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29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4화(1294/13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294화
“막힌 부분은 뭐지?”
아론의 물음에 시몬도 즉각 대답했다.
“코랄을 발사할 수 있는 ‘메탈 라미아’를 중심으로 논문을 준비해 왔는데, 이론적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 메탈 라미아를 만든 알라제조차도 제작 원리를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구요.”
깔끔한 정리에 아론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몬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그동안 작성해 둔 문서들을 펼쳐 아론에게 보여주었다.
“원리를 설명하고 이론으로 풀어나가는 게 학술 논문이라 들었습니다. 언데드가 코랄 주포를 발사하는 과정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서술해야 할지…….”
팔랑 팔랑.
자료를 넘기며 읽어 내려가던 아론이 턱을 쓸었다.
“학술적 근거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군.”
“네?”
키이잉!
아론이 손바닥 위로 간단한 마법진 하나를 펼쳐냈다.
“마나를 배열해 룬어를 이루고, 그 힘으로 신비를 일으키는 게 마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특정 마나의 배열을 맞추면 마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을 뿐, 룬어의 근원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지 못한다. 일부 학자들은 룬어조차 진리가 아니며 단순히 기호와의 대응 관계라고 주장하기도 하지.”
그가 주먹을 쥐자 마법진이 유리 파편처럼 흩어졌다.
“너무 어렵게 설명했나? 쉬운 예를 들자면 공학도 비슷하다.”
바스락-
아론은 근처에 놓인 종이 한 장을 쓱쓱 접어 종이비행기를 만들었다.
“비공정의 전면부를 뾰족하게 만들면 공기저항이 적어지더라. 꼬리 날개를 특정 각도로 조정하면 더 빨리 날아가더라. 제작자들도 경험적 근간으로 이러한 원리를 파악한 것뿐이지, 수학적으로 공기저항을 계산해도 실제 속도와는 차이가 난다고 하더군.”
그가 종이비행기를 창밖으로 던졌고, 비행기는 키젠 교정을 향해 쌩하고 날아갔다.
“즉 원리를 너무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다는 거다. 마법이든 공학이든 논문을 쓸 때 필요한 건 ‘공식’이다. 이렇게 했을 때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인과관계지.”
“아!”
“조금 강하게 말해보도록 하지. 이번에 네가 작성하는 코랄 언데드 논문은 순수하게 네 역량으로 쓰는 건가? 아니면 알라제가 만든 결과물을 베낄 뿐인 건가?”
시몬이 턱을 짚고 깊은 고찰에 빠졌고, 아론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물론 알라제가 만든 모든 결과물은 네 힘이지만, 논문으로 쓰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거다. 그러니 네 역량에 의문을 가진 자들에게 증명해라.”
“어떻게요?”
“간단하지 않나.”
아론이 입꼬리를 올렸다.
“알라제의 기술을 분석해서, 네 힘만으로 코랄이 발사되는 새로운 언데드를 제작하면 된다. 그 과정에서 공식이 완성되고, 지식이 결합되며, 막혀 있던 논문의 빈 부분이 채워질 거다.”
벌떡!
그 말을 들은 시몬이 감이 온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조언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시 해보겠습니다!”
“그래.”
시몬이 빠른 걸음으로 연구실을 뛰쳐나갔다. 열정에 불타는 제자의 뒷모습을 본 아론이 남은 홍자를 한 모금 마셨다.
“젊음이 좋군.”
그렇게 시몬이 나가고 잠시 뒤,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소환학 수석조교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 교수님. 일하고 계셨어요? 깨워 드리려고 들렀는데…….”
“시몬이 왔었다.”
아론이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조언 한번 해줬을 뿐인데 바로 감을 잡더군. 일도 아니었지.”
“그랬군요! 무척 표정이 밝아 보이세요.”
그때 저 멀리 연구실 밖에서 쿵쿵쿵 하는 뜀박질 소리가 들렸다.
아론은 서둘러 다 마신 홍차를 내려놓고 시몬의 홍차까지 들이켠 다음, 두 손으로 얼굴을 비비며 마른세수를 했다.
“지금부터가 일이다.”
우당탕탕탕!
수석조교가 얼른 두 손을 모은 채 문에서 비켜섰고, 3학년 소환학과 학생들이 자료나 언데드 뼈를 양손에 들고 뛰어들어 왔다.
“교수님! 얘 팔에 15번 뼈가 안 붙어요!”
“교수님! 가르쳐 주신대로 했는데 코어 흐름이 역변했어요! 잘 안 돼요! 왜 제가 하면 안 되는 거죠?”
졸업 논문 스트레스로 극도로 예민해져 야단법석을 부리는 학생들을, 아론은 겸허히 받아들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명씩 또박또박 말해라.”
이들이 정상이고 시몬이 비정상일 뿐이었다.
* * *
시몬은 빠르게 새로운 언데드 제작을 준비했다.
우선 메탈 라미아처럼 코어 주포 발사가 가능한 언데드를 제작하기 위해선, 알라제와 흡사한 ‘생체 제어 기능’이 필요했다.
[알라제. DNA 자가 분석 완료. 가장 가까운 언데드 유사체는 어보미네이션, 몬스터로는 무르글.]-무르글을 얻어야겠네.
시몬은 두꺼비 몬스터 무르글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분석해 온 내용으로 새롭게 공식을 구축했다.
-자, 알라제. 결국 핵심은 화이트랜드의 퍼틸리움과, 옐로우랜드의 볼카리움을 합치면 폭발성이 있는 ‘코랄’이 되는 거잖아. 기계를 통해 인위적으로 배합하는 게 아니라, 언데드의 체내에서 두 자원을 머금은 세포들로 하나의 합성세포를 만들면 되는 거지?
시몬의 말에 알라제는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으로 봐?
[군단장의 식견에 높은 평가. 추가 설명 개시.]갈등이 생겼던 처음과는 달랐다.
이제 시몬은 알라제에게 설명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새로운 언데드를 만들기 위해 알라제와 양방향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동등한 제작자의 입장.
알라제는 신이 나서 장장 6시간 동안 설명을 떠들었고, 시몬도 빠르게 핵심 요소들을 캐치해서 필요한 정보를 정리했다.
메탈 라미아에 대한 자료 조사도 무의미하지 않았다. 완성작으로 메탈 라미아를 두고, 그것을 시몬이 공식화하여 새로운 언데드를 만드는 것이 이번 논문의 포인트.
노트에 필요한 재료들을 쭉 적어놓은 시몬이 깃펜을 내려놓으며 턱을 괬다.
‘이 재료들은 로크섬에서 다 못 구해. 한번 큰 도시에 다녀와야겠네.’
시몬이 기숙사에서 그렇게 결심하고 있는 사이. 소환학과 기숙사에 방송이 들렸다.
-시몬 폴렌티아 학생. 지금 바로 기숙사 로비로 내려와 주시길 바랍니다.
타이밍이 딱 맞게, 마침 랭거스틴으로부터의 연락이었다.
-안녕하세요 군단장님!
한때는 듣는 것만으로도 경계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반가운 목소리.
바로 에스텔라 살롱의 크리스티나 셀린이었다.
-유리를 찾았어요!
* * *
랭거스틴.
마법 아티팩트 잡화상.
“아주 훌륭한 솜씨예요!”
상점 주인은 투명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복잡하게 꼬여 있는 실험관을 보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흑마법 약품 제조에 필수적인 이 물건은 상점의 아티팩트 중에서도 고가에 팔리는 실험 장비였다.
“청년의 솜씨는 몇 번을 봐도 감탄하게 되네요! 단골 학자분들이 전부 이 물건만 찾아요! 대체 어떤 실력 좋은 마법사가 만들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고 난리라니까요!”
“…….”
상점 주인의 칭찬을 듣고도 아무 반응 없이 서 있는 건, 검은 머리카락에 수염이 자라나고 퀭한 얼굴의 청년.
바로 유리 미그일이었다.
그는 감사의 의미로 고개만 한번 까닥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섬세한 곡선이라니!”
상점 주인이 배배 꼬인 실험관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탄성을 터뜨렸다.
“마정석에 유리를 섞은 관을 정교하게 꼬아 만드려면 상당히 섬세한 마력 운용 능력이 필요하죠! 상아탑이나 펜타모니엄에서 은퇴하신 분들도 저희 가게에 물건을 납품하곤 하지만, 이 물건은 그중에서도 최고예요! 틀림없이 청년은 실력 있는 네크로맨서분이시겠네요!”
“…….”
“우리 가게와 정식 계약을 맺고 계속 일해보는 건 어때요? 지금의 두 배는 더 쳐줄 수 있어요!”
계약이란 말에 유리는 흠칫했다.
그러다 고개를 푹 숙였다.
“아닙니다. 곧 여길 떠날 거라서요.”
그 말에 상점 주인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우, 그래요? 아쉬워라! 손님들이 청년의 물건만 기다리고 있는데 어쩌죠? 정말 아까운 솜씨인데……! 내 제안 다시 한번 생각해 봐요! 여기 값이에요! 2골드 더 넣었어요!”
주머니에 든 금화를 확인한 유리가 이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등을 돌려 걸어갔다.
짤랑 짤랑-!
그때 상점 문에 달린 종소리가 울려퍼지며 한 손님이 들어왔다.
마침 가게를 나서려던 유리의 흐리멍덩한 동공이 확 커지더니, 급히 선반 뒤로 몸을 숨겼다.
벌렁 벌렁!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후욱! 후욱!
숨도 거칠게 가빠졌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나.
함장 시험에 가는 것도 피했는데, 어떻게 여기서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어머나- 곱디고운 아가씨가 오셨네. 어떤 물건을 찾으세요?”
“실험관을 구매하려고 왔어요.”
“어머나! 운도 좋으시지! 마침 딱 좋은 물건이 들어왔어요! 저희 가게의 자신작이죠!”
상점 주인이 손뼉을 짝 치고는 방금 놓고 간 유리의 실험관을 보여주었다.
여자가 무릎을 굽혀 그것을 보았다. 그것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솜씨가 좋네요.”
“그럼요 그럼요! 키젠에 납품해도 손색이 없는! 랭거스틴 어디를 뒤져도 구하지 못할 고품질의 물건이에요! 아주아주 실력 좋은 네크로맨서분이 만들었답니다! 저희도 이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이라……!”
상점 주인의 수다를 들으며 여자는 실험관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만든 사람의 슬픔이 느껴져요.”
두근!
그 말을 들은 유리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그러다 여자가 실험관의 주둥이 부분을 가볍게 손등으로 쓸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단절감이 느껴지구요.”
“오, 오호호호! 그,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투둑.
툭.
그때 실험관을 쓰다듬는 여자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머나?”
상점 주인이 그 모습을 보며 당황해했다.
한동안 말없이 울던 여자가 몸을 바로 세웠다. 덜덜 떨리는 혓바닥이 움직이며 이내 물기 가득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여기 있지? 유리.”
숨어 있던 유리의 심장이 거칠게 요동쳤다. 분위기 파악을 마친 상점 주인도 얼른 입을 텁 틀어막은 채 빠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 그동안 많이 생각해 봤어.”
크리스티나가 독백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널 손가락질해도 나만은 감쌌어야 했는데. 왜 나는 널 외면하고 말았을까. 그깟 사람들의 손가락질이, 시선과 평판이 두려웠던 거야.”
그녀의 눈물샘이 고장 난 것처럼 쉴 새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널 외면한 채 나는 계속 나아갔어. 이제 나는 사람도, 재산도, 권위도 가지게 됐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면은 공허해지고 텅 비어갔어. 왜 그럴까 깊이 생각해 보니 네 얼굴이 떠오르더라. 그때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어. 셀린가는 후회하지 않아야 하니까. 내 선택은 늘 옳아야만 하니까. 하지만 시험장에서 널 닮은 사람을 본 순간 내 아집은 무너져 내렸어.”
그녀가 가슴에 손을 올렸다.
“미안해.”
“…….”
“믿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손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건 알지만, 그래도 꼭.”
그녀가 울면서 울었다.
“네게 사과하고 싶었어.”
이야기를 듣던 유리가 무릎 위로 고개를 처박았다.
“……혹시나 널 보고 싶다고 말하면 나 너무 이기적이겠지? 그래도, 그래도 혹시 괜찮다면…….”
그녀의 목소리가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울음이 흘러나왔다.
“나와줄래?”
끄윽. 끅.
어떻게든 울음을 참고 있지만, 흐느낌은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마침 딸의 손을 잡고 잡화상점에 들어오려던 한 젊은 새댁이 화들짝 놀라며 물러나기까지 했다. 그 옆의 창가에서 시몬도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차례 정적이 길게 내려앉았고.
“…….”
유리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내 생각만 해서 미안해.”
크리스티나가 눈가를 훔치며 등을 돌렸다.
딸랑 딸랑.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구슬프게 울렸다.
“잘 지내, 유리.”
그녀가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나가려는 그 순간.
화악.
그녀의 어깨를 붙잡는 손길이 있었다.
놀란 크리스티나가 눈이 동그래진 채 고개를 돌렸고.
“!”
두 입술이 포개어졌다.
눈물을 줄줄 흘리는 검은 머리의 청년이 그녀의 어깨를 껴안았다. 크리스티나도 그의 몸을 와락 끌어안으며 더 강하게 다가왔다. 두 사람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쏟아내듯 그렇게 서로 밀착했다.
‘아.’
지켜보던 시몬은 탄성을 흘렸고.
“어머나.”
젊은 새댁이 아이의 눈을 가리면서도 감동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아주 조금의 시간이 더 흐른 뒤, 유리가 크리스티나에게 떨어지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 모습, 처참하지 않아?”
크리스티가 울먹이며 고개를 저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있어.”