와 있었다. 두 사람은 정장과 드레스를 갖춰 입고 행사장 안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근처에 있는 몇몇 네크로맨서들이 바힐과 한마디 말이라도 붙여보려고 슬슬 눈치를 보고 있었다.
“아주 적절하지요.”
바힐이 불쑥 말했다.
“틀에 갇혀 머리가 굳어져 버린 자들이 쓴 논문은 성과만을 좇는 짜깁기 연구뿐, 그런 종이가 아까운 쓰레기에 대해 논하는 것보다는, 인류 최고 학생이 쓸 논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더 신선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주위 네크로맨서들이 얼굴이 굳어지며 눈치껏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나갔다. 바힐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빨리 학교로 돌아가서 신선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군요.”
체헤클이 한숨을 푹 쉬었다.
“제발 적을 만들지 마세요.”
“하늘 아래 그 누구도 나의 적수는 되지 못합니다.”
미친놈.
체헤클 무심코 그렇게 내뱉으려다가 중요한 자리인 걸 깨닫고 말을 삼켰다.
“그리고 매번 잊으셔서 상기시켜 드리지만, 시몬 학생은 소환학과라구요.”
“그 부분이 핵심입니다. 소환학 전공이 이번에는 시몬에게 아주 불리하게 작용할 겁니다.”
바힐이 두 팔을 벌렸다.
“언데드는 아직 인류가 100% 규명하지 못한 영역입니다. 실용에 미친 네크로맨서들이 그저 언데드라는 존재가 유용하다는 이유로 오랜 시간 사용해 왔지만, ‘왜?’ ‘어떻게?’ 라는 학술적인 물음에는 논리의 기반이 취약하지요.”
그렇게 말한 그가 테이블에 놓인 와인잔을 들어 빙빙 흔들었다.
“나의 시몬은 그런 점은 잘 모른 채 에이션트 언데드를 기반으로 완벽한 논문을 쓰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잘 쓰려고 하면 할수록 수렁에 빠질 겁니다. 그가 너무 뛰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되는 거죠.”
“제발 그 ‘나의 시몬’이라는 말 좀 그만…….”
“반면에 저주처럼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학문이 없습니다. 이런 수식을 사용하면 저런 효과가 발생한다. 아주 깔끔하지요.”
바힐이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키젠 학생회장의 졸업 논문. 그 명성에 걸맞은 것을 완성하려면 결국 그는 제게 도움을 구하러 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전에 직속교수인 아론 교수님께 가겠죠.”
“아론 선배라도 뾰족한 수는 없을 겁니다.”
바힐이 단언하며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아론 선배는 군단장이 아니니까. 시몬이 가진 군단형 언데드에 대해 깊은 이해가 없겠지요.”
“네, 네. 맘대로 생각하세요.”
말리기를 포기한 체헤클이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바힐이 손뼉을 쳤다.
“자, 하루라도 빨리 일을 끝내고 이 역겨운 노인들의 연회장을 떠납시다. 어서 시몬을 도와주러 가고 싶군요!”
* * *
그리고 체헤클의 예상대로, 벽에 막힌 시몬이 향한 곳은 아론의 연구실이었다.
똑똑똑.
매번 들리는 학과 담당교수이자, 시몬의 직속교수이기도 아론의 연구실. 이제는 익숙했던 시몬이 정중하게 노크하고는 입을 열었다.
“교수님, 시몬입니다.”
시몬의 말이 끝나고 잠시 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른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들어와라.”
끼이익.
시몬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과 선반에 언데드 재료들이 어질러져 있는 건 여전했다.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재료들을 밟지 않게 걸어간 시몬이 고개를 들었다. 소파 위에 누워 있던 아론이 담요를 걷으며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내리고 있었다.
“아, 주무시고 계셨어요?”
“상관없다.”
그렇게 말하는 아론의 눈 밑은 시커멓고 수염이 까슬까슬하게 자라나 있었다. 반바지 아래로 보이는 다리털이 숲처럼 수북했다.
“앉아라.”
아론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를 끓이러 갔고, 시몬은 적당히 빈 소파 자리에 앉아서 기다렸다.
“홍차면 되나?”
“네.”
접착제류 재료 냄새가 나던 사무실이었지만, 잠시 후 진한 홍차 향이 그 냄새를 덮었다. 시몬은 그제야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걸 느꼈다. 그러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 한쪽으로 향했다.
<교수 연구 평가 일정>
<평가 점수 A 이상 계약 지속>
‘학생만 힘든 게 아니라 교수님들도 힘드시겠네.’
그제야 시몬은 왜 아론이 기말고사도 없는 3학년 1학기 기간에 저렇게 바쁜지 이해할 수 있었다.
키젠 교수는 각 학문의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고, 그 자리에 있을 만한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성과를 내야 했다. 그것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말이다.
잠시 후, 아론이 테이블에 두 개의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앉았다.
“기숙사로부터 복귀 보고는 들었다. 취업 평가는 무사히 끝냈겠지?”
시몬이 빙긋 웃었다.
“네, 교수님 덕분입니다.”
“현역 군단장이 겸손한 소릴 다 하는군.”
아론이 찻주전자를 들고 잔에 쪼르륵 홍차를 따라주었다. 잔에 홍차가 차오르는 것만으로도 시몬은 침이 고이는 걸 느꼈다.
“졸업 논문 건으로 왔나?”
“아, 어떻게 아셨어요?”
“지금 시기라면 그럴 때지.”
아론이 자신의 잔에도 홍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주제는?”
“다른 세계에서 획득한 자원인 ‘코랄’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언데드에 대해서입니다.”
아론이 티스푼으로 홍차를 가볍게 저은 뒤, 다리를 꼬고 잔을 자신의 가슴 앞으로 가져갔다.
“어려운 주제를 택했군.”
“……하하.”
“지금의 네 역량이라면 조금 더 쉬운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쓸 수 있을 거다. 본래 졸업 논문이란 게 각 잡고 쓰려면 한도 끝도 없이 시간과 돈을 많이 잡아먹는다.”
탁탁.
티스푼을 털고 차 받침대에 내려놓은 아론은 의외로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었다.
“실용을 추구하는 네크로맨서라면 적당히 합격하는 선에서 졸업 논문을 마무리하고 다른 부분에 역량을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도-”
시몬이 두 손으로 깍지를 끼며 눈을 빛냈다.
“이건 키젠의 학생회장 시몬 폴렌티아의 이름으로 남기는 마지막 논문이잖아요.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 말을 들은 아론의 입가에 깊은 미소가 패였다.
달칵.
찻잔이 접시에 내려오기 무섭게 아론이 눈을 번뜩이며 자세를 기울였다.
“막힌 부분은 뭐지?”
완전히 시몬의 논문 주제에 몰입한 모습.
두드리는 자에게 문이 열릴 따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